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사카 미유키
…….
반쯤 시치미 떼며 대답했지만, 나는 내심 올라오는 동요를 필사적으로
숨긴다.
아카사카 미유키
(설마… 우리가 손에
넣은 『그것』을 이 사람은 눈치챈건가…?)
아버지가 남긴 수기에 있었던, 『AIV』와 『110』이라는 문자.
전자는 둘째치고, 후자는 혹시 경찰을 의미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걸 일부러 경찰관인 아빠가 남겼다는 건…
아카사카 미유키
(경찰이, 아빠가 조사한
사건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섣불리 말할 순 없다.
미나이 상이 경찰 조직에 소속된 이상, 이 『카드』를 꺼내는 건 훨씬 나중의 이야기다.
사람을 떠보는 건 기분이 좋지 않지만, 진중하게 상황을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
미나이 토모에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우리는 오늘 히나미자와에서 목숨이 위협받았어.
…그에 대한 자각은 있니?
아카사카 미유키
…네.
쿠로사와 치사메
조금 믿을 수 없는 방법이긴 했지만요.
미나이 토모에
나도 동감해.
적의 수세에 포위 당하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설마 그런 괴물을 꺼내 올
줄이야.
살인 청부업자에게 당하는 게 아니라, 『츠쿠야미』에게 당하는 건
무슨 죄에 해당할까…?
그렇다곤 해도, 저쪽은 이쪽을 죽이려 했다- 혹은 죽어도 상관 없다는 식으로 생각했단 건 틀림 없는 진실이다.
미나이 토모에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본제.
이 이상은 어린 애들만 조사하면 위험하니까, 사건에서
손을 떼주렴…
…이렇게 말하면, 물러날
생각은 있니?
아카사카 미유키
없습니다.
미나이 토모에
그렇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
즉답에 대한 즉답이라, 순간 당황한다.
마치 그 대답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쿠로사와 치사메
저기… 한 마디 해도 될까요?
분명, 저희를 말릴 거라 생각했는데요.
미나이 토모에
말했잖아? 나도 경찰관의 딸이라고.
내가 두 사람 중 누군가의 입장이었어도, 절대 물러나지 않았을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가장 확실한 안전책을 취하기로 했어.
나는 가능한 한, 너희들의 조사에 협력할 거야.
그 대신에, 두 사람은 내게, 알고
있는 정보를 남김 없이 보여줬으면 좋겠어.
아카사카 미유키
……네?
미나이 토모에
내 경우엔, 비밀 엄수의 의무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어.
하지만, 그 땐, 얼버무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사정을 제대로 설명할 거야.
묵비권은 행사하겠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고 경찰 뱃지에 걸고
맹세할게… 어떻게 할래?
아카사카 미유키
…일단 확인하는 건데, 거절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미나이 토모에
두 사람의 어머니께 연락할거야.
댁의 따님들은 아직 조사를 계속 할 생각이에요- 라고.
아카사카 미유키
…협력하겠습니다.
쿠로사와 치사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한 방에 간파할 줄이야…
정말 이 사람은 빈틈이 없다.
미나이 토모에
교섭 성립이네.
그럼, 아까의 이야기도 들었으니,
이쪽도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까.
쿠로사와 치사메
무슨 정보인가요?
미나이 토모에
댐 바닥에 가라앉은 구 히나미자와에 얽힌 소문…
것보다, 도시전설이랑 비슷한 괴담이지만.
미나이 상은 핸들을 쥐고 시선을 앞으로 향한 채,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나이 토모에
쇼와 58년 6월, 댐 건설이 진행되고 있던 구 히나미자와에서 마을 사람끼리 서로 죽이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죽는다… 그런 사건이 일어났어.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이 사건을 공표하기엔 너무나도 사회적
영향이 크다…
라는 이유로 정부는 초법규적인 강권을 사용했지.
사건은 어둠에 묻히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정해진 날짜보다 빠르게
새로운 히나미자와 마을로 이주했어.
아카사카 미유키
그 말은, 소노자키 가문 같은
3대 가문도…?
미나이 토모에
아니, 마을에 이름을 날리는 중진들은 전원 소식 불명.
…사건에 말려들어 죽었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해.
아카사카 미유키
가능성이라니… 경찰의 현장검증으로, 상세히 확인할 순 없는건가요?
미나이 토모에
말했잖아, 초법규적 조치가 행해졌다고.
…현장에는 즉시 자위대가 파견되어, 인대를 전부 봉쇄한 후 비밀리에 처리.
그 후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게 당시 조사원에게 들은 유일한 증언이야.
아카사카 미유키
……
미나이 토모에
그리고 구 히나미자와는 예정보다 빠르게 댐 계획에 의해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지…
그 일련의 흐름을 일부 오컬트 매니아나 음모론자는 『히나미자와 대재해』라고 부르는 것 같아.
아카사카 미유키
히나미자와… 대재해…?!
설마 여기서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나는, 아연실색한 채
그 이름을 되새김질한다.
치사메의 이야기에 의하면 『히나미자와 대재해』는 이 『세계』에선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치사메와 같은 일반인이 몰랐을 뿐, 확실히 그 사건은 존재했다.
그것도 자연재해 같은 게 아닌, 좀 더 흉악하고 비참한 형태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지고, 그걸 비밀리에 은폐했다고…?
미나이 토모에
애초에 내 부하가 조사했을 땐 그 사실을 증명하는 공적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네 얼굴을 보아하니 들은 적이 있는 모양이구나.
아카사카 미유키
…네. 믿어 주실진
모르겠지만.
미나이 토모에
그 말은, 오늘 하루 내 눈 앞에서 일어난 체험보다도 더 믿을
수 없는거니…?
아카사카 미유키
…아뇨, 그것보단 아직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알고 있는 『히나미자와 대재해』는 화산성 유독가스의 발생에 의한 자연재해이다.
그 재해가 원인이 되어, 히나미자와 마을의 주민 약 1200명이 가스 중독에 의해 사망했다.
아카사카 미유키
(우리 아빠도, 그
재해에 말려들어 죽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가스 재해가 일어나지 않은 『세계』에서도 아빠는 10년 전에 실종되었어…)
그리고 내가 있는 『헤이세이C』에서도 내용은 다르지만, 『히나미자와 대재해』는 존재하고 있었다-
아카사카 미유키
(…뭐가 원인일까)
같은 명칭으로 불리는 대사건이, 내용물이 바뀌어 존재하고 있다…
이걸 우연이라고 정리하기엔, 음모론적인 억측을 배제해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카사카 미유키
아저씨…아니, 쿠로사와 형사님이 아빠가 남긴 무언가를 조사하고 있었단
건 알고 있어요.
그건, 쿠로사와 형사님을 죽이려 생각한 직접적인 동기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쿠로사와 치사메
미유키…
아카사카 미유키
두 사람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쫓았던 건가요?
미나이 상은 어째서, 우리 아빠와 쿠로사와 형사님이 얽힌 사건을
쫓고 있는 건가요…?
미나이 토모에
……
미나이 상은 거울 속에서 한숨을 쉰다.
그리고 차의 진행 방향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미나이 토모에
나오 상의 어머니가 감염된 『잠드는 병』……
그에 대한 유일한 특효약이 후생성의 약사국에서 곧 허가 될 예정이야.
아카사카 미유키
네…?
아버지가 쫓던 사건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내용이 바뀌자, 무슨 의도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니… 기다려. 그것보다도…!
아카사카 미유키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토도 상은 특효약 같은 건 없다고…!
미나이 토모에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줘.
입장상,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
아카사카 미유키
(…지금, 은?)
지금은 특효약의 존재를 숨길 필요가 있었다는 걸까…?
그건 대체, 무슨 의미지.
사고가 정지되어 생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자, 먼저 알아챈 치사메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간다.
쿠로사와 치사메
인가가 나오기 전의 약의 정보를 우리가 무심코 발설하면, 시장조작의
혐의가 걸리니까…그런 건가요?
아카사카 미유키
저, 정보 거래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어떤 회사가 『잠드는 병』의 특효약을 발매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우리가 사전에 손에 넣어, 다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그 회사의 주식을 구입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정보가 공개되자마자 주가는 급격히 오르고, 터무니 없는
액수로 부푼다…
1년도 되지 않아서 나는 떼부자가 되어있었겠지.
…하지만, 그건 큰
범죄다.
주식시장의 공정성과 기회균등이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관공서에서
나오는 정보는 엄하게 규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경우, 후생성에 소속된 토도 상이나, 그럴 생각이 없었던 미나이 상도 정보 누출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미나이 토모에
치사메의 말이 맞아. 후생성의 직원이 정보 거래법에 저촉되는 정보를
흘렸다는 말이 돌면 큰 문제인걸.
아카사카 미유키
…그런 거라면 납득이 되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미나이 상은 그런 중요한 정보를 어디서 손에
넣은 건가요?
역시 토도 상에게서 은밀하게? 아니면…
미나이 토모에
미안해… 정보의 입수 경로는 밝힐 수 없어.
나도 신약 개발에 대해선 나츠미 상 이외의 별도의 루트를 통해서 최근에 막 얻은 참이야.
너희들이라면 비밀로 해 줄거라 생각해서 말했지만… 아무에게나 말하고
다니지 말아줘.
아카사카 미유키
당연하죠, 입 다물고 있을게요…
그러니까,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상황에서 중요한 정보를 밝혔다는 건, 그 정보가 아빠와 쿠로사와
형사님이 쫓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거겠지.
적어도 미나이 상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부정 거래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요한 정보를 여기서
밝힐 이유가 없다…!
미나이 토모에
개발 회사의 이름은 『타카노 제약』 향정신성 약을 주력으로 의약품을 개발,
제조하며 급성장한 신흥 제약회사야.
그곳의 대주주는 타카노 미요코.
10년 전까지 히나미자와의 진료소에서 원장을 맡고 있던 사람이지.
아카사카 미유키
네…?
아니, 히나미자와의 진료소 원장은 분명…
미나이 토모에
이거, 잡지의 인터뷰 기사야.
그녀의 사진도 실려있어.
미나이 상은 품에서 수첩을 꺼내, 접어둔 잡지의 스크랩을 건네준다.
그걸 받고 조심조심 펼쳐, 시선을 향한 잡지의 지면에 찍혀있는
그 사람은…!
아카사카 미유키
이, 이 사람은…!
이리에 진료소의 간호사, 타카노 상…?!
===============
팁: 병문안 선물
호우타니 나오
하아… 겨우 집에 돌아올 수 있었네. 하지만…
…자신의 집인데도,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네.
히나미자와에서 체재하고, 입원한 탓이려나.
굉장히 긴 시간동안, 집을 비워둔 것 같아…
…….
미유키랑 치사메에게도 폐를 끼쳤네.
미유키네 어머니는 가는 길에 나를 집까지 태워다 주셨고…
너무 폐를 많이 끼쳐서, 어떻게 답례를 해야 좋을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일단 미나이 상이란 사람을 만나러 가기 전에 해야할 일을 해야겠지.
우선, 우체통에서 가져온 우편물 정리부터!
하아, 꽤나 쌓여있네…
대부분 엄마의 일과 관련된 우편물이지만.
역시 중요한 계약서 같은 건 사무소끼리 이야기 할 테니 없겠지.
여기 있는 건, 전시회 초대장이나 카탈로그 같은 것들…
맞아, 엄마의 사무소 사람에게 연락해야 돼.
면회 온 사람에게 상황은 전달했으니, 일단 감사인사 먼저 드리고, 정리해 놓은 우편물을 전해드리면…
…만나주긴 할까.
의사에게 괜찮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잠드는 병이 옮는다고 생각할지도…지도.
……
…전화만 하고, 우편물은
택배로 보낼까.
어라… 이 큰 봉투는 뭐지?
보낸 사람은… 어…?
이 이름, 수예부의 고문 선생님…
소인이 없다는 건 직접 우체통에 넣은걸까.
앗, 편지가 들어있어.
수예부 고문 선생님으로부터의 편지
『안녕, 호우타니 상. 이
편지를 보고 있다는 건, 이제 퇴원했다는거네? 축하해!』
『호우타니 상네 반에서 잠드는 병에 감염된 아이가 나와서, 담임
선생님이 굉장히 바쁘기에, 내가 대신해서 편지를 쓰고 있어.』
『사실은 병문안을 가고 싶었지만, 면회 시간에 만나러 가는 게
어려워서… 정말 미안해』
『잠시동안 학교 전체가 휴교라, 그 동안 해야 될 숙제가 봉투
안에 들어있어.』
『퇴원하면, 학교에 전화해 줘!』
『어머니가 입원해서 큰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너에겐 네 편이 있어… 그러니까 마음을 굳게 먹도록 하렴. 그럼 이만.』
호우타니 나오
…너에겐 네 편이 있다, 라니.
예전의 나라면 믿지 못했겠지…
지금 내겐 미유키와 아이들이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요, 선생님.
수예부 고문 선생님으로부터의 편지
『추신, 봉투 안에는 개인적인 병문안 선물이 들어있어.』
『호우타니 상의 취향에 맞을진 모르겠지만, 소중하게 써주면 좋겠어!』
호우타니 나오
병문안 선물?
…이거, 팔찌인가?
그러고보니 치사메도 팔에 팔찌를 차고 있었지…
그 사람은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부적과도 비슷한 물건을 차고
있다니, 의외로 귀여운 부분이 있으려나….?
이 팔찌… 꽤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네.
선생님, 자신은 손재주가 없다고 말했지만, 나를 위해 열심히 만들어주셨을지도…지도.
…만일 병원에 다시 간다면 팔찌를 가위로 자를지도 모르니, 팔에 차기엔 아까운데.
기껏 받았으니, 부적 대신에 주머니에 넣고 다닐까
…그러고보니 팔찌는 차는 장소와 색에 의미가 있다고 했지.
이 팔찌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나중에 조사해볼까…
==============================
어... 분량 장난 아니네
두 달만에 나온 메인스토리라 그런지 번역도 느려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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