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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생각하기앱에서 작성

사이보그솔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2 23:50:06
조회 92 추천 0 댓글 0

눈이 퍼붓길래 산책에 가고싶었다. 안그래도 오늘의 투두리스트에 있던 산책이다. 나오는 길인데, 전처럼 콧등이 다시 지끈거렸다. 콧등이 너무 아팠다. 벌써 10년은 더 된 것 같은데, 그때 코뼈가 부러진 이후로 다른 문제들이 계속 벌어졌는데 나는 그걸 막을 수도 막을 의지도 없었다.

통각을 시작으로 여러 감정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로 많이 나빠진만큼 불행하게만 살아야될 것 같았다. 늘 괜찮아 괜찮아 나는 더 할 수 있어라고 버텨왔지만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것이 고통이었다. 이유없이 기분이 변하는 것도 괴로웠고, 내가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는것도 괴로웠고. 시시때때로 이곳저곳이 쑤셨던것도 날 아프게했고, 내가 바뀌지않으면 더 나빠질걸 알고도 행동하지 않았던 점, 누구라도 내가 그걸 극복하게 도와주지 않았던것, 지금도 그 짓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이 감각을 더 고통스러워했던건 상황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그 감각들이 따라다녔으니 무언가를 열심히 하여도 오래 버티지못하고 좌절하는 것이었다. 그 동안이 고통이었다는걸 깨달았다. 같이 프로젝트를 할 사람을 찾던건 그게 혼자하기 너무 큰 일이라 그랬고, 사랑을 나눌 사람을 찾던건 진정 나를 치료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랬고, 그간 힘들었던 느낌에 집중한건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호소하고 싶어서 그랬다.

준비를 다 마쳐두고 메인 엔진이 고장난 꼴이라니 너무 바보같았다. 그 이유도 내가 만든것이라니 너무 후회스러웠다. 되돌아가고싶다..

그러다가 생각이 들었는데, 따지고 보면 내 과거를 모두 고통이라 정의하는건 내가 밟고있는 땅이 지옥이라 선언하는 것 밖에 안되지 않나? The mutated reality라는 게임에서 '우리 모두 아래에 뭔가 돌아다닌다는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 얘길 꺼내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있듯이(원문을 못찾겠다). 그건 나를 더 괴로운 사람으로 만들고, 자기 연민에 빠뜨리고, 안될 이유만 키운다. 내가 진리로 삼아야할 것은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는 자만 구원할 수 있다"이고 그를 위해 내가 강하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전보다 상황이 좋아졌음에도 슬퍼만 하는 내 모습이 다이버전스를 만든다. 내 생각에 나를 이렇게 빠뜨린건 모두 글쓰기 때문 인 것 같다.

항상 슬플 때에만 글을 펴면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만 말하려 한다. 우리가 얼마나 슬픈지는 우리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내 표정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정말로 그런 사람들은 없어. 아직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한것 뿐이야. 그사람 눈으로 볼 수 없었거나, 볼 줄을 모르거나, 볼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았거나. 선임에게 사과 받았던 때를 기억하자. 내 얼굴을 보지 못하고 손발을 벌벌 떨며 미안해했다. 아직 나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들려주지 못했고 여전히 억울한게 쌓여있지만, 그만하자. 그만하면 됐다고. 나는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1년을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은 '보고싶어'. 이 한마디로 충분하다. '나는 외롭고 지쳤어'가 아니라.

정말로 글 쓰는 스타일을 바꿔야겠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고.. 사람은 절대로 자기가 느낀걸 그대로 전달할 수 없다. 느낀걸 그대로 옮기는 와중에도, 새로운 생각들은 더 빠르게 생겨난다. 심지어 BCI를 만들었다 해도 남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느끼게, 반응하게 할 수는 없다. 그걸 다시볼 나 조차 쓸때 느낀게 되새기며 느낀것과 같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일기는 작품이다. 영화던지, 다큐멘터리던지. 잠재적 독자(나)와 쓰고있는 작가(나) 둘 다 무엇을 발견할지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까. 더는 슬픈 면만 조명하지 말고. 나를 고통받는 이로 정의하지 말고. 과장해서 연민에 빠뜨리지도 말자. 다큐멘터리가 과장된 정도가 0%고, 시가 50%라면, 내 이야기는 코미디 만큼이나 과장되어있다. 조커라도 되는줄 알겠어 (이러면 보통 조커가 된다는 클리셰던데) 그럴리가. 나는 배트맨이 될거다. 사장일 수도 있고, 미디어 아티스트일 수도 있고, 연구경력을 가진 회사원일수도 있고, 핵티비스트 일수도 있지만, 남아야 할 것을 지키는 사람이라는건 똑같다.

못본지 4개월이 됐을테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그 친구를 보자. 그 친구를 만나면 고생 많았다고 열심히 울어줄텐데.. 마음 아파하지 말자

더 행복할 날을 위해 오늘이 특별한 날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경이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나 자신의 의미를 깨달았고, 아이스크림도 맛있던 평범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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