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하게 마감된 플라스틱 재질 아날로그 라디오의 안테나는 45도 각도로 곧게 뻗어 녹 없이 반짝이고 있다.

연식을 생각하면 허름할 법도 한데,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훈혁은 그런 꼴을 두고 보지 않는다.

55제곱미터의 네모난 공간에는 작고 오래된 안테나 티브이, 인디언 영화에 나올 법한 깃 달린 가면, 부시맨이 애지중지 했던 콜라병 따위의 것들이 얼기설기 늘어서 있고, 그 골동품들에서 나는 오래된 목조 가구 냄새, 비릿한 쇠 냄새 등이 한 데 섞여 묘한 분위기가 났다.

애초 골동품은 판매할 목적이지만, 왜인지 훈혁은 골동품이 자신의 손을 떠날 땐 아쉬움까지 느끼곤 했다.

"어서오세.... 아, 왔냐?"

출입문 위에 달린 종이 요란하게 딸랑거리는 소리에 입이 먼저 반응한 훈혁은 들어온 사람이 손님이 아닌 알바생 '준채'임을 보고 인사를 멈췄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좋은 모닝입니다."

오후 4시에 출근하는 준채는 왜인지 항상 좋은 모닝이라는 인사로 대화를 시작한다.

"준채야, 지금은 모닝이 아니야. 그리고 오늘 너가 할 일은..."

"아 알아요 알아. 오늘은 저 오른쪽 선반에 있는 카우보이나 신을 법한 톱니 달린 이상한 신발이랑 인디언 가면 먼지 털라는 거잖아요."

정확했다. 그도 그럴 게 훈혁은 골동품에 관해선 이미 한 말을 또 하는 버릇, 일종의 강박에 가까운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래. 잘 알고있네. 그보다 저번에 네가 청소한 라디오 말이야, 버튼 안쪽 부분에 먼지가 그대로 있더라. 자, 봐."

훈혁은 둘 사이에 있는 라디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라디오 버튼 안쪽에는 비단 골동품이어서 그런 것이 아닌, 물건을 한동안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생활적 먼지들이 내려앉아있었다.

얘기를 들은 준채는 눈썹의 끝이 위로 올라가며 질린다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하.. 사장님. 그 안을 어떻..."

"면봉이랑 청소용 깃털로. 난 퇴근해본다. 내일 검사할 거야."

훈혁은 준채의 땅이 꺼지는 듯한 한숨을 뒤로한 채 무심하게 출입문을 닫고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