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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카스아리 단편 - eyE To EYe 下

Gala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4 14:47:57
조회 459 추천 23 댓글 7
														

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88311


☆★☆★☆★☆★☆★☆★☆★☆★☆★☆★☆★☆★☆★☆★☆★






더블 레인보우의 아웃트로가 흐른다. 너무나도 뜻 깊은 노래. 노래가 끝나고 잠깐 노래의 여운을 맛본다. 


"와아~ 수고했어, 얘들아!"


카스미는 손부채질을 하며 랜덤스타를 거치대에 가져다 놓았다. 연습을 오래 했더니 손이 뻐근하다. 기지개를 쭉 켠다. 오래 서있어 뻐근한 다리를 통통 치며 근육을 풀어준다. 피곤한 눈을 풀어주기 위해 눈을 데굴 굴린다. 그러다, 소파에 누워있는 카스미에게 시선이 향했다. 손에 뭔가 하얀게 걸려있다.


"아앗?!"


틀림없이 안대다. 다시 봐도 안대다. 저게 왜 손에 걸려있는거야...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연습하느라 다 까먹은 모양이다.


"에엑?!?!"


내가 놀래서 소리를 지르자, 카스미도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나머지 세명의 시선은 분명히...


""에에에에??????""

"커플렌즈?"

"아하하... 그게말이지..."


세명과 눈을 마주쳤다. 나도, 카스미도. 차라리, 오타에처럼 눈치가 없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사아야와 리미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그냥 넘길 수 없을것같다. 카스미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세명의 표정은 전혀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오타에가 카스미에게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하면 맞춰보라고 제안했다. 어려울 것 없는 제안에 나는 카스미를 등지고 앉았다. 리미가 손가락 세개를 펼쳐 나에게 보여주었다.


"세개!"


사아야는 손가락 한개를 펼쳐 내게 보여준다.


"한개!"


오타에가 손가락을 꼼질거리더니 이상한 모양을 만들어냈다. 뭐야 이거.


"토끼!"

"와, 그러면 이거는?"


실화냐. 오타에가 기타를 주섬주섬 가져오더니 기타 줄을 피크로 튕겼다.


"얌마! 그건 보는거랑 상관없잖아!"

"3번줄 7프렛!"

"맞았어."

"실화냐??"


셋은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본 뒤에서야 시야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납득했다. 오타에가 카스미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사아야가 나를 보더니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우와, 완전 불길해.


"그래서.. 이제 어떡할거야?"

"어떡하냐니, 뭘 말이냐?"

"씻고 옷갈아입고 하는건 어떡하게?"


분명, 일부러 카스미도 다 들리게 말했을것이다. 사아야는, 카스미한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짓궂은것같다. 하지만, 늘 좋은 언니를 연기하는 사아야에게 있어서, 연기가 아닌 실제 성격은 장난을 좋아하고 짓궂은편일것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했어. 얼굴에 열이 오른다. 사실 별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사아야의 말을 듣고 나니 그제서야 의식이 되기 시작한다. 씻을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옷은 또 어떻게 갈아입고..?


"둘이 알아서 잘 해봐야지, 안그래? 아,리,사?"

"뭐, 뭔데! 무슨의미인데!"

"후후후. 그건 그렇고 슬슬.. 갈 준비 해야지? 리미링? 오타에?"

"난?"

"카스미는 아리사랑 같이 있어야지. 그 시야로 돌아다니다가는 다칠지도 몰라?"


사아야가 결정타를 먹이고, 집에 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사아야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어쩔수없으니 카스미에게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얘기했다. 사실, 카스미가 자고가는 날이면, 두근거려서 제대로 잠을 못잔다. 카스미가 자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아침이 되어있는 날이 많았다. 그만큼, 기쁘다. 


"옷쨩 밥 줄 시간이야."

"그럼 가볼게, 카스미쨩, 아리사쨩."

"후후후후."


사아야가 놀리면서 나간다. 기쁘지만, 부끄러워서 괜히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사아야가 배려 해줬으니.. 나중에 보답이라도.. 할까..





친구들을 바깥까지 배웅하고 돌아온다. 카스미가 안장있는 소파 반대편에 주저앉는다. 아까 사아야에게 그런 말을 들어서 그런지 자꾸 신경이 쓰인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카스미를 향한다. 카스미를 힐끔 본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겟다. 그렇다고 평생 씻지 않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용기를 내서 입을 연다.


"카스미."

"네,넵!"

"일단... 나 먼저 씻는다."


태연한 척, 창고 밖으로 나선다. 방에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꺼낸다. 이번만큼은 조금 더 고민해서 옷을 고른다. 옷을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물을 받아놓고 별 생각 없이 옷을 벗는다. 머리끈을 머리에서 푼다. 머리를 한번 털어낸다. 속옷을 벗기위해 손을 가져다댄다. 거울속의 나와 시선이 마주친다.


"에에엑??"


이거 분명히 카스미가 봤을꺼야 어떡하지? 너무 부끄러워서 미칠것같다. 시선을 천장으로 올린다. 속옷을 감에 의존해 벗어낸다. 천천히 욕실로 걸어간다. 바닥이 안보여 턱에 걸려 넘어진다. 쓸려서 따끔하다. 한숨을 한번 내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벽을 더듬더듬 짚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두번을 더 넘어진다. 이러다가는 몸에 멍밖에 안남겠다 생각이 든다.

카스미는, 남의 세계에 잘 들어간다. 그만큼 친화력이 좋다는 의미일까. 하지만 정작 중요할 때에는 거리를 둔다. 내가 먼저 끌어당기지 않으면, 카스미는 더 들어오지 못한다. 부끄럽지만, 정말 부끄럽지만, 카스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용기를 낸다. 세면대 근처에 대강 놔둔 핸드폰을 집어든다. 잠깐 고민하다 메모장을 열어 한 글자씩 적어내려간다.


[카스미, 어쩔 수 없어. 그냥 너도 들어와.]


카스미가 들고있던 핸드폰이 툭 떨어진다. 사실 나였어도 같은 반응이었을것이다. 핸드폰을 다시 세면대 근처 적당한곳에 둔다. 몸에 수건을 두르고, 물을 받아둔 욕조에 들어간다. 눈을 감고 카스미의 시선을 쫓는다. 시선는, 내 방에 늘 놔뒀던 카스미의 잠옷을 챙기러 간다. 옷을 챙기고, 부엌으로 간다. 물을 한잔 따르더니 원샷하고는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에 도착한 카스미는, 우물쭈물하다 옷을 천천히 벗는다. 잠시 뒤, 카스미의 시선은 거울을 향한다. 나도 이렇게 부끄러운데, 카스미도 부끄럽겠지.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는듯 밖에서 우물쭈물대는 카스미를,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싶다는 응큼한 생각에, 이름을 부른다.


"안들어올거냐, 카스미?"

"어, 지,지금 들어가!"


몸에 수건을 두른채, 안으로 들어온다. 시선끝의 나는, 역시 붉은 얼굴이었다. 어쩌면 카스미보다 더 붉은 얼굴일지도 모른다. 카스미와 눈을 마주쳤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물이 찰랑거리는것 같다는 착각이 들정도다. 애써 침착한척을 하며, 카스미에게 손짓한다. 카스미는 맞은편으로 다가가, 욕조에 들어오려 했다. 하지만, 역시 붙어있고싶어. 내 옆을 툭툭 치며 다시 손짓을 했다. 카스미는 조금 고민하다 내 옆으로 들어왔다. 욕조가 썩 넓은편은 아니기에, 카스미와 맨팔이 맞닿았다. 내 심장소리가 카스미에게도 들릴까. 같이 앉아있다 보니, 문득 의문이 든다. 왜 카스미랑 나일까. 


"카스미."

"응."

"왜 이렇게 된걸까."


카스미를 바라본다. 욕실의 공기가 뜨겁다. 얼굴이 금방 더워진다. 평소라면 죽어도 말하지 못했을, 내 얘기를, 비정상적인 꿈과 같은 지금에 기대어 조금씩 꺼낸다.


"대체 뭐가 너랑 나를 이렇게 지독하게 엮는걸까."


"별의 고동이니 뭐니 하면서 내가 붙인 스티커를 따라 왔을때는, 처음에는 되게 마음에 안들었어. 얘는 대체 뭔데, 내 세계에 들어와서 나를 끌어내는걸까. 솔직히, 남들 앞에 서는거 별로 안좋아해. 뭔가 중요한 직책을 맡는것도 싫고. 근데... 내 세계는 너무나도 좁았고, 네가 그걸 알게해줬어. 남들 앞에 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아도, 나쁘진 않더라. 늘 피하기만 했었는데. 다른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학생회에도 들어가고, 라이브도 하게되고, 더 넓은 세계를 알고 나니까 문득 생각났어. 대체 카스미는 뭐길래 내 세계를 자꾸 넓혀주는걸까. 웃기지? 히키코모리가, 별의 고동이니 뭐니 하는 애한테 휘둘려서 더 넓은 세상을 꿈꾸는거. 근데 이렇게 지내보니까, 말도 안되는 소설같은 얘기는 아니더라."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을 모두 털어낸다. 부끄럽지만, 한결 후련하다. 갈 곳 잃은 다른 시야를, 애써 모르는 척 한다.


"아리사. 나는 아리사와 밴드를 하고있으면 행복해. 아리사의 세계가 점점 커져가는게 기뻐. 하지만... 난 정말 이기적인것같아. 언제부터일까, 아리사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수록, 두려워져. 언젠가 내 곁에서 사라질까봐, 더이상 내가 필요없어질까봐."


"아리사가 기뻐했으면 좋겠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수록, 나와 있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기쁘지만 슬퍼. 아리사가 기뻐하면, 나도 정말 기쁜데, 왜 마음 한쪽 구석이 아려오는걸까? 내가 너무.. 읍-"


솔직히, 화가 난다. 평소에는 헤실거리면서 아무생각 없는것처럼 행동하는 녀석이, 정작 포피파에 관련된 일이나, 남에 관련된 일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다른 사람의 잘못인데도, 자기 잘못이라 말하는, 그런 카스미의 마음은 지금 너덜너덜해지다 못해 썩어 문드러져 있을것이 뻔하다. 남들은 카스미가 솔직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사람이 곤란해할까봐, 얘기하지도 못하는게 뭐가 솔직하다는거야. 이야기중인 카스미의 볼을 쭉 잡아 늘린다.


"어이, 카스미, 혼자 이상한 소리 해대지 마라고. 왜 혼자 생각하고 혼자 멋대로 정하냐고. 니가 말한거 아니냐? 혼자 생각하고 혼자 정하는건 치사하다면서? 남한테 하는 만큼이라도, 아니 그 반만큼이라도 자신한테 관대해지면 안돼? 조금만 더 이기적이면 안되냐고."


카스미에게 다른사람들이란 뭘까. 평생 다른사람들 앞에서 아하하 거짓웃음 지으며 속으로는 힘들어하는거, 그런거 보고싶지 않다. 코 끝이 찡하다. 카스미에게 눈가를 닦는것을 들키고싶지 않다. 카스미에게 물을 뿌린다. 

분위기에 휩쓸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내 진짜 마음을 전하기로. 카스미에 대한 내 마음을 전하기로. 카스미의 손을 잡아끌어 미친듯이 뛰는 가슴 위에 손을 가져다 댄다.


"카스미, 나에 대한 니 마음은 뭔데? 뭐길래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거야? 너랑 있으면 나는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너는 아니었던거냐? 나 혼자 두근대고 혼자 앓았던거냐?"


카스미의 눈을 타고 물이 흘러내린다. 카스미는, 내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가슴 위에 가져다 댄다. 나만큼이나, 두근대는 심장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졌다.


카스미와 나는.


"아리,사, 있지, 나, 한번만, 이번 한번,만 이기적이게 굴어도 될까?"

"그래."


"아리사, 내 곁에 있어줘. 떠나지 말아줘, 나와 함께 있어줘. 좋아해, 아리사."


같은 마음이다.


카스미를 마주본다. 그 어느때보다 용기낸 카스미와, 내가, 겹쳐있다.


"나도 좋아해 바보야."





"아~리사~"

"왜, 뭔데."

"말려줘."


카스미는 머리를 말리다 말고, 내게 다가와 부탁한다. 어쩔 수 없네. 어깨를 으쓱이고 손을 내민다. 자신의 검지로 내 손바닥을 콕 찌르고는 헤어드라이어를 쥐어준다. 카스미가 귀여워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뭐하는거냐."

"그냥."

"좋냐."

"응, 좋아."

"... 그래, 나도."


머리를 다 말려주고 헤어드라이어의 전원을 끈다. 오늘은 바닥에 이불을 깔지 않았다. 침대에 먼저 눕는다. 불을 끈 카스미에게, 내 옆을 가리킨다.


"이리 와, 카스미."


쪼르르 다가와서 눕는 모습이 귀엽다. 처음으로 한 이불 안에 누워있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다시 두근대기 시작한다. 심장이 너무 두근대서 오늘은 잠을 못자는게 아닐까. 카스미의 팔이 감겨온다. 내 두근거림이, 카스미에게 닿고 있을까. 


"카스미, 이제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마."

"알았어, 아리사. 고마워."

"뭐, 뭐가 고맙다는거냐. 됐어 그런건."


"내일은 원래대로 돌아올까?"

"글쎄다, 내일이 돼봐야 알겠지 않겠냐."

"역시 그렇겠지?"

"뭐, 곧 돌아오겠지. 내일 안돌아오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더라도, 둘이 같이 있으면 별 일 없을거야. 그치 카스미? 뒷말을 속으로 삼키며 미소짓는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구나.


"아리사, 아까 씻을때말이야."

"엉."

"사실 다 보였어."

"그걸 왜 이제말하는데!"


나름 잘 가렸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조금 부끄럽다. 얼굴에 다시 열이 오른다. 얼굴에 카스미의 시원한 손이 닿는다.


사람은, 인생에서의 변화를 겪어가며 성장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의 성장점. 별 스티커를 유성당까지 붙였던 일. 카스미와 만나게 된 일. 카스미와 라이브를 보러 간 일. 카스미와 밴드를 하게 된 일. 처음으로 라이브를 하게 된 일. 조금씩 친구들을 만나게 된 일. 내 잘못으로 포피파가 해산될 뻔 한 일. 학생회가 된 일. 그리고.


"카스미, 손 내려봐."

"응."


손을 뻗어 카스미의 내 색깔의 눈을 가린다. 다른 손으로 카스미 색깔의 내 눈을 가린다.

이제, 카스미만이 내 시야에 있다.

천천히 카스미에게 다가간다.

눈을 감는다.


입술을, 입술 위에 포갠다.





카스미가 잠든 새벽, 두근대는 심장이 잠을 재우지 않는다.

부드러운 감촉이 남아있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본다.

잠든 카스미를 바라본다.

카스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내일은, 행복한 일들 뿐일거야.









여기까지 봐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이스왑인 Eye to eye는 카스미의 시점과, 아리사의 시점으로 총 두 편을 작성할 계획이었습니다. 제목이 EYe tO eyE / eyE To EYe 였던것은 서로 시선이 바뀐 둘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카스미의 시점인 EYe tO eyE에서 상황을 주로 묘사했다면, 아리사의 시점인 eyE To EYe에는 아리사의 감정을 위주로 묘사하려던 계획이었습니다. 카스미의 파트에 들어가있지 않은 내용은 카스미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일상적인 일이라 넘기던 일이지만 아리사에게는 의미가 있는 일 입니다. 소설에 주저리주저리 설명이 필요한거면 망한 소설이랬는데, 제대로 표현을 못한것같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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