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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최근 고민이 있습니다...앱에서 작성

상복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5 16:36:07
조회 4920 추천 82 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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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접했기에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재밌었습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대리석을 조각하지도 못하고, 감정을 카메라에 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썼습니다. 이것이 나의 천성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랐습니다.

이 도시의 그 누구도 나의 글에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이 도시에 내 글을 읽고 있는 자는 응시자 밖에 없을겁니다.

어떻게 내게 이리 냉정할 수 있습니까? 나는 내 글에 모든 것을 바쳤는데.

유명한 작가의 글은 좋다고 읽으면서. 1급 해결사의 저급 연애 소설은 불티나게 팔리면서,

특색의 자서전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꼭 꼭 씹어 되새김질마저 철저하게 하면서.

어째서 나의 글에는 단 1초도 소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입니까?

분명 다들 내 글에 빠져들텐데...

그들에게 내 글은 읽을 가치가 없는 무언가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인간들, 작가를 읽는 사람들.

그들이 너무나 증오스럽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됐습니까?

아니,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증오와 이해는 결코 상반된 감정이 아닙니다. 고로 난 그들을 능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시가 잘못된 것입니다. 도시의 잔혹함이 그들을 비꼬는 것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 힘든 사회가 그들을 멍청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고수는 상황을 탓하지 않습니다.

독자들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진정 작가 된 이입니다.

지금 내가 들어야 할 것은 펜이 아닌듯 합니다.

내가 그들의 등대가 될 것입니다.

내가, 모두의 우상이 되고야 말겁니다.


-


해결사 사무소를 개업했습니다.
절차는 꽤 복잡하진 않더라고요.

하나협회에 편지를 보내고, 며칠을 기다리고, 또 서류를 보내고...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이름이었습니다. 멋들어졌지만 과하지 않은 사무소 이름.

몇날 밤을 새운 결론은 -임시로 나의 이름 올리기-였습니다.

‘상두 해결사 사무소’

이름은 부모님이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입니다.
아버지께선 “여자 이름이 상두가 뭐야?” 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만,
미신을 좋아하시는 할머니 덕에 이렇게 정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이름이 꽤 마음에 듭니다. 모든 것의 위에 있는 머리라니, 불경하기 짝이 없는 이름이 아니겠습니까?

“더 필요한 건 없고?”
자상하신 아버지의 마지막 권유와 어머니의 걱정을 뒤로하고, 난 사회로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첫 일 주일은 파리만 날렸습니다.
아침에 출근해 의자에 근엄한 자세로 앉아있고, 책을 읽거나 딴짓을 좀 하고.
울릴 생각을 하질 않는 전화기 앞에 앉아 기다리고.
저녁이 되면 불을 끄고 퇴근.

위 루틴을 반복했습니다. 그 반복이 지겨워 질 무렵,

딸랑~

첫 방문자가 문을 열었습니다.
노크는 사치다! 라고 말하는 듯한 당당한 걸음걸이.
두터운 수염, 살짝 굽어 있는 목, 그리고 피곤해 보이는 눈.
첫 손님이네요, 좋아요. 환한 미소로 응대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아, 만성적 의사소통 부족이 여기서.?
첫인상이 가장 중요할 텐데. 말을 더듬어버렸습니다.

“밖의 해결사 모집 공고를 보고 왔다. 9급 해결사 모건 이다."
9급? 적어도 7급 정도는 바랬습니다만... 뭐, 그래도 커피 탈 사람은 필요하겠죠.

“하... 합격입니다."

“뭐? 아무런 서류도, 질문도 없이 합격이라고?”

“네?”
아, 질문이라도 몇 개 해야 했는데, 그게 옳은 절차였을 텐데. 후회스럽습니다.
남자가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손에 쥐었습니다.

“내가 지금껏 들른 모든 사무소는 이, 이 모든 서류들을... 단 한 글자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었어.”

“그리고 한 줄 한 줄마다 빨간 줄을 긋고 찢어발겼지. 그렇다면, 왜 너는 내 이력서를 읽지 않는 것이지?”

그리고 내게 한 걸음씩 다가오며 퀭히 무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엄... 그... 아니, 죄.. 죄송.... 지금이라도 보...볼까요? 서..류...?"
아, 사람, 사람이 너무 어렵습니다. 필담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야겠습니다.

한편 남자는 한숨을 몰아쉬며 터벅터벅 밖으로 향합니다.

“시간 낭비야. 충고하건대, 이런 어설픈 사무소는 도시에 발이 치이도록 많아. 돈을 허공에 버리는 건 고사하고, 얕은 각오로 목숨을 잃는 수가 있어. 그러니까...“

“9... 9급 주제에 말이 많으시네요.”

“뭐?”

“그렇게 많은 사무소를 전전하고 다니는 이유가 있으실 거 아니에요?”

“...”
남자가 다시 내게 걸어옵니다.

“본인이 개 좆밥 어중떵이라 그런 거 아니겠어요?”
말해버렸네요.

한 대 맞을, 아니 어쩌면 두 대 라던가,

아무튼. 각오를 다지고 한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하는 것이 본성인지라,
나에게 훈수둘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로 족합니다. 아니, 그걸로 차고 넘칩니다. 오히려 과하죠.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의 반응은 침착합니다.

“하! 결코 틀린 말은 아니지.”

“맞아. 난 원래 특색이 되는 게 꿈이었어, 그건 12년 전 겨울...”

“아... 아뇨, 아저씨 사정은 전혀 궁금하지 않아요.”

“음... 미안...”

“암튼, 여기서 일하실 거 아니면 꺼...꺼지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아니, 그...”
그는 사뭇 달라진 태도로, 좀 더 비굴하게, 조심스레 내게 질문을 건넵니다.

“페이는 어떻게 되나..? 업무는?”

“드디어 사람다운 말을 하시네요. 여기 앉으세요. 앞으로 한 번만 더 궁상떨면 뒤질 줄 알아요.”

“응...”
우리 사무소의 첫 직원이 생겼습니다.

“여... 여기 도장 찍으시고.”

“어? 여기?”

“거긴 서명란이고요...”

뭐... 그다지 만족스러운 직원은 아니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씩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시작은 9급이었지만, 그 끝엔 1급, 그리고 1급을 넘어 특색들까지.
천천히, 그리고 찬란히.
도시의 별에 손을 뻗을 것입니다.

언젠간 모두가 동경하는 사무소가 되어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나를 보며 꿈을 키울 것이며, 해결사들은 내 사무소의 발끝에라도 닿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나의 사무소는 도시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맡을 것입니다. 물론, 훌륭하게 해낼 것이며, 또다시 나의 위상을 드높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유명세로 나의 책을 집필할 때까지 노력해야겠죠.

내가 모든 해결사의 꿈이 될 것입니다. 해결사의 꿈! 그래, 이거 좋네요. 메모해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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