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멕시코로 망명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한 청년이 다가왔다. 그 청년의 키는 보통 사람의 것과 같았으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그는 내게 말을 건넨다.
“나는 카밀로 시엔푸에고스요 . 피델 당신이 몬카다를 습격한 것에 대해 주저 없이 스스로를 변론하던 것을 보고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소.”
그는 말을 이어간다.
“나 또한 당신의 혁명에 가담하고 싶소. 어떠한 경우에도 혁명과 생사를 같이 하겠소.”
나는 그의 말과 목소리 눈빛에서 진심을 느꼈다. 나는 흔쾌히 답한다.
“빌어먹을 압제자를 한번 타도해 봅시다.!“
곧이어 우리는 술집으로 향한다. 천하의 일을 논하던 그때 키가 작고 날렵해 보이는 턱수염을 기른 사내가 술집으로 당당히 들어오더니 내가 앉은 테이블 쪽으로 와서 말한다.
”당신이 정말 피델 카스트로요? 나도 당신의 혁명에 가담하겠소. 내 이름은 에르네스토 게바라 입니다만 그냥 체 라고 불러 주시면 되겠습니다. 나는 본래 아르헨티나 출신이고 의대를 갔소. 그리고 거기서 안락한 지위를 수락하려 했지. 그러나 거기서 만난 다른 의대생들은 결코 의사라고 불러줄수 없는 놈들이었소. 나는 깨달았소.그들이 어떻게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영혼을 좀먹는지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응급처치를 해주지 않는 것은 당연했고 그것에 항의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은 내 동기인 ‘치링기스’라는 의대생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아시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법을 가지고 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그를 모욕죄로 고소해서 원래 형량보다 높은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리더군… 결국 그는 자살했소. 민사소송이라는 칼로 그 가족까지 싸그리 죽이지 뭡니까. 뱃속에 있는 아이도 그 어미와 같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었소. 환멸 반 두려움 반으로 생각이 복잡해진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중남미 전역을 오토바이로 일주하던 중 이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깨달았고 결국 스스로 의사라는 꽃길의 입구를 닫아버렸소.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 피델 당신은 내 분노와 정의감, 높은 이상을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내가 의사 가운을 던지고 나아가기로 한 길은 어둡고 아득한 듯 보였으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나아갈 것이오. 그 길은 가난한 이들과 핍박받는 이를 해방시키는 ‘빛나는 길’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나의 목숨을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성전에 바치겠다고 스탈린 사진 앞에서 맹세한 나는 이미 과테말라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정권에 맞서 봤소. 그렇기에 전쟁이 애들 장난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혁명에 헌신하겠소. 저를 동지로 받아주십시오.”
나는 경탄하며 말했다.
“누구라도 불의에 분노하는 자는 내 동지요. 그대도 저를 동지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큰 영광이 될 것이오.”
‘체’는 호쾌하게 수락했다.
“나야말로 영광이오“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 말한다.
”체 동지께서 참모 총장을 맡으시고 군의관을 겸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이렇게 ‘카밀로’동지와 ‘체’ 동지를 만난 것도 예사롭지 않은 일인데 의형제를 맺읍시다.“
나의 제안을 들은 두명의 동지들도 화답했고 이로써 낭만과 이상을 지닌 세 명의 열혈 혁명가들이 의기투합하고 의형제를 맺으니 세계를 뒤흔들고 역사의 흐름을 바꿀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스페인의 식민 통치로부터 중남미를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가 “내 팔과 영혼은 강대한 힘으로 민중을 억압하는 사슬을 깨트릴 때까지 결코 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맹세한 ’사망 데 귀에레‘의 거목 아래서 우리는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우리의 승리가 영원하기를 기원하며 건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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