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본 직후에 이런 거 읽으니까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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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이런 맛은 어떠세요?
소설 'ONLY LONELY MY GIRL'
Ⅰ
"음~. 도둑은 어느 쪽일까나~."
시오 짱은 헤매고 있는 내 손가락을 바라보며 표정을 휙휙 바꾸고 있다.
내 손이 오른쪽으로 가면, 추욱…….
왼쪽으로 가면, 화알짝!
—너무 알기 쉽잖니, 시오 짱!
하지만 그런 시오 짱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입안 가득히 달콤함이 퍼진다. 사랑스러움이 넘쳐흐른다.
시오 짱이 최근 좋아하는 게임은 도둑잡기. 목욕하고 나와서 벌써 네 게임째 하고 있는데,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몇 판이라도 할 수 있어.
나는 고민하는 척을 하고, 왼쪽 카드를 뽑았다.
"앗싸~! 내가 이겼어~! 사토 짱이 졌네~!"
"뭐라고오? 시오 짱 같으니~!"
의기양양한 시오 짱을 가슴에 끌어안고 간지럽혔다. 자그마한 팔다리를 파닥이며 웃는 시오 짱은 정말로 귀엽다. 너무나 귀여워서, 둥글게 말하서 한입에 넣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하하. 시오 짱은 도둑잡기 잘하는구나~. 그럼 상품으로 이걸 줄게."
가방에서 작은 과자를 꺼내어, 시오 짱에게 건네었다.
"알바하는 곳에서 남은 걸 받아왔는데……. 시오 짱?"
방금 전까지는 떠들고 있던 시오 짱이 갑자기 기운이 없어져버렸다. 바닥에 흩어진 카드를 보면서 가만히 생각에 빠져 있다.
"무슨 일이야? 트럼프에 문제라도 생겼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도둑 씨는…… 다른 카드랑 세트가 될 수 없는 걸까, 해서."
시오 짱은 외톨이인걸까, 라면서 조심스럽게 조커를 주워들었다.
……외톨이의 아픔과 공허함은, 잘 알아.
시오 짱이 찾아주기 전까지—— 나도 혼자였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시오 짱.
"시오 짱은 조커가 아니야. 시오 짱은 이거야. ——하트 에이스!"
내 사랑, 내 심장.
"에엣, 아니야. 그건 사토 짱이야! 상냥하고, 따뜻하고, 정중앙에 커다란 하트가 그려진 거,"
"아하핫. 고마워, 시오 짱."
다시 한번, 꼬오오옥, 하고 끌어안았다. 다시는 슈가 엔젤을 놓치지 않도록.
시오 짱은 이전에 내가 없을 때 패닉 상태가 된 적이 있었다. 홀로 남겨지는 것이 무서워서, 나를 찾아서 밖으로 나워버린 것이다.
내가 현관의 물을 열면, <어서와~!>라며 뛰어드는, 아기고양이 같은 시오 짱. 바깥이 얼마나 쓴 것들로 넘쳐나더라도 그 미소가, 기분 좋은 무게감과 체온이, 나를 달게 채워준다.
그렇기에 시오 짱이 없는 방에 돌아오는 것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그런 경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여러 완구를 선물한 것도, 재발 방지책의 일환이다. 트럼프, 퍼즐, 카드 게임, 색칠공부과 색연필 세트…… 전부 혼자서 놀 수 있는 것들. 내가 학교나 알바로 없을 때 시오 짱이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커 이외의 카드가 어느 것이든 한쌍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함께다. 그러니까 나는 더 많이 힘낼 거야.
시오 짱이 있는 장소가, 내가 있을 장소니까——.
Ⅱ
카드를 늘어놓고, 기도를 담아서.
사토 짱이 가르쳐 준 대로, 한 장씩 뒤집어 간다. 신이시여, 이번에야말로 하트 에이스가 나오게 해주세요…….
"으앙~! 또 스페이드잖아~!"
스페이드는 검고, 하트와 닮았지만 조금 무서운 느낌. 클로버는 이파리 마크. 다이아는 반짝이는 게 멋있어. 하지만 제일 좋은 건 하트 에이스! 제일 강한 사랑의 카드라고 사토 짱이 말했었지.
사토 짱은 오늘 <알바 잔업>으로 늦게 온다. 그런 날은, 트럼프로 사토 짱과의 상성을 점치는 거야. 제일 좋은 것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하는 거야. 왜냐하면 나와 사토 짱은 가족보다도 상성이 좋으니까.
다시 한번 카드를 늘어놓고 신에게 빌어본다.
"사토 짱이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
사토 짱이 없는 밤은, 무섭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해서 온몸에 녹이 슨 것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 같은…… 그런 마음. 하지만 사토 짱은, 늦어져도 꼭 돌아온댔어. 여긴 그러기 위한 성이니까……라고, 그렇게 약속해줬어.
하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는——.
"학교도 알바도, 전부 없어져버리면 좋을 텐데. 그러면 하루종일,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사토 짱이 없으니까, 말로 해버렸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겠지. 왜냐하면 사토 짱은 나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거니까…….
한 장씩, 순서대로 카드를 뒤집어간다.
클로버 여왕님에 다이아 2, 스페이드 10…… 그리고 마지막 카드는.
"앗, 하트 에이스! 드디어 나왔다~!"
와아, 기뻐! 하트 에이스는 사랑의 심볼. 귀엽고, 예뻐서, 사토 짱과 똑 닮았어. 역시 하느님이 지켜보고 계신 거야.
가장 좋은 게 나왔으니까, 상성 점은 끝. 사토 짱이 만들어 준 점심을 먹고, 그러고 나서 방을 깨끗하게 해놓자. 사토 짱이 돌아올 때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현관 쪽에서 찰칵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토 짱?!"
아직 해님이 있는데? 하지만 사토 짱이 돌아왔어. 하트 에이스가, 내 소원을 들어준 거야!
"사토 짱, 어서 와~~~!!"
어라…… 하지만…… 어딘가 이상해. 사토 짱, 아무 말도 안해. 평소대로면 <다녀왔어~!>라면서 꼬옥 안아주는데, 문 쪽에서 우뚝 서 있기만 해. 평소의 사토 짱이 아닌 것 같은…….
왜 그러는 걸까, 사토 짱의 얼굴을 보았다.
"시오 짱……."
사토 짱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뜨거워. 몸이 휘청, 하고 기울어져서—— 둘로 쪼개진 것처럼.
"사토 짱……!"
휘청거리는 사토 짱을 지탱하듯이, 어떻게든 침대까지 데리고 갔다.
"큰일났어……!!"
빨리 약을! 약을 먹여야 해……! 하지만 어디에 있는데 몰라아. 어라, 그런데 약을 먹는 건 죽을 먹고 나서였지 않아? 으으음, 으으음. 인스턴트 죽이 있었지…… 어디였더라. 부엌 제일 밑에 있었던가……. 앗, 그치만 그 전에 옷을 갈아입혀야 해! 사토 짱, 교복 입고 있는 상태인걸. 잠옷…… 사토 짱의 잠옷은, 옷장 위에서 두 번째였지.
"영차, 영차."
옷의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간다. 셔츠가 땀범벅인 몸에 달라붙어서 조금 벗기기 힘들다. 잠옷을 입히기 전에, 목욕실에서 따끈따끈한 소건을 가져와서 사토 짱의 목이나 등을 닦았다. 내가 목욕탕에서 나올 때, 사토 짱은 언제나 이렇게 해주는걸.
……그래! 이렇게 땀을 흘렸으면 목이 마르겠지.
"사토 짱, 물이야."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침대 옆에 두었다. 언제나 사토 짱이 나를 도와준다. 이번에는 내가 사토 짱을 도와줄 거야!
"시오 짱……."
사토 짱이, 이불에서 힐금 얼굴을 내밀었다.
나를 부르는, 작은 목소리—— 이렇게나 기운 없는 사토 짱, 처음 봐.
"사토 짱! 괜찮아? 약 먹을래? 죽 먹을래? 그리고, 그리고……."
"약은 수납장…… 구급 상자 안에…… 체온계도."
"구급 상자?"
"으음…… 약을 넣는 상자. 작은 상자야."
"알았어!"
사토 짱이 가르쳐준 대로, 수납장을 엿보았다. 청소기랑, 방을 톡톡하는 봉이라, 여러가지 것들이 들어가 았다.
으음, 작은 상자…… 이거일까? 아, 아니구나. 이건 그림을 그리는 상자지? 여러 색이 있구나……. 좀 더 위에 있는 걸까…… 영차…… 까치발을 들지 않으면 닿지 않는다.
"우왓—— 아야야야!"
선반 위에 있는 상자가 무너져서, 후두두둑 떨어졌다.
우으, 아파아. 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맞아버렸다. 하지만 울거나 하면 사토 짱이 걱정해버려…….
"앗, 구급 상자 발견!"
바닥에 흩어진 상자 중에, 약이 가득한 상자를 발견했다. 분명 이게 구급 상자야!
하아하아. 후우후우.
이제 다음에는…… 죽을 준비해야 해. 인스턴트 음식은 봉지째로 뜨거운 물에 보글보글해도 되지만, 그건 위험하니가 안된다고, 사토 짱이 전에 그랬어. 안에 든 그릇을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된다고. 사토 짱, 뭐든 알고 있구나.
"영차."
전자레인지는 높은 곳에 있으니까 발판 위에 올라가지 않으면 손이 닿지 않는다. 안에 그릇을 넣고, 스위치를 누르고, 띵, 하고 울리면 완성!
"앗뜨뜨!"
그릇이 앗 뜨거워! 우우, 어쩌지…… 사토 짱이 가끔 쓰는 커다란 장갑 같은 거. 그게 있다면……. 두리번두리번 찾아보자, 냉장고 옆에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찾았다! ……하지만, 나 뭔가.
아까부터, 무언가를 찾기만 해. 사토 짱을 위해서 집안일을 할 수 있게 되고 싶은데. 무엇이 어디에 있는 건지도 잘 모르고…….
사토 짱은 그렇게 다정한데, 나는 아무것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네. 사실은 인스턴트가 아니라 내가 만든 죽으로 사토 짱이 기운 차려줬으면 하는데.
"자, 사토 짱. 아~."
"얌…… 입 안이, 뜨거……!"
"서두르면 안돼!"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조금 편해진 걸까? 돌아왔을 때는 괴로워보였는데 지금은 가슴이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사토 짱—— 너무 열심히 했던 걸지도.
밖에는 슬픈 일, 괴로운 일, 힘든 일이 잔뜩 있어서 사토 짱은 언제나 그런 것들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 그건 분명, 나를 위해서.
그런데 나는…… 내가 잘못한 거야.
사토 짱이 아픈 건, 분명 내 탓이야.
"하트 에이스에게, 사토 짱이 빨리 돌아와 달라고, 부탁해서……."
미안해. 미안해.
코 안쪽이 찡하고, 눈 근처가 뜨거워진다. 잠들어 있는 사토 짱의 옆모습이 흐려진다.
"게다가…… 사토 짱이 이렇게나 괴로워하고 있는데 나는,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기뻤어. 오늘은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해버렸어."
어떡하지. 어떡하지.
"사토 짱이 죽어버리면 나……!"
사토 짱이 걱정할 테니까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눈물이 주륵주륵, 주륵주륵. 내 힘으로는 더이상, 멈출 수가 없어.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괜찮아…… 그냥 감기니까…… 시오 짱 때문이 아니야……."
사토 짱이 살짝 눈을 뜨고, 다정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토 짱의 손은 신기해. 이런 때에 굉장히 안심이 돼.
"약속 했잖아. 시오 짱을, 외톨이로 만들지 않겠다고……."
"응."
"시오 짱은…… 도둑잡기의 도둑이 아니야."
"응."
"내, 하트 에이스니까."
"……응."
마음의 정중앙이 간지러워지는 듯한, 살짝 아픈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나는 사토 짱의 이불 속에 꿈질꿈질 파고 들었다. 외로워서 같이 있고 싶은 게 아냐. 사토 짱이니까 같이 있고 싶은 거야.
"안돼, 시오 짱……. 감기가, 옮을 거야."
"괜찮아."
이불 속에서, 사토 짱과 손을 잡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맹세의 말은 지킬 거야.
"아플 때에도, 사토 짱이 정말 좋으니까."
사토 짱은 방긋~ 웃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잘 자, 사토 짱.
이불 속은, 깜깜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냄새. 사토 짱의 냄새.
있지, 사토 짱. 나, 사토 짱이랑 같은 게 좋아.
——그러니까.
슬프다면. 괴롭다면. 아프다면.
그런 거 전부, 나에게 말해 줘…….
Ⅲ
"열도 내렸고, 이제 멀쩡해! 시오 짱이 간병해준 덕분이야."
사토 짱, 건강해져서 다행이야~! 또 학교나 알바에 가야 하지만 그것보다 사토 짱이 건강한 게 더 기뻐.
"꽤 많이 쉬어버렸으니까…… 오늘부터 다시 힘내야지. 시오 짱, 집 지키는 거 잘 부탁해. 밖은 나가면 안된다?"
"응, 괜찮아! 그보다 사토 짱, 이거 줄게. 부적이야!"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사토 짱에게 나의 비밀 병기를 건넸다. 왜냐면, 사토 짱이 말했는걸. <시오 짱은 하트 에이스야>라고. 그러면——.
"내 대신, 하트 에이스를 데려가 줘."
"와아! 고마워, 시오 짱. 하지만 하트 에이스가 없으면 트럼프로 못 놀게 되는데?"
"괜찮아. 도둑 씨가 대신해줄 거야. 그러면 이제 도둑 씨도 외톨이가 아니게 되잖아?"
"시오 짱……. 너무 좋아."
사토 짱은 하트 에이스에 뽀뽀를 하고, 나를 꼬옥 안은 후에 나갔다.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힌다.
사실은 문 밖으로 나가서 사토 짱이 안 보일 때까지 계~속 배웅하고 싶지만. 그치만, 하트 에이스는 사랑의 부적. 언젠가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부디 사토 짱을 지켜주길…….
사토 ㅉ아이 없는 시간은, 역시 쓸쓸하다.
하지만, 쓸쓸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사토 짱의 <다녀왔어!>가 괜스레 기쁜 거야. 여긴 사토 짱이 돌아올 장소. 그러니까 오늘도 트럼프나 그림 그리기를 하고, 점심을 먹으면 방을 톡톡해두자.
어서 와, 사토 짱! 하고, 웃으면서 맞이하고 싶으니까——.
저자 Profile
아라이 란
작가. 대표작은 '쇼트쇼트의 보물 상자' 중 '벌레의 거처' (코분샤 간행) 등. 작가 에사카 유 씨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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