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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감상문

ㅇㅇ(219.68) 2024.02.14 01:57:52
조회 53 추천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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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이언스SARU 제작 작품이여서 줄곧 보고 싶었었는데 줄거리에서부터멜로드라마의 진부함이 느껴져 선뜻 감상하지 못하다 연휴 때 드디어 봄.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름다운 동화임. 단적으로 표하자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아름다운 이야기. 누가 들으면 그게 나쁘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클로드 모네도 결국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을뿐이지만 역사에 남은 사람인것처럼, 이 작품도 본연의 의도된 역할을 제대로 다했다고 생각함. 영화 초중반 보여준 히나코와 미나토의 달달한 일상이 가짜이며 행복해보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상담가를 찾아보는 걸 건의할 정도로, 영화 내내 보여준 인간간의 관계는 진실된 면모를 보였음.


나도 1~2년 전만 해도 작품을 감상하면 '주제'에 관하여 눈에 불을 켰는데, 결국 틀에박혀 있는 사람들이나 주제의식에 온 신경을 쓴다는 걸 나이를 먹으며 이해함. 그런 의미에서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주제가 따로 없고, 그저 소년 소녀들이 어른의 문턱에 발을 들이는 과정의 이야기 정도라고 정의함. 재난이라던가, 극복이라던가 화려한 단어로 치장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그런 테마가 메카니즘적으로 중요한 작품은 아니었음.


하지만 굳이 주제와 비슷한 걸 찾아보자면, 보통 영화의 제목을 주의깊게 보면 됨. 어째서 이 작품의 이름은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일까? 서툴게나마 표현하자면, 파도는 사람이 살면서 겪는 모든 불운 혹은 그 불운을 극복하는 방도이다. 등장인물들이 어렸을 때 이 파도는 말 그대로의 바다의 파도이며, 이 파도는 남주를죽일뻔 했고, 동시에 목표를 주었으며, 여주에게는 자존감을 주었다. 두 번째 파도는 자취를 시작하고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는 여주인공이 겪는 심적 파도이다. 남주는 여주에게 이 파도는 무서워할 게 아니고 극복해나가자며 응원한다. 처음엔 여주가 남주에게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일 먼저 남주에게 파도를 타는(극복) 방법을 보여준건 여주였다. 그렇기에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너와 삶의 격정을 극복해나가고 싶다 -> 너와 평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 라고 대략적으로 해석 할 수 있다고 봄. 하지만 남주의 죽음은 그 자체로 파도가 되었고, 죽어서도 영령이 되어서 여주에게 그 죽음이란 파도마저 타는 방법을 보여준 후 사라졌다고 생각함.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Ride Your Wave'인데, 서로가 서로의 파도이며 서핑보드인 아름다운 관계였다고 생각함.


나는 오히려 극단적으로 미나토의 영령은 존재하지 않았고, 히나코가 봐왔던 미나토의 수중 모습은 그녀의 성장통이 불러일으킨 환상 정도라고 이야기적으로 해석함. 영령이라는 게 애초에 이런 작품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고, 실질적으로 히나코가 다시 일어설 수 있던 계기는 미나토의 영령이 보여준 연인놀이가 아닌, 히나코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을 찾아가며 여동생처럼 미나토의 의지를 이을려고 할 때 실현됨.


그런 연유하에 마지막 불꽃놀이 장면은 사족이라고 생각함. 미나토의 영령이라는 히나코 성장의 도구를 성불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가해놓은 장면. 언어의 정원처럼 그냥 러닝타임을 짧게해서 역으로 임팩트를 남길 수 있지만, 어중간하게 길게해서 루즈하게 한 잘못이감독에게있다고 봄. 내가 감독이었다면 히나코의 환각 장면들을 반 정도 자르고, 마지막 불꽃놀이 장면을 없애서 카타르시스적 재료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휴대폰 비밀번호 연출을 관객들에게 빠르게 제공해서 사뿐하게 완결을 지었을듯.


요코와 와사비의 갑작스러운 로맨스는 메타적 도구라고 생각함. 미나토의 사망 후 히나코의 안타깝고 장기적인 집착은 관객들마저 이 관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기에, 제3자 두명의 새로운 로맨스를 보여줌으로써히나코의 극복을 준비할 수 있게 관객들을 도와준 거라고 봄. 와사비가 히나코를 눈독 들인걸 배덕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신 변호하자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이성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게 인지고, 그게 이쁜 아가씨라면 더욱 마음이 가는게 상정이다.


작품에 있어 작화 위주로 칭찬하는 건, 개인적으로 감독을 욕하는 거랑 동일하다고 보기에 차치하고,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보다 현실적인 연출들로 극장판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흔하지 않은 일상의 로맨스장면들을 사랑스러우면서 성숙하게 제공한 부분은 역시 노장 감독 다웠다고 생각함. 나도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영화 중반의 수준 높은 연출들 덕에 눈물을 여러번 흘리긴 했음.


최고는 커녕 최선의 작품이라고도 하기 힘들지만,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성의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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