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살면서 처음으로 가위란걸 눌려 봤는데 확실히 깨달았다. 이건 내가 만들어낸 공포임
호주 사는데 한국서 친동생 놀러 와서 같이 캠핑 갔음
한 7시간 운전해서 어두컴컴해져서나 한적한 바닷가 앞 캠핑장 도착해서 맥주 좀 먹고 새로 산 루프탑 텐트에 자려고 누움.
근데 운전하면서 콜라랑 몬스터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새로 산 루프탑 텐트에서 처음 자 보는거라 그런가 엄청 피곤한데 잠이 잘 오지 않았음
눈을 감고 있으니 자연스래 주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을 하게 돼었음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음.
누가 화장실을 가는거겠거니 하고 계속 듣고 있었음. 그런데 발자국 소리가 계속 들림. 내 머리맡 쪽에서.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고 일정하게 첩첩첩 하면서
이때부터 예민해지고 가위가 시작되었던 것 같음.
감각은 예민하지만 반쯤 자는 상태로 몽롱하게 소리만 듣고 있는? 몸은 움직이기 힘들고. 좀 불안해졌던 것 같음.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걍 신기했음 가위란 게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내 머리 바로 위쪽 텐트를 밖에서 팍 팍 팍 침. 친다기보단 긁는 느낌?
그때 깨달아버림. 아 이건 현실이 아니고 은연중에 내 머리속에서 생각한 공포가 반영된거구나.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오거나 우리 텐트를 건드린다는.
왜냐면 큰 SUV 위에 달려있는 텐트라 사람 손이 닿을 수가 없거든. 내 키가 187인데 나도 절대 그쪽을 건들 수가 없음. 게다가 소리는 더 위쪽이었고.
상식적으로 누가 막대기같은걸로 그 야밤에 우리 텐트를 칠 일도 없고 ㅋㅋㅋ
이미 그때 긴장이 풀려 버려서 그런가, 그 이후에도 텐트 문 쪽에서 검은 형체가 들어오는데 별 생각이 안 들더라. 지금 내가 보고 듣는 건 현실이 아니라고 단정지어 버렸으니까
그러다가 잠 들었는데 아마 새끼손가락 움직여서 가위는 풀었던 것 같고
여튼 그랬음.

그러고 그 다음날 아무도 없는 바다 잘못 들어가서 진짜 죽기 직전에 서핑하러 온 애들한테 구조됐음
앰뷸타고 병원갔는데 하루 입원하고 병원비 800 나옴.
현실이 제일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