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 짤이 공감되는게, 직관이 가끔 마구 쏟아질때가 있는데, 이걸 언어가 쫓아가지 못해서 막 조마조마 할 때가 많음.


나는 메모를 정말 자주하는데, 아이디어나 직관으로 얻은 깨달음을 적은 게 대부분이야. 이때의 매커니즘이 어떠냐하면, 머릿속에서 직관이 한참 딴 얘기하다가 갑자기 "야 지금부터 중요한 거 얘기할텐데 잘 받아적어라" 하고 막막 엄청난 말들을 엄청난 속도로 해대서 내가 허겁지겁 받아적는 느낌임...ㅋ

직관은 막 초음속 제트기 타고 앞서나가고 있는데, 그걸 구체화하고 보존할 수단인 언어는 심하면 자전거에 불과하고 잘해야 오토바이 수준이니...

물리적인 속도 자체도 다름. 아무리 빨리 타이핑해더 한계가 있는데, 생각이 직관을 쏟아대는 속도가 자꾸 이걸 멀찍이 앞서나가고 처리하기 어렵게 압도적인 물량을 쏟아내곤함.

지금 적어두지 않으면 이 직관이 잊히거나 변하여 본래 모습을 다시 돌릴 수 없을 것 같고, 충동도 옅어져 흥미를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어 미친듯이 메모를 하게 되더라.

게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짧거나 불충분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다시 볼때 뭔소린지 전혀 알지 못하게 되는 게 태반이고...

그래서 가끔씩 남들이 보면 뭐하냐 싶을 정도로 어느 순간 갑자기 폰을 꺼내서 주구장창 삼십분 사십분씩 미친듯이 메모를 해대는 것 같어. 그래서 뭔가 꼭 해야할 일이 있고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관 쏟아져 흐르면 진짜 손이 근지러워서 참기가 힘들더라.

문제는 아무리 언어로 메모를 해도 직관의 온전한 모습을 표현하는 건 어렵다는 거... 아무리 메모를 해도 당시 내 머릿속에 그려진 형상과 색체를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야. 그 직관을 발견했을때 내가 느낀 흥분과 쾌감을 되살리기에도 턱없이 부족해.

이 글도 지금 메모 한참하다가 곁가지로 나온 글이고 정제가 덜된 날 것이다 보니 좀 정신사나울 수 있음 ㅋㅋ 여기서 '직관'이란 단어가 가리키는 의미만 봐도 '인식기능으로서 직관 그 자체'와 '직관이 만든 결과물' 두 가지 의미를 혼용해서 쓰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