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사람들에게 보안등급 매겨놓고 어디까지 보여줄지 정하고,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른 상대방의 나에 대한 호감도까지 계산하면서 살아왔음. 예전에는 이런 내 방식에 대해 죄책감도 들고 자괴감도 들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이렇게 가면쓰고 거짓말 하는 것까지도 통틀어서 내 자신의 모습이라고 인정하고 지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과 척을 진 적은 없었고, 지들끼리는 싸워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어서 나름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함.

근데 최근 한 2년동안 좀 내 맘대로 안되는 일들이 계속돼서 그걸 못하는 내 스스로에 대한 좆같음이 누적되다보니까 진짜 뒤질거같은 상태가 됐음. 그래도 이걸 뭐 누구한테 말하겠냐 싶어서 그냥 멀쩡한 가면을 쓰고 살았지. 근데 멀쩡해 보이니까 주변 인간들은 나한테 와서 지들 고민을 다 털어놓고 항상 내가 다 상담을 해주는거야ㅆㅂㅋㅋㅋㅋ 근데 여기다가 대고 내가 어떻게 '야 근데 사실은 나도 존나 뒤질거같거든' 소리를 하겠냐고ㅋㅋ

암튼 그래서 혼자 자취방에서 밤마다 술이나 쳐먹고 그러는데, 어느날 나 스스로를 제3자의 눈으로 판단해보니까 내가 갖고있는 고민이나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내가 맨날 고민상담받아주는 친구들의 그것들이랑 조또 다를게 없더라고. 이생각이 딱 드니까 아 내가 혼자서 스스로에게 엄살부리고 있는건가? 생각이 들면서 내 스스로에게도 약해지지 말자고 다짐했음.

근데 문제는 그게 마음대로 안되니까 더 화가 남ㅋㅋㅋ 나는 분명 별것도 아닌걸로 엄살부리고 있는데, 괜찮다고 딱 끊어낼수가 없음.

분명 힘들다고 하는 내 자신과, 멀쩡하니까 엄살부리지 말라고 하는 내 자신, 둘 중 하나는 내가 내 스스로에게 씌우고 있는 가면일텐데, 나도 이젠 모르겠다.

항상 가면쓰고 거짓말하면서 살아오다보니 나 스스로도 뭐가 진실인지 모르는 지경에 온 것 같다.

이딴 똥글을 왜 여기다 싸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