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치못한 유리의 질문에 주원은 가만히 유리를 바라본다.

'그게 갑자기 뭔 질문이냐, 예뻤냐니?'

유리는 이내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책을 바라본다.

"아, 아니. 그냥. 또 금사빠 주원님께서 사랑에 빠지셨나~하고."

귀는 왜 붉어져..저 바보같은게.

'내가 왜 금사빠야. 나 누구 좋아한다고 너한테 얘기한적 없는데?'

"몰라! 조용히해! 나 오늘 시험 망치면 너탓이야!"

유리의 행동이 어이없던 주원은 헛웃음을 짓더니 자리로 돌아간다.

금방 사랑에 빠진다니..난 평생 너만 좋아해왔는데?

혼자 고민하다가 열이 올라오는듯한 느낌에 주원은 셔츠 맨 윗단추를 풀어 헤친다.

히터가 너무 센가?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유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히터 온도를 내린다.

'너도 덥냐? 나도 더운데.'

유리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주원을 바라본다.

"어..? 어. 덥네."

그리고 정적이 흐르다가, 뒷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으~ 추워!

..뭐야! 교실은 또 왜이리 추워!"

"야 빨리 히터 온도좀 올려봐! 아오.. 너네 둘은 안 춥냐?"

한 학생을 동시에 쳐다본 주원과 유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춥겠냐? 더워 죽을뻔했는데?'

"더운데? 안 추워!"

서로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각자 할 일로 돌아간다.

주원은 핸드폰을 바라보지만 딴생각이 자꾸만 든다.

쟤는 왜 지가 말하고 지가 부끄러워하지?

이게 질투라는건가?

자신도 모르게 한 상상에 주원은 낮은 소리로 웃는다.

'프흐흐..'

그럴리가 없잖아. 나같은 양아치를 유리같은 전교 1등이..

그래도 뭐,

귀엽네.

...

이상하게도 주원은 어제와 달리 시험보는 내내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유리는 어느새 시험지를 다 풀어내고 가만히 턱을 괸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저게 전교 1등인건가..

40분중에 15분만쓰고 다 풀어버리네.

턱괴고 있는 모습도 귀엽고..

내가 미친건가. 지금 뭐하는거지?

주원은 잠에들지 못한 대신, 시험시간동안 유리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곧 시험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유리는 OMR카드를 내고 가방을 싼다.

슬그머니 유리에게 다가간 주원은 주머니에서 뭔갈 꺼내서 유리에게 건네준다.

"지금 이게..뭐하자는거야?

뭐 한 판 붙자는건가, 지금?"

뜻밖의 반응에 놀란 주원이 자신의 손을 다시보니,

라이터가 올려져있었다.

'아, 아니! 내가 미쳤나봐! 이게 아니라!'

주원은 라이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주섬주섬 다른 주머니를 뒤진다.

'자, 이거 받으라고.'

주원의 손에는 자그마한 초콜릿이 하나 놓여있었다.

'단거 먹고 힘내라고.

머리 쓰느라 고생했다, 우리 유리~'

마지못해 초콜릿을 받는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원은 장난을 친다.

머리가 헝클어진 유리는 주원을 노려본다.

"니 여자가 머리 쓰다듬는거 제일 싫어하는거 몰라?"

주원은 그말에 바로 손을 머리에서 뗀다.

"신경써서 머리했는데, 쓰다듬으면 어쩌자고.."

'..미안하다. 내가 뭐 여자를 만나봤어야 알지.'

주원의 말에 유리는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짓는다.

"모쏠이라 몰랐겠구나~그걸 까먹고 있었네~"

약이 오른 주원은 똑같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받아친다.

'메쎌이래 멜렜겠게네~ 뭘 몰라! 너도 모쏠이면서! 푸흐하하!'

"너 진짜 죽는다!"

한창 투닥대며 장난을 치고있던 주원과 유리가 있는 교실에서,

앞문이 열리며 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주원!"

그 목소리에 둘 다 동시에 앞문을 바라본다.

"너 12반이였구나! 끝에 있어서 한참 찾았네.

오늘도 집 같이..옆에는 누구야?"

'어..? 예나구나. 누군가했네.'

유리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주원과 예나를 번갈아본다.

"쟤는 누구야?"

'내가 아까 말한 어제 구해줬다던 여자가 쟤야.'

주원은 조용히 유리에게 속삭인다.

그 모습을 보던 예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온다.

"옆에는 누구냐니까?"

'아, 얘는 유리야. 어렸을 때부터 계속 친했던 친구.'

"무슨.. 얘랑 별로 안 친해!"

유리는 괜히 쑥스러운지 주원의 말에 반박한다.

예나는 유리의 말에 긴장되어있던 표정을 풀고,

주원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아~ 나는 또..귓속말 하길래 엄청 친한줄 알았네.

그냥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구나? 나는 썸..이런건줄 알았어."

썸이라는 말에 주원과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우~ 썸이라니. 이런 싸나운 여자랑..'

"내가 할 말이거든. 이런 건들건들한 놈이랑 무슨 썸.."

둘의 말에 예나는 풉, 한다.

"너네 둘이 귀엽다. 무슨 들켜선 안 될거라도 들킨것마냥.."

그러더니 갑자기 주원의 팔짱을 낀다.

"자! 그럼 오늘도 나랑 집 같이가자.

그 골목길 아직 무섭단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완강하게 같이 가자는 뜻을 내비치는 예나를 두고,

주원은 여자와 처음 껴보는 팔짱에 어쩔줄 몰라한다.

'어, 어...'

유리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애써 예나를 떨어뜨리며 말한다.

"아하하~그건 좀 힘들겠네. 미안해서 어쩌나.

생각해보니까 얘랑 아주 요만큼 쬐끔 친하거든?

또 서로 이웃에 살아서 하교할 때는 같이가~

뭐해! 자! 어서 가자!"

유리는 주원의 손목을 잡고는 빠르게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간다.

예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는다.

"뭐 저런..!"

쾅-

뒤엣말이 들리기전에 유리는 뒷문을 세게 닫아버린다.

'야, 왜그래. 무서워서 같이 가자고 하는건데..'

주원은 왜인지 심기가 불편한듯한 유리를 보며 말한다.

유리는 들릴듯말듯 조용히 중얼거린다.

"...여우같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