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 비건을 적극 실천하거나 실천하려는 이들을 작위적으로 분류해보자면
1) 동물 윤리
2) 환경과 산업
3) 개인 건강
여기서 대외적으로 이론과 실천에서의 주류 양태는 1에 쏠리는 편이고,
아마도 비건, 반(탈)육식, 채식 하면 이걸 수용해야 할 문제로
일정 부분 긍정하면, 아니면 마냥 부정하든 먼저 떠오르는 부류도 이쪽일 것 같습니다.
저는 1 같은 경우,
그 유명한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부터 기반에 깔고 있는 공리주의적 관점의
주장 내용이나 형식(방법) 모든 면에서 의구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듯 합니다.
더더욱이 이러한 주장들을 활동의 영역으로 끌고 와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절대적인 도그마와 강령, 구호로 밀고 나가는 것은..
사실 저는 어떤 용어나 개념이 특정 맥락에서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되었든지 간에,
이미 그 자체로 더는 토론이 절대 필요가 없는,
이미 절대적으로 성립된 가치인양 사용하면서도
실은 그저 무성의한 방식으로 도덕과 윤리라는 이름 등을 통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기계적으로 갖다 쓰는 경우들 또한 정말 많다고 생각하기에
착취라는 용어 또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보구요
(이런 개념 자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요)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레 도식적으로 엮이고 범주화되거나
정의되는 것들에 관해서도 물론 그렇습니다.
그리고 설혹 1을 놓고 생각하더라도
다른 문제들과 연계될 수 있는 것들을 세심하게 살펴보려고 하는 시각이
훨씬 더 복잡하고 사려깊은 결을 사고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봅니다.
예로 웬만한 동물 윤리, 동물권, 채식 문제에만 한정된 책들을 보는 것보다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을 함께 긴밀히 살펴보는
<짐을 끄는 짐승들> 같은 서적을 보는 게 훨씬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앞서 싱어 류의 동물 해방 관점에 관해서도 여러 비판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책의 저자인 수나우라 테일러나 여타 국내외 장애 활동가, 연구자(<장애학의 도전> 등)들은
오히려 그러한 관점이야말로 인간중심주의적이고 비장애중심적이며
별로 내려놓을 게 없는, 가진 인간의 사고라고 지적하기도 하구요.
2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해선 기존에 기후, 환경이나 비건 문제에 관심 없는 분들이라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동지로서 더 진지하게 여겨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2를 깊이 생각하다보면 거의 필연적으로 문제 의식이 자연스레 산업 전반과 체제로 향하면서
반자본주의적으로 사고가 확장되는 경우들이 많고,
그러다 마르크스주의, 생태사회주의, 사회주의 생태론쪽에도 뻗는 사례들이 왕왕 있습니다.
1,2을 보면 같은 비건을 이야기해도 결이 확실히 달라요.
저 또한 2번 때문에 새삼 더 안목을 넓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플렉시테리언으로라도 실천적으로 행해보려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어떤 방식으로 자기가 문제에 입문하게 되었거나,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조금이라도 마련이 되어야 비단 비건 문제뿐 아니라
섀도우복싱, 탁상공론에 불과한 불필요한 인상비평이나 오해가 조금이라도 해소될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위치에서, 무슨 관점으로 해당 문제를 접근하고 임하고 있는지가
저러한 대화에서 확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뭔가 그냥 진보적인 가치인 것 같고,
막연히 그렇게 여겨지는 것 같으니까 이를 절대 사수하려 그런 대열에 합승한 사람인지,
(생각보다 정말 많다고 보이고 이게 사회 운동 전반을 좀 먹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여러 얽힌 문제들을 정말 신중하게 보려는 고민을 함께 하면서 실천을 해나가려는 사람들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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