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샤 덕질을 멈추려고 해
나는 아직 헬로 샤를로테같은 작품을 덕질할 정도로 성숙한 사람은 아닌것 같아
헬로 샤를로테 에피3의 진엔딩에서, 찰스는 본인의 과오와 상처를 깨닫고 본인이 만든 허상에서 빠져나오지
하지만 찰스가 현세에서 안정적인 사람은 아니었고, 허계에서 존경하던 작가인 C의 몸에 들어가도 C가 될수는 없었어
솔직히 현실의 나를 가상의 캐릭터에 대입하는건 진짜 개찐따같은 행동이고 최악의 자기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알아

이 작품을 알고, 이 작가에 대해 알게 되고 동시에 존경하게 되면서 나도 이 작가처럼 독창적인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꿈이 있었거든.
근데 내가 워낙 유리멘탈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 내가 얼마나 초라하고 오만한 상상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직시하게 된 것 같아.
Etherane은 정말 천재야. 의대 출신인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사람인데 그림도 잘그리고 글도 잘쓰고 작가의 작품세계에 개성이 뚜렷해. 심지어 피아노도 치신다 하더라고. 이사람이 천재인건 솔직히 내 인생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긴 해. 하지만 이렇게 잘난 사람이 있는데 내가 굳이 그림을 그리고 창작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
그냥 계속 비교가 돼. 작가분이 잘못한건 전혀 없어. 하지만 내가 잘못된것같다는 생각이 끝도없이 드는거야. 시험 성적은 엉망에 인체도 제대로 못그리는 내가 미래에 내가 원하는 꿈은 커녕 제대로 살 수는 있을까 싶은거지. 나랑 또래인 친구들은 꾸준히 분발하는데 나만 모질이같은거야. 세상에는 나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내가 그 세상에 끼여 살아갈 이유를 못느끼겠어
그럴때마다 망상을 해. 찰스가 망상 속 누나를 만들고 허계를 고안한 것처럼. 내가 미래에 천재가 된다면? 누구보다 그림을 잘 그리고 강철멘탈이라면? 헬샤라는 작품을 알기 전부터 이래왔지만 작품을 보고 스스로 똑바로 자각하고 나니까 내가 절대 정상적인놈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어. 지금은 걍 허무해. 내가 꿈꿔왔던 것들이 사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니까 슬프다는 감정도 안들어. 훌륭한 사람한테 질투하고 자기비하하고 망상하고 반복이라 어디서부터 끝내야할지 모르겠어. 소울큐브 박살내듯 단박에 끝내면 좋을텐데
그래도 작가분의 신작 twc 덕분에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면 좋을지 조금 감을 잡은 것 같아. 처음에는 너무 난해해서 해석을 찾아봤는데 천상인과 만나고 한 이야기가 허무를 마주한 이후 어떻개 해야할지에 대해 대화한거라고 알게 되니까 당분간은 감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굳이 내가 존경하는 사람을 신으로 추앙하고 자기비하와 허계에 빠지기보단 한발짝 물러나서 현세로 돌아가려고. 나중에 좀 더 진정되면, 그때 다시 만나자.
감정을 마구잡이로 풀어써서 좀 비논리적인 부분이 많을 수 있고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을 수 있어. 욕하거나 찐따같다고 놀려도 달게 받을거니까 상관쓰지말고. 다들 힘들게 살고있을텐데 길게 늘어놓은거 읽어줘서 고맙고. 나중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