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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세계는 지금 몇 시인가요?(2)

장기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02 16: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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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글쎄. 그때 딱히 의식하지 않아서 잘 기억이 안 나네.”


렌코는 이번엔 샌드위치를 조금만 깨어 물고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사실 메리는 답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메리가 렌코를 처음 만났을 때, 렌코는 시간을 알려주기 전에 물었다. 세계단일시와 일본표준시 중 어느 쪽이냐고. 그리고 일본 시각을 알려주었다. 최소한 그때 하늘에서 일본 시각을 볼 수 있었다는 뜻이고, 어쩌면 세계단일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알 수 있었기에 그렇게 물은 것이라고 메리는 잠정적으로 답을 내렸다. 물론 그때도 시계를 여러 개 지니고 있었으니, 그 시계를 보고 답해줄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메리는 그래서 본인에게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정작 렌코는 그때 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옛날 일이니까. 기억이 잘 나지 않나 보지. 이제 세계단일시를 쓰면 앞으로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서 말이야. 안 그래도 렌코도 예전보다 더 많은 게 보인다고 하고.”


“아아, 하긴. 이젠 밤하늘이 아니어도 여기저기서 시간이 그냥 툭 하고 보이는 느낌이니까 말이지. 그런데 세계단일시를 쓰게 되면 어떻게 되려나? 갑자기 세게단일시로 보이는 걸까? 아니면 둘 다 보이나? 그러면 신기하겠네. 애초에 일본표준시가 보이던 것도 굉장히 신기하긴 했지만 말이지.”


렌코는 속 편하게 웃긴 했지만 마냥 웃을 일은 아니었다. 메리가 경계를 보는 능력이 날이 갈수록 강해진 것처럼, 렌코가 시간을 보는 능력도 계속해서 강해져 갔다. 렌코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밤하늘에서만 보이던 시간은 어느 순간부턴가 저녁 하늘에서, 이윽고 낮에도 보이게 되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렌코는 이제 하늘을 보지 않아도 시간을 볼 수 있었다. 아침에 렌코가 방 안에서 천장만 보고도 시간을 메리에게 알려주고 카페에서 시계가 잘못 맞춰진 걸 알 수 있는 것처럼. 메리도 점점 경계를 보는 능력이 강해졌던 만큼, 렌코에게 그게 어떤 느낌일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메리가 보는 경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실제로 믿지도 않고 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존재였다. 하지만 시간은 아니었다. 시간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중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에 의해 정해진 기준이기도 했다. 애초에 일본표준시로 밤하늘에서 시간을 볼 수 있다니, 경계라는 아리송한 개념을 볼 수 있다는 것보다 더 기괴하기 짝이 없는 능력이 아닌가. 메리는 렌코가 그렇게 속없이 편하게 지내는 것도 그래서 아닐까 싶었다. 의문을 가지는 순간 갑자기 너무나 혼란스러워지는 능력이니까.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쓰는 시간의 기준마저 변하다니, 렌코의 능력은 이제 어떤 식으로 변할까. 계속 일본표준시로 보일지, 아니면 세계단일시로 보일지. 아니면 둘 다 보일지. 변한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보는 시간이 변하는 것이고 안 변한다면 대체 왜 일본표준시로만 보이는 것인지. 아마도 평생 답을 알 수 없을 물음들이 너무 많았다. 메리도 그런 물음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기에 렌코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복잡하네. 남들한테 안 보이는 걸 볼 수 있는 건 말이야.”


“그러게. 저번에 세계단일시가 도입될 때도 꽤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 같아. 그때는 지금만큼 많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내게 보이는 게 변할까 아니면 쓸모없어질까. 내가 보이는 게 변하면 역시 내 능력은 인간이 만든 기준으로 정해지는 걸까? 그러면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다 보면 남들도 나처럼 볼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러면 나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모두가 할 수 있는 거였던 게 될까? 자연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인공물로 모두 자리를 내준 것처럼?”


렌코가 살짝 자신의 고민을 내비치자 메리는 왠지 물으면 안 될 것 같았지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안 바뀌면? 그냥 일본표준시로 보이면?”


렌코는 눈을 살짝 감으면서 답했다.


“글쎄, 그러면 나는 계속 바뀌는 세상에서 별 의미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걸지도.”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난 뒤 렌코와 메리는 말 그대로 휴양을 즐겼다. 그 휴양지는 느긋하게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산책로를 조성해두었다. 둘은 호수는 언제든지 즐길 수 있으니 호수와는 반대 방향인 숲의 산책로를 걸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발목 정도의 높이까지만 올라오던 나무들은 점점 거대해지더니, 둘은 이내 해가 간신히 비칠 정도로 거대한 나무들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오랜 세월을 겪은 고목이 아닌, 어디까지나 그런 나무들을 본뜬 인공물이기는 했지만.


“메리가 가져온 적 있었지. 죽순.”


렌코는 목을 한껏 위로 젖히고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비치는 해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메리가 꿈에서 직접 체험했던 대나무 숲을 한껏 상상해보는 중이었으리라. 메리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랬지. 이 정도로 높은 대나무들은 아니었지만. 대신 숲은 더 빽빽했던 것 같아.”


“그랬겠지. 대나무니까. 그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운치 있었을 텐데.”


확실히 그랬다. 달이 언뜻 비치는 고요한 대나무 숲은 예전부터 사람들에게 묘한 낭만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때의 메리는 그렇게 낭만적으로 즐길 수가 없었다. 자신이 당최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체를 모르는 괴물로부터 쫓기기까지 하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렌코는 그런 상황조차도 일종의 모험으로 생각해버리니 메리로서는 조금 심통이 났지만, 지금에 와서는 메리 안에서도 약간 즐거웠던 추억으로 미화되어버렸다. 렌코는 직접 겪지 못했지만 자신은 즐길 수 있었다는, 약간 비뚤어진 우월감까지도 어느새 살짝 섞일 정도였다. 메리는 그런 우월감을 살짝 담아 자랑하듯이 말했다.


“그래도 분위기는 꽤 멋졌어. 또 가라면 사양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안전한 곳에서 즐기고 싶네.”


“에이, 나는 꼭 가보고 싶은데. 이상한 괴물까지 포함해서 말이야.”


“렌코가 그랬던 것 같은데. 남의 꿈 이야기는 민폐라고.”


“그야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으니까 민폐지. 그런 건 같이 즐기면 좋잖아?”


“아니, 보통 렌코만 즐기는 거 같은데. 나는 몇 번이나 큰일 날 뻔했다고.”


렌코는 키득키득 웃었지만 메리는 또 다른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입술을 비죽일 수밖에 없었다. 렌코와 함께 버려진 인공위성 토리후네에 갔을 때는 키메라에 습격을 당하기도 했으니까. 그 일로 인해 메리는 한 달이나 입원해야 했으니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다. 물론 렌코는 그것마저도 모험으로서 즐긴 것 같았다. 그러다가 메리가 정말 크게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메리로서는 역시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한 달이나 격리되었던 일을 되짚어보던 중 메리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토리후네에 시계가 있었던가?”


메리의 혼잣말에 렌코는 갑자기 발걸음을 딱 멈췄다. 하필 자신이 지금 고민하는 시간 이야기라 그랬던 것일까. 렌코는 두 눈을 감고 이마를 찌푸린 채 무언가를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니. 아마 없었지? 물론 난 거기서도 시간은 봤던 것 같지만.”


“그게 무슨 시간대였는지는 기억해?”


“글쎄... 그냥 봤던 것만 같아서 말이지. 애초에 평소 쓰던 시계와 비교하지 않으면 그게 어디 표준시인지 알 수도 없고. 뭐 그땐 세계단일시는 안 썼으니 그냥 평소 보이던 일본표준시가 보였겠지. 마지막에 키메라가 덮치기도 했으니 기억이 확실하지가 않네.”


다시 두 눈을 뜬 렌코는 얼굴을 찡그린 채로 머리를 긁적였다. 메리의 질문에 흥미는 가지만 제대로 기억해내지를 못해서 곤란한 눈치였다. 렌코도 세계단일시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건 최근의 일이었으니, 그때 어떤 시간이 보였는지 신경 쓰지 않은 건 오히려 정상이었다. 그래도 그걸 확실히 기억해냈다면 렌코가 지금 느끼는 불안감도 좀 덜 수 있었을 텐데. 메리로선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렌코는 그런 메리의 속마음까지는 미처 읽어내지는 못했는지, 어느새 거기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음. 그러고 보니 토리후네 위성이 그 꼴이 된 것도 시간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긴 하지.”


“...그래? 나는 처음 듣는데.”


“나는 메리가 요양 중일 때 이것저것 찾아봤거든. 혹시나 메리의 증상에 대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허탕이었지만.”


“고맙기도 해라. 그래서 무슨 내용인데, 그 소문은?”


메리는 살짝 비아냥거리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조금 놀랐다. 자신이 한 달 동안 요양하는 동안 렌코가 그런 노력을 할 줄은 지금까지도 몰랐으니까. 그걸 지금 와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도 참으로 렌코답달까. 렌코는 그녀답게 바로 그 소문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토리후네는 설계부터 발사까지 꽤 오래 걸렸잖아? 설계도 처음에 여러 번 바뀌고 제작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변경이 있었던 모양이고. 근데 그 기간에 세계단일시가 도입되었다가 철회되었단 말이지. 그래서 우주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거야.”


“세계단일시가 도입됐다가 예전으로 돌아가서? 그럼 그냥 계속 일본표준시를 썼을 거 아냐. 그게 왜?”


“그보다 좀 더 복잡하단 말이지. 원래 토리후네는 설계 당시부터 세계단일시를 쓸 생각이었나 봐. 이상한 건 아니지. 우주에서는 보통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각을 쓰니까. 세계단일시가 도입될 분위기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렇게 도입된 것까진 좋았지만... 결국은 세계단일시를 안 쓰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럼 여전히 문제없는 거 아냐? 결국 세계단일시를 원래 쓸 계획이었으니까. 아, 설마 세계단일시 도입이 무산되었다고 설마 토리후네에서도?”


“바로 그거야. 사회의 분위기를 탔는지 어쨌는지, 토리후네도 원래 쓰려던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각이 아닌 일본표준시를 이용하기로 했다나 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어쨌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일본표준시를 썼는데 너무 허겁지겁 만들었는지 문제가 생긴 거지. 위성 자체에서 오류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우주의 다른 위성 시스템과 호환성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했던가. 그 뒤로는 우리가 직접 확인했던 대로 그냥 고철 위성이 되어버린 거지. 어디까지나 소문이긴 하지만. 고작 기준 시각에서 오류가 생겼다고 그렇게 전부 고장 날 수 있나 싶긴 한데 말이지. 아, 잠깐 앉았다 갈까?”


렌코는 자기가 신이 나서 말했으면서도 믿기 어렵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둘은 이제 숲을 벗어나 호수로 되돌아가는 작은 잔디밭을 걷고 있었다. 잔디밭 사이로 난 자그마한 길옆으로 주위 풍경을 구경하라는 듯이 기다란 벤치가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었다. 렌코는 메리가 자기 의사를 표명하기도 전에 벤치 한쪽 끝에 얼른 걸터앉고는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서 물병을 하나 꺼내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제멋대로인 와중에 그나마 메리가 앉을 자리를 남겨둔 게 나름의 배려라고 해야 할지. 메리는 이제 뭐라 더 꾸짖을 기운도 없어 렌코 옆에 걸터앉고는 렌코가 늘어놓던 소문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진짜라면 허무하네. 애초에 세계단일시를 그냥 썼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지. 그런데 세계단일시는 어쨌든 일본에도 도입이 되긴 되었던 거잖아? 그랬다가 되돌리고. 그런데 지금 와서는 다시 도입한다고 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사람들 반응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네.”


“그러게. 나도 설마 다시 도입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나도 저번에 도입될 때 어떤 시간이 보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주위 분위기는 대충 기억나. 내가 괜히 심란해서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더 예민하게 읽어낸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분위기라. 찬반이 요란하게 싸우기는 했던 것 같지만. 정작 도입하는 게 왜 좋다는 지는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한 것 같네. 렌코는 기억해?”


“어느 정도는. 일단 무엇보다도 합리적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지. 금융 활동에 있어서나, 세계적 상업활동에서도 어차피 하나의 시각을 쓰는 게 편하니까. 각자의 위치가 어떤 표준시각을 쓰는지 번거롭게 확인할 필요도 없고, 금융 시장마다 시간이 달라서 귀찮을 일도 없고. 시간을 착각해 중요한 약속이나 기한을 어길 일도 줄어들 테고. 그리고 거기서 더 나가서 달력까지도 바꿀 계획이었나 봐.”


“달력까지? 원대한 계획이었네. 결국은 거기까지 가지도 못했지만 말이야. 굳이 달력까지 바꿔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어지간히 대단한 달력이었나 봐?”


메리는 살짝 비아냥을 담아 감탄했다. 역시나 렌코는 메리보다 그때 일에 대해 여러모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렌코 특유의 성격과 탐구욕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 세계단일시 때문에 속으로 고생하고 있어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대화로 렌코가 평소처럼 살짝 잘난 척까지 담아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메리에겐 충분했다. 렌코는 그런 메리의 꿍꿍이 아닌 꿍꿍이도 모르고 바로 메리의 의문에 대답을 내놓았다.


“그 달력도 상당히 합리적이었거든.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우스력, 우주의 움직임을 정확히 담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직관적이진 않잖아? 달마다 날짜도 다르고, 그러다 보니 같은 날짜도 해마다 요일이 다르고. 그때 새로 도입을 생각하던 달력, 소위 말하는 세계력은 그 점을 고치려고 한 거야. 예를 들면 각 달을 28일로 균일하게 만들면 7의 배수니까 지금의 요일제와 잘 맞지. 어느 해, 어느 달이든 간에 같은 날짜는 같은 요일이 되니까. 세계단일시와 함께 쓰인다면 지구의 모든 인류가 시간을 간단하게 공유하고 체감할 수 있는 셈이랄까? 미래가 점점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쯤 우리는 그런 달력이랑 표준시각을 쓰고 있었겠지.”


“결국은 그렇게 안 되었지만.”


“맞아. 합리적이고 편리한 미래는 사실 사람들에게는 귀찮고 불편했던 거겠지. 대부분 사람은 국제 금융 시장의 동향 같은 거 실시간으로 파악하거나 거래할 일도 없잖아? 어차피 거리가 먼 국가를 상대로 뭔가 일을 하는 사람도 적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어도 일상적으로 하지는 않았으니까. 결국 원래 쓰던 시간이 편했다는 거지.”


“결국 원래 쓰던 표준시각에 생활 리듬이 맞춰져 있었을 테니까. 몸이야 원래 리듬을 따라도 머리가 쉽사리 따라가진 않을 것 같네. 기분상의 문제일지는 몰라도.”


“매일매일의 흐름에선 거기에 적응하는 것도 불편하니까. 처음에는 세계단일시에 별생각 없던 사람들도 불편해서 결국 쓰지 말자는 쪽으로 기운 거겠지. 아마 그런 흐름으로 결국 원래 쓰던 표준시로 돌아온 걸 거야.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대충 납득은 가네. 관성이라는 게 강하지. 물리 법칙이 아니라 사람들의 습관에서도.”


메리의 말에 렌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결국 합리성으로 관성을 이겨보겠다는 구상은 실패한 셈이지.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줄지어 원래 쓰던 시간대로 돌아갔으니까.”


“그런데 정작 지금 와서 사람들은 관성을 거슬렀다...인가? 세계단일시를 도입했던 이유도 잘 안 와닿지만 이런 변화도 영 와닿지를 않네. 그때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우리처럼 어렸던 게 아니라면 다들 경험해봤을 텐데. 세계단일시가 생각만큼 편하기만 한 것도 아니란 거.”


메리의 그 넋두리에 크게 동감했는지 렌코는 격하게 맞장구를 쳤다.


“맞아! 원래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은 한 번 해봤는데 잘 안 됐으니까 앞으로 영영 세계단일시에 부정적일 줄 알았는데 말이야. 원래 세계단일시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세상이 합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배웠으니 회의감을 느낀 것 같았고. 그런데 정작 이젠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잖아? 세계단일시 도입이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하더니 이제 사람들도 조금 불편해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생각인 것 같아.”


“대체 왜 그렇게 분위기가 확 변한 걸까?”


“으음. 역시 시간이 흐른 탓이려나. 10년 정도면 짧은 시간은 절대 아니지만.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우주 아닐까?”


렌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토리후네는 처참히 실패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우주개발이 본격화됐지. 달 투어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이제 막 걸음마 단계긴 하지만 말이야. 아, 이제 곧 소행성에서 광물 채집도 한다고 했던가?”


“아, 그 소행성 뉴스는 나도 본 것 같아. 아직 수지타산이 맞아 보이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이제 단순히 여행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반짝거리는 금화를 찾기 시작했다는 거지. 그 덕분에 이제 우주에 관한 관심도 훨씬 강해졌지. 우리야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인류가 처음 우주로 진행했을 때도 이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을까?”


“음, 내 생각엔 그때가 더 대단했을 것 같은데. 그때는 거의 전쟁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메리의 지적에 렌코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겠지. 그때는 표면적으로야 과학적 탐구가 이유였어도 결국 나라와 체제의 위신이 걸려 있었으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더 열광했던 거겠지. 오히려 그래서 그 뒤로는 꽤 오랫동안 우주개발이 지지부진했고. 하지만 이제 관광이나 채굴로 경제성이 생겼으니까. 그때와는 다른 이유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생긴 것 같아.”


“확실히 그런 것 같네. 그런데 그게 세계단일시와 무슨 상관?”


메리가 다시 원래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자 렌코는 다시 한번 더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토리후네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말했지만... 우주에서는 쓰는 시간은 소위 말하는 세계단일시잖아? 사람들이 우주에 관심을 두고 호의적으로 되니 덩달아 거기에도 관심을 두게 되는 거 아닌가 싶단 말이지.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간에.”


“아아,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네. 우주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으니까. 점점 더 많이들 직접 우주로 다녀오기도 하고.”


“맞아. 앞으로 우주 관련된 일은 많아지면 많아지지 절대 적어지진 않겠지. 지금이야 한 줌밖에 안 돼도 우주여행도 점점 더 많이 다녀올 거고. 원래 세계단일시도 나름의 장점이 없는 게 아니었는데 우주까지 고려 대상이 되니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해진 것 아닐까? 게다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는 점도 사람들에게 조바심을 줬을지도 모르지. 나중에 도입하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세계단일시 도입으로 불편함을 겪을 테니까. 그럴 바엔 아직 우주와 연관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은 지금 도입해서 미리미리 몸에 익히자는 걸지도.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어도 말이지.”


“그리고, 렌코가 아까 말했지. 세계가 통합되려다가 후퇴하고, 그러다가 어느새 다시 통합되어버리기도 하는. 정말 그런 흐름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


“그건 경험칙에 가깝긴 하지만. 뭐든지 한쪽으로만 가진 않는다는 걸지도.”


“우주개발도 그랬나. 처음에는 다들 엄청나게 열광했지만 어느새 돈만 들고 관심도 못 받고. 그러다가 이제 와서야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래도 역시 처음 우주유영을 했을 때나, 달에 발을 디뎠을 때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뜨거운 분위기였겠지. 궁금하네. 그런 시대에 살면서 실시간으로 소식을 듣는 건 어떤 기분이었을지.”


렌코는 정말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씁쓸하게 덧붙였다.


“뭐, 정작 지금은 다들 세계단일시로 들떠있는데 말이지. 그 와중에 나만 이렇게 뚱한 주제에 옛날 타령만 하는 것도 너무 우스운가?”


메리는 렌코의 그 자조 어린 말에 살짝 울컥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렌코는 자신이 메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니까.




숲의 산책로를 충분히 즐긴 둘은 이제 호숫가의 산책로를 걸었다. 과거의 호수를 본뜬 인공 휴양지였지만 바람에 살랑거리는 풀잎도, 따스한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 그늘도, 발을 담그니 예상보다 차가웠던 호숫물도 자연물과의 차이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우와, 시원한데? 깨끗하기도 하고. 호숫물이라 부유물이라도 있나 했는데.”


렌코는 호숫물에서 맨발로 첨벙거리며 외쳤다. 호숫물은 신기할 정도로 맑아서 물에 잠긴 메리의 발은 살짝 굴절되기만 할 뿐 그대로 비쳐 보였다. 메리도 기왕 렌코에게 어울려주기로 했으니 구두를 벗고 호수에 가볍게 발을 담갔다. 렌코의 말대로였다. 메리는 꿈에서 방문했던 호수를 떠올렸다. 비록 달이 호수 표면에 비치는 밤이기는 했지만, 지금 이 인공 호수는 그 호수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물론 꿈에서 호수에 직접 발을 담가본 적은 없지만, 그 표면에 떠 있는 수많은 부유물, 그 위에서 윙윙거리는 벌레들만은 확실히 기억해낼 수 있었다. 꿈에서 울창한 자연의 숲을 직접 경험해본 메리도 인공물의 모방 수준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메리의 꿈에서도 이렇게 발을 담가봤으면 좋았을 텐데.”


렌코도 메리의 꿈 이야기가 생각난 듯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정작 메리는 미묘한 표정으로 답했다.


“글쎄, 나는 별로 담그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 안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고.”


“하긴, 거대한 쥐도 있었다고 했지?”


“그 쥐까지 생각하면 지금 여기가 더 자연 같네. 여긴 위험한 물고기도 없을 것 아냐.”


메리는 그 말대로 인공물이 오히려 더 자연 같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자연이 준다고 사람들이 찬양하던 미덕을 이제 인공물이 훨씬 더 훌륭하게 모방해낼 수 있었으니까. 자연이 그 미덕 뒤에 숨기던 날카로운 가시를 인공물은 성공적으로 제거해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이 발전하면서 인공물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지고, 자연물은 이제 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었다.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과거의 자연은 자연인 걸까. 메리는 너무 자연 같은 인공 휴양지에서 꿈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해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메리가 그런 사고의 나선을 피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옆에 렌코가 있었던 덕이었다.


처음에는 경계만 보던 능력이 더 강해질 때도, 심지어 렌코와의 활동이 메리의 능력을 더 강하게 한다는 의심이 들 때조차도, 렌코가 옆에 있었던 덕에 적응할 수 있었다. 렌코와 처음 만났을 때 메리는 지금보다 훨씬 생각이 단순하고 능력도 약했지만,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렌코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생각이 깊어지고 능력이 강해지면서 분명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정작 렌코는 그것도 모르고, 세계단일시가 도입되면 자신에게 아무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고민하고 있다.


“앗, 여기서도 보이네.”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리고는 발로 물장난을 치던 렌코가 수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메리는 렌코가 무얼 보인다고 하는지 깨달았다. 메리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수면에서 시간이 비친 게 분명했다. 렌코는 전에도 수면에 비친 별이나 달에서 시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제 능력이 강해진 지금은 한낮에도 수면에서 시간을 봐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렇게 능력은 계속 강해졌지만 이상하게도 렌코의 외모는 시간의 영향을 안 받는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앳된 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남았어? 세계단일시.”


“4시간 37분 21초 남았네. 메리도 시계 있잖아. 너무 나한테 의존하는 거 아냐?”


렌코가 그렇게 되묻자 메리는 뚱한 표정으로 답했다.


“어차피 렌코가 더 정확한걸. 피차 마찬가지 아냐? 렌코도 맨날 내 꿈 이야기 캐물으면서.”


“그건 그런가. 음, 그래도 이제 그것도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르겠네.”


“뭐가?”


메리가 렌코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렇게 묻자 렌코는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메리가 시간 묻는 거. 혹시나 내가 앞으로 일본표준시만 보이면, 어차피 의미 없잖아? 세계단일시를 쓰는데 옛날 일본 시각만 알아봐야 말이지. 그렇게 되면 아쉽겠네.”


렌코는 가볍게 말했지만 메리의 표정은 그 말이 나오자마자 살짝 어두워졌다. 메리는 약간 화라도 난 듯이, 감정을 담아서 답했다.


“상관없어. 그래도 렌코한테 계속 물을 거야. 일본표준시든 세계단일시든 간에.”


렌코는 자신이 메리에게 어떤 의민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정작 그걸 처음 알려준 건 렌코였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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