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둘은 구석진 자리에 앉는다.

사람이 북적북적거려서 솔이 말대로 예약을 

미리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밥을 먹지 못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솔붕이 지갑을 털려면 어떻게 시켜야 할까? 흐음~~”

“먹고 싶은 만큼 시켜. 근데 남기지는 마.”

“오, 진짜 후회 안 하지?”

그 말에 솔붕이는 불안했지만 시켜봐야 얼마니 시키겠거니 했다.

이후 솔이가 말을 건다.

“그럼 나 이렇게 시켜줘. 찹쌀탕수육 대자, 간짜장 곱빼기 하나.”

“그럼 난 짬뽕 시킬게. 근데 너 다 먹을 수 있어? 

나 배가 그렇게 크진 않아서.”

“걱정 붙들어매셔~ 내가 보기보다 엄청 잘 먹어.”

솔붕이는 약간 의심이 들긴 했지만, 솔이 말대로 메뉴를 시킨다.

“아 맞다 그나저나 아까 말한 바프 사진 보여줄게. 

그게 어딨더라.. 아 여기 있다.”

“오오… 진짜 미쳤네.”

“그치? ㅋㅋ 이거 받고 기분이 너무 좋더라, 진짜루~”

“와.. 근데 언제 인스타에 올리려고?”

“음.. 몰라? 아마 주말에? 근데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아하 난 또 뭐라고 ㅋㅋ”

그렇게 정신없이 재잘거리다 보니 어느새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솔이가 원했던 탕수육이 양이 제법 많다.

“어.. 너 진짜 이거 다 먹을 수 있어? 나 많이는 못 먹을 거 같은데.”

“야야 걱정마. 나 진짜 대식가라니까? 

아무튼 고마워 솔붕아. 잘 먹을게!”

“어, 그래 맛있게 먹어 솔아.”

솔이와 솔붕이가 식사를 하는데, 솔붕이는 흠칫 놀란다. 

솔이가 생각보다 너무 잘 먹었기 때문이다. 

솔붕이 본인이 짬뽕 보통을 4분의 3 정도 먹고 탕수육을 3~4개 

집어먹을 동안, 솔이는 지난 시간 동안의 보상을 확실히

받겠다는 것인지 짜장 곱빼기는 이미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탕수육도 거의 흡입을 하고 있다. 

그렇게 급하게 먹은 탓에 솔이 입가에는 짜장도 제법 많이 묻어있다.

“야야.. 좀 천천히 먹어. 너 체하겠다, 그러다가..”

“괜찮아 ㅋㅋ 나 엄청 꼭꼭 씹어먹거든.”

“으이구 먹으면서 짜장은 또 잔뜩 입에 묻히고.. 잠시만 멈춰 봐.”

솔붕이는 솔이가 짜장을 입가에 잔뜩 묻힌 걸 보다 못해 

휴지를 두 장 뽑아 솔이의 입가를 닦아준다.

“안 뺏어먹어. 그러니까 좀 천천히..”

솔붕이는 별다른 의도없이 짜장을 닦아줬지만, 

솔이는 이런 솔붕이의 별 것 아닌 배려에 볼이 약간 빨개졌고 

그걸 본 솔붕이는 당황해한다.

“흠흠.. 그렇게 안 닦아줘도.. 괜찮아. 

근데 그래도 나 신경 써준거니까 고마워.”

“아 미안.. 너무 일방적으로 허락도 없이 닦아서.. 좀 당황스러웠겠네..”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른다.

“아이참.. 그렇다고 뭐 그렇게 또 입 꾹 다물고 있어? 괜찮아.

그냥 전에도 말했지만, 내 주위 남자들 하나같이 다 나한테

흑심 품고 접근하는데, 유달리 솔붕이 너만

지금도 그렇고 평소에도 나를 그렇게 안 대해서.. 그래서

그런거야. 아무튼.. 그래서. 고마워.”

“흠흠.. 응.”

“아무튼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가 아까 말했던 대로

나 엄청 잘 먹지?”

“그러게.. 너 먹방으로 인터넷방송 해도 될 거 같다.”

“에이,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야. 

그 사람들은 먹는 수준이 다르잖아.”

“그냥 좀 많이 먹는 일반인 수준인데, 얼굴 예쁘고 세팅 잘해서

구독자 1천만 가까이 찍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 사람들이랑 너랑

다른 거라곤.. 딱 깨놓고 세팅 할 줄 모르냐 아냐 그거 하나 뿐인데.”

“ㅋㅋ 그냥 나 잘 먹고 이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게.”

이번엔 솔붕이가 약간 볼이 빨개진다. 그리고 말을 마친 솔이는

다시 탕수육을 먹는데 집중한다. 솔붕이는 짬뽕을 다 먹었는데다가,

탕수육도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먹었기에 이제 복스럽게 음식을

먹는 솔이의 모습을 바라본다. 워낙 잘 먹어줘서 기분이 좋다.

그런 솔이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솔붕이는 옅은 미소를 지었고,

그런 솔붕이의 미소를 본 솔이는 약간 의아해하면서도 

입은 쉬지않고 오물오물거렸다.

아무튼 그렇게 솔이는 탕수육을 단 한 개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고, 이후 둘은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왔다.

“후~~ 진짜 잘~ 먹었다! 근데 가격이 좀 비싸던데, 괜찮아?”

“뭐 매번 이렇게 먹는 것도 아니고 신경쓰지 마.”

“오오~ 배려해주는 말투~ 아까 내 입 닦아준 것도 그렇고 계속 호감이야~”

“말투 진짜 ㅋㅋㅋ 너 일부러 계속 그런 말투 쓰는 거 같다?”

“근데 진짜 너 호감인 걸 어떡해? 

전에 잘못한 뒤로 계속 보기 좋은 말이랑 행동만 하잖아.”

“흐흠…음…”

“ㅋㅋ 오늘 여기 예약해주고 비싼 밥 사준 거, 

나 힘들어하니까 먼저 자료취합해준다고 말 꺼낸거, 

민망할 수도 있는데 나 속옷만 입은 거 보고 평가해준 거, 

아까 밥 먹다가 나 묻은 거 보고 닦아 준 거. 

다 나를 생각하니까 나온 행동이잖아.”

“음.. 뭐.. 그렇긴 한데..”

“아, 그러고보니 오늘 비싼 거 사줬으니까 다음에 내가 살게."

“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그렇게 딱딱 계산할 필요 없어. 진짜로.”

“부담스러워? 그럼 토요일 점심에 우리 집 와. 

내가 한 끼 근사하게 만들어줄게.”

“어..? 그래도 괜찮아? 너무 번거로울텐데.”

“어허~ 이럴 때는 그냥 알겠다고 하고 오는 거야.”

“음 그럼.. 염치 불고하고 토요일 정오까지 갈게.”

“ㅋㅋ 좋아. 우리 집 주소는…”

그렇게 솔이의 집 주소를 들은 솔붕이는 

슬슬 강의 시간이 다가와 솔이와 헤어졌다. 

솔이의 집에 초대받아서 또 다시 한 번 솔이랑 같이 식사라니,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사실 오늘 식사는 먹으면서 기분은 좋았지만

혹시라도 반도체과 선배들이 솔이와 솔붕이가 

단 둘이 있는 걸 볼까봐 다소 조마조마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려와는 달리 반도체관과 화원X가

거리가 제법 멀어서 그랬던 것인지, 

반도체과 사람들이랑은 아예 마주치지도 않았지만. 

그런데 이번에 솔이와 단 둘이서 하는 식사?

솔이가 솔붕이랑은 달리 부산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는지라 찾아올 사람도 없고, 단 둘이서만 

밥을 먹는 것이니 오늘 식사처럼 불편해 할 필요도 없다.

아무튼 그렇게 기분이 좋은 상태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시간이 지나서

어느새 벌써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 

잘 시간이 되어 솔붕이는 자리에 누웠는데, 

별에별 생각이 다 든다.

내일 옷은 뭘 입고 가지? 솔이가 무슨 음식을 해줄까? 

솔이 방은 어떻게 꾸며놨을까?

내일 솔붕이랑 단 둘이서 밥을 먹긴 하지만, 

평소에 솔이는 집에서 뭘 할까?

중요한 질문부터 쓰잘데기 없는 질문까지 

수많은 질문들이 그의 뇌를 강타했다.

그리고 그렇게 마구 질문을 

머리 속으로 쏟아내던 솔붕이는 일단 내일 일어나서 생각하자는

결론에 도달한 후 잠이 들었다.

토요일 오전 10시. 솔붕이는 알람에 맞춰 잠이 깼다. 

밖에서 친구랑 점심을 먹고 온다고 이미 부모님께는 말씀을 드렸고,

솔이 집에서 솔이랑 단 둘이서 또 식사를 하러 가는 것이다 보니,

그래도 평소보다 좀 더 꾸며서 집을 떠났다. 

아무튼 그렇게 솔이 자취방 앞에 도달한 솔붕이.

“여기서 솔이가 자취하는구나..”

혼자 중얼거리던 솔붕이는 솔이가 알려준 곳으로 향한다. 벨을 누른다.

“누구세요?”

“나야, 솔붕이.”

“오 거의 딱 맞춰서 왔네, 들어와.”

솔이가 문을 열어주고 솔붕이는 안으로 들어온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