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뇌피셜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참고 바람.

스토리 4장과 관련하여 강력한 스포가 있으므로 주의

"부치지 못한 편지"는 폭거던에서 새롭게 추가된 4장 관련 합성 에깊이다.

어지간한 림붕이들은 모두 알다시피,

폭거던 특별 에깊 조합템들은 하나같이 스토리와 관련 되어 있는 것들이다.

N사 전용 "완전함", 바바야가의 "서릿발 발자국" 등...

특히나 N사 스토리와 관련된 [완전함]의 표지는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인 것을 보아,

불결함을 정화하여 온전한 인간으로써 완벽함을 추구하려 했던 크로머의 이상이 드러난다.

이처럼 모두 하나같이 스토리와 딱 맞는 에깊이고, 직관적이다.

그렇기에 "부치지 못한 편지"가 더 눈에 띄었다.

[생강나무]같은 에깊은 동백의 에깊인 것이 빤히 보이니 좋은데, 어째서 4장 합성 에깊은 "부치지 못한 편지"였을까?

지금부터 진한 뇌피셜 들어간다.

***

먼저 조합식에 들어간 에깊부터 살펴보자.

물음표방에서 자주 나오는 떠돌이 여우와 관련된 에깊이다.

떠돌이 여우 이벤트는 선택지와 몇몇 분석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겉모습만 보고 섣부른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보다 이해와 공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함"

을 알려주는 이벤트다.

-떠돌이 여우 관찰일지 中-

사람들의 위선, 허영심..."불쌍한 것에게 관심을 준 나"에 도취된 모습.

...4장의 아무개들이 생각나지 않나?

이는 4장의 주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 로보토미 E.G.O::여우비 동백 관찰일지 中 -

자아도취된 누군가의 허울뿐인 온정을 나타내는

에고기프트 [해진 우산]도 마찬가지로 "위선, 허영, 무책임"을 나타내는 에깊이며,

- 로보토미 E.G.O::여우비 동백 관찰일지 中 -

기술해방연합에 소속된 이들에게 "허울뿐인 온정"을 주며,

기술의 파괴라는 뒤틀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위선",

그것이 바른 길이 아님을 내심 알고 있으면서도, 목숨을 갈아넣는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동백을 나타낸다.

이러한 키워드는 동랑에게도 적용된다.

원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고통받는 동물을 치료하기 위해 기술 연구를 시작했던, 순수했던 나날의 동랑은

'선의를 지닌 연구여도 실용화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을 품고,

이전보다 더 많은 생명을, 효율적으로 살릴 수 있단 명목으로 구인회에 파국을 가져온다.

이는 알다시피 지독한 자기모순에 빠지는 길이었고, 그것은 허울뿐인 온정으로 남게 된다.

비록 지금은 껍데기들로 채워져 있어도 난 알아...
거의 다 왔어. 곧... 내 기술을 만들어서 알맹이를 채워나갈 거거든.
다시 팀원을 모으고... 비서를 뽑고... 해야 할 일이 많겠어.
그러니... 더 이상은 네가 없어도 될 것 같아.

- 심상 속 누렁이를 죽이며 말하는 동랑의 대사 中 -

애시당초 '눈물'을 뽑아내 재생앰플을 만들어내고,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K사의 작태 자체가 위선 덩어리이기도 하다.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각각 동백과 동랑을 나타내는 [해진 우산]과 [깨진 안경]을 조합하면

[부치지 못한 편지]가 나온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동백과 동랑, 모두 사망한 상태라는 점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부치지 못한 편지]란 것은 중의적으로 해석해볼 수 있는데,

1. 모종의 사유로 현재 부치지 못 하거나,

2. 부칠 수 있었음에도 부치지 못 했음을 의미한다

즉, 이것은

1. 이상이 그들에게 뒤늦게나마 전하고 싶었던 마음,

2. 더 나아가 멤버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었음에도 애써 외면하고, 비껴만 보았던 이상이

그 시절의 '구인회'에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나타내는 걸지도 모른다.

수감자 이상의 그리움이 투영된 에깊이라 볼 수 있다.

문학에서도 흔히 수신자가 이미 고인이라 부칠 수 없는 편지를 비슷하게 일컫는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마무리는 에깊의 이름과 비슷한 정호승 시인의 시로 마무리하겠다.

***

『부치지 않은 편지』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 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 하늘이 다 젖었다

​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추가===

4장 마지막에 이상이 옛 구인회 벗들에게 말하는게 나오는데, [부치지 못할 편지]에 쓰여있을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래 전문.

잘 지내시오?

거울을 볼 때마다 문득 인사를 하곤 하오.
인사란 서로 주고받아야 자연스러운 것이라 하지만…
언젠가 전해질 거로 생각하기에 괜찮소.
이제 나는, 정지하지 않을 테니 말이오.
모든 건 결국, 변하지 않겠지만…
나 역시도 이제, 변하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들 하지 마시오. 내 곁에는 새로이  벗들이 생겼소.
그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들을 벗삼으려 하오.
그럼… 끝에 부쳐. 사는 내내 모두가 평안하시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