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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인스타 인싸를 찐따가 도발하면 생기는 일.txt앱에서 작성

일주일창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07 17:53:06
조회 4054 추천 104 댓글 15
														

요코는 한국인이다.

이름만 들으면 일본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순수 한국인이다.

딱 듣기에도 일본인스러운 이 이름은 틈만 보이면 약점으로 만드는 선의와 악의가 나뉘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겐 아주 좋은 타겟이 되었고 그에따라 요코의 별명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완용이었다.

성이 이씨니까 이완용.

이런 노출되기 쉬운 약점과 왜소한 체구는 요코의 성격을 짓누르기에 충분했고 그녀는 일본인 스러운 이름을 따라 사회가 낳은 훌륭한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으레 히키가 그렇듯, 떡진 머리와 츄리닝을 입고 양 다리를 의자에 올린 채 마우스를 까딱거리며 인터넷을 떠다니는 것이 취미인 요코에게 인스타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곳이었다.

생기가 휘몰아치는 그 곳은 비록 꾸며내어진 것임을 알아도 요코가 접근하기엔 너무 상극이었다. 요코는 인스타를 보는 순간 허리케인에 휩쓸려 발이 떠버리는 듯 한 공포감을 느꼈다.

그 날은 실수로 인스타 링크를 클릭하는 자연재해에 노출된 요코는 기겁을 하며 창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진에 잠깐 넋을 놓았고 무언가에 홀리듯이 그녀의 인스타를 둘러보았다.

"와…. 어, 엄청 예쁘다."

인스타 주인장인 김수희라는 여자는 요코와 상극이었다.

그럼에도 잡아 끄는 듯한 강렬한 느낌에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문득 댓글창을 보게 되었다. 글 뿐인 댓글창에서 마치 무대의 관중석과 같은 열광이 뿜어져 나와 요코는 귀를 가렸다.

요코로서는 평생 받아볼 수 없는 관심과 환희. 그것은 가슴속에 묻어 둔 어떤 감정을 깨웠다.

우리는 그걸 열등감이라고 불렀다.

"…부럽네에."

열등감으로 꼬인 심지는 요코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이 년 밤에 깔림.'

칭찬과 찬양 일색인 댓글 창에서 이런 댓글은 무대의 관중석에서 계란을 던지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당연히 주변 모든 이는 요코를 질타하기 시작했고 그 무수한 질타에 요코는 겁에 질려 댓글을 지우고 회원을 탈퇴했다.

그리고 어두운 방 안에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 '인터넷 댓글 고소' 따위를 검색했다. 그 정도 댓글은 기소 해 봐야 기소 유예가 뜰 거라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받고 나서야 요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몇 일 뒤, 그 때 달았던 댓글이 인쇄가 되어 날아왔다.

겁이 나긴 했지만 간단한 조사 후 귀가 될 거라는 인터넷의 글을 맹신한 요코는 몇 개월 만의 외출을 준비했다. 그 글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지만 예상 외의 변수가 있다는 걸 요코는 몰랐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떡진 머리와 망가진 생활 사이클로 인해 낀 다크서클, 희다 못해 창백한 피부같은 히키코모리의 전형적인 모습에 스스로 한숨이 나왔다.

옷이라고는 교복 외엔 거의 없어 자기 몸보다 훨씬 큰 엄마 옷을 입고 신분증과 카드가 들은 지갑을 챙겨 넣은 크로스백을 메고 걸어서 약 십 분 거리의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서도 별다른 내용없이 사실 확인만 하고 귀가를 해도 된다기에 요코는 재빨리 문 밖으로 나왔다.

경찰서 문을 나서는 순간,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요코는 아직 뭔가 남았나 싶어 고개를 돌렸고 자신을 붙잡은 사람를 보자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안녕?"

"히, 이이…."

인스타에서 본 그녀였다.

"너구나?"

수희가 요코를 인지했다.

사실 요코에겐 은근히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어자피 수희는 허구한 날 악플을 받을 거고 자신이 달은 댓글 따위는 크게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여겼으니까.

그러나 그 불확실한 믿음은 두 번이나 부러졌다.

고소는 할 수 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수희가 직접 얼굴 보자고 찾아 올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머리도 두 뼘 정도 더 컸지만 요코에게는 공포로 인해 그보다 배는 커 보였다.

"죄, 죄송해엿!"

발음이 샜지만 요코는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크로스백을 꼭 쥐었다. 손에 땀이 흥건했다.

수희는 사과에 됐다는 듯 손사레를 쳤다.

"됐어. 어자피 기소유예 뜰 줄 알았고. 그냥 누구인지 궁금해서 그런 거니까."

그리고는 두 눈을 가늘게 찢으며 "생각보다 귀엽네." 라고 조용히 말했다.

"에, 으…. 죄송해요. 앞으로 얼씬도 안 할게요. 어, 그러니까. 저 가 봐도…."

요코는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며 수희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바로 알았다. 자기가 뭔가 내키지 않는 말을 했다는 걸.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찐따로 살다 보면 날카로워 지는 감각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뭘 실수했는진 몰라도, 뭔가 내키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걸 눈치채는 감각이. 그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뭘 잘못했을까? 라는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소되었다.

"왜? 모처럼 만났는데 궁금증을 해소해야지."

수희는 입술을 혀로 적시며 요코의 귀에 "내가 깔리는지 니가 깔리는지." 라고 끈적하게 말했다. 요코는 안그래도 왜소한 체구를 더더욱 구기며 울먹였다.

"허윽, 저, 전 몰라요…!"

"뭘 몰라?"

요코는 거의 울다시피 하며 "저, 저 그런거 전혀 몰라요. 그, 그러니까 보내주세요…." 라고 말하자, 그것 또한 수희의 무언가를 자극했다.

수희의 입이 가늘게 찢어졌다.

"헤에…. 더 좋은데?"

간단한 조사 후 귀가할 수 있다며.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 인터넷 익명의 누군가를 원망했다. 요코가 집에 들어간 것은 다음날 점심이 훌쩍 지나서였다. 그것도 남의 발에 의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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