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기차 안에는 나를 포함해 15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불편한 의자 덕분에 엉덩이가 아파왔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여행이기 때문에 큰 기대감을 느끼고 있었지. 그나저나, 밖을 보면서 신기해하는 나를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완전 촌놈이잖아, 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도중,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핑크색 치마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고, 목에 맨 검정색 리본이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머! 안녕? 옆에 앉아도 되니?”

 상대방은 자리에 앉아서 말을 걸어왔다. 당황한 나머지,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의자 밑에 찡겨있는 가방을 한 번 보다가, 다시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무언가 있는 게 보였다. 입 주변에 보이는 것은 점인가? 아니면 장신구인가?

“어, 에?”

“뜬금없이 말을 걸었나? 미안. 불편하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 아니야! 괘, 괜찮아. 말 걸어도 돼.”

“그래? 다행이다! 많이 심심했거든.”

 밝게 웃고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으니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뭔가 이번 여행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가운데, 나는 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하는 게 좀 어눌해서 대화가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상대방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네 이름은 뭐야? 나는 마리나 도멕. 마리나라 불러줘.”

“어… 나는, 어. 잘 못 알아들을 거 같은데, 괜찮겠어?”

“어, 괜찮기는 한데. 음… 그렇다면 가볍게 부를 수 있는 건 없어? 애칭이라던지.”

“애칭이라… 그렇다면 초이. 초이라고 불러줘.”

“초이? 뭔가 독특하다. 동양에서 온 거 같은데. 맞아?”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앞에 있는 누군가가 우리의 대화를 끊었다. 걸걸하고 화가 많이 난 목소리였지.

“씨발, 여기 전세 냈냐? 시끄러 죽겠네. 좀 닥치고 가만히 있을 수 없냐? 잠 좀 자자, 잠 좀! 아오, 씨발 것들.”

“죄, 죄송해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에게도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그들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누군가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노란 머리에 두툼한 공항 점퍼를 껴입고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있는 그녀. 앞에 있는 누군가를 흘기듯이 보고는 내 앞 자리에 앉았다. 크게 쉬는 한숨은 덤.

“미안하구나, 얘들아. 저딴 어른을 막을 수가 없어서 말이지.”

“괜찮아요. 제가 좀 시끄러웠는걸요.”

“그렇긴 했지. 그래도 욕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저 새끼도 시끄러웠으면서, 할 말은 참 많네.”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속 투덜거리는 그녀였다. 나는 그녀를 보다가, 가슴팍에 있는 카메라에 시선이 꽂혔다. 카메라 렌즈가 유난히 반짝여서, 그걸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책이나 신문으로 봤던 카메라가 내 눈 앞에 있다니. 엄청 비싸 보이는 카메라라고 생각할 무렵, 그녀가 내 어깨를 두 번 찌르는 게 느껴졌다.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거 아니니?”

“네? 어, 뭐가요?”

“너… 아니다. 다음부턴 조심하렴. 그 때는 정말 화낼 거니까 말이야. 남자들이란.”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말을 하려고 하니까 숨이 턱, 막혀왔다. 그녀의 살짝(?) 화난 인상 덕분에 취조를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 다행히도 마리나가 이를 눈치채고 날 도와주었다.

“언니. 얘는 언니의 가슴을 본 게 아니에요. 카메라를 보고 있었어요.”

“…아? 이거? 이게 그렇게 신기하니?”

“어, 네. 실제로 카메라를 보는 건 처음이에요.”

 도와준 건 정말로 좋았는데, 하필 그 부위를 대놓고 말해 버렸다. 그 말을 듣고 뭔가 얼굴이 뜨끈해지는 게 느껴지는 가운데, 앞에 있는 그녀는 피식, 가볍게 웃고는 그 카메라를 들어 보였다. 내 얼굴을 보고 웃은 거겠지? 아, 쪽팔려.

“나는 기자란다. 지금 가는 곳이 좀 이상해서 조사하러 가는 중이지.”

“네? 이상하다고요…?”

“응. 하지만, 그 이상은 알려줄 수 없어. 일급 기밀이거든.”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그녀. 무엇보다도 앞에 있는 남자가 또 소리칠 게 뻔했으니, 여기서 말을 그만두는 게 좋을 거 같았다. 그나저나 지금 가는 곳이 이상하다고?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이 점점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기차에서 내려야 하나?’

 하지만, 달리는 기차에서 내릴 정도로 난 대담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잠이 오지? 눈이 점점 감기는 가운데, 눈을 부비고 창밖을 보았다. 너무나 뿌옇다. 언제까지 계속될 지 의문을 가진 채, 나는 잠에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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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소설이라 이상할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