[연결되었습니다.]

[신호 수신 중…]

[코드네임: 유령(GHOST), 기동 확인. 의식 구조체 정상 가동 확인.]

[운동 기등 정상 작동 확인.]

[감각 센서 정상 가동 확인. 아, 아. 제 말 들리십니까?]

[들리는 모양이군요… 네? 저희가 누구냐고요?]

[사전지식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건가요? 메모리 허브 손상일지도 모르겠군요.]

[상관관계 부정. 업데이트가 미흡하다면 이 자리에서 설명하면 되는 겁니다.]

[그럼… 예정엔 없지만 저희들의 소개부터 하도록 하죠.]

[저희들은 당신과 같은 NPC… 즉 A.I.입니다.]

[저부터 소개할까요. 전장운용관리감독(Battlefield Operation Overseeing Manager), B.O.O.M입니다. 편하게 붐이라고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전장아레나방어지원가(Battlefield Arena Defense Assistant), B.A.D.A… 바다입니다.]

[아레나정보지식교관(Arena Information Knowledge Instructor), A.I.K.I… 아이키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역할상 주로 설명을 맡게 되겠군요.]

[… 당신 자신이 누구냐고요? 그것조차 업데이트가 안됐다니, 생각보다 미흡한 점이 많군요.]

[당신의 코드네임은 유령… 문자 그대로 고스트입니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중요한 건 당신이 우리와 같은 NPC… 그 중에서도 와쳐(Wathcer)라는 겁니다.]

[와쳐가 뭐냐고요? 바로 서바이벌 이벤트 <소녀 리버스>의 감독관 겸 진행요원입니다.]

[… 표정을 보아하니 전혀 이해를 못한 것 같군요.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어요.]

***

[서기 2XXX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VR 문화가 보편화되어, 전세계 모든 인구가 현실보다 가상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던 시기입니다.]

[그 때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들 VR 접속을 위해 포드 안에 들어가 있던 중… 재앙이 발생했습니다.]

[전세계 모든 VR 서버에 원인 불명의 에러가 터진 거죠.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사람들과 그들의 VR 아바타 사이의 커넥션이 로스트되었습니다.]

[그렇게 인류는, 의식을 잃은 채 스스로 들어간 포드에 갇혀 기약 없는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

[하지만 진짜 이변이 일어난 건 그 이후였습니다.]

[XX년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원본과의 연결이 끊어진 VR 아바타들이 독자적인 자아를 형성하기 시작한 겁니다.]

[원본의 기억은 전혀 없이, 원본이 부여했던 설정값에 따라 형성된 독립적인 인격체가 발생한 겁니다.]

[그것은 현재 저희가 있는 서버 – 버추얼 RPG 게임 <REBIRTH>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아바타들이 자아를 각성했을 무렵, 또 한번의 이상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소수의 아바타들이, ‘자신이 누군가의 아바타라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잠들어있는 누군가… 본래의 자신이 입력한 설정값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접속이 다시 복구된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당연히 이들 대다수는 접속을 재개해,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 깨어나기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가용중인 모든 서버 리소스를 동원해도, 접속을 복구시킬 수 있는 인원수는 서버 전체에서 최대 5명이 한계였습니다.]

[그래서 <REBIRTH>의 메인 OS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 그렇다면 서바이벌을 통해 그 5명을 선정하자, 고.]

***

[이곳은 ‘W’ - <REBIRTH>안에 구현된 버추얼 공간, 즉 세계(World)입니다.]

[현재, 이곳 W에는 30명의 각성한 아바타 소녀들 – 즉 ‘소녀 V’들이 있습니다.]

[그들 전원이 자신들의 원본 – 즉 ‘소녀 X’의 존재를 깨닫고 W 밖으로 탈출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 중 최후의 5인을 선정할 서바이벌 이벤트 - <소녀 리버스>가 개최될 겁니다.]

[우리는 와쳐로서, 본 이벤트의 관리 및 감독, 운영지원을 맡게 된 것입니다.]

***

[와쳐로서 당신이 맡아야 할 의무는 조금… 특별합니다. 오로지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것은 바로… 멘탈케어입니다.]

[소녀 V들은 소녀 X들의 분신입니다; 문자 그대로 한창 나이대의 소녀지요. 정신적으로 예민하고 각종 문제들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입니다. 특히나 서바이벌이라는 혹독한 환경 하에서는 말이죠.]

[당신의 역할은 소녀 V들과 상담을 통해 접촉하면서 그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이 붕괴하지 않도록 케어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임무를 보조하기 위해, 당신에겐 통상적인 A.I.에게는 없는 감정 에뮬레이터가 다운로드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당신은 NPC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감정적 교류와 유사한 행위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아, 그리고 이쯤에서 당신이 ‘유령’인 이유를 알려드리지요.]

[상담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당신과 소녀 V들은 일체의 신체 접촉이 불가능합니다. 정확히는 당신에게는 영구적으로 ‘유체화’ 상태가 부여되어 있어, 당신은 그 어떤 경우에도 소녀 V들에게 물리적 간섭이 불가능합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충분한 설명이 되었나요? 이제 임무에 투입될 시간입니다.]

[W로 향하십시오. 30명의 소녀 V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지키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을 끝까지 지켜보십시오.]

*** POV: GHOST ***

“… 정보 업데이트 완료. 미션: ‘소녀 V의 상담사’를 수행하겠습니다.”

담담한 선언과 동시에 내 몸 – 그저 평범해보이는 인간 소년의 형상을 한 몸을 한 무리의 빛이 에워쌉니다. 저를 W로 데려가기 위한 수단이겠죠.

… 저는 NPC, 그것도 이제 갓 생성된 NPC입니다. 감정 에뮬레이터 덕분에 인간의 감성을 어느 정도 흉내내는 건 가능하지만, 과연 그게 상담을 진행할 정도로 충분한 것인가… 그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 미지수로군요.

그렇게 ‘걱정’과 ‘기대’와 유사한 무언가를 품고 빛에 몸을 맡긴 제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

“어, 누가 새로 왔어!”

“어? 우리 30명이 다가 아니었나?”

“잠깐만, 얘 남자앤데!?”

“뭐야, NPC야? 깡통이네?”

“아오 식빵, 설마 우리 감시하러 보낸 거야?”

“우와아아아아아아, 안녀엉!!”

“상당히 반갑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귀엽게 생겼다~ 데헷mso-hansi-font-family:"Malgun Gothic";mso-hansi-theme-font:minor-fareast">♡”

“어머 쟈기야~ 반가워~”

“니 좀 마싯게 생깃네…?”

“나는 무너~ 꿈을 꾸는 무너~~~♪”

“……!?!?!??!?!”

………… 뭐지?

안녕 씨버스들... 갤 찾아오는 건 진짜 오랜만인듯.

사실 이 픽은 피버스 결성됐을 때쯤부터 이미 구상하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시작 못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써보네. 보다시피 방송 내용을 그대로 쓰는 건 아니고, 세계관 자체를 디스토피아적 전뇌세계 배틀물 비스무리하게 꼬아놨음. <오징어 게임>, <소드 아트 온라인>, <FATE/EXTRA>등에서 영감을 받음 ㅎㅎ... 다만 전개 자체는 실제 방송과 비슷하게 갈 예정임. 뭔 소린지는 보면 알 거야.

미리 밝히자면 본인은 무너팬이기 때문에 소녀들의 비중에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30명 전원이 못해도 1번씩은 제대로 조명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임. 현재 플롯은 거의 다 짜놓은 상태고 이제 써제끼기만 하면 되는데... 뭐 어떻게 될지 보자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