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1858876
※ 그냥 첫 키스 얘기하는 것 뿐
- 투고일 : 2024년 3월 27일
- 작가 : 黒音符
# 헤븐번즈레드 #헤번레 #카야모리루카 #이즈미유키 #루카윳키
- 레몬 사탕 -
“첫키스는 레몬맛이라는데"
너무나 뜬금없는 그 발언에 나는 순간 먹고있던 사탕을 잘못 삼키고 말았다. 황급히 근처에 있던 물병을 잡아 물을 들이켰다.
사탕이 무사히 목을 넘어가는걸 느끼고 나는 겨우 숨을 쉴수 있었다.
진짜 위험했다. 하마터면 목막혀 죽을 뻔했다.
전장에서의 명예로운 죽음도 아니고 불치병으로 인한 불행한 죽음도 아니고 사탕먹다 질식사라니 농담도 안된다.
나는 그렇게 만들뻔한 원흉을 노려봤다.
"갑자기 뭐야 대체."
아까부터 해서 그런 비슷한 화제도 나온 적이 없다. 둘이서 방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말을 꺼낸건지. 그리고 하필,
"왠지 모르게 윳키 보고 있으니까 생각났어."
사람이 레몬맛 사탕을 먹고 있을때 말이지.
현재 이 방에 우리 말고 다른 인간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아까 그걸 누군가가 들었으면 또 쓸데없이 참견을 해왔을게 분명하다. 특히 아사쿠라랑 토죠.
그런 사이 아니라고 몇번이고 말했는데 도무지 말을 알아듣질 않으니까.
그래? 라고 짧게 대답하고 나는 이 대화를 마무리지으려 했다.
이 대화를 더 이어가봤자 얻을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이 얘기는 분명 더 긁으면 부스럼이 될 얘기다.
나는 아주 조금,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옆의 소녀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곤란한걸."
"뭐가?"
"나는 신거 잘 못먹거든."
"…………"
이녀석은 아직 이 대화를 끝낼 생각이 없나 보다. 사람이 기껏 대화를 마무리지었는데 그걸 통째로 무시하고 있다.
내가 지금 질색하고 있는게 보이질 않는건가? 아니면 다 알면서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건가? 왠지 후자일거 같네.
어쩔 수 없다. 여기선 얘기를 받아줄 수밖에. 그녀의 고민을 빠르게 해결해주고 그걸로 끝이다 이 이야기는.
"애초에 첫키스가 꼭 레몬맛이라고 할수는 없을걸?"
"어, 어째서 알고 있는거야? 설마 윳키……!"
"아니거든! 나도 해본적 없어! 그냥 조금만 생각해도 알수 있는 거잖아!"
"키스 느낌을?"
"아니라고!!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건데 나 그런 말은 안했잖아!!"
"마시멜로는 말랑말랑한 정도가 입술과 똑같대."
"여기서 다른 얘기 꺼내지 마! 게다가 왜 하필 여기서 그 얘길 꺼내는데! 너 때문에 앞으로 마시멜로 먹기 힘들어질거 같잖아!!"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겨우 숨을 들이쉬었다.
이건 안된다. 이녀석이랑 얘기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계속 옆길로 샌다.
빨리 원래 하던 얘기로 돌아가야지. 이대로는 영원히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거다.
그런데 무슨 얘기하고 있었지? 아 맞다 첫키스 얘기였지.
"잘 생각해봐. 아무리 첫키스라고 해도, 예를 들어 카레나 마늘 먹은 다음에 첫키스하면 거기서 레몬맛이 날거라고 생각해?"
"아, 확실히."
내가 말해놓고 내 말에 내가 신물이 났다. 첫키스가 마늘맛이라니 그런건 싫다.
그건 그것대로 기억에 남기는 하겠지만 이왕 기억에 남을거면 달달한 맛이 났잖아. 아까 루카가 말한것처럼 레몬맛이라던가.
방금 나 뭐라고 생각한 거지? 애당초 그럴 상대도 없잖아.
나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냈다.
"이야~ 다행이다. 이걸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
"다행이네. 아무래도 좋은 고민이 하나 해결되서."
적당히 맞장구 쳐주면서 나는 사탕 봉지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에 닿은걸 아무거나 꺼내서 색을 확인하고 무심코 얼굴을 찌푸렸다.
노란색. 또 레몬맛이다. 분명 이거 말고도 여러가지 들어있을텐데.
순간 다시 넣고 새로 꺼낼까 싶었지만 그건 내가 아까 그 대화를 너무 의식하는걸로 보일거 같아서 싫다.
루카한테 들켜서 추궁받으면 무마해낼 자신도 없고 말이다.
결국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사탕 포장지를 뜯었다.
"그런데 윳키 말대로면 말야"
"응?"
"지금은 레몬 맛이라는 거네?"
"…………"
사탕을 입에 넣기 전이라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또 목에 걸릴 뻔했다.
두뇌가 풀가동됐다.
방금 그건 무슨 의미로 한 말이야? 아니 애당초 무슨 의미가 있긴 한건가? 의도는 뭐지? 나에게 뭘 원하는 거야?
키스 얘기에 사고가 잡아먹혀서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결론밖에 나오질 않는다.
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루카도 아까 자기 신거 잘 못먹는다고 그랬는데.
바보같은 생각도 적당히 해라 진짜. 사춘기 남자 중학생이냐고.
아무튼 지금은 누가 들어도 무난하게 들릴 대답을 하자. 적당히 동의 의사만 표하면 문제없을거다.
표정에 내 혼란스런 마음이 드러나지 않게끔 주의하면서 나는 말을 꺼냈다.
"그 맛은 너만 느낄 수 있을걸?"
"어?"
"아."
말꺼내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이게 어디가 무난한 대답이야 난 바보냐?!
스스로 무덤을 파면 어떻게 하냐고!
아무래도 나는 지금 내 생각 이상으로 동요하고 있는것 같다.
한번 떠올리기만 했다가 구석으로 치워버린 생각을 그대로 입밖으로 꺼낼 정도로 말이다.
이래서는 내가 지금까지 얘기를 나랑 루카가 키스하는 걸 전제로 깔고 하고 있었다는 걸로 받아들여질거다.
아니 솔직히 아니라고는 못하지만, 실제로 한순간 상상해버리긴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다 루카 잘못이잖아. 그런 식으로 말을 한게 문제라고.
그렇게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던 나는 갑자기 들린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너 지금 뭐하고 있어?"
"응? 으음……"
사탕 봉지에 손을 넣고 바스락거리다 사탕을 꺼내고 다시 그걸 집어넣고 다시 사탕을 꺼내고 다시 넣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영문을 모르겠다. "아니야" 라든가, "더 없어?" 라든가 중얼거리고 있는 걸 봐선, 어떤 특정한 맛을 찾고 있는거 같긴 한데.
결국 좀처럼 못찾겠던 건지 루카는 사탕봉지를 통채로 뒤집었다.
다채로운 포장지에 쌓여있던 사탕들이 상 위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어이, 어지럽히지 마."
"나중에 잘 정리할께… 앗, 찾았다 찾았어"
사방팔방에 흩어진 사탕 속에서 루카는 딱 한 사탕을 집어들었다.
선명하게 노란 포장지로 포장되어있던 그 사탕은 내게 정말 심하게 낯이 익은 사탕이었다.
"너 신거 잘 못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왠지 지금은 잘 먹을수 있을거 같아."
"그거 참 편리한 혀네."
"뭐어 한번 보고 있어봐."
툭 하고 루카는 사탕을 입안에 던져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얼굴을 찡그렸다.
"셔……"
"거 봐."
"그래도 왠지 달콤한걸."
"그야 사탕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도 손에 계속 쥐고 있던 사탕을 입에 넣었다.
혓바닥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알사탕은 어째선지 아까 먹었던 사탕보다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