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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합작] Side Effect - 9모바일에서 작성

아이아닌아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1 01:10:23
조회 97 추천 5 댓글 0
														
하루토는 그 이후로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학교는 물론이고 식사도 잘 하지 않는다.

"하루토.. 엄마랑 이야기하지 않는건 괜찮아.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앞에 두고 갈테니까 챙겨먹으렴."

"......."

나는 매끼니 식사를 방앞에 두고 그 옆에 기대 앉아있는다. 다행히 첫날은 식사에 손도 대지 않았으나 이튿날부터는 조금씩 입에는 대는것 같다. 잠시라도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어 기다려보지만 내 인기척을 느끼면 방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가 밖에 나가면 그제서야 식사를 하는 것 같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하루 세번씩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 평소에는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고 걷던 길. 어느새 날은 추워져 도쿄는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벌써 연말이구나'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이고, 길을 걷는 사람들 손에는 선물이 들려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더욱 씁쓸하다.

하루토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과거를 속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자만이었다. 내가 저지를 잘못은 그렇게 쉽게 씻겨나가지 않는다. 순백색의 도시와 달리 내 손은 빨갛다. 피로 얼룩진 손으로는 역시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그렇게 점점 체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을까.

"시...호?"

'두근'

며칠만에 방밖으로 나온 아들의 첫마디.

아들의 갑작스런 호명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하마터면 또 쓰러질뻔 했다. 몸과 마음이 약해진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단순 호명에도 놀란다. 마음을 다잡고 하루토를 돌아본다. 아들의 눈빛에 기억이 돌아온 듯한 기색은 없다.

"혹시 예전에 나는 엄마를 그렇게 불렀었어?"

생각해보니 예전에 그는 나를 한번도 '미야노'라던가 '시호'라고 부른적이 없었다. 내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갔을 적에도 나는 '하이바라'였다. 그런데 그였던 아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나는 무너져 내릴것만 같다.

"아니. 과거의 너는 나를 항상 '하이바라' 라고 불렀어"

"그렇구나... 미안해"

"하루토가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아들은 고개를 숙인다.

"나... 아무리 기억하려고 하고, 억지로 잠을 청해서 꿈을 꿔 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하지 않아도 돼, 하루토. 엄마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해. 그냥 이대로. 그대로......"

"그건 안돼 엄마. 이미 늦었어."

그 한마디가 나에게 경종을 울린다.



끝났다.
역시 나에게 행복은 무리였다.
결국 내가 어둠속에서 뿌린 씨앗은 나도 모르게 자라 내 몸을 조르고 있었다. 그 덩쿨은 이제 내 발목 뿐만이 아니라 턱밑까지 와서 목을 조인다.
숨쉬기 힘들다. 과호흡이 온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런데 뒤에 이어진 예상밖의 이야기.

"그 해독제라는거 혹시 지금은 구할 수 없을까?"

"무슨..?"

"나... 사실 떠나버릴까도 생각했었어. 근데 그건 너무 무서웠어. 엄마가 없는건 상상할 수 없어. 그렇다면 혹시 내가 다시 커지면 엄마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 엄마랑 있을 수 있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하루토 무슨 소리야. 그건 안돼. 그건 너무 위험해. 안돼"

"그래도 나... 해보고 싶어"

이건 안된다. 절대로.

"하루토 그건 절대로 안돼. 안되는 건 안되는 거야"








----------

그 후.
하루토의 선택으로 일단 우리는 계속 같이 살게 되었다. 물론 조건은 해독제의 무조건적이고 항구적인 포기와 과거에 대한 영원한 함구.

다행히 그날 이후 하루토는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 두통도 제법 좋아진거 같다. 학교에서 조퇴하는 날이 많이 줄었다. 역시 과거의 그가 하루토를 괴롭히던거였을까?

그렇지만 두통이 완전히 나은건 아니다. 다만 이전과 다르게 머리가 깨지는 느낌은 아니고, 머리속에 안개가 낀거 같고 아득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결국 하루토의 두통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날부터였다. 점점 커가는 하루토는 그 나이대에 남학생에 맞게 장난기도 많아진다. 그렇지만 하루토가 치는 장난은 도가 지나치다.

하루토는 가끔씩 내 뒤로 몰래 돌아와 나를 부른다.
'시호'
과거 그에 대한 내 감정을 얘기한적은 없지만 지난번에 한번 불렀을때 내 얼굴이 볼만했나 보다. 하루토는 그렇게 내가 곤란스러워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슬프게도 계속되는 그 목소리로 하는 장난이 내 머리속에서 내 마음속에서 그의 존재를 계속 끄집어 낸다. 10년간 억눌러온 감정은 무뎌지긴 했지만 작아지지는 않았나보다.

매일 밤 그리움에 간신히 잠에 든다.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지만 단 한번도 꿈에 나타난적은 없다. 감정을 잊은 줄 알았지만 사실은 숨겨놨던거 뿐이었다.

'보고싶어'







....

......

..........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예전 그 아이였을 때처럼 밤새 작업을 한다.

마치 불나방이 본인의 몸이 타는걸 알면서도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나는 본능적으로 해독제에 끌린다. 결국 나는 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다.


미쳤다는건 안다.
그의 부모님과의 약속도 지킬 수 없다.
역시 나는 거짓말쟁이다.











-------------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하루토는 초등학교 6학년.
이제 슬슬 키와 골격이 커지고 목소리는 점점 낮아지는 사춘기. 기다리던 시기가 왔다.

나는 하루토를 부른다.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하루토...... 혹시.... 그 생각 변함이 없니....?"

하루토는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이다가 눈치를 챈듯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토도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걸까?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낸다. 그 속에는 새하얀 알약이 하나 들어있다.





사실 그 이후에도 계속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그리운 감정이 폭발하듯 솟구쳤지만 하루토의 장난이 줄면서 다시 점점 잊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해독제 연구를 잠시 중단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토의 장난이 줄어든다는건 그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것. 하루토는 철이 들면서 본인의 과거에 대한 인식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우리 둘은 당연히 서로를 밀어낼 수 밖에 없다. 형식적으로 모자라는 관계를 갖고 있었지만 나와 하루토 사이에는 점점 어색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엄마의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나의 이성은 그를 친부모님에게 돌려보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감성은 그를 이제 더 이상 놓치기 싫다고 한다.

이성과 감성의 충돌.
하지만 어차피 이성은 감성의 노예일 뿐이다.
나의 선택지는 정해져있었다.





그렇게 수년의 고민과 연구끝에 만든 알약 한알. 그 악마의 약의 해독제. 이 해독제가 나와 그의 운명을 한번 더 꼬아놓았다. 둘 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약들이다. 이 약들이 없었다면 그와 나는 서로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고, 특히 그는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악마의 약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1년을 선물해주었다. 18년 평생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그 1년동안 다 해보았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느껴보았다. 사람의 따뜻함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첫사랑이란걸 해보았다.

결국 나는 그 1년의 추억으로 평생을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때의 사랑은 시간을 타고 흘러흘러 지금의 아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그 약이 혹시 나에게는 축복의 약이었을까? 그 정체 모를 약의 해독제를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직접 내 아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나는 인간실격이자 엄마실격이다.






"엄마!"

「 ! 」

"그런 표정 짓지마요. 나 어떻게든 돌아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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