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비디오 안터지고
김혜경이 전업주부로 안주한 채
가정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면
이태준은 전형적인 한국남자의 성공스토리를
쉬지 않고 써 나갔겠지
(공부 잘해서 칭찬받고 자라고
아내의 전폭적 내조를 받으면서
자신의 꿈과 야망이 가문의 것이라 자위하며
그 와중에 즐길 것 충분히 즐기는 마초적 성공담)
그러나
섹비됴와 함께 그의 민낯이 드러났고
이번에도 아내가 덮어줄 것을 희망 회유했으나
이태준이란 인간자체에 대한 근원적 실망을 한
아내는 태준을 용서하지 않지

15년 동안 무뎌졌을 줄 알았던
김혜경의 총명과 지성은 위기에 그녀 자신을 위해
기가 막히게 발현되었고
태준은 그런 아내를 반신반의하면서
사건마다 숨어 돕고 이기게 해주지만
여전히 아내에 대해선 자신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믿는 거지 아니 믿고 싶어 하지

정말 위기는 부부의 갈등과 동시에 등장한
서중원의 아내를 향한 순정이었고
이태준은 수컷적 본능으로 그놈을 처리해야만 한다는
절박을 느끼지만
김혜경은 이태준이 던진 미끼를 이용해
서중원에게 던져진 올가미를 풀어 내는 반전을
만들어 내지

그때였던 것 같아
이태준이 아내를 김혜경이란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기 시작한 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솔직한 감정을 고백하지
이젠 꿈과 야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이란
여자가 내게도 꼭 필요하다고
(서중원도 예전에 그 비슷한 말을 했던 거 같아
당신보면 착해지고 싶어진다고)

그래서 난 결말이 좋다
그저 쇼윈도라기 보단 혜경 말처럼 태준은
진심으로 원하는 게 있으면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거니까
이제야 태준과 혜경 그리고 중원이 공평해졌다고
할까
누가 최종 김혜경의 남자가 될 지 모르지만
아내에게 나쁜 줄도 모르고 하나만 좆던 남자가
멈춰 관계를 반성하고 아내에게 선택할 기회를
넓혀준 거 이태준 식의 참회가 아닐까 싶어
그 와중에도 사회적 정의를 놓지 않는 이태준의
매력은 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