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시마 미치오의 <맑스의 경제학(가치와 성장의 이중이론)>에서 발췌
제13장 자본의 회전
“맑스의 실패는 주로 그가 폰 노이만의 ‘황금률’을 무시하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만약 그가 서로 다른 마멸단계에 있는 자본재들을 다른 재화로 취급하는 아이디어를 전개하였더라면, 폰 노이만이 개발한 것과 비슷한 더 편리한 다른 방식으로 감가상각 문제를 풀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취급방식에 따르면 불변자본의 유동요소와 고정요소 사이의 구별은 있을 수 없다. 불변자본의 전체 가치가 그 생산물에 이전된다. 그러나 몇 가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생산물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왜냐하면 t의 마멸단계에서 고정자본재를 사용하는 생산과정은 그 생산기간의 끝에 부산물로서 t + 1의 마멸단계에 놓인 똑같은 자본재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잉여가치를 포함하는 총 생산비용은 주생산물과 ‘부산물’ 사이에 분배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감가상각 문제를, ‘귀속’(imputation) 문제로 환원시킴으로써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산출량 행렬을 이제 확인된 부산물을 포함하도록 확장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제9장~제12장에서 사용하였던 단위생산기간과 자본재의 단위기간 사용가능성에 기초한 가치평가 및 재생산 방정식들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맑스는 폰 노이만과 똑같은 경제적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폰 노이만처럼 수학에 능숙하지 못 하였던 것이다. 그의 인생의 마지막 부분은 대수학, 미적분학 및 숫자 예들과의 어려운 싸움의 연속이였다. 엥겔스는 맑스를 대신하여 <자본론> 제2권에 다음과 같은 편집자 주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맑스는 대수학에는 매우 능숙하였지만 숫자계산, 특히 상업상의 숫자계산에는 익숙하지 못하였다. 그가 손수 많은 실례에 의하여 온갖 상업상 계산방식을 이리저리 시도하였던 두꺼운 잡기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개개의 계산방식을 안다는 것과 상인들의 일상적 실제계산에 익숙하다는 것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맑스는 계산에서 혼란을 일으켰다”(Ⅱ, p.287: <자본론> 제2권, p.338). 맑스가 미래의 생산과정을 위해 남은 자본재들을 현재의 생산과정의 부산물로 취급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그가 결합생산의 수학적 문제들을 풀 수 없었을 거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재생산과정 분석은 커다란 공으로 돌려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폰 노이만 류의 성장이론의 맹아라고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맑스가 좀더 수학적이었고 폰 노이만의 황금률을 생각하였더라면, 그는 폰 노이만 모형 전체를 독립적으로 발전시켰을 것이고 경제이론의 역사에서 대단한 지름길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맑스와 폰 노이만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점은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강조되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지적하였던 형식적 유사성은 그다지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어떤 경제성장모형이 형식적으로 폰 노이만 모형의 특수한 경우라는 것을 발견하더라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폰 노이만 모형은 매우 일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에서 확립하고자 하는 것은 두 사상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좀더 심층적인 또는 경제적 유사성이다. 나는 맑스가 오늘날 폰 노이만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생산구조에 관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는 내 주장을 문헌적으로 입증하고자 한다.(폰 노이만이 ‘오스트리아 학파’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맑스도 그러하였다는 것은 약간 놀라운 일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내 견해를 확신시키고자 한다. 즉, 만약 맑스가 모든 자본재들이 한 기간 동안만 이용가능하며 모든 재화가 한 기간 동안에 생산된다고 가정하는 자신의 원형을 고수하였더라면, 즉 그리고 폰 노이만의 계산방법을 채택하기로 결정하였더라면, 맑스가 인식한 폰 노이만 류의 아이디어들이 잘 전개될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는 내가 Equilibrium, Stability and Growth에서 ‘맑스-폰 노이만’이라 불렀던 재생산모형을 얻었을 것이다. 나는 그 책을 쓸 당시 알지 못하였지만, 이 모형은 맑스의 단순재생산 및 확대재생산이론의 완전한 수학화로 묘사될 수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충분한 문헌적 증거가 있다.(폰 노이만에 의해 얻어진 주요 결과들 중의 하나는 성장률과 이윤율 사이의 동일성이다. 그러나 이른바 맑스-폰 노이만 모형은 (성장률=이윤율x자본가의 저축성향)이라는 공식으로 확장되도록 구축되었다(내 책 Equilibrium, Stability and Growth(Oxford, 1964), p.145를 참조하라). 맑스의 단순재생산분석은 자본가의 저축성향이 0인 특수한 경우이며, 따라서 성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이윤율은 양(+)이다.)
문헌증거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먼저 맑스는 자본재의 내구성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불변자본의 일부는 생산과정에 들어갈 때의 특정한 유용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산물의 형성을 돕고 있다. 그것은 길거나 짧은 시간에 걸쳐 반복되는 노동과정에서 끊임없이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예컨대 공장건물, 기계 등 간단히 말해 우리가 노동수단이라는 명칭으로 총괄하는 모든 것이 그렇다”(Ⅱ, p161: <자본론> 제2권, p.184). "예컨대, 1만 파운드의 가치를 가진 기계가 10년간 기능한다면... 이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그 기계는 갱신될 필요가 없으며 그 현물형태로 계속 기능한다“(Ⅱ, p.166~167: <자본론> 제2권, p191). "생산자본의 가치 중 고정자본에 지출된 부분은 생산수단 중 고정자본 구성분이 기능하는 시간 전체를 위하여 전부 한꺼번에 투자된다. 그러므로 자본가는 이 가치를 한꺼번에 유통영역에 투하하는데, 그 가치는 고정자본이 상품에 조금씩 첨가하는 가치부분의 실현에 의하여 점차로 조금씩 유통으로부터 회수될 뿐이다. 그러나 [생산자본의 일부가 고정되는] 현실적 생산수단 자체는 한꺼번에 유통으로부터 빠져 나와 그것이 기능하는 시간 전체에 걸쳐 생산과정에 합쳐진다. 물론 이 생산수단은 이 시간에 걸쳐 같은 종류의 신품에 의해 대체될 필요도 없고 재생산될 필요도 없다. 그 생산수단들은 길거나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의 갱신에 필요한 요소들을 유통으로부터 끌어내지 않은 채 유통에 방출할 상품들의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 결국 이 시간 동안 고정자본은 자본가 측에 새로운 투자를 요구하지 않는다”(Ⅱ, p.171: <자본론> 제2권, p.196).”
- 모리시마 미치오, <맑스의 경제학(가치와 성장의 이중이론)>, 258p~2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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