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7월 18일
(+100년)
전보
수신 : 로자 룩셈부르크 갤러리 중앙위원회 상임간부회 서기국 총서기 및 상임간부회 성원

총서기 귀하

갤러리의 평범한 반고닉 평갤러이자 초보 마르크스주의자인 히아신스 (이명: HSTT) 는 현 갤러리의 정세가 단순한 높바람이 아닌 디시인사이드라는 적대적이고 독성을 띤 커뮤니티 내의 "붉은 밀레트"에 가깝다는 지정학적 이유에 따른 그치지 않으며 더욱 매서워질 폭풍에 가깝단 사실을 뼈저리게 직시하며 이 글을 씁니다.

총서기 동지!
중앙위원 동지들!
갤러리평의원 동지들!

저 반고닉 히아신스를 믿고 신임해주신 동지들의 은전에 어찌 응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갤러리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갤러라면 어찌 진보정치 갤러리의 참담한 붕괴와 레닌 갤러리로의 분열이 가지는 심각성과 위태로운 정세에 고사리손이라도 보태어 로갤을 방어하고자 헌신치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저를 중앙위원의 일인으로 선출코자 하는 갤러리평의원대회와 갤러리중앙위원회의 일치된 결의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을 비통한 마음으로 밝힐 수 밖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하에 서술합니다.
하나. 저는 지금 현재 재학중인 지방거점국립대학을 벗어나 더 높은 입결을 가진 대학으로 학적을 옮기고자 반수를 준비중입니다.
동지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개개인은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적 사회체제에 포섭되어 살아남고자 투쟁할 수 밖엔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어쩔 수 없이 거금을 들여 인터넷 강좌를 신청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생존할 수 있는 틈새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굳이 (제가 활동하는 정치단톡의 리버럴 동무가 농담삼아 비판했듯) "서울제일주의적인 타락"이나 "한국자본주의 체제로의 투항"이라는 수사를 갖다붙이지 않더라도, 그렇기로서니 항시 로갤을 지치지 않는 송골매의 눈으로 경계하여야 하는 중앙위원의 자격에 본인은 미달합니다.
하나. 저는 종파적인 인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갤러리의 평화를 유지할 책무를 지는 중앙위원회 성원의 자격이 없습니다.
이미 지난 레닌 갤러리로의 분열 사태에서 본인은 ML계열 갤러들과 VL계열 갤러들의 (독선적이고 성급한 결론이었던) 종파주의적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쓰며 상호비방과 욕설을 중지하라는 탈맥락적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베르톨트 브레히트 선배의 시 《해결 방법》에 깊이 공감한 마르크스-룩셈부르크주의자로써는 할 수 있는 발언이었으나 중앙위원회의 후보로써는 실언이자 망언이었던 발언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중앙위원으로 선출된다면, 갤러리 내쟁에서 중립적으로 갈등을 중재하리라 신뢰되기 어려운 과거입니다.

이외에도 다수의 개인적 성품이나 후보자 본인이 처한 상황적 여건에 속하는 다양한 결점이 있으나, 이상의 이유만으로도 로자 룩셈부르크 갤러리 중앙위원회 및 갤러리평의원대회의 결정사항 재고에는 충분한 사유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총서기 동지!
중앙위원 동지들!
갤러리평의원 동지들!

따라서 이상의 사유로, 본인 히아신스는 영광스러운 책무인 로자 룩셈부르크 갤러리 중앙위원회 상임간부회 중앙위원직 취임을 사양코자 하오니 중앙위원회 및 갤러리평의원대회에서는 부디 결정사항을 재고해 주실 것을 간절히 청원합니다.

서명합니다,

로자 룩셈부르크 갤러리 반고닉 평갤러
히아신스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