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 중에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에 심취한 나머지 늘 비트겐슈타인을 얘기하는 사람도 극렬 친문지지자다. 비트겐슈타인은 “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틀렸다는 말이다.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은 말할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때 논리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모든 철학은 언어 비판이다”라고 했다. 물론 비트겐슈타인을 비롯해서 철학자들 중 대부분 헛소리에 불과한 논리도 무수하다.

친문만 정의요, 진리다. 세상에 백퍼센트 정의와 진리가 어디 있나. 철학자조차 진영논리에 몰입해서 상대편을 악으로 몰아간다. 악이라 규정한 사람 혹은 집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그들이 악의 세력이 분명하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 자신 있게 증명할 수 있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것도 도덕적 균형이다. 이런 것이 지성계에 속한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김정란 시인 대구 혐오 발언 이전에 페친이었던 류근 시인이 있었다. 극렬 친문 성향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4.14일 투표 전날 올라온 포스팅 글귀를 보고 더 이상은 봐주기 어려워 차단을 했다. 내용은 이렇다.
“당신이 인간이라면 부디 인간에게 투표하세요. 더 이상 짐승과 괴물과 악마에게 먹이를 주어선 안 됩니다.”

정치적 지향점과 의견이 다르면 인간이 아니요, 짐승과 괴물, 악마로 규정하는 글귀에 친문 지지자들 수 천 명이 환호하는 것을 보고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류근은 KBS에 역사저널이라는 프로그램에 패널로 고정 출연했던 시인이다.

한국의 인문학자 대부분이 기이할 정도로 정치적 편향성과 당파성은 국내 지성계가 손 볼 수 없을 정도로 지형이 변했다. 인문학이 한쪽만의 진실을 말하는 것은 틀렸다. 반대편의 위선에 대해 말하려면 자기편의 위선도 말해야 한다. 그것이 명색이 지성계가 지녀야 할 도덕적 의무다. 한국의 지성계는 혼수상태 아니 몰락했다.

답답한 마음에 토니 주트 『지식인의 책임』을 다시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