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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밤의 해파리는 헤엄칠 수 없어 1권 01-3

Umik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0 14:02:33
조회 893 추천 32 댓글 14
														


돌아오는 길.


유리창으로 밖을 바라보며, 전철에 흔들리고 있다.


후회하듯 작게 입술을 깨물며, 나는 멍한 의식을 과거로부터 돌린다.


밤의 거리를 달리는 전차가 터널에 들어서자 유리창의 검은 색에 반사되어 내 얼굴이 비친다. 그 표정은 텅 비어서, 이런 속도로 곧장 나아가는 전차와는 대조적으로 어디로 향하는 지조차 애매한 나약함이 묻어 나온다.


"......하아"


큰 소리로 한숨을 내쉬며, 카노짱에게서 권유를 받은 뒤의 일을 떠올린다.


***


"......무리라니, 어째서?"


되묻는 카노짱의 표정을 바라볼 수가 없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또다시 스스로도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이었다.


나는 항상 중요한 때면 하고 싶지 않은 말만을 해버린다.


"그게...... 난 카노짱이랑 다르게 평범한 여고생이고......"


나불나불하고, 변명하듯이.


최근에 어디선가 들은 듯한 시시한 말만이 넘쳐난다.


"주변 시선도 신경쓰이고......"


정말로, 시시한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내게는 절실한 말이었다.


나는 그 시시한 속박으로부터 줄곧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도ㅡㅡ"


카노짱은 내게 손을 내밀듯이 말하지만,




"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버린다.


동경이, 질투가, 열등감이.


코우즈키 마히루를 비굴하게 만든다.




"그렇게, 생각할 수 없어"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무난한 연분홍으로 칠한 손톱 끝이 육교의 난간에 닿아서, 찡하고 높은 소리를 낸다.


"나는 평범한 여고생이고, 되고 싶은 거라던가, 좋아하는 거라던가 애매해서......"


카노짱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다.


"그리고 곧 수험이잖아? 현실적으로 어렵달까, 모두와 맞춰서 공부하는 게, 여고생 본연의 모습이랄까......"


같은 말을 최근에 다른 사람한테서 들은 것 같다.


나는 거기에, 납득하지 못했을 터다.


그런데도 지금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같은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 그게, 나같은 별 거 아닌 사람은, 눈앞의 일로도 벅차고, 오히려 그걸로 충분ㅡㅡ"


"ㅡㅡ그런가"


나직이 새어 나온 작은 목소리만으로도 내 치사한 변명은 간단히 멈춰버린다.


빨려 들어가듯, 앞을 향한다.


"......그림을 보고 멋대로, 마음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ㅡㅡ"


나를 바라보는 카노짱의 눈은 마치, 기대에 어긋난 것을 버리는 듯한 표정처럼, 내겐 비쳐졌다.




"ㅡㅡ요루는, 꽤나 평범하구나"




"읏!"


평범


그건 분명,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고, 오히려 평범하게 있기 위해, 주변으로부터 뜨지 않기 위해, 자신을 꺾어온 자각마저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자신을 좋아할 수 없는 코우즈키 마히루가 아닌ㅡㅡ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우미츠키 요루로서 관계를 시작할 수 있었던 카노짱의 옆에서는, 그것만은 듣고 싶지 않았다.


진짜 자신을 공유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이곳에서, 약하고 치사하고, 정말로 싫어하는 자신을 간파당한 것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카노짱은 몰라......!"


그렇기에 내 입에선,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에......"


눈앞에서 바보 취급 당한 그림. 억지 웃음을 짓는 자신.


남들에게 맞춰 정말 좋아하는 자신의 그림을 부정해버린, 최악의 순간.


분명 그 죄책감은, 혐오감은


특별해질 수 없는, 약한 사람밖엔 모르는ㅡㅡ



"카노짱은, 특별하잖아......"




ㅡㅡ이 빛나는 여자애는, 절대로 모를 것이다.




"카노짱은...... 카노짱은 스스로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잖아!?"





질척한 본심은 분명, 요루가 아닌 마히루의 것이다.




"카노짱은 나의...... 특별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은, 몰라......"




말하고 곧장, 후회했다.


하지만, 한 번 한 말은 더는,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런가"


고개를 떨구듯 말한다.


카노짱은 분함을 참으려는 듯 천천히 앞으로 나와선, 나와 눈을 마주친다.


나는 그때 본 표정을, 슬픈 표정을, 줄곧 잊을 수 없을 것이다.




"ㅡㅡ내가 그렇게나, 자신있는 것처럼 보여?"


***


몇 시간 후.


"............와아아아아아악!"


집의 욕조에 얼굴을 쳐박고, 꼬르륵하고 공기와 함께 감정을 토해낸다.


"뭐야 나야!? 내가 나쁜 거야!?"


그만 짜증이 나서, 분명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결국 그 뒤로 어색해져서 헤어지고 말았지만, 푸핫하고 고개를 들어 숨을 들이마쉬자 살짝은 냉정해질 수 있었다.


"......뭐, 확실히 너무 독단적이긴 했지만......"


머릿속에, 카노짱이 날 평범하다고 말했을 때의, 실망하던 표정이 되살아난다. 그러자 또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쭉 밀려와서 재차 얼굴을 물속으로 가라앉힌다.


"내가 평범하단 건, 내가 제일 잘 알거든!!"


"언니 시끄러! 사춘기!?"


"사춘기에 막 접어든 카호한테 듣기 싫거든!"


욕조 바깥에서 야유를 보내오는 카호를 정론으로 일갈하고, 벽에 자석으로 붙여둔 스탠드에 손을 뻗어서 스마트폰을 집어든다.


"컬러풀 문라이트......랬었지"


육교에서 들려줬던 곡. 둘이 같이 들었던 곡.


카노짱은 분명 그 곡을, 아이돌 시절 곡의 어레인지라고 했다.


"그렇단 건......"


간교를 부린다. 아이돌 시절의 이름같은 건 듣지 못했다. ......하지만.


"컬러풀 문라이트 염상"같은 예의없는 단어를 텍스트 상자에 넣고 검색해서 나온 뉴스를 탭한다.


"아......폭행"


나온 것은 선플라워 돌즈라고 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같은 그룹의 멤버를 때려서 은퇴. 그룹도 활동 중지가 되었다고 하는 지극히 심플한 뉴스였다. 확실히 카노짱이 말한 것과 일치한다.


"......타치바나 노노카"


때렸다고 하는 아이돌의 이름이다. 이 그룹이 카노짱이 소속되어 있던 그룹이라고 한다면, 이 여자애가 카노짱이라는 것이 된다.


하지만, 뉴스에 실려 있는 타치바나 노노카의 사진은 흑발 청초 그 자체의 왕도 아이돌로, 한 번 만났을 뿐인 본인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다른 사람......? 하지만 그러고 보니......"


아이돌 시절엔 흑발 청초였다, 라고 했었던가. 팬서비스도 제대로 했다고. 상상도 안 가지만.


"응......?"


늘어선 사진 중 한 장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타치바나 노노카를 옆에서 찍었을 뿐인 특별한 것 없는 사진이었지만, 나는 힘차게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고 만다.


"클레오파트라!!"


카노짱이 마스크를 벗은 순간이 되살아난다. 새하얗고, 얼굴이 작고, 클레오파트라. 그 옆모습이 사전과 완전히 겹쳐졌다.


"뭐야 이거, 분위기 너무 달라졌잖아"


YouTube에 올라와 있는 PV 속에는 흑발청초로 싱긋싱긋 미소지으며 노래하는 타치바나 노노카ㅡㅡ아니, 카노짱이 있었다.


"......헤어 스타일 변화, 두렵네"


영상 속의 카노짱은 전력으로 춤추고 아이돌 스마일로 피스라던가 하고 있어서, 말을 가리지 않고 말한다면 교태였다. 그 거리낌없이 말하는 카노짱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더욱 흥미가 솟아나서, 계속해서 검색해나간다. 조금 생각하다가, 화면상의 텍스트 상자에 "타치바나 노노카"를 입력한다.


그러자.


검색 제안이 자동으로 일을 해서ㅡㅡ


텍스트 상자의 『타치바나 노노카』라는 이름 옆에, 몇 개의 검색 후보가 늘어선다.


거기에 표시되어 있는 것은ㅡㅡ 『폭행』 『염상』 『은퇴』라는 살벌한 단어들.


".......읏"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서, 욕조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목욕을 마친 나는, 속옷을 입고 잠옷을 윗옷만 걸치고선 스마트폰을 노려보며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간다.


"목욕 너무 길게 하잖아. 뭘 한 거야ㅡㅡ"


"아무 것도"


허리에 손을 얹고 버티고 서있는 카호 옆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하아, 이래서 사춘기는......같은 카호의 한숨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


"ㅡㅡ그 당시에, 꽤나 화제가 됐었는데"


전화 너머의 키위짱이 태연한 어조로 말을 했다.


Discord로 날아온 주소를 열자 거기에는 카노짱에게 주간지처럼 보이는 기자가 인터뷰를 하려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폭행을 행사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카메라에게 겨눠진 카노짱은 무언으로 후드티의 후드를 뒤집어 쓰고, 얼굴을 가리고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멤버인 세토 씨와는 예전부터 불화가?"


"......뭐야 이거, 너무해"


혼자 걷는 카노짱에게 카메라가 돌격해선 어른들이 둘러싸고 IC 레코더를 들이대고 있다. 후드를 뒤집어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노짱은 명백히 취재를 거절하고 있는데도 집요하게 쫓고 있었다.


"이때면 아직......중학생이지?"


"뭐, 동갑이라면 그렇지"


만약 내가 중학생 때 같은 걸 당했다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온다.


"그럼 타치바나 씨, 이 일에 대해 유키네 프로듀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읏!"


카노짱이 표정을 바꾸고, 느려진 발걸음을 점차 멈춰간다.


"타치바나 노노카 씨, 대답해주실 수 없습니까?"


그리고 나는, 깜짝 놀란다.


강하고 빛나던, 그 카노짱이, 내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해줬던, 여자애가.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울고 있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ㅡㅡ"


나는 거기서 영상을 멈춰버린다.


"......이건"


"뭐...... 이 정도로 소란이라면 참을 수 없어서 그만둬버리는 것도 이해되지"


키위짱의 말대로다.


중학생 여자애가, 이렇게 어른들한테 둘러싸이고, 댓글창을 보면 비난하는 소리로 넘쳐나고, 이런 상황에 노출된다면 노래하는 것따위 그만둬버리는 게 당연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그만둬버렸고.


ㅡㅡ그런데.


나는 카노짱이 알려준 『JELEE』채널을 연다.


"응. ......그렇지"


JELEE 채널의 영상란에는 많은 노래가 올라와 있고, 조회수는 전부 수십~수백으로 좋지만, 1년 전에 올리기 시작한 뒤로 줄곧, 쉬지 않고, 카노짱은 계속해서 노래하고 있다.


그것은 분명 풋내나고 올곧은, 카노짱의 발자취다.


"......보통은, 그렇지"


***


약 한 시간 후.


나는 우미츠키 요루의 계정의, 시부야의 벽화를 소개하는 포스트를 되돌아보고 있다.


내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해준 카노짱.


그런 카노짱에게, 심한 말을 해버린 자신.


취재를 당하며ㅡㅡ울어버리던, 카노짱.


"......"


육교에서 같이 들려준 『컬러풀 문라이트』를 재생하며, 그때의 일을 생각한다.


나는 분명, 착각을 했다.


나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의 카노짱은, 올곧고 순수하게 꿈을 이야기하고 있었따.


그렇기에 나는 질투로부터, 평범하다는 말을 들은 충격으로부터, 카노짱은 자신을 싫어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잖아, 하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 라는 것을.




저렇게 어른들이, 불특정 다수가, 익명으로부터, 악의를 향해오면.


내 또래의 단 한 명의 여자애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서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자신을 책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YouTube로 전환한다.




열린 JELEE의 채널에는ㅡㅡ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십 분 전에 또, 새로운 곡이 올라와있었다.




"......"


만약 내 눈에, 카노짱이 강하고 올곧게 피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면.


부러진 일이 없는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ㅡㅡ




부러진 뒤에, 다시 한 번 일어섰다.




그럴 뿐일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


여자애에게 있어서, 화장은 무기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없지만, 거기에 얇게 조절한 가면을 붙이는 것 만으로도, 유세라던가 레이블링이라던가 세력권 싸움이 넘쳐나는 듯한 무서운 세계와 마주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신을 바꿔버리는 가장은ㅡㅡ무기 같은 것이겠지.


침대 옆에 놓인 거울 속에는, 내가 아닌 내가 있었다.


천사 의상을 입고 등에는 날개까지 달고, 머리에는 조악한 철사같은 부품으로 고리를 연결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내가 자신의 얼굴에 페인트칠을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비일상으로 차려 입은 나는, 그야말로 전신무장 인간의 모습이었다.


"엣, 언니 그러고 가는 거야?"


무장을 한 채로 집의 복도를 걸어가는 나를 보고 카호가 동요하고 있다. 나는 어느 쪽이냐면 매년 이런 이벤트를 냉정히 바라만 보던 쪽이기에 이렇게 기합을 넣은 거에 놀란 거겠지.


"응, 할로윈이고. ......다녀오겠습니다"


사실은 "뭐가 나빠?" 정도 말하고 싶은 나였지만, 역시 아직 그렇게 강한 자신으로는 있을 수 없다. 현관 거울 앞 파우치에서 늘 쓰는 양산형 립을 꺼내서 평소처럼 다시 칠한 것은 내가 아직 어중간하다는 증거일 지도 모른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내가 사는 오오미야의 거리를 걸어간다.


가장을 하고 있는 사람과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뒤섞인 오오미야 역은 역시나 비일상적, 하지만 오늘에 맞춰 가장한다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주변에 맞추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아닌 자신이 되어 있는 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시부야로 향하는 쇼난-신주쿠라인의 차량 안에서 나는 음악을 듣고 있다.


귀에 닿는 가사는 카노짱이 쓴 것으로, 아이돌 시절에 발표한 곡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이런 건 착각일 뿐이고, 멋대로 내가 운명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와 만난 밤의 바다, 그 빛에 사랑을 했어


거리의 네온에 물들지 말아줘 부디


네가 그린 색으로 반짝이며 밤하늘을 비춰줘』




그 가사가 마치 내가 바라본 카노짱의 모습을 노래하는 것만 같아서.


외톨이의 밤의 시부야에서 빛나는 존재를 만난 내 마음과, 너무나도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다면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다른 자신에게, 한 걸음 내딛어보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


시부야에 도착하자, 에미도 사오리도 치에피도 모여 있었다.


"......기다렸지"


"오, 수고......아니"


"오오! 마히루 동료잖아!"


에미가 놀라고, 치에피가 기쁜 듯이 내 양 어깨에 손을 올린다.


에미와 사오리는 교복을 살짝 손본 듯한 가장이고, 치에피는 전신을 신나게 강시로 바꿔놨다. 이마에 지폐까지 붙이는 철저함으로, 격하게 움직여도 떨어지지 않는단 걸 생각하면 꽤 제대로 된 접착제로 붙인 것 같다. 기합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피부가 거칠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천사와 강시로 빛과 어둠 콤비네"


치에피가 기쁜 듯이 말하자, 사오리도 맞춰서 웃는다.


"아하하. 역시 일러스트레이터 마히루 선생님"


"그러니까 그림은ㅡㅡ아니"


말하려던 그때


내 시야에, 내가 다시 한 번 찾고 싶다고 생각했던 모습가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악마 코스프레를 한, 새하얗고 얼굴이 작은ㅡㅡ




클레오파트라같은 콧날의, 금발 소녀.




걷는 모습에, 나는 눈길을 빼앗겨버린다.


"......잠깐 미안"


"에, 마히루?"


잘못 본 걸까. 아니면 진짜일까. 끌어당겨진 듯 다가가지만 할로윈의 인파 속에서 나는 그 사람의 모습을 순식간에 놓쳐버린다.


"아아, ......정말"


그때.


바로 근처에 금발 여자애의 모습이 지나간다.


"!? 카노짱!?"


"......네?"


그것은 내가 찾던 모습이 아니라 금발 가발을 쓴 남성이었다. 의아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죄, 죄송해요.


"그, 사람을 잘못 봤어요...... 죄송합니다"


하며,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있을 때.


"다들~~~~ 지금까지 응원 고마워~~~!"


목소리를 되돌아보자, 거기에 있던 것은 전에도 봤던 아이돌 미코 씨다. 또다시 내 벽화 앞에서 라이브를 하고 있다. 할로윈 라이브라는 느낌이지만, 이거 허가라던가 받은 걸까.


"그럼 마지막 곡이에요! 이건 제가 정말 좋아하는, 하지만 더는 활동하지 않는 아이가 부른 곡이에요. 어쩌면 다들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염상 각오로 노래해버려요☆"


여전히 그 벽화 앞에서, 이번에는 벽에 『미코의 방, 채널 등록 부탁해요!』라고 적혀 있는, 전보다도 바보같은 포스터가 붙어 있다.


"들어주세요, 선플라워 돌즈의 『컬러풀 문라이트』!"


"!"


알고 있는 곡이다.


그것은 카노짱이 육교에서 내게 들려줬던.


그 후로 몇 번이고 혼자 들었던, 내가 좋아하는 곡.


"앞머리로~ 감춰진~ 미코의♪"


미코 씨는 가사의 『나』를 마음대로 『미코』로 바꿔서 부르고 있다. 아무래도 정면에 세워져 있는 삼각대 위의 스마트폰에선 생방송을 하고 있는 듯하여, 댓글같은 작은 문자가 화면에 흘러나오고 있다.


뭔가, 괜히 짜증이 났다.


"어이......"


소곤소곤, 닿을 리가 없는 목소리가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더럽히지 마"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그럼에도,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자신도 되고 싶지 않아서.


"......라고"


말하고 나서 부끄러워져서, 하아하고 숨을 쉬고 있자니ㅡㅡ




"어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더럽히지 마!"




산뜻이 내 본심을 대변해주는 목소리가 또다시 시부야에 울려퍼진다.


미코 씨가 순간 노래를 멈추고 "뭔데?"하고 관객을 바라본다. 관객 일부도 웅성웅성 주변을 둘러보지만, 나는 목소리만으로 금방 알아챈다.


휙 돌아보니 거기에는 악마 코스프레를 하고 호박 가면을 비스듬하게 쓴 금발 소녀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해피 할로윈! 누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그것은, 내가 찾던 소녀다.


"카카, 카노짱!"


그렇지만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려줘버렸다.


"그게, 바방금, 방금은......"


너무 부끄러워서, 죽을 정도로 허둥댄다.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미코 씨는 다시 노래로 되돌아간다.


카노짱은 내 당황한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내가 아니게 된 내 모습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바라본다. 그리고 천사의 고리를 가리키며,


"그거, 잘 어울리네"


"아니, 카노짱이야 말로......어울리는데"


"아하하, 고마워"


가볍게 날개처럼 웃는 카노짱의 표정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있잖아"


나는 지금 어째서, 카노짱을 찾고 있었을까, 하고.


만났을 때는, 카노짱을 쫓아갔을 때는, 그림을 감싸준 이 아이에게, 감사하고 싶어서. 나는 발을 내딛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해보면ㅡㅡ나는 의외로 간단히 대답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금은 분명, 그때와는 반대다.




"저기. 그때는 미안ㅡㅡ"


"ㅡㅡ미안해!"


내가 사죄의 말을 할까 말까 하는 동안 카노짱은 이미 힘껏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에......"


"아니, 솔직히 그다지 자각은 없지만, 요루의 기분에 거슬리는 소릴 해버렸겠지 하고...... 그래서,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서......"


솔직함에 또다시, 나는 피식 웃어버린다.


이 사람은 정말로, 치사하다.


"아냐, 나야 말로 미안해. 뭔가, 귀가 아프고, 짜증이 나버려서"


"......아파?"


"응"


카노짱이 멍하니 바라본다.


나는 저 멀리 노래하는 양산형 아이돌을 전력으로 하고 있는 미코씨를 바라보며, 눈을 돌리고 싶은 과거를 바라본다.


"나, 그 벽화를 남들한테 바보 취급 당한 적이 있거든. 그때, 스스로도 부정해버렸어. 이상한 그림이다, 라고"


"......그랬구나"


"그걸 말야......아마 아직도, 담아두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카노짱은 그런 소리를 들었어도, 오늘까지도 계속해서 노래하고 있어. 저기......카노짱은 어떻게 그렇게나, 강하게 있을 수 있는 거야?"


내가 묻자, 카노짱은 살짝이지만 눈을 동그랗게 뜬다.


"봤다, 는 거야?"


조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응"


"......그런가"


분명 알리고 싶진 않았던 염상의 과거. 하지만, 곡명을 가르쳐주거나, 전 아이돌이라고 말해주거나. 분명, 완전히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말야, 지고 싶지 않아. 누군가한테 져버려서, 내가 아닌 내가 되는 게 싫어"


멀리서는, 교태를 떠는 미코 씨가 춤추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미소에,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목소리를, 무장처럼 붙여서는.




"ㅡㅡ양산형은, 되고 싶지 않으니까"




마음이, 아플 정도로 이해된다.


그렇기에 더욱, 자신과는 정반대의 강한 모습에 가슴이 쓰려온다.


"! 나, 나도......나도......!"


카노짱한테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같이, 해보지 않을래?"




나는 강하게, 앞으로 향한다.




"그 마음, 엄청 잘 알아......"




주먹을 쥐고 목소리에 힘을 준다.


그때 못했던 말을, 못 내디딘 한 걸음을.


지금, 여기에서.




"그러니까......!"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자신의 속에서 정리가 되어 있는데, 단지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없어서.



"......CD라던가 나오면, ......살게, 꼭......"




내딛으려는 발걸음을, 한 발짝 뒤로 빼버린다.


분명 지금, 나는 또다시 찬스를 놓친 거겠지.


그걸 할 수 없기에 나는 줄곧, 남들에게 맞춰가기만 할 뿐.


자신이 되고 싶은 자신이, 되지 못하고 있었던 건데.


카노짱은 날 지긋이 바라본다. 내 진의같은 건 이미, 꿰뚫어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설까.


카노짱은 뭔가 꾸미고 있다는 듯 웃으며, 비스듬히 쓰고 있떤 가면을 정면으로 고쳐쓴다.


그리고.


"요루"


"응?"


내 귀에 입을 대고는,




"ㅡㅡㅡㅡㅡㅡ"




상냥하게, 한 마디를 속삭였다.


"......!"


카노짱은 귓가에서 입을 떼더니, 쭉쭉 나아가선 미코 씨의 눈앞에 선다.


"잠깐 빌릴게"


그리고 카노짱은, 미코 씨한테서 마이크를 뺏어버린다.


"에? 잠깐ㅡㅡ"




카노짱의 노랫소리가, 미코씨의 목소리를 덮어 씌운다.




그것은 분명, 타치바나 노노카로서가 아닌, JELEE로서의 노랫소리. 카노짱이 노래하는 방식.


직접 작사했다는 그 곡을, 카노짱은 시부야를 전부 칠하는 듯한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


나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카노짱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나, 분노, 반골심 같은 것들이 가득 차있다.


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서투름과 섬세함, 그리고 나약함이 느껴져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에서 몇 번이고 듣고 있던 그 노랫소리의 『지금』에 이끌리고 있었다.




"뭔가 꽤 좋은데?" "난입?"


"아니, 그런 대본이겠지" "그래도 멋있잖아" "그럼 된 거 아냐?"




관객들이 그 가창력에, 서서히 끌려가는 게 느껴진다.


분위기를 읽는 것만은 잘 하는 내게는 아플 정도로 그것이 전해져 온다.


손님이 늘어간다. 미코 씨는 화났지만, 공간은 점점 달아오른다.


하지만, 달아오르면 달아오를 수록.


나는 거기에서,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되어 간다.


"뭔가 재밌어보이지 않아?" "유명인?"


처음엔 더 가까이 있었을 텐데, 사람이 모일 때마다 나는 카노짱에게서 떨어진 위치로 밀려나간다.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리며, 지난 며칠간의 일을 회상한다. 스스로는 헤엄칠 수 없어서, 사람의 파도에 휩쓸리는 나는 역시, 해파리같아서.


수많은 말들이, 내 안을 뛰어다닌다.




"남겨진 시간은 적다구!?"


치에피의 말이다. 나는 그걸 들으면서 마음 속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사람을 박해하듯이 남들에게 이야기를 계속해서 맞춰 왔다.


나는, 뒤로 밀려나간다.


노래하고 있는 카노짱에게서 나는, 멀어져 간다.




"그럼......마히루는, 뭐가 되고 싶은데?"


키위짱의 말이다. 나는 고르는 것보다 골라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느니 하며 실실 웃으며, 뭔가를 선택하는 것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무서웠을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뒤로 밀려난다.


카노짱의 모습이, 모르는 누군가의 뒤통수로밖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마음, 엄청 잘 알아...... 그러니......!"


이것은ㅡㅡ방금 한, 내 말이다.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다시 한 번 만나서, 한 번 거절했는데도 한 번 더 말을 걸어줘서, 평범해지고 싶지 않은, 양산형이 되고 싶지 않은, 그런 가치관까지 분명, 공유할 수 있었던 것만 같아서.


내가 한 발짝만 더 내디뎠으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나는, 카노짱을 응원하는 듯한, 남의 일같은 말을 내뱉고 말았다.




"......CD라던가 나오면, ......살게, 꼭......"




하지만 달라.


나는ㅡㅡ사실은.




머릿속에서, 카노짱이 귓가에 속삭였던 말이 되살아난다.




"ㅡㅡ나, 요루의 해파리 앞에서 노래하고 싶어"




그래.


나는 그런 걸, 하고 싶었던 거야.




"읏!"


고개를 들고,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을 노려본다.




나는 그 발로, 지면을 힘차게 걷어찬다.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머릿속이 타는 듯이 뜨겁다. 공기의 차가움이나 인파의 축축한 냄새를 평소보다도 선명하게 느낀다. 나는 아무튼, 지금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으응!?"


"죄송합니다!"


파도를 거스르듯이.


물살을 헤치고 헤엄치듯이.


밤의 거리를 역주하듯이, 나는 헤엄쳐간다.




헤파리는ㅡㅡ헤엄칠 수 없을텐데도.




이윽고 맨 앞줄의 관객 옆을 지나쳐, 나는 노래하고 있는 카노짱의 바로 옆까지 왔다. 하지만 나는 그 옆을 그 기세 그대로 빠져 나가서 벽화 바로 옆까지 다가간다.


그리고ㅡㅡ




내 소중한 그림 위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마음껏, 뜯어내버린다.




"어째서ㅡㅡ!?"


카노짱에게 마이크를 빼앗긴 채로 있는 미코 씨가 눈을 부릅뜨고 놀라고 있다. 아아 아니, 미안해요. 하지만 멋대로 남의 그림 위에 포스터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명백히 엉망진창인 짓을 하고 있고,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만 같아서, 하지만 뭔가, 상쾌했다.


흑역사따위가 아냐. 내 소중한 그림.


그 바로 앞에서 카노짱이 노래하고 있는 게, 뭔가 어쩐지 기뻐서.


그때.


문득 카노짱과 눈이 마주쳤다. 카노짱은 내가 날뛰는 걸 보고 피식 웃더니, 한 층 기어를 올려서 노래한다. 그리고ㅡㅡ




카메라에 찍히지 않도록 슬쩍 가면을 벗어서는, 내게 윙크를 해보인다.




그때 나는 떠올린다.




"이런 식으로 팬서비스하는, 귀여운 해파리가!"




과연, 확실히 그것은 명안일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그림은 코우즈키 마히루가 그린 것으로, 카노짱은 요루의 해파리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


나는 마침, 나를 어정쩡하게 만들고 있는 그것을, 어딘가에 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지고 있던 작은 파우치에서 유코치 추천의 양산형 립을 꺼낸다.


그리고는 뚜껑을 뜯어서는 휙 하고 내던진다.


뭘 하려는 가는, 간단하다.


나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립을 비틀어선, 내용물을 최대한 드러내서는ㅡㅡ




벽화의 해파리에, 기세 좋게 붉은 색을 그려 넣는다.




"뭐, 뭐, 뭐, 뭐야!?"


보고 있던 아이돌 미코 씨가 놀라서 소리친다. 하지만 나는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그때 "같이 해보지 않을래?"라고 했던 것에 대한 재차의 대답이다.


그게, 그렇잖아.


만약 카노짱이, 내 그림 앞에서 노래한다면.



그 해파리는 그냥 해파리가 아니라ㅡㅡ 팬서비스하는, 귀여운 해파리여야 하니까.




까칠까칠한 벽면에, 양산형 립이 기세 좋게 달려 나간다. 유코치가 추천하는 로즈 에러블 핑크가, 평범하게 쓴다면 있을 수 없는 속도로 으드득 깎여나간다. 유코치는 어떤 색 피부에도 잘 맞는다고 했는데, 해파리에도 맞을 지까지는 모르겠지.


아까워? 천만에. 분명 이 립은, 이렇게 쓰는 게 제일 기분 좋아.


가능한 한 장난스럽게, 가능한 한 아이처럼ㅡㅡ가능한 한, 카노짱의 미소를 닮도록.


코우즈키 마히루가 그린 해파리에, 우미츠키 요루의 선을 그려 넣는다.


완성된 것은,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는 귀여운 해파리.




틀림없는ㅡㅡ우미츠키 요루의 해파리다.




"......"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문득 정신을 차린다.


"해버렸어......! 해버렸어......!"


나는 거기에서 벗어나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카노짱을 바라본다.




밤의 거리.


너무나도 비일상적일 정도의 비일상의 속에, 보고싶었던 경치는 한 가지 뿐.




요루의 해파리 앞에서 노래하는 카노짱이, 시부야의 밤에 완성되어 있었다.




"계속ㅡㅡㅡㅡ!"


카노짱이 최고로 달아 오른 후렴구의 마지막 문구를 불러 내자, 곡은 끝난다.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내쉰다.


서서히 터져 나오는 함성과 박수.


카노짱은 그 모든 것을 그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좋네~!" "한 곡 더~!" "얼굴 보여줘!"


이윽고 박수와 목소리가 멈추자 카노짱은 시원하게 웃으며 관객들을 빙 둘러본다.


"여러분!"


카노짱은 당당하게 서서는, 가면을 쓴 채로 헛기침을 한다.


"그, 저는......아니"


되돌아선, 얼굴이 생긴 해파리를 손으로 두드린다. 그리고는 슬쩍, 벽화 옆에 있는 터널 입구에 서있는 내게 눈짓을 한다.


"우리는!"


그 말이 무엇을 가르키는 지는, 돌아서 있는 나라도 알 수 있었다.


"익명 아티스트 JELEE! 오징어도 문어도 아닌, 해파리 일러스트가 상징이니까, 그 점 잘 부탁해!"


다시 한 번 환성이 솟구친다. 미코 씨와 그 팬들의 원망스러운 시선이 카노짱에게 날아든다. 하지만 카노짱은 그 어느 쪽도 분명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실례했습니다!"


말하면서 미코 씨에게 마이크를 돌려주고,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기 시작한다. 아마도 벽화 근처에 있는 터널로 지날 생각이겠지. 나는 지금, 그 옆에 서있다.


"제리? 검색해 보자"


"어디? 이건가?"


관심을 가진 관객들의 목소리가 카노짱의 퍼포먼스를 긍정해주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이 공간을 순식간에 자신의 자리로 바꿔버렸다.




뭔가, 대단하다.




밤의 시부야.


카노짱은 이런 화려한 거리에서도, 순식간에 주역이 되어버려서.


하지만, 나는ㅡㅡ




소란 속에서, 카노짱은 벌써, 달리기 시작했다.


소란 속에서, 나는 지금, 멈춰선 채로 있다.


이대로라면 몇 초 뒤, 나는 카노짱과 스치게 된다.


카노짱이 내게 다가선다.


달리다, 슬로우 모션이 되는 듯한 순간이, 내 뇌를 지배한다.




"ㅡㅡ요루는, 어쩔래?"




"아앗! 마히루 어디갔었어ㅡㅡ"


동시에, 눈에 띄는 소동 속에서 나를 찾아낸 에미의 목소리가 와닿는다.


나는 의식을 되찾을 뻔 하지만, 아니다.


분명 그 포스터를 떼낸 순간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


"마히루!?"


일상의 목소리를 떨쳐내고, 나는 달리기 시작한다.


싱긋 웃는 카노짱이 내민 손을 잡고서.


둘이서 미야시타 파크의 터널을 달려나가는 우리들은, 마치 공범자같다.


"잠깐ㅡ! 포스터 큰 거 인쇄하느라 힘들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미코 씨의 목소리를 뿌리치고, 쭉쭉 앞으로 나아간다.



"ㅡㅡ해파리라는 생물은, 스스로 헤엄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의지도 없이, 물에 휩쓸려 떠다닐 뿐입니다."



초등학생 시절의 수족관. 해파리 수조 앞에서 들었던 사육사의 목소리.


자신의 안 좋은 점을 완벽하게 비유한 듯한 해설은, 자신의 싫어하는 부분을 찔러오는 듯한 회색의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그날, 해파리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게.




달리면서 고양되어 간다.


지금이라면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은 이런 걸 하고 싶다고, 줄곧 생각해왔던 것만 같다.




"카노짱! 해파리는 말야!"




나는 나답지 않게ㅡㅡ소리를 지르고 있다.




"하지만, 해파리라는 생물은, 정말 대단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ㅡㅡ!"




소등되는 수족관.


칙칙한 어둠 속에서, 각자의 색으로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해파리들.


내 마음 속에서는 그 광경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줄곧, 깊게 깊게, 새겨진 채로 있었다.


분명, 그것이 내 원점이기에.




"스스로는 헤엄칠 수 없고, 빛날 수도 없지만!"




그것은, 내게 있어 희망이었다.




"밖에서 빛을 모으면, 스스로도 빛날 수 있어!"




손을 잡은 채로 달려서 터널을 빠져나간다.


시야가 탁 트이고, 시부야의 반짝이는 네온이 우리를 환영한다.


맑고 투명한 밤의 공기를 통해 날아드는 형형색색의 빛은ㅡㅡ




수조의 새카만 어둠을 컬러풀하게 물들인, 마음대로 떠도는 해파리들의 빛을 닮아 있었다.




"그러니 나도......!"




그때의 고양된 기분이.


나를 구원해준 광경이.




"나도!!"




지금 이 순간과, 겹쳐져 간다.




"ㅡㅡ카노짱의 곁에 있으면, 빛날 수 있을까!?"




카노짱이 기쁜듯이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론!"




그리고 내 앞에서, 나를 긍정하듯이 외친다.


카노짱은 내 손을 떼고, 쭉 가속해서는,


끌어안듯이 양손을 펼치고선, 빙글 돌아본다.




"그러니 요루! ㅡㅡ날 위해서 그려줘!"




갑자기 뒤돌아본 것에 놀라서, 나는 다리가 꼬여서는, 걸려 넘어져버린다.


"우와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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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자, 받쳐주려고 하는 카노짱. 넘어지지 않도록 자세를 가다듬는 나. 어떻게든 넘어지진 않았지만, 읏하고 비틀거렸고, 이윽고 나는 툭, 하고 카노짱에게 받아들여진다.


"미, 미안...... 고마워"


"......"


"응?"


어째설까. 내 감사를 무시하고, 카노짱의 시선은 아무 말 없이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멍하니 그 시선을 쫓다가ㅡㅡ나는, 금방 이해했다.


신발 끈이 풀려서, 신발이 벗겨져선.




ㅡㅡ내 해파리 양말이, 드러나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앗!"


물러나선, 반사적으로 양말을 손으로 가렸다.


"아, 아냐!"


주변에서 『이상하다』 『안 귀엽다』라는 말을 계속 들어오던 양말. 할인점에서 60% 할인을 하는 비인기 상품. 내 입에서는 버릇처럼 변명이 튀어 나온다.


『이건......그래! 싸서! 싸서 샀을 뿐이고......나는......!』


하지만 어째설까.


카노짱은, 아이처럼 눈을 빛내고 있다.


이윽고 카노짱은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선, 내 뺨을 거칠게 양 손으로 잡더니ㅡㅡ




모든 것을 긍정하듯, 진심으로 웃는다.




"좋잖아 그거! 최고로 귀여워!"




어떻게 이 사람은 또, 내가 제일 원하는 말을, 이렇게 간단히 알 수 있는 걸까.


항상 말하고 싶었다. 숨기고 있었던, 하지만 사실은 좋아하는, 그렇기에 힘들고 짜증났던.


하지만 더는, 숨기는 건 그만두자.




나는 그저, 본심을 말하면 되는 것이다.




"ㅡㅡ정말, 그래!"




나는 내가 싫어했던 말을, 오늘만큼은 본심으로 전력으로, 털어놓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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