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만 한 대여섯번 정주행하다가 애니로는 어떻게 뽑혔나 보고 싶어서 사서 봤는데, 잘만들긴 했는데 생략된 장면이 너무 많아서 좀 아쉬웠음.

혈계전선이 다른 만화랑 차별화되는 점은 개성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랑 그걸 자연스럽게 만화에 녹아들게 하는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함.

이 디테일이 취향이 맞는 독자들로 하여금 몇번이고 다시 정주행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재프랑 레오 묘사가 너무 아쉬웠음.

예를 들면 각다귀 에피.
재프는 후배가 실수했다고 매달아놓고 낮잠 한숨 때리려고 할정도로 자기중심적이고 꼴리는데로 하는게 매력이긴 하지만 아끼는 사람을 일부러 버리거나 생각없이 위험한 상황에 밀어넣는 인물은 아님.

거기에 레오와는 오래 지내면서 나름 끈끈한 신뢰관계가 형성되기도 했고 공감대도 비슷함(가령 재프가 아닐라가 그냥 자고 있는거 아니냐는 말에 웃으며 호응하거나 같이 땡땡이치는 장면. 이것도 없어서 아쉬웠음)

머리 배달 에피에서도 내통자가 있는지도 몰랐고 레오를 믿었기에 머리를 토스했고, 그래서 연락 안될때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음

근데 애니에서는 공중낚시도 생략되고 본인이 레오를 차서 중상을 입힌 걸로 사건이 마무리됨.
원래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어도 어디까지나 레오 잘못으로 둘 다 위험해졌고 레오도 인정하고 있었는데, 그런 디테일이 안 살아서 아쉬움(이게 없어져서 주마등도 생략됨)

또 아가미블루스 에피에서 다들 임무하러 떠나고 나서 혼자 눈 태워가면서 늦게까지 수색하는 장면이나 코트 2인조에 대해 너무하다는 평가를 내리는등 타인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정이 많은 레오인데 이것도 짧게 생략되서 은근 속깊은 레오 성격이 부각되지 않아 별로였음.

정리하면 전체적으로 디테일을 줄이고 시리어스랑 액션에 비중을 많이 둬서 시간 때우기엔 좋은 수작이지만 애니는 만화책처럼 몇번이고 다시 보게 될 명작은 아닌것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