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대결은 공평성은 둘째치고, 크게 달아올라… 드디어 축제의 피날레, 봉납연무가 시작되었다.

타카노 미요

…멋지네. 이건 사진이 아니라 영상으로 남겨야 돼.

토미타케 지로우

확실히, 이건 훌륭하네. 후루데 가문의 먼 친척인 여자아이라 들었을 땐 어떻게 된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건 꽤 멋진걸.

연무 장소엔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그들은 전부 아야카 상의 연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빠져있었다’ 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아야카 상의 연무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표정에서 엄격함이 사라지고, 생기가 넘치게 빛나는 모습이, 등불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번에 아야카 상을 나쁘게 말했던 마을 사람이 연무하는 아야카 상의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것을 발견하자… 남몰래 후련해짐을 느꼈다.

키미요시 카즈호

아야카 상… 예쁘네.

호우타니 나오

1주일 전보다 움직임이 세련되어있어… 아야카 상, 열심히 했으니까.

맨 앞줄을 확보한 나와 나오 쨩은 연무를 보면서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키미요시 카즈호

기본적인 동작은 리카 쨩과 같지만, 인상이 전혀 틀려.

호우타니 나오

둘이 동시에 연무를 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키미요시 카즈호

…응. 하지만 이 ‘세계’의 리카 쨩은 대체 어떻게 된걸까…?

호우타니 나오

혹시 죽었다고 해도, 사건이나 뭔가에 말려들어서 사체가 발견되지 못할만한 곳에 있겠지.

근데, 예전에 했던 말을 뒤집어 버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리카는 살아서 이 마을에 있는… 그런 느낌이 들어.

키미요시 카즈호

어… 정말로?

호우타니 나오

…어디까지나 감이야.

그렇게 서두를 떼면서도 나오 쨩의 어조는 확신으로 차 있었다.

키미요시 카즈호

그, 그러면 살아있다고 해도 어딘가에 갇혀있을 거라는 얘기야…?

호우타니 나오

그럴 가능성이 높겠네.

리카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 아이의 생사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

키미요시 카즈호

그러고보니, 미…아니, 시온 상도 리카 쨩이 살아있을지를 의심했지.

호우타니 나오

응, 아야카 상에 대한 반발이 강했던 이유 중 하나는, 리카가 생존해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

키미요시 카즈호

아야카 상이 후루데 가문을 잇는 게,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리카 쨩이 죽었다는 걸로 결정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려나?

호우타니 나오

이유야 어찌되든, 리카는 모두에게 사랑받았잖아? 솔직히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았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만약 리카 쨩이 사고사라서, 사망 진단서가 제출되기까지 몇 년이나 걸리고… 아야카 상도 그 때 이 마을에 오게 되었다면…

호우타니 나오

모두들, 아야카 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몰라.

키미요시 카즈호

…….

미유키 짱은 7년이 지나고 행방불명이었던 아버지의 실종선고… 돌아가셨다는 걸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1년 정도로는 실종을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키미요시 카즈호

(나라면 1년이나 발견되지 않으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 버리겠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나 억측을 낳는다.

리카 쨩이 살아있는가, 죽었는가.

이 마을은 그녀가 사라지고 5년이 지나도 생사 양쪽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키미요시 카즈호

(뭐였더라, 이런… 무슨 이론이었지? 으으, 중요한 뭔가가 떠오르지 않아…!)

호우타니 나오

그러니까, 혹시 리카 쨩이 살해당했다면 사체는 분명 발견되었을거야, 기분을 바꿔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키미요시 카즈호

흉기가 발견되면 범인이 특정되기 때문에 시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가능성은?

호우타니 나오

신체가 전부 발견될 필요는 없잖아. …흉기가 특정되지 않아도 치아 하나, 손가락 하나라도 발견되면 모두 리카가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그렇다고 해도, 살아서 이 마을에 있을거란 건 무슨 의미야?

호우타니 나오

그건 소거법이 적용된 거야. 설령 살아있다면, 다른 장소로 데려 갈 이유가 없으니까.

게다가 헤이세이 5년에 대량의 발병자를 낸 ‘잠드는 병’의 치료의 근간이 되는 세균은 이 히나미자와에서 발견되었다고 미유키 쨩이 말했잖아.

세균주는 흙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어쩌면…

나오 쨩의 목소리가 지워지듯 커다란 북소리가 울려퍼진다.

주위에서 울려퍼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에 우리는 조용히 하던 대화를 멈추고 제단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시선 끝에는 이쪽을 보며 감사인사를 하는 아야카 상의 모습이 있었다.

드디어 박수가 끝남과 동시에 나는 주위에 있던 몇 명의 사람이 없어진 걸 눈치챈다.

키미요시 카즈호

(어… 어라?)

사로시 군과 사토코 쨩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키미요시 카즈호

마에바라 군, 사토시 군은 어디 갔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아, 사토코가 몸이 안좋다고 해서, 연무 직전에 집에 갔어.

자전거로 왔다고 했으니, 지금쯤 집에 도착하지 않았을까?

키미요시 카즈호

…사토코 쨩이?

호우타니 나오

그러고보니 류구 상도 보이지 않네.

소노자키 시온(미온)

어, 어라? 정말이네. 아야카의 연무, 기대하고 있었을텐데.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 그건…

소노자키 시온(미온)

…응? 시온… 이 아니라 언니는 언제 제단 위로 올라간거지?

키미요시 카즈호

어? 미온 상? 어디어디?

마에바라 케이이치

앗…저기 있어!

마에바라 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눈으로 쫓으니, 아직 무대 위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는 아야카 상과 제단으로 올라가 아야카 상에게 다가가는 미온 상의 모습이 보였다.

인사를 하던 아야카 상이 눈 앞에 서있는 미온 상을 보고 놀란다.

후루데 아야카

…미온 상?

소노자키 미온

수고했어, 아야카. 멋진 연무였어.

후루데 아야카

고…고맙습니다. 마지막 와타나가시에 어울리는 연무였을까요?

소노자키 미온

물론이지. 너는 굉장히 열심히 해줬는걸.

후루데 아야카

…그러면, 다행이네요.

미온 상의 격려에 아야카 상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핸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거리가 있어서 표정은 잘보이지 않지만, 눈가에서 뭔가가 빛난 것 같았다.

키미요시 카즈호

(…울고있는 걸까?)

관객이 없이 3년간 계속되었던 그녀의 괴로움은 마지막 봉납연무에서… 드디어 보답받았을지도 모른다.

소노자키 미온

그럼, 클라이막스로 가자.

후루데 아야카

…네.

아야카 상은 한 발 물러서고, 미온 상이 한 발 앞으로 나선다.

호우타니 나오

시온 상, 이제부터 뭐가 시작되는지 알고 있어?

소노자키 시온(미온)

아, 아니… 전혀 모르겠어.

위엄을 갖춘 미온 상이 제단 위에서 관객석을 빙 둘러보자, 시온 상과 나오 쨩은 당황하며 입을 다문다.

그건 다른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라, 관객석은 봉납연무가 한창일 때보다도 조용한 시간으로 가득 차있었다.

제단 위에서 관객들을 내려다보며 미온 상은 위엄이 넘치는 어조로 모두에게 말했다.

소노자키 미온

그럼… 모여주신 여러분들. 드디어 지금부터 진정한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키미요시 카즈호

어…?

진정한, 의식…?

소노자키 미온

이 히나미자와의 수호신, 오야시로님의 공물이 되는 ‘내장’을 바치는 ‘와타나가시’

…오랜 기간 계속되던 댐 전쟁을 끝내고! 방만하게 우쭐대던 나라의 높으신 분들로부터 우리들의 고향을 되찾는…!

지금부터가, 진정한 축제의 사작이다!!!

마을 사람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외침소리가… 들려온다, 울려퍼진다. 그리고 굉음으로 바뀐다…!

마치 사람이 변해버린 것 같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미온 상이 내뱉은 선언은 불씨가 되어 회장의 곳곳에서 폭발과 같은 노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이 얻어 맞는 소리가 들려온다.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비명이 들려온다.

회장 여기저기서 살의가 홍련의 업화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후루데 아야카

…어…?

미온 상의 등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있는 아야카 상과 우리를 남기고…

엄숙하게 기도를 드리던 의식의 장소가, 전율과 광기의 지배를 받는, 참극으로 덧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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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레이나를 향한 부탁

마에바라 케이이치

저기, 레…레이나.

류구 레이나

앗, 케이이치 군, 텐트 준비는 끝났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괜찮다면 조금 쉬지 않을래? 봐봐, 주스도 받아왔다고.

류구 레이나

아하하하, 고마워! 하우~ 차갑고 맛있네~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렇네. 저기, 레이나, 잠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아까 저쪽에서 카즈호 쨩 일행이랑 이야기하던 아야카 쨩을 발견했는데… 그 아이는 꽤 밝은 아이였네.

류구 레이나

아, 역시 케이이치 군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아야카 쨩이 저렇게 밝은 아이라는 걸 깨달은 건 나도 최근에서야 그랬어.

저번보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줘서… 좀 더 빨리 친구가 되었다면 좋았을텐데~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런가.

류구 레이나

실은, 아까 아야카 쨩에게 밥에 어울리는 반찬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카즈호 쨩은 쌀을 좋아하니까… 밥을 잔뜩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고 싶대.

마에바라 케이이치

…레이나는 굉장하네.

류구 레이나

어, 뭐, 뭐가?

마에바라 케이이치

저번에… 아야카 쨩이 본심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해준 거 말이야. 그 날도 레이나가 솔직히 먼저 사과해 주었잖아?

그게 없었다면, 미온도 간단하게 머리를 숙이진 않았을 거고…

그렇게 되면 마을 사람들도 지금처럼 아야카 쨩을 받아들이지 못했을거야.

그러니까 지금, 아야카 쨩이 저렇게 있을 수 있는 건 레이나가 열심히 해준 결과라고 생각해.

류구 레이나

그건… 내가 아아캬 쨩을 상처입혔으니까, 미안하다고 사과한거야,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마에바라 케이이치

하지만, 레이나보다 아야카 쨩을 상처입힌 녀석들은 이 마을에 잔뜩 있잖아?

그런데 네가 솔선해서 사과했어…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말이지. 그건,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까?

레이나가 용기를 내준 덕분에 아야카 쨩은 웃을 수 있게 되었고… 마을 녀석들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즐겁게 일하고 있어.

…역시 대단한 걸, 레이나는. 같은 일을 하라고 해도, 난 흉내낼 수도 없겠지.

류구 레이나

그, 그게… 기쁘지만, 너무 칭찬하는 거 아닐까… 하, 하우.

마에바라 케이이치

…….

(레이나는 레나랑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역시 다른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약하다는 건 내 지나친 생각이었네)

(레이나에겐 레이나의 강함이 있어. 그야 그렇겠지. 레이나는 레나니까.)

저기, 레이나의 강함을 보고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아?

류구 레이나

앗, 뭘까나? 까나?

마에바라 케이이치

혹시, 만약에 말이야… 내가 굉장히 힘들 때… 힘을 빌려줄 수 있을까?

류구 레이나

어…?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야카 쨩처럼 내 주변엔 적들 뿐이야~! 같은 상황이 된다면… 도와줄거야?

레이나에겐 민폐를 끼칠지도 모르지만… 부탁해도 될까?

류구 레이나

으, 으음… 어째서 케이이치 군이 그런 상황이 되는지 상상도 못하겠지만…

케이이치 군이 곤란하다면… 응, 반드시 도울거야.

마에바라 케이이치

…고마워, 레이나

류구 레이나

케이이치 군…? 혹시 지금 뭔가 곤란한 일이 있는걸까나…까나?

마에바라 케이이치

아니, 지금은 괜찮아.

류구 레이나

…알겠어. 하지만 혹시 곤란한 일이 있다면 뭐든지 상담해줘!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테니까!

마에바라 케이이치

응, 그렇게 할게.

(…미안, 레이나.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나도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내 예감이 맞다면… 너의 강함이 분명 필요할 때가 올거야)

(하지만… 혹시 그저 내 생각이 지나칠 뿐이라면, 너의 슬프게 하고, 미움받고 끝나겠지)

(미안, 레이나… 하지만 지금만은 너의 강함에 의지할 수 있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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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두 달은 기다려야 되는데 이런식으로 마무리 짓지좀 마... 궁금해 죽겠잖어...

헤이세이 편에서 참극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설마 저번에 조력자였던 미온(시온)이 급발진 할 줄은 몰랐지.. 

아니... 아야카는 무슨 죄야. 이제야 봉납연무 하나 싶었는데...

아무튼 쇼와 4장도 끝.

한 달쯤 뒤에 업뎃될거 같은데 그 때 갤이 살아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