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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히아는 주제는 '힘'이 아닌 '수용'이다 #1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마이너 갤러리

지나가던 갤럼임 최근 나히아가 완결에 가까워지는 거 같은데, 소년만화다운 전개를 바랐던 최종전에 대한 주요 독자층의 실망감 때문인지 별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거 같더라고. 물론 나도 그런 의견을 일방적인 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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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히아는 주제는 '힘'이 아닌 '수용'이다 #3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마이너 갤러리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iroaka&no=369086 나히아는 주제는 '힘'이 아닌 '수용'이다 #2 - 나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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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서 3편으로 나눠 미안하다아아앜)

지나가던 히붕이다

1편에서 예고한 것처럼 2편에서는 개성과 머스큘러에 대해 쓰면서 이 만화 주제인 수용에 대한 빌드업을 해보고자 해.

근데 개성은 뭔지 알겠는데 뜬금없이 머스큘러? 라는 생각이 드는 히붕이들도 있겠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 하지만 그걸 설명하려면 우선 나히아가 정의하는 개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하니까 기다려주라.

-'개성' 은 곧 고립이다

사실 이 명제는 나히아라는 만화 안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통용이 되는 이야기지. 히붕이들도 어릴적부터 자라면서 사람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있으니 그걸 존중해야 하고 자신이 존중받는 만큼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 같은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소리를 많이 들었을 거 아냐? 호리코시는 그걸 만화적 기법으로 아예 초능력으로 만들어버린 거지.

여기서 히붕이들에게 질문. 님들 그래서 비록 초능력은 없겠지만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사십니까? 혹은 남들에게 자기 개성을 존중받고 있습니까? 초능력은 없겠지만.

대답은 뭐 각자 갈리겠지만, 요즘 세태를 고려하면 아마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비율이 높지 않을까 싶어.

왜 갑자기 뼈 때리고 지랄이냐고 항의할 거 같으니 미리 말해두는데 이건 결코 힐난하려는 게 아니고, 그만큼 타인을 존중하며 자기가 존중받고 사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당장 나만 해도 대충 봐도 음쓰 이하거든. 그런데 뭐 어쩌겠어 음쓰 이하에 최적화되도록 살아버린 내 잘못이지.

어쨌든 현실에서도 이렇게 어려워서 안 되고 있는데 나히아는 만화인데도 불구하고 저게 더 안 되는 세계관으로 짜여진 거야. 인종/종교/국가/지역/재력/성별/세대 등등으로 서로 갈라치고 있는 현실에 플러스 유전적 형질로 발현하는 초능력이라니, 이거 완전 디스토피아 아님?

애초에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그 시점에서 실패한 사회라 누가 그러던데, 그런 영웅을 대중적인 직업으로서 선망하는 사회가 있다? 이거 완전 디스토피아 아님?

그러타. 1화서부터 너무 밝고 명랑하게 넘어가서 놓치고 말았지만 사실 나히아 세계관은 공권력이 민간인을 사찰해 재판도 없이 즉결처형하고 범죄는 숨쉬듯 발생하며 온갖 유전적 돌연변이들이 똑같은 돌연변이들을 자기보다 못낫다고 차별하는, 마블 코믹스의 X맨보다 못한 막장 세계관인 거시다. 그런 세상에서 개성은 서로 다르니까 존중받아야 한다고 씨부려봐야 개소리로밖에 들리지 않겠지.

하지만 이즈쿠가 그걸 해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쨌든 호리코시는 초능력 배틀만화에서 필수 소재로 사용되는 능력의 기원이 될 개념에다 개성이라는 이름의 체질적 요인을 붙여버렸는데, 아쿠마의 열매나 혈귀술이나 만해같은 그럴싸한 이름을 놔두고 굳이 개성이라 정한 시점에서 사람 참 악질이다 싶어.

왜냐면 만화에서 다른 캐릭터끼리 싸우다 "너 시발 왜 그딴 식으로 태어났냐? 용서 못해! 죽어라!" 는 논리의 비약이 되어버릴 수도 있잖아?

근데 사실 알고 보면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네?

그건 그렇다 치고.

어쨌든 개성이라는 말로 좋게 포장하고 있지만, 개성 이전의 이름이 이능(=다른 능력)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건 결국 개인을 하나의 공동체로서 묶을 연결고리가 완전히 사라진 세상이라는 걸 의미해. 그렇기에 초상여명기라는 불리는 암울한 시절이 따로 분류될 만큼 인류가 온갖 혼란을 겪었다 그러지.

1편에서 설명한 것의 보충인데, 우리의 올마이트 토시노리 씨는 이런 혼란한 상황을 버티다 못해 "평화의 상징"이라는 개념으로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어서 어떻게든 세상에 안녕을 가져오려고 부던히도 노력을 했어요. 근데 그걸 상호존중이나 마음이 아닌 압도적인 개성=힘을 주체로 묶는 바람에 실패했지만.

어쨌든 나히아 세계관은 개성이라는 유전적 돌연변이 때문에가뜩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으로 고립되었던 인간들이 생물학적으로도 고립되어 서로를 괴물로 보고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려서 진작에 우주 나갔을 걸 못 간 매우 골때리는 상황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 어라? 건담?

그런 상황에서 이즈쿠는 그 고립의 결과물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성향으로 발전한 머스큘러=이마스지 고토를 만나게 되었지.

- 빌런 머스큘러는 실재한다

머스큘러라는 캐릭터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설명하면 개성은 피하에 근육 저장이 안 될 만큼 근섬유가 펌핑되는 근육증강이고, "히어로는 구조할 거 해라 난 구조하고 있는 니들 때려죽일 테니까~ 그래서 느그 부모 내 손에 뒈졌지만 서로 할 일 원없이 했는데 무슨 문제 있음?" 이라고 당당하게 되물을 정도의 싸이코 근돼 쾌락살인자임. 만화적인 측면에서 봐도 존나 개같은데 사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악당들의 유형을 가장 단순하게 축약하면 머스큘러 같은 인간상들이 존나 많을 거 같지 않음?

그런 의미에서 빌런 머스큘러는 비현실적인 초능력 돌연변이들이 판치는 세계관에서 드물게 현실의 악인들과 흡사한 유형이라고 봐.

사족이긴 하다만, 사실 악惡이라는 한자가 버금 아亞 밑에서 마음 심心을 받치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사실 자기 아我로 바꿔서 써도 그럭저럭 의미는 통한다고 생각하거든? 아마 획수 많아서 귀찮으니까 대충 다른 거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쨌든 지밖에 모르니까 남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싸이코패스의 전형같은 거지.

아무튼 호리코시는 이 머스큘러라는 단역 수준의 캐릭터를 작품 전환기가 될 시점에서 무려 두 번이나 이즈쿠하고 싸움을 붙여서 집중묘사를 했는데 말이지, 지금 와서 보면 이 두 번에 걸친 머스큘러 전이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라는 작품의 이야기 구성과 주제의식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해.

먼저 1차전부터 살펴보자. 비록 머스큘러가 개벽행동대라는 괴뢰집단에 소속되긴 했지만 그 놈 성질머리는 평소 그대로라 하던대로 막 살면서 죽이려 들었지? 이즈쿠의 원포올 풀카울 100%도 싸움에 쩔은 근돼라서 텔레폰 펀치 막듯이 막고 별 이유도 없이 느그 부모도 죽이고 잼민이도 죽이려 들어서 그 이타적인 이즈쿠조차 뭘 어떻게 설득할 겨를이 없이 그저 지키고 살아남는데 급급했잖아? 심지어 당시에는 히어로로서 다듬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병원에서 사흘이나 의식불명에 빠질 만큼 중상을 입었고.

그런데 최종전 시점의 기념적인 첫 전투에서 호리코시는 단역이라도 신캐를 투입해서 화제성을 이끌어내도 될걸 굳이 이 미친 싸이코 근돼새끼를 또 꺼냈음. 하지만 전투 양상은 1차전하고 완전 달랐지. 이즈쿠는 마치 올포원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남의 본명 부르면서 님 그래서 긁? 하는 것처럼 머스큘러의 본명인 이마스지 고토를 불러가며 계속 설득하다가 결국 설득이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한 방에 처리해버렸잖아?

나는 이 두 차례에 걸친 싸움이 올마이트의 전성기 시절과 몰락기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사전에 까발리는 호리코시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어.

실제로 봐봐? 이즈쿠 그놈 지금 완전 축적된 원포올의 일곱 개성을 몽땅 꺼내서 올포원이고 시가라키고 화려하게 줘패도 모자랄 판에 너도 울고 있었어 울고 있는 너를 무시하지 않아 이 지랄하면서 전개 늘어지게 하고 있잖아? 심지어 자기 히어로 되게 만들어준 원포올을 공격이라는 이름의 양도로 써버리면서까지 내면을 틀어버리려고 하지?

사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나히아가 승패와 생사에 집착하는 일반적인 배틀물이었다면 절대 필요없는 장면이란 말이야? 그런데도 호리코시는 팝콘만화 주제에 뭘 가르치려 드냐는 욕을 먹을 걸 알면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구원에 필요한 묘사를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었거든?

이게 내가 나히아를 완전 띵작이 아니지만 결코 망작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야.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어쨌든 이즈쿠가 괴롭힘 당하던 소수자에서 나루쩌둥이 되거나 싸이코 전범들이 떳떳하게 살아서 인체실험하는 식으로 과거청산 실패한 나루토 같은 만화는 아니잖아 -_-)

잡설이 길었는데, 어쨌든 머스큘러와의 1차전과 2차전의 구도에서 무엇이 달랐고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비교하면 대충 이런 식이지.

1차전

상대는 결코 이해못할 사고방식을 지닌 인간같지도 않은 빌런. 근데 하필 지금 눈앞에서 피해자가 될 사람이 저놈한테 부모를 잃은 잼민이인데 곁에서 지키고 싸울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잖아?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만 한다! 크아아악 내가 먼저 죽게 생겼어어어! 그래도 어떻게든 이겨서 구한다!

2차전

상대는 결코 이해못할 사고방식을 지닌 인간같지도 않은 빌런. 근데 이전에는 내가 약해서 싸이코 슈퍼근돼 때문에 떡발렸지만 지금의 나는 싸이코 슈퍼근돼 따윈 비교도 되지 않는 압도적 상위호환. 그러니 이번에는 여유를 갖고 사전연습 겸 설득을 좀 해봐야지. 지은 죄가 있으니 네놈을 줘패긴 하겠지만 그래도 비교적 인간같은 부분이 있다면 발견해주겠어! 어? 안 되네? 열받네? 가볍게 스매쉬 한 방 먹이고 다시 감옥에 처넣어야지.

나는 이게 과거에 수도없이 반복되었을 올포원 Vs 원포올의 구도와 최종전의 올포원 Vs 이즈쿠의 구도를 그대로 옮긴 거라고 생각해. 비록 이마스지 고토라는 인간이 워낙 폐급이라 2차전에서 설득하고 교화하는데 실패했지만, 이 2차전이 이즈쿠가 자기 이상에 다가가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보거든.

그런 의미에서 머스큘러=이마스지 고토란 캐릭터는 아무리 극악인이라도 교화될 여지가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작가가 설계한 캐릭터 같아.

물론 히붕이들도 알다시피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그렇기에 가상의 작품에서라도 목소리를 높이는 창작물들이 나오는 거겠지.

- '개성'은 차별점이 아닌 공통점

아까 머스큘러를 설명하면서 나는 나대로 할테니 너는 너대로 하라는 식으로 말했었잖아? 얼핏 보면 서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처럼 보이거든 이거. 하지만 머스큘러는 빌런답게 자신의 가치관을 상호이해를 통해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그냥 냅다 폭력으로 관철해버렸어. 그게 머스큘러라는 캐릭터가 빌런이자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태생적인 한계지.

그런데 그 머스큘러가 폭력성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게 만든 근본 원인인 개성은 사실 체질적 요인이잖아? 그럼 이놈은 자기가 사람을 구타해서 죽일 수 있는 슈퍼 근돼로 태어나서 즐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인을 밥 먹듯이 하고 다녔다는 건데, 이거 완전 궤변이네?

근데 이즈쿠는 뭐가 좋다고 이런 싸이코 근돼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거임?

하지만 슬슬 히붕이들도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이즈쿠는 무려 철들기 전부터 그런 싸이코 근돼마저도 인류 보편 정서에 입각하여 "그래도 서로 대화하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를 실천하려고 했지만 힘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던, 순수한 이타심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였다는 것을.

결국 어렸을 적 천성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언젠가 힘을 갖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남들의 개성을 무슨 검찰에서 용의자 털듯이 샅샅이 조사하고 연구한, 싸이코 살인마들를 웃도는 진정한 싸이코라는 것을.

하지만 진정으로 타인을 믿고 친해지고자 어느 개성이라도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이 사람을 누가 싸이코패스라고 말할 수 있으리오.

개성이라는 유전적 형질이 같은 인류마저 서로 고립시키는 나히아 세상에서, 무개성으로 태어나 아무 힘도 없던 시절부터 개성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며 "너도 나도 개성이 있으니까 어쨌든 상호협력 가능한 인류 맞잖아?" 라고 설파하고 다니는 미도리야 이즈쿠야말로 나히아 세계관의 진정한 히어로이자 구세주로서 등극하는게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근데 현실 독자들이 이즈쿠한테 공감 못 하고 싫어하는 이유? 아마 쌈박질 작화 빡세게 그릴 시간도 모자란데 현실에서도 안 되는걸 만화에서까지 꺼내 주제의식으로 삼는 호리코시가 좆같아서? 소년만화 파는 만붕이들은 다들 화려한 작화의 피와 폭력과 살육에 굶주려 있다고! 아니면 하카쿠레 전신 누드 야짤 표지 같은거.

어쨌든 이게 내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주제가 '힘'이 아닌 '수용'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3편에서 마저 정리해서 마무리하려고 해.

참고로 3편에서는 대망의 주인공 이즈쿠과 우리 불쌍한 우메보시 근친게이, 그리고 스타워즈나 나루토 썰을 좀 풀어볼까 함.

덤으로 드래곤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