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말마다 시내 광장에서 연습을 하고 그랬어

탁 트여있고 벤치에 나무 그늘에, 근처에 편의점도 있어서 목마르면 마실거 사올수 있고 연습하기 딱이었지

사람 왕래가 잦으니 주목 받기도 쉽고(이거 복선)

가끔씩 사람들이 와서 이게 뭐냐고 묻거나 해서 켄다마라고 해요 함 해보실래요 식으로 켄다마 영업도 하고 그랬는데

한번은 드래곤볼 도도리아 같은 머리를 한 사람이 말을 거는거야

정확히는 탈모 상태의 머털이 같았는데 모발이 무슨 논에 모 아무렇게나 심어 놓은 것처럼 듬성듬성있는게 딱 도도리아여서 걍 도도리아라 부르겠음

아무튼 다른 사람들 반응과 같이 어눌한 말투로 "이게 뭔가요...?" 묻길레 켄다마라고 하는 건데요 어쩌구 저쩌구 설명하다가 갑자기 종이 한장을 쓱 꺼내거라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딱 박혀있었고 "혹시... 이분이 누군지 아시나요?" 이러길레 머리 속에서 씨발 소리가 나와서 좀 쎄게 나감

라고 하니까 "아유 지금은 사회가 이분의 가치를 몰라봐서 그런겁니다..." 차분하게 쳐말하는거 들으니 머릿 속이 돼지바가 되는 줄 알았음

됐고 꺼져라고 대놓고 말해야 되나 싶었는데 "혹시 매주 여기 나와서 이...딱딱이?를 하시는지요"라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어 해요 왜요"라고 사망 플래그 꽂음 씨발...

그러더니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하고 가더라.

뭔 쌉소리인가 싶었지만 뭐 일단 갔으니 됐지 하고 더 연습하다가 귀가했고 다음 주에 광장 가서 연습 함.

갑자기 누가 뒤에서 툭툭 치길레 뒤돌아 보니 도도리아가 똭

어디서 구한건지 손에 크롬팝까지 들여있었음. 이름도 몰라서 딱딱이라고 하는 주제에 용케도 구했네 씨발.

그러고 하는 말이 "저번에 만난 것도 인연이라 이를 이어가기 위해 이걸 사왔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며 저한테도 가르쳐 주십사..."

뇌에 돼지바 쳐박혀서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음

안되겠다 싶어서 "좆같은 신천지 같은 사이비 테러리스트 집단하고 어울릴 생각 없으니 꺼지라고 씨발"하고

언성 높으니 어버버하니까 ㅌㅌ하더라

이렇게 해서 끝난거였으면 좋겠는데

이 광장 근처에 주기적으로 가는 병원이랑 스위치 게임샵이 있어서 켄다마 아니어도 자주 들르는 곳인데

주말마다 이 양반이 켄다마 들고 서성이는게 몇번 보였음.

씨발 빅컵이라도 하고 있던가 손에 꼭 쥐고 어기적거리는게 뭔 부두술 의식 지내는 줄.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연습을 해 또 말 걸고 그럴게 뻔한데.

해서 한줄 요약을 하자면 켄다마 연습 장소를 잃었다 라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멀리서 보면 희극 레벨인 일이 있었다 이 말이야.

이때로 돌아간다면 켄다마를 물리 타격 무기로 쓰고 싶다.

근데 이것도 있지만 운전면허랑 구직하느라 한동안 놓은 것도 있었음.

오늘 1종 보통 따고 나니 홀가분해져서 간만에 잡아봤는데 역시는 역시 역시군 재미있더라

좀더 실력을 늘려다 되는데 으이이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