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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번역] 번역) 소설 수성의 마녀 #7 셸 위 건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7 17: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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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번역) 소설 수성의 마녀 번역본 모음
· 번역) 소설 수성의 마녀 번역본 모음





5 등단

회장의 뷔페 구획에 늘어선 수많은 요리 앞에서, 니카는 당황하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 온 것은 처음이었고, 트레이는 받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좋을지도 몰랐다. 지구에 있을 때는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자, 누군가의 손이 뒤에서 나와 니카의 트레이에 로스트 비프가 담긴 접시를 올려놓았다.

"괜찮으면 받아."

놀라서 돌아보니, 거기에는 샤디크가 있었다.

니카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금방 고개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이런 거, 잘 몰라서."
"별말씀을."

샤디크는 그대로 니카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평소와는 전혀 다른 무거운 어조로 속삭였다.

"나야말로, 지난번에는 고마웠어. 니카 나나우라."
"······아니에요."

니카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틴은 요리를 고르며 니카와 샤디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는 들리지 않아, 대화의 불길함까지는 알지 못했다.

한편, 슬레타는 엘란에게 이끌려 메인 스테이지 상부 테라스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미오리네가 빌려준 드레스는 최신 방수 처리가 되어 있어, 조금 닦기만 해도 금방 말랐다.

하지만 엘란에게 실수한 모습을 보여 버렸고, 슬레타는 그 이후로 안정을 찾지 못했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두근거리는 이유는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자, 이거."

엘란은 그런 슬레타의 감정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슬레타가 떨어뜨린 코사지를 조용히 내밀었다.

"·······아, 저, 죄송, 해요."
"괜찮아. 그 손수건은 신경 쓰지 마."
"그게 아니라."
"?"
"약속 장소도, 오지 않으, 시고······, 연락도, 되지않아서, 그······. 저, 걱정되어서······."

슬레타는 힐끔힐끔 시선을 내리며 엘란을 살폈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대해주고, 에어리얼에도 함께 탔는데, 갑자기 결투를 제안받았고, 그 후에 만날 약속을 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지만, 엘란을 만날 수 없었다.

슬레타 옆에 앉은 엘란은 상황을 짐작한 듯, 말을 맞춰온다.

"나야말로, 너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네······?"
"페일 사의 일로, 그날 이후 학원은 휴학했거든. 요즘 가는 프론트는 자기 폭풍이 심해서. 걱정 끼쳐서 미안해."

태양 활동은 불규칙하고, 프론트는 종종 자기 폭풍으로 인해 통신 불량 상태가 된다. 더 태양에 가까운 수성에 있던 슬레타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어 버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서, 만약 여기에 미오리네나 니카 같은 이들이 있었다면 엘란의 말에 의문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슬레타는 완전히 믿고 있었다.

"그럼, 다시 학원에 오시나요?"
"당연하지. 약속할게."
"······다행, 이에요. 이제는, 웃어 주셔서."

슬레타가 수줍어하며 말하자, 옆에있던 오리지널 엘란은 몰래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지만, 슬레타는 알 길이 없었다.

슬레타가 침착하게 엘란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지금의 엘란의 미소에서, 무언가를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특별해서, 슬레타는 들뜬 마음으로 있었던 것이다.

엘란이 일어서며,
"그럼, 슬슬 가볼까."
"네?"
"곧 홀더의 등단이잖아. 나도 함께 갈게."
"······!?"

그것은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엘란이 에스코트해줄 것이라는 말에, 슬레타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


메인 스테이지 근처에서, 신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랑을 찾고 있었다.

"니카! 슬레타 못 봤어?"
"헤어졌어?"

니카도, 뷔페에서 만족하며 합류한 마틴도, 물론 모른다.

미오리네는 계속해서 학생 수첩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지만——슬레타는 넘어진 후로 수첩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응답이 전혀 오지 않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대체 어디 간 거야, 그 녀석······."

회장을 둘러보는 동안, 조명이 어두워져 갔다. 사회자가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방문객 여러분, 이제부터는 특별 발표자로서 페일 테크놀로지스 CEO 여러분을 모시고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페일 사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될 것 같다. 페일 사의 플라잉 로고가 대형 스크린에 크게 표시되고, 네 명의 CEO가——평소의 정장이 아닌, 모두 동일하게 보라색 드레스 차림으로, 가슴에는 모두 깃털 장식을 달고——스테이지에 올랐다.

그 중 한 명인 뉴겐이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스티카시아 고등 전문 학원의 장래가 유망한 학생분을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어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 목소리에 맞춰 스테이지 중앙의 원형 부분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상승이 멈추고, 슬레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쳤다. 그 옆에 있는 이는 엘란이었다.

"슬레타!?"

미오리네는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저런 곳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슬레타는 긴장으로 굳어져 미오리네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6 추궁

페일 사의 CEO 중 한 명인 네볼라가 사회를 이어받는다.

"그럼,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희 회사가 자랑하는 모빌 슈트 <파렉트>의 파일럿, 엘란 케레스——"

엘란이 가슴에 손을 얹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회장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페일 사는 삼대가 중 하나로, 그 동향은 그룹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주목의 대상이다.

"그리고, 지난 결투에서 그 파렉트를 멋지게 격파한, 현 홀더이기도 한, 슬레타 머큐리 씨——"

이번에는 페일 사의 CEO인 칼이 슬레타를 소개한다.

슬레타는 엘란에게 이끌려 연단 위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서지만, 긴장해서 움직임이 어색했다.

"슷······, 스스, 스······슬레······!"

——허리 펴!

미오리네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 슬레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허리를 펴고, 아래에 있는 회장 전체를 향해 가슴을 폈다.

"······슬레타 머큐리, 입니다! 수, 수성에서 온 저에게, 학원에는, 배울 것이, 많아서······. 다양한 경험으로, 추, 충실합니다! 앞,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힘차게 고개를 숙이자, 큰 박수가 슬레타를 감쌌다.

"고마워요, 슬레타 머큐리 씨."

뉴겐이 감사의 말을 전하자, 다시 회장이 고요해졌다.

슬레타 뒤의 큰 원형 모니터에, CEO 4명이 말할 때마다 그 얼굴이 비춰졌다. 모두 상냥하게, 마치 진심으로 슬레타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칼이 슬레타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당신의 모빌 슈트, 정말 유니크하더군요."

이어서 네볼라와 골네리가 질문을 쏟아낸다.

"조종에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나요?"
"아니면 당신의 재능인가요?"

아무래도 칭찬받고 있는 것 같다. 슬레타는 긴장하면서도, 가슴을 펴고 대답한다.

"에어리얼이, 대단 한 거예요! 에어리얼은, 어릴 적부터, 항상 함께했던, 소중한 가족! 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자랑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가족’! 멋진 얘기네요."

뉴겐은 손을 모으고, 감탄하는 듯 말을 더 이어간다.

"그럼 한 가지 더. 저쪽의 엘란 케레스로부터, 지난 번의 결투 중에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던데요."
"네?"

슬레타는 어리둥절하여 옆의 엘란을 바라봤다. 엘란은 진지하게 되묻는다.

"그때 순간적으로 이상한 반응이 있었거든. 나와 너의 기체가 혼선되는, 것 같은······. 너도 느끼지 않았어?"
"······"

슬레타는 엘란과의 결투를 떠올린다. 그때, 평소보다 목소리가 잘 들렸다. 그것이 혼선이었는지는 몰라도, 평소와 다른 감각이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슬레타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대답해버린다.

"······네. 있었,습니다."

뉴겐은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과연······. 틀림없군요?"
"아, 네······!?"

슬레타의 발밑만이 점점 더 높이 올라가며, 스테이지 위로 상승해 갔다. 갑자기 발판이 움직여 놀랐지만, 항상 에어리얼을 타는 슬레타는 곧 익숙해져 안정을 찾았다.

뉴겐의 시선이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회장을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연다.

"······이로써 명확해졌습니다. 신세 개발 공사의 모빌 슈트 <에어리얼>은, 건담입니다."

슬레타에게 향하던 하얀 스포트라이트가, 공격적인 붉은 빛으로 바뀐다.

미오리네와 니카, 마틴은 숨을 죽였다.

회장에 소란이 퍼졌다.

아래쪽 연단에서 엘란이 과장되게 소리친다.

"건담이라고······!?"
"············엣, 에!?"

아까까지는 칭찬해주는 줄 알았는데. 갑작스런 전개에 슬레타는 혼란스러워한다.

칼의 발밑도 슬레타와 나란히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설명드리겠습니다. 저희 모빌슈트 <파렉트>는 GUND 포맷을 사용했습니다."

이어서 네볼라도 마찬가지로 상승하며 말을 이어간다.

"결투 위원회 및 저희 회사 감사 부서로부터의 보고로 발각되었습니다."

슬레타의 뒤에서 이번에는 골네리가 올라간다.

흠칫 뒤돌아본 슬레타에게 골네리는 비난하듯이 말한다.

"그 현상은 GUND 포맷의 상호 간섭으로 인해 발현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뉴겐이 올라간다. 이로써 슬레타를 네 방향에서 둘러싼 모양새가 됐다.

마치 심문회처럼——슬레타는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것처럼 되었다.

"건담에 반응하는 것은 오직 건담뿐. 즉, 에어리얼은 <건담> 이나 다름없습니다!"

회장이 술렁거린다.

슬레타는 필사적으로 반박할 수밖에 없다.

"잠·····, 잠깐만요! 에어리얼은 건담이 아니에요······!!"
"조금 전에 인정하지않으셨습니까, 본인 스스로가요."
"아니, 에요!"

그때, 제타크 사의 CEO 빔 제타크가 단말기를 마이크 대신 사용해 토론에 끼어들었다.

"건담의 제조, 소지는 카테드랄 협약 위반이다. 페일은 이 책임을 어떻게 질거지?"

이미 페일 사와 제타크 사는 비밀리에 협상 중이었다.

네볼라와 골네리는 준비된 대본을 읽듯이,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저희는 기체의 폐기와——"
"——해당 개발 부서의 해체를 약속합니다."

빔은 빔대로 마치 큰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공격의 방향을 바꾼다.

"그렇다면, 신세도 같은 처분을 받아야겠군."
"안······, 안 돼요!"

영문도 모른 채, 슬레타는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에어리얼을 지켜야만 한다.

불합리한 상황속에, 회장의 마틴도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인다.

"말도 안 돼. 그치만 저번엔······"

미오리네도 초대받았을 때부터 계략이 꾸며져 있었음을 깨닫고 스테이지 위의 CEO들을 노려봤다.

"저놈들, 에어리얼까지 함께 매장 해 버릴 생각이야······."
"잠깐, 뉴겐 CEO. 그녀는 자신의 기체가 건담이라는 걸 몰라. 개발자의 얘기를 듣는 게 순리야."

여기서 엘란이 목소리를 높인다.

엘란의 뻔뻔한 태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슬레타는 그대로 그의 말을 받아들여,
"앗······, 엄마!"

에어리얼에 대해서라면, 자신보다 어머니에게 설명을 듣는 편이 낫다고 확신한다.

슬레타는 회장을 향해 외친다.

"엄마, 엄마······!"

슬레타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엄마!"


7 부화

하지만 슬레타의 목소리는 프로스페라에게 닿지 않았다.

"뭔가요? 회장 밖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니?"

프로스페라와 고도이는 어스름한 반입구 플로어에서, 라우더와 제타크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버지로부터의 전언입니다. 예의 그 문제에 대해 재거래를 하자고요."
"흐음?"

하지만 프로스페라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고 있는 듯 처럼도 보였다.


***


회장에서는 슬레타의 고립 상태가 계속되었다.

어머니로부터의 답변은 없었지만, 슬레타는 혼자서 저항했다.

"에어리얼은 다릅니다, 건담이 아니에요!"

하지만, 부정만으로는 설득력이 없었다.

참석자들은 싸늘한 눈길을 슬레타에게 보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건담이었나······."
"신세는 끝났다."
"당연하지."

그런 목소리를 들으며, 샤디크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스테이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입술을 깨물고 있는 미오리네에게, 마틴이 평소의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좋아, 이대로라면 에어리얼이······"

VIP석에서는 새리우스가 델링에게 다가섰다.

"우리 베네리트 그룹은 <건담>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렇죠?"

건담은 파일럿의 목숨을 앗아가는——저주와 같은 이질적인 무기다. <바나디스 사변>을 계기로, 건담은 일절 금지되었다. 델링의 선언에 의해서.

새리우스는 델링을 계속 노려보았다. 새리우스를 포함한 삼대가 CEO들의 인큐베이션 파티에서의 목적은, 델링이 건담을 인정하는지를 가리는 것이었다.

스테이지 위에서 슬레타가 계속 호소했다.

"부탁입니다, 들어주세요! 엄마도, 에어리얼은 건담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에어리얼은 가족, 이라구요. 폐기라든가, 물건처럼 말하는 건, 너무합니다!"

그 목소리를 등에 업고, 새리우스가 더욱 델링에게 다가섰다.

"——승인해주시죠. 총재님."

잠시의 침묵 후, 델링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때.

"에어리얼은 폐기시키면 안 돼!"

회장에 울려 퍼진 목소리에, 델링은 눈을 크게 떴다.


***



회장 안의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며, 고결한 힐 소리가 울려퍼졌다.

"앗······."

슬레타는 작게 목소리를 냈다.

미오리네가 스테이지 위로 올라섰다.

"뭐······!?"
"에어리얼은, 페일 사에도 제타크 사에도 이긴 우수한 기체야. 폐기한다니 아깝잖아."

예상치 못한 방해꾼미오리네의 등장에, 빔은 당황했다. 게다가, 자사의 MS와의 결투 결과를 들먹이다니.

사태의 수습을 위해, 새리우스가 단말기를 통해 발언한다.

"왜 당신이? 미오리네님."
"당연하잖아. 나는 쟤 신부니까!"

당당하게 말한 미오리네의 얼굴에는, 분노가 배어 있었다.

"미오리네······씨."

슬레타는 감동을 숨기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그래슬리 디펜스 시스템즈 CEO 새리우스 제네리는 차분했다.

"문제를 잘못 파악하고 계신 것 같군요. 파일럿의 목숨을 앗아가는 비인도적 병기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슬레타는 멀쩡하잖아! 단지 부정하고 배제하는 것밖에 할 줄 몰라?"
"배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미오리네는 학생 수첩을 들어 올리며, 스태프에게 말했다.

"연결, 부탁드립니다!"

거대 원형 모니터와 학생 수첩이 연결된 것을 확인한 뒤, 미오리네는 빠르게 파일을 표시했다.

"과거의 결산 보고를 바탕으로, 파렉트의 기체 폐기와 파렉트 개발 부문의 해체에 따른 페일 사의 손실을 1200억으로 추정하여, 그 두 배인 2400억. 이 금액을 목표 금액으로 한 신규 사업의 플랜을 제안하겠습니다."

슬레타의 뒤에서, 미오리네가 단말기에 써넣은 자유롭게 설정한 금액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차례대로 표시되어 갔다. 슬레타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신세와 페일 사의 개발 부문을 M&A를 통해 인수하고 이들을 통합. 생명의 안전을 전제로 관리, 운용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겠습니다!"

슬레타가 서있던 연단이 스테이지까지 내려왔다.

미오리네는 당당하게 슬레타에게 다가서서, 거칠게 클러치백을 맡겼다.

"미······미오리네 씨. 에어리얼은 건담이 아니라——"
"조용히 해!!"

미오리네는 소리치듯 슬레타의 입을 다물게 하고, 학생 수첩을 조작한다.

"그 새로운 회사의 사명은——건담!"

——GUND-ARM Inc. (주식회사 건담)

거대 모니터에 미오리네의 손글씨가 표시된다.

"건······."
"담?"

니카와 엘란이 놀라며 중얼거렸다.

"핫, 하하."

샤디크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빔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허······헛소리하지 마!"

미오리네는 아주 애드리브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창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며, 회장의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미오리네 개인의 매력이자, 갈고 닦은 재능 덕분이었다.

"여러분은 지금, 베네리트 그룹의 실적을 회복시킬 기폭제를 원하고 있을 겁니다. 협약의 제약이나 생명 윤리 문제는 저와 회사가 떠안겠습니다. 투자는 익명 계약. 그룹으로부터도 독립한다면, 리스크는 없습니다!"

미오리네는 그 자리에서 학생 수첩에 새로운 글자를 써 넣는다.

모니터에는 RISK FREE! (위험리스크 없음!)이 떠올랐다.

주위의 비판을 두려워하여, 건담을 인정할 수 없는 자들을 끌어들일 셈이다.

"이 이야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신 분은 주식회사 건담의 설립에, 부디 투자해 주세요!"

미오리네는 목청을 높여 선언하고, 학생 수첩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 프레젠테이션은, 어찌 보면 학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참으로 훌륭한 것이었다.

하지만 회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샤디크는 다리를 꼬고 턱을 괴면서, 피식 웃었다.

"하지만, 안 돼. 그것만으로는."

슬레타가 모니터 화면을 올려다보았다.

"······에······?"

주식회사 건담에 대한 투자액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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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이 1%도 움직이지 않자, 미오리네는 위축되었다.

회장에 있는 투자자들은 손에 든 단말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손가락을 움직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 회장에 이렇게나 많은 투자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동요하는 미오리네에게 더욱 차가운 말이 던져진다.

"너의 제안에는 가치가 없다."

미오리네의 아버지이자, 베네리트 그룹의 총재인 델링 렘블랑이다.

정적이 감돈 회장 전체를, 델링의 위압적인 목소리만이 지배한다.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는거다. 어떤 호언장담을 해도, 그것을 뒷받침할 신용이 너에게는 없다."

숨죽이는 회장에서, 홀로 엘란만이 비웃듯이 중얼거린다.

"당연하지."

미오리네는 가만히 서 있다.

이대로라면 슬레타도 에어리얼도 지킬 수 없다.

"나가라. 아이의 고집에 장단 맞출 생각은 없다."

델링은 VIP석에서 나간다.

"기다려주세요!"

미오리네가 아버지에게 호소했다.

직후, 스테이지에서 하이힐이 튕겨 나갔다.

미오리네가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맨발이 된 것이다. 그리고 숄을 잡으며 슬레타에게 다가갔다.

"미오리네······씨."
"지킬 거야. 내가 너를."

그리고 미오리네는 곧바로 달려나갔다.

——우선 그 귀여운 고집을 버려야겠네요.

"고집이 아니야······!"

미오리네는 넓은 회장을 달려, 마침내 아버지가 있는 VIP석 아래에 도달해 숨을 고르고, 헝클어진 머리 상태로 학생 수첩을 내밀었다.

"무슨 짓이냐?"
"······당신에게, 투자받고 싶어."

델링은 엄한 표정으로, 말없이 그대로 있었다.

"당신 말대로, 지금 이대로는 내 제안에 동참할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 베네리트 그룹의 총재인——당신의 신용을 빌리고 싶어요!"

미오리네는 델링을 똑바로 응시하며 있는 힘껏 호소한 뒤, 급히 고개를 숙였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서. 미오리네는 그 자세를 유지하며, 회장 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큰 목소리로 말한다.

"부탁드립니다!!"

미오리네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질끈 감고, 델링의——아버지가 아닌, 총재의——말을 기다렸다. 매우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멀리서 발소리가 다가오더니 미오리네의 옆에서 멈췄다. 어릴 적 떠나갔던 그 발소리를 역재생하는 것처럼.

"도망치지 마라."

델링 총재가 미오리네에게 말했다.

미오리네는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건담의 저주는 무겁다."

미오리네가 대답하기 전에, 델링은 떠나갔다. 심복인 라잔과 함께.

미오리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스스로 부탁했음에도, 마음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아버지가, 나를 인정했어?

"아······."

미오리네는 학생 수첩을 확인했다.

투자액——3%

"아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솟구치며, 미오리네의 눈동자가 감탄으로 흔들렸다.

3이라는 숫자 자체는 작기는 하지만, 델링에 의한 투자——즉, 델링이 미오리네에게 맡긴 신뢰의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3%는 금액으로 하면 72억. 개인으로부터의 투자액으로서는 상당히 큰 것이다.

스테이지에서 미오리네를 지켜보던 슬레타였지만, 뒤에서 들리는 모니터 소리에 뒤돌아보았다.

표시되고 있는 투자액은 3%에서 7%, 22%, 58%로, 순식간에 상승해 갔다. 회장의 투자자들이 경쟁하듯 단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델링에 의한 초기 투자가 신용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다. 신용이 신용을 불러온 것이다.

투자액은 목표치인 75%를 넘어서, 모니터의 원형 그래프가 마침내 가득 찼다. 동시에 스테이지에서는 화려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BUSINESS SUCCESSFULLY FORMED (사업 성립)’이라고 표시되었다.

주식회사 건담이 실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다.

"와아······!"

종이 조각이 날리는 스테이지를 올려다보며 니카와 마틴은 환호성을 질렀다. 둘에게 슬레타는 같은 지구 기숙사의 기숙사생이자, 동료였다. 주식회사 건담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예상도 할 수 없지만, 슬레타의 위기를 미오리네가 구해낸 것은 니카들에게도 기쁜 일이었다.

"헤에."

스테이지 위의 엘란도 비꼬는 표정으로 감탄했다.

"훌륭해."

샤디크는 자신의 정보망을 통해, 오늘 아버지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음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그것을 미오리네가 인큐베이팅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수성 친구를——타인을 지키려 할 줄이야. 샤디크는 솔직하게 박수를 보냈다.

"크윽······!"

빔은 분노와 원통함에 몸을 떨었다. 아들 구엘은 에어리얼에 두 번, 파렉트에 한 번——즉, 건담에 세 번이나 패배하고, 제타크 사의 융자는 축소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증오하는 건담을 부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델링과 미오리네——렘블랑 부녀에게 뒤집히고 말았다.

반면 페일 사에게는, 폐기할 예정이던 건담 부문이, 단순한 손실이 될 곳이 오히려 고액으로 인수되는 셈이어서, CEO 4인방은 유쾌한 기분이었다.

"형세가 바뀌려나 보네."
"그러네."

골네리가 중얼거리고, 뉴겐이 즐거운 듯 대답했다.

그리고 또 다른 삼대가의 CEO, 새리우스는 델링의 등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인정했군, 건담을."


8 딸들

새로운 사업의 탄생으로 회장은 들떠 있었다. 게다가 그 사장은 그룹 총재의 딸 미오리네이며, 총재 자신도 투자했다.

"미오리네 씨!"

슬레타가 단상에서 VIP석 쪽을 올려다본다.

이렇게 대규모의 것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성립시킬 수 있다니. 그리고 무사히, 슬레타의 위기를 구할 수 있었다.

큰 박수 속에서, 미오리네는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회장의 기업가들과 투자자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회장 밖에 있는 프로스페라들에게도, 미오리네의 성명(聲明)이 들려왔다.

——주식회사 건담은,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약속드립니다!

"어쩐지 떠들썩하네요."

프로스페라가 즐거운 듯 중얼거리고, 라우더에게,
"얘기, 아직 안 끝났나요?"
"윽······"

프로스페라를 회장에서 데리고 나와, 슬레타에 대한 추궁을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빔들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미오리네가,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주식회사 건담>의 창업을 제안하고, 더욱이 델링이 지지하면서, 또다시 에어리얼과 슬레타를 지켜냈다.

라우더는 손가락을 머리카락에 꼬면서, 아버지 빔처럼 분함에 어깨를 들썩였다.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회장에서, 슬레타는 미오리네들과 폐회 안내를 듣고 있었다.

——오늘 바쁘신 와중에, 저희 베네리트 그룹의 인큐베이션 파티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도 미래가 유망한 사업 계획을 여러분께 제안할 수 있었던 것, 저희 일동은 마음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회사라니."

미오리네가 해낸 일에, 마틴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슬레타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에어리얼에 대한 추궁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슬레타."

프로스페라가 다가온다.

"아——"

마틴이 길을 비켜준다.

"엄마······."

슬레타는 엄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너무 많아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미안해. 잠시 일이 생겨서 자리를 비우고 있었어."

미오리네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보인다.

하지만 프로스페라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민다.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미오리네 렘블랑 씨."
"!"

델링 렘블랑의 딸이 아닌, 이름을 불려서 미오리네는 조금 놀랐다.

"당신이라면 안심하고, 우리 딸들을 맡길 수 있겠어요."

인정한다는 의미일 것이지만, 미오리네는 프로스페라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오리네는 당당히 그 손을 맞잡는다.

"걱정 마세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슬레타가 참지 못하고 프로스페라에게 말을 건넨다.

"어, 엄마!"
"응?"

프로스페라가 슬레타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에어리얼, 건담 아니지? 왜냐면 엄마, 건담이 아니라고——"

"——아니. 건담이야."

엄마의 말에, 슬레타의 사고는 몇 초간 완전히 멈췄다.

"······어?"
"미안해, 결국 들켜버렸네. 에어리얼은, 건담이야"
"컥"

슬레타는 더 이상의 할 말을 잃고, 소리 없는 목소리만 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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