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렇게 최악의 조배정이 끝나고 난 뒤

화요일의 마지막 강의를 수강한 솔붕이.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조배정이 된만큼

조원끼리 모여서 역할 배분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공교롭게도, 남초라는 반도체학과의 특성과는

정반대로 오직 솔붕이의 조만 남1+여3이라는 조합이

완성되어 버렸다. 아무튼 간에, 조 내에서 유일하게

2학년인 효원선배는 사다리타기로 역할 배분을 하자고

말했고, 솔이와 솔붕이 그리고 호영이 모두가 그러자고

답했다. 그리고 역할 배분을 위한 사다리타기의 결과,

효원선배는 발표, 호영이는 PPT 작성이 나왔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효원선배가 악명 높은 것과 별개로

전액장학금을 받으려고 늘 최선을 다하니 발표 준비는

아주 똑부러지게 해올 것이라고 예상이 되었으며,

호영이도 자기 1인분은 잘해오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이런... 진짜 문제는 그 둘이 아니었다.

솔이와 솔붕이가 자료수집을 맡게 되었다.

솔붕이 입장에서는 대체 왜 이렇게 악운이 터지는지

정말 궁금할 지경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역할 배분이 끝난 뒤 효원 선배는

나머지 셋에게 준비 똑바로 하라고 쏘아 붙인 뒤 떠났고

호영이는 자료 수집 잘 부탁한다고 말한 뒤 다음 강의를

들으러 짐을 챙겨 자리를 옮겼다.

이제 남은 건 오늘 강의 3개를 모두 다 듣고 더 이상

일정이 없는 솔이와 솔붕이. 어짜피 둘 밖에 없겠다,

솔이는 솔붕이에게 말했다.

"오 그러고보니 자료수집 너희 집에서 하면 되겠네?

반도체관이랑 가깝잖아. PC방이랑 다르게

사람도 없고, 돈도 안 들고."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했다. 다만 솔붕이의 집에서

자료수집을 하게 되면, 결국 솔붕이의 방에서

같이 자료수집을 해야할텐데 사람이 솔이랑 솔붕이

단 둘 밖에 없는만큼 또 솔이가 솔붕이의 자위를

가지고 놀려댈 것 같아서 솔붕이는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솔붕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알았어. 근데 진짜 부탁이니까 내 자위 그걸로는

좀 그만 놀려."

"흠... 아예 안하지는 못하겠고 빈도를 줄여볼게."

"아 좀... 진짜..."

"ㅋㅋ 야 니 반응이 웃긴 걸 어떡해. 근데 진짜 니 반응이

웃겨서 그러는 것 뿐이지, 아직도 화났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야. 다른 사람한테 말할 생각도 전혀 없고."

"그래도... 좀... 줄여줘. 특히 사람들 앞에선 좀..."

"알았어 알았어 노력해볼게."

"후... 그래. 아무튼 그럼 난 이제 간다?"

"뭔 소리야? 너희 집 가서 바로 자료수집 해야지."

"에...? 벌써? 아직 발표하려면 한 달이나 남았는데..."

"으이구 바보야. 미리미리 자료수집을 해서 호영이한테

넘겨줘야지. 그리고 너 아까 효원선배가 쏘아붙인 거

기억 안 나? 자료수집 망치면 뒤에서 너랑 나 뒷담 엄청

깔 걸? 특히 너는 더 그럴 거고."

"나는 왜?"

"몰라. 그냥 선배가 남자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

뭐 듣기로는 중고등학생 때 뭔가 그런 거랑 관련해서 일이

있었다는 거 같은데...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그렇구나..."

"아무튼 그래서, 빨리 너희 집 가서 자료 수집하자.

마침 너 내일은 엄청 바쁘잖아? 너 내일 오전 강의 2개에

오후에도 강의 3개 있는 거 까먹은 거 아니지?"

"아 맞다... 아 벌써 수요일이구나... 하 진짜 너무 싫다. 너

근데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니가 수요일만 되면 하도 허겁지겁 뛰어다니는 게 보이길래

수아한테 물어봤더니 니가 수요일에 강의를 5개나 듣는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아는거지."

"하 진짜... 수요일만 되면 머리 아파."

"그래도 너 수요일에 그렇게 몰아놨으면 하루 정도는 공강

있지 않아?"

"어 맞아. 목 공강이야. 그 날은 쉬..."

"오 ㅋㅋ 그럼 오늘은 제끼고, 그날 자료수집 많이 하면 되겠다."

"아 안 돼! 나 그 날은 쉴..."

"그냥 빨리하고 해치우자니까? 그리고 아까도 말했잖아.

만에 하나 자료수집 늦으면 효원선배 감당 못 한다니까?

그 선배 성적표에 A 뜨는 순간 바로 너 관련해서 루머

퍼뜨리고 다닐 걸?"

"히익... 그래... 그냥 그렇게 하자."

"그래 잘 생각했어. 아무튼 오늘 강의 듣는다고 수고했고,

내일 강의에서 또 보자. 아 그리고 자... 아 맞다. 줄이기로

했지. 미안미안 ㅋㅋ 그럼 진짜 잘 가."

"어... 그래. 내일 강의 때 보자."

아무튼 그렇게 화요일 학교에서 들어야 할 강의는 모두 들었다.

그리고 솔붕이가 부탁을 하니 솔이가 셀카 사태로

솔붕이를 놀리는 걸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기도 했다.

이후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현관문을 나선다.

매주 한 번 정도 - 물론 어지간해서는 화요일이지만 - 솔붕이는

7km씩 뛰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7km를 뛰고 온 후

샤워를 하고 솔붕이는 이것저것 해야할 일을 마친 뒤 저녁을 먹고

잠시 컴퓨터를 가지고 시간을 좀 보내다가 휴대폰을 가지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그 때, 아까 전에 만들어뒀던 단톡으로

효원선배가 연락을 한다. 아니나다를까, 솔이가 말해줬던 대로

자료조사를 빨리 끝마치고 PPT도 제대로 만들어오라는, 일종의

독촉(?)성 톡이었다. 다만 효원선배가 성격이 매우 괴팍한 것과

별개로 실력은 확실한 사람이었으니 그저 최대한 예의바르게

알겠다는 대답을 할 선택지 밖에는 없었다. 이후 그렇게 답을 한

뒤, 솔이가 갠톡으로 톡을 하나 보냈다.

"봐, 내 말 맞지? 무조건 빨리 끝내야 해."

"ㅇㅇ... 그래야할듯. 목요일에 우리 집에서 최대한 빨리 끝내자."

"ㅋㅋ 잘 생각했어"

솔이의 말이 맞았다. 아직 한 달이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다가,

오늘 단톡방을 만들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쏘아붙인다니...

그냥 빨리 자료를 솔이와 같이 수집한 뒤 호영이에게 넘겨줘서

최대한 빠르게 PPT를 완성시키는 게 솔붕이의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특히나 PPT가 완성이 된 이후에도

깐깐하기 짝이 없는 효원선배가 이거 수정해라 저거 수정해라

할 것도 뻔하니 더더욱 빨리 자료수집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목요일에 솔이가 집에 찾아온다는

말을 들으니 저번에 다운받은 뒤 완전히 잊어버렸던, 지금도

바탕화면에 떡하니 있을 솔이의 셀카와 그 때 솔이한테 한 소리

들었던 휴지통이 생각났다. 이후 솔붕이는 귀찮다고 혼자 중얼거

리며 휴지통을 비우고 이후 컴퓨터를 켜 바탕화면의 솔이 사진도

삭제했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일주일 중 최악인 수요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 일단 여기까지 적어보고, 생각이 나면 좀 더 내용을

추가해보겠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