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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초전 15주년 1장 일부 (선행)

ㅇㅇ(116.122) 2022.06.05 18:33:27
조회 1024 추천 16 댓글 3
														

제1장 시라이 쿠로코는 주저하지 않는다



     1


학원도시 제7학구에 있는 남자금제의 아가씨 학교 밀집구역, 『학사의 정원』.

평균보다 위에 있어야 보통이라는 말의 정의가 이상한 세계였다. 유럽풍으로 정돈된 길거리는 그 세부까지 안정성과 셀러브리티를 높였고, 출입하는 사람의 수가 한정되어 있음에도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 브랜드샵도 부족하지 않다. 교통량이 많은 역 앞 일등지에서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는 것보다, 단 한 명의 아가씨한테 『마음에 들어』 『어용상인』이 되는 것이 그룹 전체로 봤을 때도 이익이다, 하고 판단한 것이리라. 시간과 공간을 도려낸 모양새로 보면, 달그락거리는 발굽 소리와 함께 백마의 고삐를 쥐고 차도 옆을 느긋하게 걸어가는 여중생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일등 명문교, 토키와다이 중학교.

하지만 상류계급 사이에서도 쉬는 시간에 소문이 떠도는 건 마찬가지일까, 혹은 그런 사람일수록 신분이나 평판을 남들 이상으로 신경 쓰는 걸까. 서양풍 교사, 그 복도에서 이런 목소리가 잔물결처럼 속삭였다.


『어머나, 세상에,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저건 시라이 쿠로코 님이 아닌가요. 「저지먼트(풍기위원)」로서도 빼어나신……』

『화이트 스프링 홀딩스라면 전국 규모의 편의점, 드러그 스토어, 쇼핑센터와 캐주얼 노선의 괴물이잖아요』

『……제3위의 레벨5(초능력자), 미사카 미코토 아가씨의 전속 「어시스트」잖아요? 아직 1학년인데 대약진이로군요』


위풍당당이란 이런 것이리라.

하지만 밤색 머리카락을 트윈테일로 묶은 소녀에게는, 이것 또한 늘 있는 이야기였다.

(……정말. 타인의 소문을 신경 쓴다고 자기 실력이 상승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따라서, 시라이는 주위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라서 북적이는 복도. 같은 교복을 입었어도, 그 등은 확실하게 갈라져 있었다.

미사카 미코토.

「언니……?」

멀리서 조용히 말을 걸어본다.

반응이 없다,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건 기회다. 시라이 쿠로코는 복도 인파에 뒤섞여 입맛을 다시더니, 소리 없이 레벨4(대능력) 『텔레포트(공간이동)』을 발동한다.

등 뒤에서 직접 미코토를 덮칠 수 있을 정도의 공중으로.

「언니이이이이이이익!!!???」

어미가 부자연스럽게 뛰어오른 건 고압전류로 몸을 관통당했기 때문이리라. 시라이 쿠로코의 몸이 공중에서 2단 점프하듯 명백하게 부자연스러운 궤도를 그린다.

미사카 미코토는 딱히 돌아보지도 않고,

「알고 있었어」

「후후후, 이건 이심전심이고 상사상애라고 인식해도 되겠죠……?」

「땅바닥에 엎드려서 경련하고 있는데? 자빠져서는, 큰 대 자로」

차가운 목소리지민 이것 또한 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시라이 쿠로코는 이 정도로 꺾이지 않는다.

(……오늘은 꿈의 금요일)

그래.

그런 것이다.

(그리고 룸메이트인 전 주말 48시간 내내 언니와 함께! 공 · 동 · 생 · 활!! 우후후 이 날을 위해 준비는 만전이라고요. 즐거운 보드게임부터 미y으흠 살짝 신기한 해외의 영양 드링크까지 필살의 골인으로 향하고자 실로 한층 더 심혈을 기울인 완전애정계획을……)

「저기 쿠로코」

「아, 네!? 왜, 왜 그러시나요 언니?」

「왜 당황해?」

미코토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무방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래도 학생기숙사의 방문을 안에서든 밖에서든 시라이 쿠로코의 허가가 없으면 절대로 열리지 않는 데스게임(사랑의 밀실) 사양으로 남몰래 개조했음을 들키지는 않은 눈치인지,

「그러고 보니 그거 아니? 포레스트 라이트의 쿨러박스. 얼음이 아니라 화학냉매와 큼지막한 모터로 시원하게 만드는 거라, 정확하게는 휴대용 냉장고 같은 느낌이지만」

「아아. 아웃도어 굿즈 메이커였죠? 벽으로 둘러싸인 하이테크한 학원도시에서 캠프에 눈이라도 뜨신 건가요, 언니」

「아하하. 그거 있으면 밤샐 때 편리하지 않을까 해서. 기숙사 밥은 맛있는데 정해진 시간에만 나오니까,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같은 걸 동경하게 된단 말이지. 큼지막한 가전은 숨길 장소가 없어서 한 방에 사감한테 들키겠지만」

「밤을 샌다」

「그래도 왜, 쿨러박스 크기라면 차가운 홍차캔이라도 꺼내서. 아니지 냉장고라면 쇼트케이크 같은 것도 보관할 수 있잖아? 그냥 다 되는 거야! 소등시간 되면 물밖에 못 마시니까 그냥 자자 같은 갑갑한 생활과는 안녕이란 거지. 이것이야말로 사감에 대한 반란이라고!! 오─, 주말에 잠 못 잘지도 모르겠는데?」

(바, 밤이라는 말에 요사스러운 느낌이 일절 없어……. 뭐랄까 그냥, 언니한테서 후광이 보여. 쓸데없는 계획이나 세우던 나의 왜소함만 엄청나게 드러나잖아!?)

시라이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따뜻한 분위기에 얽매이면 안 돼!! 언제까지 『착한 사람』으로 머물 생각인 거냐, 시라이 쿠로코!?

「아 맞다」

「왜 그러시나요, 언니」

「너, 휴대전화 계정에 문제 생겼다면서? 그래서 아직 내부 프로필 재설정이 덜 됐다고 들었는데」

「아, 네. 아무래도 그거 계약한 통신사 서비스센터까지 가야 하는 문제 같아서요. 외부 SNS 메시지는 쓸 수 있으니까, 무심코 계속 뒤로 미루게 되네요……. 그런데, 그게 왜요?」

「그래서 음신불통인 너한테 저지먼트인 코노리 선배가 전언을 부탁했어. 그보다 SNS를 하는데 왜 친구등록을 안 했어?」

뭐 때문에 초대제 서비스로 했겠는가. 당연히 코노리나 우이하루처럼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업무동료를 인터넷 안으로 들이면 어깨 힘을 빼고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인데, 기본적으로 고독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그러면서 어디로든 자유롭게 침입하는) 언니는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들어선 안 됐다, 한시라도 빨리 미코토의 입을 막는 게 유일한 정답이었다. 모처럼 대의명분도 생겼으니, 뭣하면 입술과 입술로. 쭉 내밀어서.

앞으로 살짝 용기가 부족했던 시라이에게, 싱긋 웃으면서 미코토는 전했다.


「너 격투기 숙련도 떨어졌다면서? 고마워해, 코노리 선배가 일부러 이번 주말 전부 써서 다시 단련해준다고 하니까」


소리가 날아갔다.

빛이 슥 퍼지면서 눈앞의 풍경이 소실됐다.

미사카 미코토는 할 말만 전하고 산뜻하게 자리를 뒤로했다. 시라이한테는, 사랑스러운 언니가 무슨 말을 하고 자리를 떴는지 이미 들리지 않았지만.

「……, 」

그리고 시라이 쿠로코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복도 한가운데 조용히 무너져내리며,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자기 입술을 깨문다. 학생의 파도가 좌우로 갈라지며, 개중에는 멀리서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어주는 여자애까지 있었다. 정숙함 가득하게 친절한 사람들은, 부스럼이란 때로는 긁지 않는 게 가장 좋을 때도 있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은 모양이지만.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오늘은 꿈의 금요일, 그 뒤에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주말. 문과 창문을 밀실 개조하고, 주말 48시간 동안 일어날 상황을 전부 플로차트로 만들어 몇 번이고 손가락으로 훑으며 확인했고, 분홍빛 가스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수수께끼의 게임 마스터 시라이 쿠로코는 정신이 아득해질 파라다이스 모드에 도전하기 전부터 게임오버인 걸까? 마이크로파라는 형태로 물리적인 제육감을 가진 『그』 레일건(초전자포) · 미사카 미코토한테 들키지 않게 조용히, 내가 오늘까지 얼마나 수고를 들여 준비했는지 알기나 해!?

이미 결론은 나왔다.

비스듬하게 기운 소녀의 입술에서, 나지막이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해치워주마」


코노리 미이.

그 궁극최강 안경거유를 죽여야,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2


방과 후.

시라이 쿠로코는 『학사의 정원』을 나와, 도보로 저녁의 거리를 걸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주말을 기다리고 있는지, 번화가로 향하는 소년소녀들의 발걸음도 가볍다.

시라이도 방과 후 인파에 휩쓸리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 아무 말 없이 도망쳐봤자 학생기숙사로 연락만 들어갈 뿐. 그래서는 모처럼 만든 사랑과 욕망의 밀실이 수포로 돌아가요, 주로 분노한 공포의 사감이 강도를 무시하고 바깥에서 문을 걷어차서. 큭, 홈을 무대로 만든 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코노리 미이의 연락을 저지한다면, 결국 거유안경과 싸워야 한다. 하물며 거유가 아닌 안경사감을 어떻게 하는 건, 명백하게 막다른 길이다. 그쪽으로 대책을 짜려고 해봤자 답은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 영원이라니. 이런 단어가 나날의 학교생활에서 나와도 괜찮은 걸까?

그렇다면 오늘, 금요일에 코노리 미이를 단숨에 쓰러뜨리고 자유를 얻는 것이 이상적이다. 힘들어도 토요일을 예비날로 쿠션삼아 완전히 결판을 낸다. 그렇게 하면, 사랑스러운 언니와 꿈의 일요일 사랑의 데스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하아」

(……정말. 본래라면, 토키와다이 학생이 이렇게 거리를 터벅터벅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요. 언니나 쇼쿠호 미사키처럼, 그런 정점이 학생버스의 송환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니까 기준이 이상해진 것 같고)

놈은 같은 제7학구에 있는 저지먼트 관련 훈련시설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 블레이저 안경, 틀림없이 도장 한가운데 팔짱을 끼고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코로 숨을 내쉬며 의욕이 넘치는 패턴이었다. 무턱대고 정공법의 격투기로 임하는 건 『그』 시라이 쿠로코여도 좀 무섭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도착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시라이로서는 그 사이에 작전을 짜두고 싶었다.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전부 조사하자.

(코노리 선배……라고, 제가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물론, 거기에 걸맞는 실력을 가졌다는 게 참 번거롭단 말이죠)

코노리 미이는 『저지먼트』 선배에 해당하는 여고생이다.

물론 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제7학구에서 활동하는 것도 있어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많다. 날씬한 체구에 어른의 증거 같은 가슴, 어깨 부근에서 잘라 맞춘 윤기 흐르는 흑발과 이지적인 안경 덕분에 보는 이의 인상은 성실한 우등생에 가깝다. 실제로 인상처럼 청렴하고 올바르며 공부도 잘하기에, 선생님들의 인상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시라이 쿠로코가 보기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이것이었다.

레벨3, 『클레어보이언스(투시능력)』.

시라이의 레벨4인 『텔레포트』보다 수치가 낮지만, 애당초 능력의 종류가 다르면 이런 숫자는 별로 믿을 게 못 된다. 그리고 ESP와 PK 같은 대략적인 초능력 이원론은 별로 학원도시에서 추천하지 않는데……이 ESP(초감각적 지각계)라는 건 도전하는 쪽에게는 참으로 번거로운 장난감이기도 하다.

물체를 통과해서 보는 능력. 참으로 알기 쉽다.

그래서?

물건이 비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인다는 걸까. 재질이나 두께, 액체나 고체, 1m 앞 콘크리트 울타리와 100m 앞 종잇조각 중 어떤 게 더 잘 비칠까, 같은 능불능은? 물건을 비쳐서 볼 때 눈앞에 있는 건 보이는 걸까, 반투명해서 파악은 하는 걸까. 그때 바로 앞에서 무언가가 가로지르면? 등등등등…….

그런 자잘한 조건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겠다. 물론 평소에 코노리와 함께 행동하고, 흉악범의 체포 · 보도(補導)할 때는 서로의 등을 맞대는 관계다. 코노리의 능력이라면 본인에게서 어느 정도 직접 설명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전부일까? 그렇다기보다 감각적으로, 대략 아는 사람이 다시 입으로 소리 내어 설명한 내용과 틀어지거나 빠진 부분은 없을까?

이것이 물리적인 레일건라면 규칙을 파악해 공유하기 쉽다. 한 번 보고, 정밀기기로 계측하고, 초고속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면 사정거리나 위력은 어느 정도이고 어디로 도망치면 안전한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예지나 독심 같은 『능력자 본인의 머릿속에서만 전개되는』 초감각계는 일단 외부에서 봤을 때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것은 『확실히』 있다.

체스로 생각해보자.

서로 말을 늘어놓고 눈싸움하며, 100수 앞까지 상황을 읽어 완벽하게 말을 놓고 싶은데, 대전상대 측에 본 적도 없는 말이 놓여 있다. 이거, 이 전대물의 고무인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입으로 설명해줘도 좀처럼 이해가 안 된다. ……이 상황에서 필승법을 만들 수 있을까? 만전의 포진을 굳혀봤자, 단 하나의 말이 느닷없이 체스판 가장자리에서 반대쪽으로 워프하면? 이 하나가 예상밖의 움직임을 보인 것만으로 전부 무너진다.

「……흠」

잠시 생각하고, 시라이 쿠로코는 홀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지먼트』의 훈련시설, 시민체육관을 약간 호화롭게 만든 것 같은 건물까지 도착했다. 실제로, 언월도나 합기도의 경기회장으로도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게이트 경비를 맡은 어른에게 팔에 찬 완장을 보여주고 부지 안으로 들어간 뒤, 제1 격투기도장은 왼쪽으로 꺾어 50m 앞입니다, 하는 벽 안내판을 눈으로 쫓으며,

(미확정 말 때문에 최선의 수를 구축할 수 없는 이상, 길게 끌면 길게 끌수록 오차만 크게 퍼져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시라이 쿠로코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멈춘 뒤, 집중한다.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허공으로 사라진다.

비거리 81.5m, 최대 중량 130.7kg.

다시 말해 50m 앞이라면 이미 이동 가능권 안이었다.

「으아아아아아!!!!!!」

이동한 곳은 코노리 미이가 기다리는 제1 격투기도장, 다다미가 깔린 공간의 한가운데. 흑발안경은 정말 교복 차림으로 팔짱을 끼고서 우뚝 서 있었다. 그 뒤통수를 노리는 모습으로, 후방 상공 4m 위치에서 드롭킥을 선보이는 시라이 쿠로코.

예측할 수 없는 오차가 커지는 게 무섭다면, 아직 작을 때 처리하는 게 최선이다.

「나와 언니의 사랑의 주말 데스게임을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습니다아아아아아!!」


쿠카가가가가가각!!!???


그리고 엄청난 굉음에, 실내형 근육 트레이닝을 하고 있던 네모 반듯하게 깎은 머리에 팔등신 모델 같은 언니나 합기도의 도복을 서로 비비며 격렬하게 대련하고 있던 여자들이 무심코 숨을 삼키며 격투기 도장의 중앙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발에, 이지적인 안경.

정돈된 블레이저 교복에 주름이나 얼룩 하나 허용하지 않고, 코노리 미이는 싱긋 웃으면서 발꿈치에 힘을 꾹 넣었다. 물론, 얻어터진 시라이 쿠로코의 뒤통수로 부드럽게 포상을 내려주고자.

웃으면서 거유안경은 이렇게 말했다.

보고 있었어☆」

「아으, 아흐……? 그, 그런가요……」

미확정을 확정으로 바꾸고자, 한 가지 알아낸 것을 마음에 메모한다.

……아무래도 코노리 미이의 『클레어보이언스』는, 철근 콘크리트의 벽을 관통하여 50m 앞에서 소리 없이 자신을 노리는 자객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3


문답무용의 기습작전이 실패로 끝나자, (도장 한가운데서 매우 깊이 반성하며) 시라이 쿠로코는 다시 정식으로 규칙 설명을 듣는다.


*전투기간은 금, 토, 일 사흘로 한다. 다시 말해서 제한시간은 월요일 오전 0시. 그동안, 시라이 쿠로코는 공사의 구별없이 언제든 코노리 미이에게 공격을 시도해도 좋다. 또한 코노리 측에서 시라이 측으로 선제공격을 시도하는 경우는 없다.

*시라이 쿠로코는 코노리 미이를 한 번이라도 구속한다면 승리로 한다. 다시 말해 양손에 지급장비인 수갑을 채우면 목적 달성.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의식의 두절, 관절의 고정, 급소의 지배 등 전투행위는 그 일체를 허가한다.

*코노리 측은 일정기간을 버티면 승리로 한다. 다시 말해 시라이 쿠로코를 몇 번 격퇴했든, 코노리 측은 제한시간까지 전투훈련을 끝낼 수 없다.

*개인의 힘만으로 싸울 것.

*능력 혹은 무기 사용에 제한은 없으나, 타 민간인, 재산, 건축물 등에 피해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또한 전투할 때는 저지먼트로서 도로교통법 등 일반법령 · 조례 등을 준수할 것.


한차례 전부 끝나자, 흑발거유 안경선배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뭔가 질문은?」

「……진심으로 기습해도 실력차를 뒤집을 수 없던 시점에서, 이미 제 승산은 0.몇% 단위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아. 시작도 안 했는데 포기하다니 세상을 너무 깨달았는걸, 중학생?」

우으─, 하고. 기다리는 말을 들은 강아지처럼 낮게 신음하는 쿠로코를 보고 안경선배는 싱글싱글 웃으며,

「시라이. 네 『텔레포트』는 좌우지간 편리한데, 그렇기에, 능력에 너무 기대는 경향이 있어. 격투와 관련해서도 능력을 전제로 구상하고 있지 않니? 상처나 병, 섬광이나 가스. 머릿속 연산을 흩뜨리는 원인은 얼마든지 있잖아, 현장에서 죽고 싶지 않다면 버릇을 고쳐야 해」

할 말을 끝내고, 선드러지게 도장에서 떠나는 코노리 미이.

정좌로 고개를 숙인 채 바라보며, 그녀가 문 너머로 사라진 타이밍을 노려 『텔레포트』로 금속화살을 몇 개 날렸지만, 역시 『반응』은 없었다.

「빌어먹을……. 상대는 확실하게 등을 돌리고 있었을 텐데」

설마 능력을 사용하고 있어서 상시 360도가 전부 보인다, 같은 건 아닐 것이다. 고개를 젓고, 동공을 확대축소하고 있으니 통상 시야에 의존하는 능력임은 분명했다.

다시 말해 벽이나 문 같은 차폐물을 무시하고 대상을 관찰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더 나아가,

(……교묘하군요, 봐야 할 것을 찾는 힘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라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보다 많은 것이 보인다는 건, 방해하는 잘못된 정보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조건을 걸러내는 게 느슨한 검색 사이트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노리는 그런 자가생산된 정보과다에 농락당하지 않았다.

아침의 러시아워로 붐비는 역의 인파 속에서 단 한 명, 소매치기 같은 위험징후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주목할 수 있는, 그런 통찰력. 그게 있기에, 코노리 미이는 단순한 능력뿐만 아니라 『저지먼트』로서의 두터운 경험으로 봐야 할 것에 주목하는 힘을 끌어올리고 있다. 굳이 돌아서서 확인할 것도 없이, 시라이 쿠로코가 즉시 공격할 것이라고 결론지을 정도로는.

아무튼.

「으─……. 귀찮기 짝이 없지만, 해봅시다!!」

슥! 하고 정좌한 채 시라이 쿠로코의 몸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다음 순간, 이미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훈련시설의 넓은 지붕 위로 전이를 끝냈다. 코노리 미이는 틀림없이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강적이다. 하지만, 제한시간이 정해진 이상 꾸물거릴 시간은 없다. 오히려 위험한 상대일수록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다.

(……이러는 지금도 언니와의 달콤한 주말이 1초 1초 깎인다고 생각하면, 속공 말고는 없어요!)

학원도시에서 능력대전의 기본은 이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하나, 우선 자신의 생존조건을 확보한다.

둘, 안전한 위치나 조건을 유지한 채, 상대의 능력이나 흔적을 관찰 · 분석한다.

셋, 손에 넣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상대를 타파할 방법을 구축한다.


……물론 실제로는 쌍방이 『그렇게 간단히 조건을 갖출 수 없게』 움직이기에 이상적인 모양으로 수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지만, 사전에 한 가지 노선을 알아두면 탈선했을 때 수정하기도 쉽다. 역시 기본이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상. 건물 정면출구에서 안경여자가 당당히 나왔다. 먼저 도장에서 나간 건 코노리지만, 『텔레포트』를 쓸 수 있는 시라이라면 『뒤를 쫓는 사람이 매복』하는 역전현상이 벌어진다. 시라이는 높은 지붕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몸을 숙인 뒤, 높은 위치에서 선배의 머리 꼭대기를 바라보며 숨을 죽이며,

(본인은 공격하지 않고 기다린다. 이 시점에서 코노리 선배는 첫 번째를 스스로 포기하고, 두 번째도 자유롭게 하라는 스탠드를 취하고 있다. ……완벽하게 얕보이고 있군요. 이렇게까지 양보했는데, 마지막 세 번째만 저지하면 나한테 이길 수 있다는 건가요?)

복수의 금속화살을 담은 허벅지의 벨트로 조용히 손을 뻗자, 코노리 미이가 뚝 멈췄다. 뒤로 빙글 돌더니, 이쪽을 올려다보고 싱긋 웃는다.

「큭」

몸을 숙이기만 해서는 위험하다. 버릇으로 완전히 몸을 엎드리고 나서, 『클레어보이언스』를 상대로 건물을 차폐물로 삼아봤자 의미가 없음을 시라이는 뒤늦게 깨닫는다. 혀를 차고 다른 빌딩으로 두세 차레 전이를 거듭하지만, 역시 코노리의 시선은 이쪽을 쫓고 있었다.

(벽 하나가 아니야. 사이에 건물을 통째로 끼웠는데도 정확하게 『투시』하고 있어……!?)

얄팍한 봉투 안에 담긴 사진을 투시한다,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덮어놓은 백과사전의 표지도 넘기지 않고 정확하게 100페이지의 기술을 눈으로 훑을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코노리 미이의 『클레어보이언스』, 벌써 마음에 걸리는 점이 생겼다.

물론 당장 답을 구할 필요는 없다. 능력을 밝혀내는 건 모눈에 깃발을 세워 지뢰를 찾아내는 게임 같은 감각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선 바깥둘레를 메우는 모습으로 열심히 클릭하여 나온 숫자를 보고, 그 나열에서 절대로 닿아서는 안 될 지뢰의 촉감을 확인한 뒤, 세부를 채워간다. 그렇게 생각하면, 느닷없이 한 방에 화려하게 단정하는 건, 오히려 펑 하고 터져 날아갈 리스크가 훨씬 컸다.

『오─, 저지먼트 누나. 이제 집 가?』

『무사시의 우유 사람이다!』

『굉장하다, 다들 여고생이랑 아는 사이구나』

코노리 미이, 상점가를 걸어가기만 했는데 근처 아이들이 말을 걸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렴 때문에 작은 아이들과 면식이 생기는 건 저지먼트라면 누구나 거치는 길일까. 시라이 쿠로코도 공원 근처를 걸어가면 저런 일을 겪는다.

(……얼레, 겉보기에는 따뜻해 보이지만, 미행이나 잠복할 때는 꽤 위험하겠네요)

어른 선생님들이 본다면, 애당초 학생 저지먼트가 길거리에서 마음대로 미행 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지만.

어차피 코노리 측이 기습하는 전개는 없다. 이미 들켰겠지만, 트윈테일 소녀는 지붕을 따라서 저녁 상점가를 걸어가는 코노리를 쫓는다. 길을 끼고서 좌우로 빌딩 지붕으로 이동하자, 역시 코노리는 이쪽을 올려다보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빌어먹을 바보 취급하는 건가요……얼레?」

그때, 코노리가 시선을 슥 피했다.

뭔가 안경선배의 분위기가 거북해진 모양이다.

이쪽은 항상 높은 곳에 있었으니, 팬티라도 보였는지 모른다.

……왠지 모르게, 『클레어보이언스』는 성실한 사람과 상성이 안 좋은 것 같았다. 불순함과 불성실함이 (어째서인지 정의로운 마음과 딱히 모순되는 일 없이) 정점에 이른 시라이가 본다면 부럽기 짝이 없는 능력이지만.

툭, 하고 콧등에 내려왔다.

정신을 차리자 머리 위 날씨가 수상쩍었다. 시라이가 『텔레포트』로 건물 지붕에서 지상에 있는 아케이드 아래로 도망치자, 인파 너머, 시야 끝에 있는 코노리도 종종걸음으로 뛰고 있었다. 도중에 발견한 목욕탕에 미련이 가득한 눈치였는데, 귀가를 우선했다는 건 아무래도 우산이 없는 모양이다.

비가 내릴 위험을 고려한 것이리라, 여자 선배는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곧장 학생기숙사로 돌아가는 듯했다(시라이가 봤을 때 약간 부러웠다). 세련된 최신 아파트 같은 건물로 빨려들어간다. 시라이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엔트런스까지 향해봤다.

「흠」

전에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렇기에 어슴푸레한 기억이 무서웠다. 하지만 여기에 있어봤자 코노리의 방은 특정할 수 없고, 옆쪽 관리실을 뒤지는 건 역시 그랬다. 그렇지만 시라이는 잠시 생각을 바꿔 지하로 내려간다. 그곳에 있는 건 거대한 자전거 주차장이었다.

뜻밖에도, 이런 것 또한 방 순서에 준거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전거에는 가게의 구입등록이 있다. 끝으로 『저지먼트』의 장비라면 이런 숫자를 사람 이름으로 바꿀 수 있다. 일단 이것 역시 선배가 명령한 『공무』였다, 시라이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찾았다. 코노리 미이의 등록번호는 38A5172……군. 얼레?)

지하 자전거 주차장을 걸어 코노리의 주차공간을 찾자, 예상과 다르게 생각보다 큰 바이크가 있었다. 메이커 순정은 아니었고, 일부러 대형 모델의 프레임에서 엔진만 갈아끼워 배기량을 줄임으로써, 18세 이하여도 탑승할 수 있게 커스터마이징되어 있었다.

아무튼 방은 알아냈다, 이것으로 감시대상의 창문도 확정된다. 또한 자전거 주차장의 순서, 옆에 있는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를 보건대 같은 방에 룸메이트가 있는 듯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인질작전은……아니, 틀렸나. 타 민간인을 습격하는 게 아웃이라면, 같은 저지먼트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일지도 모르지만요. 그 이전에, 그쪽도 그쪽대로 정제를 모르고요)

애당초 코노리 미이와 어꺠를 나란히 하는 룸메이트다.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바닥을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어 무서웠다. 쓸데없이 손을 벌려 십자포화를 맞을 바에야, 순순히 코노리 하나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상으로 나오자, 이미 해는 저물어 밤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즉사』가 아니라, 어느 정도 장기전을 허용했다. 시라이는 근처 (본가 홀딩스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단팥빵과 우유를 산 뒤, 학생기숙사의 맞은편 빌딩 비상계단으로 『텔레포트』하여 조용히 전이한다.

「우물」

(……신상품 평가는 일단 당첨인가? 단팥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몰래 녹황생 채소 페이스트를 집어넣었으니 이거 하나면 필요한 영양소는 전부 공급할 수 있는 잠복전용 단팥빵)

문제는, 합법적으로 잠복할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스토커 관련 법률이 정비되면 『공무』라고 할 수 없는 탐정업까지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이따금 듣는다. 따라서 『보도』 명목으로 샛길을 활용하고자, 학원도시의 탐정은 프리랜서 기자나 카메라맨 같은 직함을 가진 케이스도 드물지 않다. 요컨대 갖다붙이기 나름이다.

「무사시의 우유. 코노리 선배가 몹시 집착했었는데……」

사실은 쌍안경이 있으면 했지만, 역시 편의점에서는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일단 휴대전화의 렌즈를 겨누어, 줌 기능으로 화면을 한껏 늘여본다.

느닷없이 코노리 미이와 눈이 맞았다.

「……, 」

역시.

맞은편 빌딩이라고 했지만 300m는 떨어져 있다. 하물며 일몰, 대도시의 야경 속이다. 야외무대의 아이돌 라이브라면 상대의 표정을 보는 것만 해도 쌍안경이 필수인 거리인데, 룸메이트 소녀와 함께 비치체어와 전열식 바비큐 세트를 끄집어내어 베란다 캠핑을 즐기는 안경여자 코노리는, 그 무사시의 우유를 한쪽 손에 들고 정확하게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역시 범상치 않다.

(어떤 원리로 제 금속화살을 손쉽게 피하는가 했더니……)

그렇다면.

반쯤 질린 것처럼 하이테크한 화면에서 눈을 떼고, 시라이는 빨대로 우유팩을 한 입 마시며,

(……티끌이나 먼지, 혹은 공기 그 자체를 『투시』해서, 작은 빛의 굴절이나 감쇠가 불러오는 오차를 제거했다. 완전순수시야. 왜곡 없는 정확한 공간을 파악할 수 있다면, 코노리 선배는 아무튼 오차없이 피할 수 있다는 건가)

평소, 별생각없이 찍은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의 사진을 보고 『색감이 이상하다』고 느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반드시 설정 실수나 스펙 부족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인간이 별생각없이 바라보는 풍경은 꽤 일그러져 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수분이나 온도차로 발생하는 빛의 감쇠 · 왜곡은 물론, 빛이 좁은 틈새를 통과하면 회절이 발생하고, 벽에 부딪힌 빛은 반사하기에 태양은 하나여도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빛이 뛰어들어 합성되는 케이스도 있다. 아침저녁 대공의 색이 다른 건 어째서일까? 딱히 누군가가 시계를 보고 천공 일면을 페인트로 칠하는 건 아니다, 그것 역시 빛의 굴절과 파장 흡수로 설명할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하지만, 그런 풍경의 왜곡도 코노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클레어보이언스』는 모든 장애물을 무시하고 자기 시야를 확보하는 능력이라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코노리 미이는 오차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포착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

완전순수시야.

시라이가 바라보는 1mm와 코노리가 바라보는 1mm는, 말 그대로 정밀도와 수치가 다르다.

(……코노리 선배는 평소 안경을 쓰고 있으니, 원래 시력에 능력이 끌려갔다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이건 시라이 측의 예측……이 아니라 희망이며,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 그런 것보다, 클레어보이언스를 사용하여 지시할 때는, 꽤 멀리 있는 것을 가리키고 이것저것 소리쳤던 것 같은데……? 항상 능력에 기대지 않는 건 눈앞 장애물에 부딪혀서 위험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건 예상 이상으로 번거롭다. 본래라면 인간의 시력에는 한계가 있다. 공기 그 자체가 빛을 조금씩 감쇠시키기에, 선명하게 보이는 거리에도 한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이대로는 설령 1km 이상 떨어져도 코노리의 추적에서는 벗어날 수 없으리라. 하물며 실내나 지하 등 차폐물을 활용해도, 어느 정도 두께까지는 『투시』가 통용될 것이다.

「5km의 벽……소위 지평선 너머까지는 안 보일 거라고 믿고 싶군요」

지구는 관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시라이 측의 제멋대로인 요구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안건이다. 매달리기에는 이르다. 하물며 코노리 측이 전파탑처럼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지평선까지의 거리가 달라지기에, 불가시의 벽이 있어도 손쉽게 깨뜨릴 수 있다.

이번에는 아직 『훈련』이지만, 이것이 실전이라면 코노리 측이 무기를 써선 안 된다는 규칙 같은 건 딱히 없다. 그 클레어보이언스에 만약 투사체……그야말로, 이를테면 화살촉에 음향병기를 동여맨 양궁이나 무지막지하게 긴 사정거리를 자랑하는 대물 저격총까지 병용해서, 숨을 죽이고 이쪽으로 기습한다면……?

「정말……철저하게 『습격하는 것』에 최적인 양아치 능력이로군요」

무심코 중얼거렸더니 300m 앞에서 안경여자가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입술 움직임을 감지한 것 같다. 벽이나 문은 그냥 통과하고, 하물며 거리를 벌려도 훤히 보인다. 이래서는 『사각을 찾아 조용히 기습』하는 수는 생각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다. 굳이 이쪽에서 상대의 영역으로 들어가 이득을 보는 전개는 없다.

애당초 근본적으로 코노리 미이를 상대로 기습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틀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도장에서도 증명되었듯, 그저 솔직하게 정면으로 싸움을 걸어 이길 만한 상대도 아니다. 코노리는 『클레어보이언스』뿐만 아니라, 기본 실력인 체포술도 일류였다.

투시를 못 쓰게 한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이래서는 아직 부족하다. 코노리 미이와 대치하기에 발생하는 특수한 환경과 조건이, 아직 전부 여자 선배의 편을 들고 있다.

이걸 무너뜨려야 한다. 대 능력전으로는 이길 수 없다. 오히려, 이번만큼은 여러 환경과 조건 전체가 코노리한테 불리하게 세팅해야 한다.

설산 추위를 견디고자 두껍게 입는 정도로는, 상대의 세계에 삼켜진다.

눈사태를 일으켜 끌어들이는 건 이쪽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

시라이 쿠로코는 비상계단 난간에 몸을 기대고, 빨대로 우유를 한 입. 조용히 생각한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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