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 교양 수준이나마 아는 정도고, 이쪽은 어쨌든 당 간부로 일하고 있는 동지니
거의 내가 묻고, 동지가 답하는 대화가 오갔다
로갤럼들이 듣기엔 너무 기초적인 얘기라 우스울 정도겠지만
동지가 "가령 이 의자 말야. 철제랑 고무로 만들었잖아. 네가 방금 막 '글쎄요. 가격을 정하는 건 원재료의 가치랑... 역시 수요 아닌가요?' 했는데, 그럼 철제의 가치는 어느 정도지? 생각해본 적 있어? 원석은 어느 정도 가치일까? 그리고 왜 그 정도 가치를 받은 거지?" 해서
"그건, 그래요. 사실 그렇죠. 원재료의 가치는 또 어떻게 정한 거지...? 저는 잘..." 했지.
"그걸 구하는 데 있어 마르크스는 아주 명쾌하고 직설적인 논법을 제시했어. 바로 시간이야. 철광석을 캐는 데 드는 시간을 따진 거지. 그게 곧 원재료의 가치야." 하시더라.
그래서 난 "그건 좀 이상한데요. 철제라면 그렇지만, 만약 이 의자를 다이아로 만든다면요? 다이아는 희귀해서 가격이 더 붙는 거니까, 캐는 시간만 따질 만한 광석이..."
하던 중에 말 끊고 "맞아. 그치만 다이아는 사치품이야. 그래서 맑스는 그걸 따로 분류했어. 생필품이 아니기에 따로 분류해야 한다는 거야. 실생활에 쓰이는 물건이 아니니까. (애초에 의자를 왜 다이아로 만들어?)" 했어.
그 뒤로 더 이어졌지만 취중이기도 했고... 그 자리에선 다 이해했지만서도, 무슨 얘길 했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이 문답이 어쩌다 시작됐냐면, 나도 한 번 빠졌고, 대중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을 거론했기 때문이지.
"레닌 동지는(놀랍게도 동지란 말이 절로 나오더라. 취했어서 그랬나바) 물질을 먼저 채워야 대중을 이끌 수 있다고 했던 걸로 아는데요. 그게 유물론 아닌가요? 근데 저는 그 말이.... (더듬대고 우물대다가) 저는, 레닌 동지가 인민(우물대다가) 아니, 그... 대중을... (존나게 우물대다가) 개돼지로 보는 건가 싶은 당혹감이 있었어요." 했어.
레닌 동지의 말을 표면만 받아들이면... 사실 그래, 인민은 개돼지니까 일단 배불리 먹여야 공산주의를 사고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야. 나는 "설마 레닌 쯤 되는 자가 그런 질 낮은 말을 결론을 내릴 리는 없지만... 그렇다면 대체 무슨 저의로 한 말이지?" 하는 수준이었고,
극우로 치닫는 국내 인민들은 표면 그대로 "우리를 존나게 무시하는 교조주의다!" 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지. 인민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랬기 때문에 하는 말이야. 아니씨발 나도 대중 가운데 한 사람인데 무시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그건 자기혐오지...
내가 그래서 나치였어. "공산당은 민중을 그저 숫자로만 보려 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선배 동지가 아차 싶어서 얼른 내 방향을 재조정해주려 얘기를 꺼낸 거야.
"레닌은 자본을 가속해야 한다는 의도로 한 말이다." 라고.
그러니까, 가치가 시간에 따른다면 기술이 진보한 사회에서는 1시간만에 철광석을 캘 수 있겠지. 그 전에는 10시간 동안 캐야 했다면 기술이 진보한 사회에서는 1시간만 일해도 캘 수 있고, 그게 바로 니가 방금 말한 "4시간만 일해도 충분한 구조"다. 라고...
탈구입아에 심취해 있던 내게도 많은 전환점이 되는 대화였어.
그렇대도 난 여전히 동양이 오래토록 쌓아 온 가치를 더 우위로 두고 싶지만. 양이 놈들은 성악설을 그대로 밀어붙여 인민을 자괴감에 빠트린 빌어먹을 족속들이야. 그치만 그 생각을 제고해 볼 만한 좋은 시간이었어.
나는 여전히 마음 뿐이야. 아는 게 너무 적어.
나는 그저... 정치적 평등을 이뤘다면 그 다음은 당연히 경제적 평등을 이루려는 게 순서 아닌가? 왜 다들 이게 나쁘다고 하는 거지? 라는 수준으로만 임했던 건데
나는 사상에 대해선 너무 무지했다.
책을 읽어야 해. 문학 같은 것보다 먼저 이 쪽을 읽어야 한다.
죽어서 내세가 있다면, 그 세상에서 내 스승인 공자와, 내 좋은 동지인 레닌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나는 알아야 한다.
내세가 없대도, 적어도 지금 있는 동지들에게 부끄럽지는 않은 수준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저 선배 동지와의 대화에서 단문적인 질문과 응답밖에 하지 못한 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나는 이십구 년을 살아놓고도 어쩜 그렇게 어리석고 답답하단 말인가.
그 동안 나는 생각했다. 태어나길 원하지도 않았건만 이미 태어나버린 이 세상, 그렇다면 한껏 놀다 가는 게 최선 아니겠는가 라고. 그렇지만, 그렇다면 그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고 분투하는 지도자 동지들은 대채 무슨 죄가 있어 향락도 즐기지 못한 채 우리의 거름이 되어 사라졌단 말인가?
호네커 동지와 스탈린 동지와, 대권을 쥐지는 못했지만 그 누가 뭐래도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동지인 트로츠키 동지와, 레닌 동지와, 마오 동지는
대체 무슨 죄로 그런 십자가를 진단 말인가?
세계공산화가 된 뒤라도 우리는 모두 분투하여 서로를 지도하고 격려하며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것임을, 나는 그걸 너무 게을리 했음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인간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야 하고, 자유롭지 못한 나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것만이 짧은 평생에 투신할 사명임에도
그것이 너무 무거워 애써 피하고 무시했다.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져버린 죄인이다
평소라면 깨닫지 못했을 그 가치를, 조카를 얻은 지금에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후대를 위해. 어차피 육십 평생에 투신할 가치라고는 그 뿐이다.
후대는 부디 평안하고 행복하며 거룩한 사회주의 낙원에... 잠깐이라도 거하길 바라며.
그 뒤에 잠깐 엇나가더라도 결국 우리 인간은 다시 서로를 위할 것이라 믿으며, 부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진실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진실한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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