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도룡뇽에게는 세상은 마냥 살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용암도룡뇽은 오늘도 도시에서 민간인들을 죽입니다. 하지만 그 일조차도 자꾸 흔들리는 지각에 어지러워 힘겹기만 한 조건입니다.  

그러나 용암도룡뇽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힘차게 용암도룡뇽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소박한 일에도 보람을 느끼며 용암도룡뇽은 천천히 하지만 묵묵하게 민간인을 죽입니다. 한 구 두 구 쌓이는 시체를 보며 잠시나마 미소짓는 용암도룡뇽은 정말 기쁩니다.

"기뻐양! 기뻐양!"

용암도룡뇽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마침 이 구역의 불량배인 사령관들이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사령관들은 착하고 선량한 용암도룡뇽을 이유 없이 구타합니다. 용암도룡뇽에게는 항상 있는 일상입니다.  왜 이럴까.. 용암도룡뇽은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도 없이 그들이 이 행성을 찾아오기 시작한 것도 벌써 수개월 째입니다. 반쯤은 놀러온듯이 하지만 명백한 악의를 담아 용암도룡뇽을 고통스럽게 하는 모험가들에게 용암도룡뇽은 크게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폭력을 통해 그들의 울분을 토해낼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제논 수정마저 그들에게 강탈을 당하는 장면을 두눈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파양! 아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