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핵심적인 문제는 일단 주장을 참으로 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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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종교의 핵심적인 문제는 일단 주장을 참으로 둔다는 겁니다.앱에서 작성

ㅇㅇ(61.82) 2019.06.26 23:42:46

조회 256 추천 3 댓글 5

보통 과학에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도입합니다. 가설이 귀납적으로든 연역적으로든 충분히 검증되면 이론의 단계에 도달합니다. 이론들이 모이고 모여 아주 작은 미시 세계부터, 저 멀리의 성단의 움직임까지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검증은 상황과 시대에 따라 그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언제나 원래 있던 이론보다 더 나은 가설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과학적 이론들을 논할 때, 항상 존재해야 하는 것은 반증 가능성입니다. 반증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곧 어떤 주장이든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게 된다면, 더 합리적인 다른 주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체된 주장이 무수히 많습니다. 4원소설, 에테르, 천동설 등.

예컨대, 플로지스톤 얘기를 해 봅시다. 물체가 연소 후 무게가 바뀌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됐던 플로지스톤이라는 가상의 물질은, 이후 화학이 발전함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이제 현대의 지성인들은 타버린 나무토막이 왜 연소 이전보다 적은 질량을 갖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연소 과정에서 탄소가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날아갔으니까요. 타버린 금속은 반면 산화물을 형성하므로 연소 이전보다 큰 질량을 가질 겁니다. 굳이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음과 양의 질량을 가진 플로지스톤을 가정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현대 과학의 이론은 이런 식으로, 이전의 이론을 대체한, 혹은 새로운 이론에 의해 아직 대체되지 않은 이론들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현 시점에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여튼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반증 가능성은 합리적 설명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종교에는 반증 가능성이랄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종교의 주장은 참입니다. 결코 반증되지 않습니다. 경전에 뭐라고 적혀 있다면 일단 믿어야 합니다.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바로 이단행입니다. 애초에 그런 것이 종교입니다. 자연히 고이고 썩은 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과 종교가 섞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종교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면 앞서 말했듯 반증 가능성을 갖춰야 합당하니까요. 종교인의 입장에선 반면 과학자들이 나쁩니다. 신의 존재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고 불신자들은 나쁜데 저 합리성으로 무장한 과학자들은 이 '진리'를 사실로 받아들여주지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여기 있는 신도분들은 혼동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종교는, 종교입니다. 경전에 뭐라고 적혀 있든 간에 그건 참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닫힌 종교 집단 내에서는 참으로 여겨지겠죠. 저 옛날 원시인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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