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근처 렌탈 샵에서 애니 방영 직전부터 홍보 많이 하길래 함 읽어봤는데 재미있어서 그대로 쭉쭉 읽었음. 일본에서 산지 몇년 됐어도 여전히 다른 장르는 독해적으로 약간 부담되긴 하는데 러브코미디는 보통 어려운 말 거의 안쓰니까. 이 작품도 렌탈여친 이후로 제일 읽기 쉬운 작품이었음.

요시카와 미키 작가 작품은 야마다군과 7인의 마녀를 봤었는데 초반엔 재미있었지만 후반에는 솔직히 너무 대충 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원패턴에 어이없는 설정 남발로 마지막에는 좀 억지로 봤던 기억이 있었음.

내가 주간 만화, 특히나 주간 러브코미디 만화를 평가함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두가지 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작가의 버릇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와 '작품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스토리보다 매력이다' 라는 두가지임.

이 두가지 확신은 모두 '주간지'라는 점에서 기인함. 주간지는 한때 혹사 논란이 크게 일었을 정도로 작가에게 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그 작가가 하던 스타일을 고수할 수 밖에 없고, 설사 작가가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더라도 그걸 고치기가 매우 힘들기에, 작가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주간지는 월간지에 비해서 길이가 짧고 독자층이 10대, 20대에 집중되어 있어서 만화를 보는데 있어서 깊이 생각을 하기 보다는 적당히 대충대충 보면서 넘기는 경우가 많아가지고 스토리의 완성도보다 스토리 자체의 매력이나 캐릭터의 매력, 매력적인 연출 등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음. 그래서 스토리의 완성도보다는 어느 한 점에서 확실한 매력 포인트를 지니고 있는 것이 성공하는 만화의 필수 요소라고 봄.

이게 한국에서 불법 사이트를 통해 보는 사람이면 조금 이해가 힘들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일본에도 나도 애용하는 매거진 포켓이라던가 이런 어플들이 많아져서 디지털화가 많이 되기는 했어도 기본적으로는 편의점 같은 곳에 매주 주간지가 새로 비치되고 보통은 공짜로 서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매주 새로 나올때마다 잠깐씩 읽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임. 근데 오랫동안 서서 읽다보면 좀 눈치도 보이고 그래가지고 대부분은 대충 빠르게 읽고 나오지. 그래서 더더욱 세부적인 스토리의 완성도보다는 어느 한 점의 매력에 더 시선이 가게 되는거임. 나도 매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집근처 훼미리마트에 소년 매거진 들어오면 빠르게 뻐꾸기랑 렌탈여친만 읽고 나오는데 왠만하면 5분 이상 읽지 않기로 스스로 룰을 정해놓았음. 그러다보니 대충대충 읽게되고 또 그러다보니 단행본을 빌리거나 사게되는건데. 아무튼 대부분은 대충 읽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거. 물론 틀딱새끼들은 부끄럼도 없는지 시발 30분 넘게 쳐읽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개인적으로 뻐꾸기 커플은 솔직히 한동안 꽤나 스토리적으로는 지루했다고 생각함. 1권에서 에리카와 나기의 공동 생활이 시작된 이후로는 거의 몇권동안 에리카한테 플래그 꼽고, 그 다음은 혼다한테 플래그 꼽고, 그 다음은 사치한테 꼽고, 그 다음은 또다시 에리카한테 플래그 꼽고 이거 무현반복. 스토리의 수준도 그렇게 높다고는 볼 수 없고. 그러다가 도중에 아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들어오긴 했는데 초반에만 좀 반짝 하다가 그냥 공기화해버렸고 (최신호에서는 좀 나오고 있지만) 결국에는 원패턴 전개로 돌아왔음. 재밌는게 하렘물에서 자주 보이는 한 화에서 여러 명한테 플래그를 꼽는 모습도 거의 없음. 그냥 로테이션이 정해져 있어서 그 화에는 꼭 그 캐릭만 밀어준다는 느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확실하게 매력이 있는 작품임. 코단샤에 밥줄이 좀 많긴 한데 그 밥줄 중에서도 손꼽히는 매출을 자랑할 정도로 판매량이 대단히 높기도 하고. 이런 로테이션식 전개가 꼭 나쁜것만은 아닌게 하렘물에서 비중의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인데 그걸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긴 하니까. 작품 전체적으로 원패턴 무현반복이라서 뭔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 별로 없긴 한데 특유의 개그 코드나 캐릭터들의 매력은 괜찮아서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함.

이라고 13권을 보기 전까지는 생각했는데... 결국 문제가 터져버린것 같음. 13권은 가장 메인 히로인에 가까운 타이틀 히로인이지만 연애적인 면에서는 사실 제일 지지부진했던 에리카가 본격적으로 표현을 하기 시작하고 나기도 거기에 응답하기 시작해서 작품적으로 대단원에 다가간다고 느껴졌던 이야기가 주를 이었는데, 마지막에 와서 뇌 리셋이 된것처럼 갑자기 역시 세가와가 좋다 이러면서 일본에서도 나기가 이렇게 바보같은 캐릭터였나 싶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한순간에 총체적 난국이 돼버렸음.

원패턴 전개라는건 사실 현대의 인기 작가 (특히나 러브코미디의)들 대부분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겪게 되는 비판점이고 언젠가는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개성을 파괴해버린다면 그건 완전한 실패임. 이전까지는 머리만 좋은 우유부단한 흔한 하렘물 주인공이었던 나기가 한 화만에 갑자기 사랑에 열정적인 바보가 되어버리니 솔직히 어이가 없었음.

지금의 뻐꾸기 커플은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 와중에 아이의 난입이 솔직히 옳은 방향인가? 라는 의문도 들고. 이제는 재미는 있는데 매력은 좀 느끼기 힘든 작품이라는게 현재까지의 내 감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