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운으로 치부하면 댄다.
그리고 실제로 다 운이야.
사회주의는 진정 옳은가? 이것은 정말 세계 노동인민들에게 영원한 평화와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인가? 라는 대명제는 일단 차치하고(어차피 스스로가 그렇게 믿으므로)
'나'가 한국이란 사회에서 사회주의자가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한국 인민대중 평균을 넘어선 지식인이라서가 아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지. 운이 좋았다는 표현 자체도 선민적이라 위 문단을 굳이 적어놓은 거.
가령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난 변혁주의자 어머니와 근면한 노동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3공 5공에 대해 더 비판적일 수 있었고
소련을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공산화 열망이 세계를 한 번 휩쓴 직후인 90년대에 태어나 그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고(달리 표현하면 자본이 본격 가속하기 직전에 태어나 인본주의를 좀더 접할 수 있었고)
어머니가 교육자라 "읽는 것이 힘이다" 라는 방침 아래 많은 위인전을 접했고, '우연히' 어머니가 마련한 위인전들이 거의 다 좌파 인사들이었고(당시엔 몰랐지만 지나고 찾아보니 그렇더라. 아인슈타인 등등ㅇㅇ... 그나마 가장 우파적인 인사가 빌리 브란트였을 정도임)
그리고 6년 먼저 태어난 언니를 통해 플라톤, 공자, 레닌을 알았으며(언니가 직접 말해준 건 아니고 그냥 학교 숙제하는 거 어깨너머로 읽음. 언니가 좌파는 아니고 걍 숙제였음)
함석헌을 알고부터 종교관이 완전히 뒤집힌 동시에 민족주의에도 크게 경도되었고, '마침' 집에 논어 완역본이 있었고
민족주의가 엇나가 "독일 민족은 스스로를 위해 투쟁한 것이다. 영미도 전쟁 범죄를 저질렀건만 어째서 나치만 나쁘다 하는가. 그건 전쟁이었다." 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순전히 운으로 벗어날 수 있었고(재수 나빴으면 마시마가 됐을 지도. 그치만 난 원체 심성이 유약해서, 마시마처럼 홀로 나가는 길은 선택할 위인이 못 돼. 그것도 결국 운이 좋았던 거지)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 시작한 전기학원에서 정말정말 우연하게도 진보당원을 만나고, 어째서인지 나는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고, 그 사람도 나를 좋게 봤고, 거기서 정말 우연하게도 이 사람이 내게 진보당 활동을 도와줄 것을 부탁해 "좌파 다 망한 줄 알았는데 아직 있었나?" 라는 희망을 갖게 됐고
그 직후에 정말정말정말 우연히도 힛갤 댓글에서 로갤 링크를 봤고, 눌렀고, 처음 오자마자 정말 운 나쁘게도 "스탈린x트로츠키" 이딴 글을 봐 버려서 "이새끼들도 농담이나 따먹는 놈들이잖아." 라 생각해 다시 오지 않았고
그 뒤에 "그치만 진지한 글도 꽤 있던 것 같은데... 사람이 잠깐 농담할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우연히 들어 다시 돌아왔고
이 모든 흐름에서 내 스스로 한 일은 "이석기 의원이 정말, 최소한 현행법상으로라도 죄가 있는가?"를 찾아본 것과 "진보당이 정말 전복세력인가?"(그냥 사상없이 꾸며대는 사이비 단체인가 한 거)를 찾아본 게 다다.
나머지는 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도 갖춰져 있던 것들이고, 그런 것들이 운 좋게 내게 다가와 준 것 뿐임.
내가 공산주의자가 된 건 우연히 그런 것 뿐이다
마치 자본가가 우연히 자본가의 아들로 태어난 것처럼.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주위 모두가 나를 이끌어준 것이지.
운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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