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교환을 위해 마에바라 군에게 연락한 난, 푸딩이 맛있었던 『그』 카페에서 만날 약속을 잡고 나오 쨩과 함께 갔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야, 오랜만… 이라고 말하니까 이상하네.

아무튼 또 만나서 기쁘다고!

호우타니 나오

나도 마찬가지야. 마에바라 상이 『기억해』줘서 정말 든든해.

그리고 나오 쨩은, 그 『세계』를 탈출한 후, 여기로 돌아올 때까지의 경위를 설명하고…

코 앞까지 다가온 『와타나가시』에 대한 화제를 언급했다.

제 2부

쇼와편

4장

의혹

호우타니 나오

…그래서, 저번 『세계』와 같은 날짜에 마지막 와타나가시 축제가 열리는 것 같은데…

와타나가시에 관해서 마에바라 상은 뭔가 들은 적 있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니… 내 주변에선 와타나가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어.

혹시 가까운 시일 내에, 학교나 마을회 쪽에서 연락이 올 가능성은 있지만.

내가 물어보고 다닌 결과만 놓고 보면, 이쪽 『세계』의 녀석들은, 와타나가시를 성대하게 즐기자는 생각이 약하달까…

본격적으로 즐기자는 느낌이 들진 않아.

호우타니 나오

그런 것 같네. 이 『세계』의 와타나가시는 저번 『세계』의 와타나가시보다 규모도 작은 것 같아.

노점이 나오지도 않는 것 같고, 작년의 참가 인원 수를 물어봤지만, 저번 세계와는 비교도 인 돼.

기껏해야 어르신들이 모여 연회를 여는 정도였대.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러면, 아무래도 이쪽 『세계』에선 『오야시로님의 저주』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가하는 사람은 없다는 얘긴가.

연속괴사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건 좋은 일이지만, 그 여파로 『오야시로님』에 대한 두려움이 약해졌단 얘기네. 참 얄궃은 일이야.

키미요시 카즈호

모든 게 『없』어진 건 아니야.

후루데 가문의 부부 사건은 제대로 일어났어. 게다가 리카 쨩도…

마에바라 케이이치

…어, 그 말이 맞아.

형태만 바뀐 『저주』는 확실히 발생하고 있어.

그걸 잊어선 안되겠지.

호우타니 나오

마에바라 상… 어떻게 생각해?

마지막 와타나가시를 대규모로 열려는 움직임을 이대로 못 본 척해도 괜찮은걸까?

저번 『세계』에선 와타나가시는 참극의 무대가 되었다.

대체 뭐가 발단이 되어서 그런 사태가 된 건진 아직 모르지만…

그 축제를 이 『세계』에서도 똑같이 개최하는 건 어떤 규모라 한들 위험하다.

그 점에 대해 마에바라 군의 의견을 들어두고 싶었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건 그렇지…

마에바라 군은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채 생각에 빠진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우리들을 보고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어디까지나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인데… 와타나가시는 개최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키미요시 카즈호

…이유는?

마에바라 케이이치

저번 『세계』에서 참극이 일어난 건, 아마도 가짜 리카 쨩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 『세계』에선 가짜는 커녕 리카 쨩 본인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

호우타니 나오

…그렇구나. 참극을 바라거나 원하는 인간이 없는 이상,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얘기네.

마에바라 케이이치

어 맞아. …그리고, 와타나가시 축제가 열리게 되면 풀고 싶은 수수께끼도 있어.

키미요시 카즈호

수수께끼…?

마에바라 케이이치

계속 의문스러웠어.

가짜 리카 쨩이 일부러 와타나가시 날에 참극을 일으킨 목적이 뭔지.

혹시 가짜 리카 쨩이 『히나미자와 증후군』에 감염되어 있는 마을 녀석들을 자유롭게 조종한다면… 굳이 와타나가시 날이 아니어도 참극은 일으킬 수 있잖아.

키미요시 카즈호

그건… 마을 사람들을 『오야시로님』의 희생자로 삼으려고 한 게 아닐까?

호우타니 나오

카즈호, 저번 『세계』를 떠올려 봐.

와타나가시의 희생자는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사라지지. 최대 두 명이라는 얘기야.

그런데, 저번 세계의 쇼와 58년만 히나미자와 마을 사람 전원을 희생양으로 삼다니… 이상하지 않아?

키미요시 카즈호

그건… 그렇네…

맨 처음엔 바깥 『세계』에서 온 우리를 죽이기 위해 습격했다고 해도…

그 뒤로는 처참한 죽고 죽이기로 발전했다.

마을에 전해지는 『오야시로님의 저주』와는 명백히 내용이나 규모가 다르다.

…이런 참극에 숨겨진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리고… 리카 쨩이랑 가짜 리카 쨩이 바뀌는 타이밍에 대해서도 신경쓰여.

키미요시 카즈호

으, 응…

후루데 신사로 향하기 직전, 집으로 전화를 걸었던 리카 쨩은 아마도 진짜…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축제 회장에서 만났던 리카 쨩은 전화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으니 가짜라고 한다면…

겨우 수 십분 사이에 바꿔치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

마에바라 케이이치

전화가 있었던 시점에서 리카 쨩은 무언가를 보거나, 아니면 눈치채서… 『바뀌었다』.

그걸 밝히기 위한 중요한 힌트가 와타나가시에 숨겨져 있을 거야.

그러니까, 와타나가시가 시작점이자 원점이라면… 이 『세계』에서 다시 한 번 재현하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라는 거지.

이 『세계』의 와타나가시와 저번 세계의 와타나가시… 두 가지를 비교해보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지도 몰라.

호우타니 나오

…마에바라 상의 말이 맞아.

위험하지만, 시험해 볼 가치는 있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물론 여차할 땐 나도 힘을 쓸 테니, 안심하고 믿고 맡겨주라고!

키미요시 카즈호

괘…괜찮을까? 혹시 정말 참극이 일어나면, 마에바라 군도 무사하진 않을지도…

마에바라 케이이치

하핫, 먼저 말을 꺼낸 내가 안전한 곳에 있으면 안 되지! 의견을 꺼낸 책임은 져야 되잖아?

키미요시 카즈호

마에바라 군…

마에바라 군의 입에서 나온 용기 있는 제안에, 나는 듬직함을 느꼈고, 격려를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와타나가시의 참극을 피하는 것만 열심히 생각했으니까…

어째서 참극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에 대해선 깊에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걸 밝히지 않고선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고, 이 세계에 온 의미도 없다.

그렇기에, 겁쟁이인 나의 등을 밀어준 그의 존재가 믿음직했다.

키미요시 카즈호

마에바라 군이 저번 『세계』를 기억해 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나 의지가 되는 동료는 없을거야.

호우타니 나오

그렇네. 마에바라 상이 있기에 우리도 마음껏 움직일 수 있으니까.

멋진 제안을 해줘서 고마워, 마에바라 상.

마에바라 케이이치

으음… 뭐…

우리가 그렇게 말하며 감사를 전하자, 마에바라 군은 어째선지 복잡한 얼굴로 얼음이 다 녹은 물을 입에 머금는다.

뭔가 기분이 상할만한 말이라도 한 걸까…?

그런 걱정을 하는 나를 향해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니,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애초에 이 의문을 품게 된 건 레이나 덕분인걸.

키미요시 카즈호

레… 레이나 상?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 카즈호 쨩과 재회하기 좀 전에 우연히 오키노미야의 책방에서 레이나를 발견했거든.

그래서 레이나가 보고 있는 만화가 재밌다며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 넌지시 물어봤어.

『실은 만화를 그리려고 생각하는데, 아이디어 정리가 안되어서 곤란하니까, 상담해 주지 않을래?』…라고 말하면서.

반에 있는 녀석들한테 상담했을 떈 『니가 만화를 그린다고~?』라면서 놀림받아서…

그래도 제삼자의 의견이 듣고 싶다고 말했더니, 순순히 협력해주더라.

어디까지나 공상, 창작의 내용으로써 저번 『세계』의 전말을 이야기 해봤어.

물론, 고유명사나 인물명은 여러가지 섞어서 말했지.

그리고, 레이나가 들려준 감상은…

『사건이 축제 당일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막연하지 않아?』…였어.

호우타니 나오

…그러니까, 만화의 소재를 말하는 척 하면서 저번 『세계』의 이야기를 해서, 레이나 상에게 기억이 있는지 어떤지를 확인했다는 거네, 좋은 생각이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니, 나오 쨩, 지금 이야기로 거기까지 이해한거야?

역시 레나의 여동생이네, 장래가 두렵다고.

호우타니 나오

그건 과대평가지만… 최고의 칭찬이야,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혀를 내두르는 마에바라 군에게 나오 쨩은 기쁜 듯 당당히 가슴을 폈다.

어떤 형태라도 언니와의 공통점을 누군가가 발견한 게 자랑스러웠겠지…

그런 나오 쨩이 정말 귀엽게 느껴졌다.

키미요시 카즈호

아… 혹시 저번에 『레이나와 레나는 달라』라고 말했던 건 아까의 이야기 때문이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뭐 그렇지, 미온과 사토코는 성격이나 말투로 기억이 없다는 걸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레나만은 좀처럼 알기 어려웠어.

모처럼 친구가 되었는데, 레이나 본인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다니…

나오 쨩에겐 괴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호우타니 나오

…고마워, 걱정해줘서. 하지만 괜찮아.

레이나 상이… 언니가 이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난 그것만으로 충분히 넘칠 정도로 만족하니까.

조금은 외로운 듯… 하지만, 강하게 단언하는 나오 쨩.

강한 척 하고 있는 건 내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을 보고 가려는 그녀의 모습은 옆에서 봐도 눈부시게 보였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크으으…! 착한 아이구나! 나오 쨩은! 역시 내 여동생으로 삼고 싶다고!

키미요시 카즈호

아, 아하하… 저번 『세계』에서도 그런 말을 했었지.

마에바라 케이이치

왜냐면 남자들은 모두 귀여운 여동생을 원하는 생물이기 때문이지!

이 말에 반론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호우타니 나오

모두라니, 아무래도 주어의 범위가 너무 넓잖아.

누나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야?

키미요시 카즈호

…후후

뜨거운 마에바라 군과 냉정한 나오 쨩.

성격은 정반대지만, 상성은 좋은 것 같다.

진짜 남매가 되어도 이 두 사람이라면, 재밌게 생활할 거란 느낌이 든다…

키미요시 카즈호

(…잠깐, 남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나는 문득 어떤 일을 떠올린다.

저번 『세계』에서 계속 마음에 걸렸던 의문점.

키미요시 카즈호

맞아… 사토시 군…!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사토시가… 어쨌는데?

키미요시 카즈호

응… 저번 『세계』에서 레나 상과 합류하고, 소노자키 가문의 본당으로 돌아왔을 떄, 『사토코 쨩은 외동딸』이라고 이야기 했던 거…기억나?

그 때, 미온 상도 똑같은 소리를 했는데…

마에바라 케이이치

뭐…? 자, 잠깐 기다려줘!

마에바라 군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팔짱을 낀 채 입을 다문다.

…그리고 잠시 후, 미안한 듯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미안, 내 기억 속엔 없어. 나, 그런 소릴 했던가?

호우타니 나오

뭐, 기억나지 않는 거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어쨰서 그런 소릴 했는지 전혀 모르겠어.

사토코는 오빠가 있는데, 이상한 걸.

그렇게 말하는 마에바라 상은 정말로 곤란한 것 같다. …어떻게 된 일일까.

키미요시 카즈호

나오 쨩을 여동생으로 삼고 싶다는 얘기는 기억하는데, 그 직후에 했던 사토시 군에 관한 이야기는 잊어버린 거야….?

호우타니 나오

…저기, 마에바라 상. 모두를 의심했었던 『세계』의 기억이 있다고 저번에 말했잖아, 그 『세계』의 사토시 군은 어땠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니… 모두를 의심했던 『세계』의 기억은 애매하니까 확실히 말은 못하는데…

하지만, 적어도 이건 단언할 수 있어.

그 『세계』에서도 확실히 사토시는 『있』었어.

4년째의 저주에 말려들어서, 실종되었다는 걸로 되어있었지만.

키미요시 카즈호

…시온 상도 똑같은 얘길 했었지.

마에바라 케이이치

카즈호 쨩 일행은 시온에게 사토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거구나?

키미요시 카즈호

으, 응.

호우타니 나오

…임시로 마에바라 상이 모두를 의심했던 『세계』를 두 칸 앞의 『세계』라고 부를게.

그 곳에서 사토시는 실종되었지.

하지만, 우리와 만났던 한 칸 앞의 『세계』에선, 사토시 상의 존재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마에바라

그렇게 되는… 건가?

젠장… 내 기억인데, 어째서 전혀 떠오르지 않는거지?

괴로운 표정으로 마에바라 군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다.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니까,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분한 거겠지.

…그 성실함과 진지함은 굉장히 고맙다.

키미요시 카즈호

무… 무리하게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도 생각나지 않는 일이 잔뜩 있으니까.

호우타니 나오

카즈호의 말이 맞아. 애초에 마에바라 상이 우리를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 같으니까.

마에바라 케이이치

하지만, 시온은 사토시를 기억하고 있었지?

한 칸 앞의 『세계』에 사토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째서 시온은 『알고』있었을까…?

키미요시 카즈호

그건, 그렇지만…

애초에 진료소에선 시온 상과 미온 상이 어디서 바뀌었는지 확인도 못한 채, 『세계』를 떠났으니.

지하의 방을 보고 얼굴색이 바뀐 채 뛰어간 건 시온 상이었을까, 아니면 미온 상이었을까…?

호우타니 나오

그러고보니… 시온 상은 지금 성 루치아 학원에 있다는 얘길 했었지.

저번 『세계』의 기억은 가지고 있으려나?

마에바라 케이이치

저번 『세계』에선 나와 시온의 입장이 비슷했으니까… 가능성은 있을 거야.

하지만, 카즈호 쨩도 말했겠지만, 연락을 취할 수단이 없어.

학원에 전화를 걸면 끊겨 버렸으니까.

호우타니 나오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거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시온이 살고 있는 학원 기숙사도 사적인 잔화는 금지되어 있는 것 같아.

저쪽에서 이쪽으로 접근해 준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건 시온 녀석이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되는 거니까…

호우타니 나오

확실히... 앗?

뭔가를 떠올린 건지 나오 쨩은 고개를 숙인 뒤 얼굴을 다시 들고, 마에바라 상을 향해 몸을 내밀며 물어보았다.

호우타니 나오

마에바라 상… 시온 상의 기숙사는 학원이 직접 관리하는 거지?

외부에서 위탁으로 관리하는 학생회관 같은 게 아니란 거지?

마에바라 케이이치

어…? 아니, 미온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루치아는 전 학생 기숙사라고 들었으니,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도 잘…

그 부분은 오히려 카즈호 쨩 쪽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아?

호우타니 나오

그런가. …어떻게 생각해, 카즈호?

키미요시 카즈호

으, 음… 학생 기숙사는 전부 학원의 부지 내에 있었으니까, 아마 직접 관리한다고 생각해도 아무 지장이 없을…거라고 생각해.

호우타니 나오

전부…라는 건 루치아의 기숙사는 여러 개 존재한다는 거야?

키미요시 카즈호

으, 응. 내가 다니고 있던 헤이세이에선 학생 수가 많았으니까, 몇 개의 동으로 나눠서 들어갔어.

호우타니 나오

그래… 그렇다면, 시온 상이 있는 기숙사에 연락이 될 지 어떨지는 도박이란 얘기네.

하지만… 당황해서 기숙사 이름을 잊어버리고, 무심코 다른 기숙사에 전화를 거는 친척이 있을지도 모르고…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찬스가 있어. 그렇다면, 성공률은 높을지도…지도…!

키미요시 카즈호

나, 나오 쨩…?

마에바라 케이이치

뭔가 좋은 방법이라도 떠오른 거야?

호우타니 나오

응, 이 방법을 사용하기 전에 몇 가지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괜찮아. 뭐든 물어봐줘.

호우타니 나오

고마워, 그러면…

나오 쨩은 손에 든 찬물을 한 번에 마시고, 목을 적신다.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듯,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어간다.

호우타니 나오

마에바라 상의 말에 따르면, 시온 상이 있는 곳으로 만나러 가려고 하면 수수께끼의 벽이 가로막아 옆에 있는 역으로 갈 수 없다…는 거지?

마에바라 케이이치

맞아. 그래서 루치아로 전화를 했지만, 수상쩍게 여긴건지 끊어버려서…

호우타니 나오

전화는 학원의 대표 번호로 걸었어?

그 번호는 어떻게 알아냈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건 물론, 도서관의 전화번호부를…

…앗, 맞아! 그런 건가!

호우타니 나오

응… 그런 거야.

키미요시 카즈호

어… 뭐, 뭔데 뭔데? 무, 무슨 일이야?

마에바라 군은 나오 쨩이 말하고 싶은 걸 바로 이해한 것 같지만…

나는 전혀 모른 채 이야기에 따라갈 수 없다.

그걸 알아챈 건지 나오 쨩은 나를 보며, 자랑스러운 듯 웃는 얼굴로 설명해주었다.

호우타니 나오

마에바라 상이 학원의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건 이유는, 전화번호부에 그 번호밖에 없어서 그랬지.

그러니까, 학원 대표 번호는 누구라도 간단히 조사할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경계할 수밖에 없는 거야.

키미요시 카즈호

…뭐, 뭐라고…?

마에바라 케이이치

좀 더 알기 쉽게 말해줄게.

누구라도 걸 수 있는 번호로 온 전화는, 우선 관계자인지 어떤지 엄하게 체크하기 마련이지.

그러면 반대로, 전화번호부에 없을 법한 기숙사 전화번호로 거는 녀석은, 자동적으로 관계자라는 거야.

그러니까, 학원이 아니라, 기숙사로 전화를 걸면… 시온이랑 연락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

키미요시 카즈호

앗, 그…그렇구나…!

호우타니 나오

카즈호,, 네가 있었던 루치아 학생 기숙사는 근 10년간 이전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키미요시 카즈호

아, 아니. 내가 있었던 기숙사는 창립이래 유서 깊은 낡아빠지… 오, 오래된 건물이니까.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럼, 전화번호는 변하지 않았을 것 같네.

하지만 문제는 카즈호 쨩이 기숙사 전화번호를 기억하는지 어떤지 인데…

호우타니 나오

기억하고 있지 않다면, 수상하게 여겨질 것을 염두에 두고 미온 상에게 어떻게든 물어봐서 캐내는 수밖에 없겠네.

키미요시 카즈호

그…그거라면 괜찮아.

기숙사 번호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호우타니 나오

정말?

키미요시 카즈호

응, 역사 수업을 들었을 때, 유명한 연호를 조합하면 기숙사 번호가 나온다고 선생님이 알려줬어. 그래서…

마에바라 케이이치

말장난은 기억에 남기 쉽지. …좋아, 이걸로 연락해보자!

…하지만, 어째서 전화번호부엔 기숙사 전화번호가 실려있지 않는 거야?

호우타니 나오

루치아는 어린 여자애들이 잔뜩 있는 여학교잖아?

분명 수상한 사람에게 대처하기 위해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는 거라 생각해.

마에바라 케이이치

어, 그런 거야?

호우타니 나오

응, 학교 대표 번호로는 장난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꽤 많은 것 같으니까.

그래서 그 번호로 오는 전화는 굉장히 경계하며 받는다고 선생님이 말한 게 생각났어.

반대로 학생의 부모밖에 모를 법한 직통번호로 받는 경우엔 마음이 편하다고 그러더라.

키미요시 카즈호

아… 하지만, 혹시 실패하면 학교 측은 더욱 수상하게 여기고, 두 번 다시 시온 상에게 연락할 수 없는 거 아니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하핫, 좋잖아. 도전은 한 번만 가능! 이어하기 불가!

그게 오히려 불타오르잖아!

절대로 성공하겠다는 투지가 점점 끓어오른다고!

호우타니 나오

…투지는 둘째치고, 시온 상이 기억을 갖고 있다면 최고의 결과야.

만일 실패해도 특별한 손해는 없어. 도전할 가치는 충분히 있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좋았어, 바로 계획을 세우자고!

시온에게 컨택트하기 대작전, 개시!!!!!!!!!!!

키미요시 카즈호

오옷,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