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이토 할머니에 대한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이토 할머니를 소개하자면 이토 할머니는 쇼코와 유즈루의 할머니이자 쇼코 어머니인 야에코의 어머니입니다.

이토 할머니는 29화에서 딱 한 번 등장하고 다음 화에서 사망합니다. 

등장횟수는 적지만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캐릭터로 나옵니다.

이토 할머니가 사망하자 니시미야 가 사람들이 모두 슬퍼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죠.

그런데 글이 여기서 끝날 리가 없죠.

오이마 작가는 이토 할머니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이토 할머니의 존재가 너무 커 오히려 모녀간 대화에 진전이 없는 탓에 쇼코나 유즈루와 어머니 사이의 단절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이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니시미야 가의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하고 각자 한 걸음씩 내딛게 되었죠'라는 부분입니다.

저는 이 글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니시미야 가에 디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 이유는 이토 할머니의 존재 때문이었다.

제 말이 너무 난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니시미야 가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받은 과거가 있는데 서로에게 자신이 가진 감정을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며, 

서로의 진짜 마음도 모른 채 서로에게 오해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함께 사는 가족이지만 사실상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나 다름 없죠.

그러니까 문제가 있는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연기하는, 남들한테는 '행복하게 잘 사는 가족'처럼 보이는 집안이라는 거죠.

이런 디스커뮤니케이션 상태가 15년 동안 지속되다가 이토 할머니가 사망한 이후에 결국 쇼코의 자살 시도가 일어났습니다.

45화에서 유즈루는 그동안 찍은 동물사체사진을 벽에서 떼죠.

쇼코 어머니가 유즈루한테 왜 떼냐고 묻자 유즈루는 "이제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라고 말합니다.

쇼코 어머니가 "의미?"라고 묻자 유즈루는 "이걸 보면 죽고 싶어하지 않을 줄 알았어"라고 말했죠.

유즈루가 그동안 동물사체사진을 찍은 이유가 '동물사체사진을 보여주면 언니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어머니한테 밝힌 겁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쇼코 어머니는 초등학생 시절의 쇼코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

쇼코는 유즈루한테만 이 사실을 말했고, 유즈루는 사이가 안 좋은 어머니한테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즈루가 동물사체사진을 찍는 이유를 쇼코 어머니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이상하게 여긴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가 쇼코 어머니와 유즈루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소통을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쇼코 어머니와 유즈루가 왜 그동안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했을까요?

그건 바로 이토 할머니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의 유즈루가 쇼코가 죽고 싶다고 말한 사실을 어머니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할머니한테는 말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즈루는 할머니와는 친했으니까요.

그런데 이토 할머니는 이 사실을 쇼코 어머니한테 알려주지 않고 비밀로 해뒀던 거죠.

반대로 쇼코 어머니가 쇼코를 강압적으로 키우려고 한 것은 불합리하게 이혼을 당한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유즈루는 몰랐습니다. 오직 이토 할머니만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때문에 유즈루와 쇼코 어머니는 서로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토 할머니의 문제점은 갈등을 미루기만 했지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쇼코 어머니와 유즈루가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면 

어머니가 안고 있는 문제,유즈루가 안고 있는 문제 그리고 결과적으로 쇼코가 안고 있는 문제도 드러났을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쇼코를 대하는 태도로 갈등을 하게 되죠.

이때 이토 할머니의 선택은 서로의 입장을 전달해서 합의점을 찾는 게 아니라 

서로가 갈등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뿐이었습니다.

이토 할머니라는 인물 자체가, 쇼코 어머니와 유즈루 사이의 갈등을 막는 방파제이자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던 겁니다.

만약 45화 시점에서 이토 할머니가 살아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쇼코가 뛰어내릴 때는 부재중이었다고 가정)

이토 할머니의 성격대로라면 쇼코와 유즈루의 말을 들은 후에 이 사실을 쇼코 어머니한테 전달해주지 않았을 것이고,

쇼코 어머니의 말을 들은 후에는 이 사실을 쇼코와 유즈루한테 전달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수습된 것처럼 보여도 가족 간의 디스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계속 되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본다면 굉장히 잔인한 말이지만 니시미야 가의 세 사람은 이토 할머니를 잃은 덕분에 직접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토 할머니가 부정적인 존재라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딸인 쇼코 어머니가 불합리하게 이혼을 당해서 충격을 받았을 때 위로해주고

15년동안 쇼코와 유즈루를 키워준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이토 할머니가 '의도와 결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예에 해당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