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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리버럴 주제(?)에 대한 읽어볼 만한 글 하나앱에서 작성

Grundris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1 04:39:04
조회 218 추천 3 댓글 1
														

기타잇키갤에 올라왔던 글인데(지금은 삭제됨) 리버럴 주제에 대해서 다들 읽어볼만한 글이라고 생각해서 올려봄. 개인적으로는 미시마가 말한 "결투의 사상"이 떠오르는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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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4.3을 "선악 구분 않고"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중립적으로" 다룬다는 것의 함의



4.3을 서사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아이디어는, 소위 "artistic games"가 추구하는 "주제의식 탑재"로서 매력적인 소재가 되고, 또한 4.3 자체에 대한 재조명으로서 공적으로 기여하는 의미도 있다고 제작자들은 아마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4.3을 그들이 어떻게 다루겠다고 공언하는 바는, 비단 이 게임 하나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4.3을 비롯한 해방정국의 사건들을 바라보는 시건의 시금석이 된다.



4.3의 본질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저 이름높은 나무위키에 도표까지 그리며 정리되어 있듯이, 시각마다 보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혹자는 남로당 폭동이라 하고, 혹자는 진압된 민중혁명이라 하고, 혹자는 좌빨과 수꼴의 준동 사이에 억울한 민초들이 끼어 죽은 사건이라 한다. 하지만 이 시각들은 어느 하나만 맞고 어느 하나만 틀린 것이 아니며, 어느 하나가 다른 것들을 기각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제주도 남로당은 볼셰비즘적 전위혁명을 꾀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수많은 민중이 학살되었다. 명백한 사실이다. 동시에 제주도는 인공(북한 말고, 여운형)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은 지역이었으며 남로당의 모험의 계기가 된 47.3.1 발포사건은 단정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의 집회에서 벌어졌다. 모든 것이 동시에 사실이다. 혹자는 그 집회가 대한민국을 부정한 세력들에 의해 조직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집단에 의해 조직화되는 인민을 그저 "선동"되거나 "뭣도 모르고" 나온 사람들 취급하는 것은 민중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오늘날 4.3에 대한 기억은 이 가운데 어느 한쪽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보수우파 세력은 첫 번째를, 리버럴 세력은 두 번째를 부각시킨다. 극소수의 극좌파를 제외하면 "진보"를 자임하는 이들도 두 번째를 주로 부각시키며, 4.3에 대한 공익적 의도를 가진 서사물들도 이를 담습하고 있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것인가?



첫 번째 이유는, 무고한 사람들의 억울한 희생이 다각적인 역사의 조명보다 이해하기 쉽고, 독자나 게이머를 감동시키기에도 편리하다는 기능적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더욱 본질적인 것으로, 4.3의 본질 가운데 "대한민국을 부정"한 것이 있음을 인정하면, 4.3의 학살이 "정당한"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4.3 학살의 주도세력이 대한민국의 건국세력이며 대한민국이라는 국체를 세운 세력이었다는 것이다. 유사한 논리는 여순과 대구 5.1에서도 발견된다. 이 사건들은 모두 국체 "대한민국"이 성립하기 전에 그 국체의 성립에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 본질의 여러 면 중 하나다. 엄연히 "자국민"에 대한 학살인 보도연맹이나 광주학살 등과는 궤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제도주의적 리버럴들은 4.3의 진압이 불가피하고 정당했다는 주화입마에 빠지기까지 한다.



이것은 미국의 사례와도 통하는 것이다. 미국은 홍인에 대한 제노사이드로 세워졌다. 하지만 그것을 반성하면 미국 독립이 "시민혁명"이었다는 합의가 작살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유지를 원하는 이들은 아무도 그것을 반성할 수 없다. 끽해야 심심한 조의만 표할 뿐, 그것은 진정한 "반성"이 아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반성"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질서를 아예 부정하고 불연속한 다음 단계로의 이행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피로 물든 해방정국도 마찬가지다.



각설하고, 4.3을 "재조명"하는 이들이 민중을 토벌대와 무장대 양쪽에 희생당하기만 한 수동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다. 4.3과 여순, 5.1에 대한 이런 접근법은, 한국 리버럴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임정법통론과도 국체의 망령에 사로잡힌 짓거리라는 점에서 서로 일관되게 통한다. 리버럴적 심성에서는 지엄한 천상의 헌법이 보장하는 대한민국의 국체에 반했다는 점에서, 4.3(의 정치적 성격)이 5.16, 12.12와 같은 것이다. (비교 차원에서 말하자면 보수세력의 입장에서는 4.3의 성격이 6.25 남침과 같은 것이고) 대한민국은 피로 물든 자유민주주의를 우상으로 삼아 물신숭배하는 토인부락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민주정치"가 바로 원조 토인부락국 일본의 천황제와 같은 것이며, 대통령이 그 제사장인 천황이다.



적어도 태백산맥 사관으로 대표되는 NL 운동권의 세계관은 이 대한민국 국체론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유효한 물음이었다(비록 그 물음의 끝이 스탈린주의적 세력에 대한 맹종적 미화로 귀결되었지만). 그런 점에서 리버럴들이 주도하는 역사 바로세우기는 NL들보다도 퇴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로 총질해댔던 김구와 김원봉, 김좌진을 "독립운동가"라는 단일하고 무오한 집단으로 물화하여 숭앙하고, "무고한 민중"에게는 제사나 지내주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正史를 세우고자 하는 리버럴들은, 결국 원래부터 구부러져 있던 나무를 바로세우려 들면 그 구부러짐만 드러난다는 변증법의 나선계단에 빠질 것이다.



이 거짓 국체론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그 나무를 아예 베어 버려야 한다. (국민대표회의 이후의) 임시정부는 극우주의자들의 소집단으로서 민족에 대한 대표성을 상실해버렸음을, 대한민국은 김두한과 서북청년단이 세웠음을, 제주와 여순, 대구에서 벌어진 무차별적인 학살이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이었음을, 즉 "자유민주주의"는 학살과 폭압의 이념이었음을, 자유민주주의란 원래 그런 것임을 밝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인에게는 공화국 시민의 신화(civic myth)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저 리버럴 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말을 빌자면, 한국인들은 아무도 뉘우치지 않았고 뉘우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이 신화를 깨뜨리고 대한민국 국체의 근본적 야만성을 폭로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뉘우칠 준비가 되었다 할 것이며, 그것이 "누에(鵺)적 민주주의"인 자유민주주의와 차별되는 순정민주주의로의 길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부기: 내일 개봉인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 영화에 대한 한겨레의 평( http://m.hani.co.kr/arti/culture/movie/958259.html )에서 동아반일무장전선의 목표가 "살상이 아니라 경각심"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인식 역시 동아반일무장전선의 파괴적 사상과 그 함의를 감히 소화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체의 심성에서 유래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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