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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유키란 좋아하니? 좋아하면 쓴 글 보고 가

ㅇㅇ(1.238) 2020.04.25 17:10:19
조회 349 추천 17 댓글 5
														

https://marriedyukiran.postype.com/post/6626450


새하얀 손으로 바닷물을 모아 마신다. 순간의 갈증이 해소되고 더욱 큰 갈증이 나를 덮쳤다. 더 많은 바닷물을 마셨다. 천천히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지고, 눈이 감겼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내가 살아갈 이유는 무엇일까.


콜록.


짧은 마른기침과 함께 울려대는 알림을 끈다. 0715. 애매한 시각에 알림을 맞춰놓은 이유는 알기 쉬웠었다. 네가 일어나는 시간은 7시 30분이었으니까. 단지 그게 이유였고, 자신은 너보다 15분 먼저 일어나서 네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냥 행복했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살아나갈 힘을 얻고, 자신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 옆에 누워있는 네가 있지 않았다. 자신은 킹사이즈의 큰 침대의 중간에 혼자 누워있었고 너는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너는 돌아올 것이다.


천천히 일어나 차가운 방바닥에 맨발이 닿았다. 무얼까. 네가 사라지고 나서는 방이 유독 차가웠었다. 허기짐도 심했지만, 무언가를 배에 채워 넣으면 너무나도 빠르게 채워졌다. 그리고 그것이 일과였다. 일어나서 바나나 한 개. 그게 하루 먹는 양의 전부였다. 당신은 어떨까, 그곳에서 잘 먹고 있을까? 자신보다 잘 자고, 아니면. 어쩌면 자신을 잊고 거기서 다른 맞수를라이벌을 찾아 남몰래 승리욕을승부욕을 불태우고, 경쟁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아니.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란 것쯤은 너무나도 잘 안다. 그 사람의 애인은 나니까. 그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아는 것은 자신이고, 자신이 생각만 한지도생각한 한도 내에서 너는 절대 벗어나는 법이 없었었다. 그래, 믿어야지. 그리고 당신이 돌아와서 이런 자신을 보면 분명 화낼 테니까.


미나토 씨.


함께 찍었었던, 네가 해외로 나가기 직전에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바라본다. 지금 바라보니 양쪽 다 눈물이 조금씩 고여있는 게 낡은 카메라 필터 위로도 느껴진다. 가지 말아요, 안 가면 안 될까요. 제가 같이 나갈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그런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었다. 그렇게 말하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네가 나를 안아주고, 가만히 쓰다듬어주기를 바랐다. 떠나가는 비행기 따위는 상관 없다는 듯이 나를 하염없이 안고, 네가 떠난 직후처럼 울던 자신을 보듬어주었으면 하였다. 하지만, 그 무엇도 일어나지 않았다. 너는 베를린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며칠간 울었다. 꿈에서조차 네가 보였다. 현실에서조차 네가 보였다. 바나나도 먹지 않던 때, 며칠이 지나자 네가 나타나서 멋대로 먹을걸 건네준 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미타케 씨. 이대로 안 먹으면 날 볼 수 없는 건 알잖아.


그때는, 겨우 시간을 내어서 한 화상 통화였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통화할게. 그렇게 말해놓고선 며칠 뒤에서야 전화가 왔다.


미안해, 너무 바빠. 언어도 배워야 하고. 이곳의 생활과 음악에도 적응해야 해.


지키시지 못할 약속은, 안 하시는 게 좋아요.


퉁명스럽게 한 대답이 너무나도 후회되었다. 나도 모르게 다시 그녀에게 커다란 비수를 꽂아버린 게 아닐까. 하지만, 그 말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떠나지 말았으면, 안 됐어요? 라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현실이니까. 현실이라는 벽이 이상이라는 행복을 크게 막아버리고 있었으니까. 결국 행복 따위는 네가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데, 나는 그걸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 불행과 외로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으로 인해 깨달았었다. 그렇기에 포기했다. 약속이란 건 지켜질 수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기대감을 버렸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기로 했다. 내가 막지 않아서, 미나토 씨는 간 거야. 그래. 결국 내 잘못이야.


...그래서, 응. 어제는 그런 일이 있었어.


재밌었겠네요.


미타케 씨.


내가 한 이야기, 그리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어.


알고 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끊을게. 네가 먼저 말하고는 전화가 끊겼다. 나도 힘들어요.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마냥 당신을 기다리는 것도, 타지에 나가 있는 당신보다 더는 아니겠지만, 덜도 아니에요.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큰 방에서 홀로 베개에다가 대고 중얼거렸다. 나도, 이곳에서 힘내고 있는데. 하는 모든 일보다도 네가 그저 보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현관문을 열면 네가 밖에서 기다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걸.


그렇기에, 조그마한 전화에 대어 이야기한다. 너를 보고 싶은 크디큰 마음을, 너무나도 작은 전화기에 대고 이야기한다. 단 하나의 진심도 전해지지 못할 전화기에 옆얼굴을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을 들키지 않게, 그 감정 사이에 원망이라는 아주 조그마한 암 덩어리가 남아있는 건. 더더욱 들키지 않게.


본 전화는 연결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미나토 씨, 저예요. 그, 어젯밤에 이야기 한 거는 미안해요. 저도 너무 피곤했고, 바쁜 일도 있고, 저도.. 개인적인 일이 있는 거니까요. 사랑해요, 그것만은 알아주세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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