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자연연역에 대해 몇 자 적어 봅니다.

getzen(163.152) 2022.06.08 11:54:42
조회 613 추천 22 댓글 8
														

자연연역에 대해 몇 자 적어 봅니다. 특히 "피치 자연연역이 더 직관적인데 왜 겐첸-프라위츠 자연연역을 사용하나요?"라는 물음에 답변해 드립니다. 


보통 학술 영역에서 '자연연역'이라고 하면 게르하르트 겐첸(Gerhard Gentzen)과 스타니스와프 야스코브스키(Stanisław Jaśkowski)의 체계를 고려합니다. 둘 다 1934년 1935년 경에 발표되어 시기도 유사합니다. 프레데릭 피치(Frederic Fitch)는 야스코브스키의 체계를 가져다 썼다고 볼 수 있고요. 이 포스팅에서는 겐첸을 중심으로 자연연역을 설명해 볼께요. 


20세기 초 유럽 및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수학자 중의 한 명인 다비드 힐베르트(David Hilbert)는 수학자들이 풀어야 할 여러 문제를 공시한 바가 있는데요. 그 중 두 번째 문제가 수학의 일관성을 유한한 방식으로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0ab8c22ee4c03c9949bad8a10cd42a73d20fa0b6ec59cde1ca2e2436be34



게르하르트 겐첸은 이 문제에 그야말로 미친 듯이 빠져 들었었는데요. 스승인 파울 베르나이스(Paul Bernays)의 지도 하에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수학의 일관성 정리 증명을 여러 번 시도했습니다. 1930년대 수리논리학과 수학기초론 역사에 있어 천재를 딱 세 명만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쿠르트 괴델(Kurt Goedel), 게르하르트 겐첸(Gerhard Gentzen), 그리고 앨런 튜링(Alan Turing)을 꼽고 싶은데요. 물론 알론조 처치(Alonzo Church), 폰 노이만(Von Neuman), 알프레드 탈스키(Alfred Tarski), 프랭크 램지(Frank Ramsey) 등과 같은 괴물 같은 천재들도 있지만 괴델, 겐첸, 튜링 이 세 사람은 몇 안되는 저작에도 불구하고 모형론, 증명론, 재귀이론의 핵심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수리논리의 세상을 열었다는 데서 단연 돋보인다고 생각됩니다. 딴 소리가 길었내요. 논문도 아니고 대강 기억나는 대로 적는 거니 딴지는 거부한다...


겐첸은 수학의 일관성을 증명하는데 있어서 "수학에서 사용되는 추론의 자연스러운 방식"(the natural method of reasoning in mathematics)을 먼저 형식화하고 이를 통해 수학을 형식화함으로써 수학의 핵심 공리로 부터 모순이 도출되지 않음을 보이려고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창시한 것이 "자연연역"(natural deduction)입니다. 


1935년 겐첸은 "Investigations into logical deduction"에서 '자연연역'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사용하고 관련 규칙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 규칙들을 사용해서 제시되는 어떠한 증명(도출, 연역)도 불필요한 우회를 지니지 않는다는 핵심 정리(Hauptsatz, the main theorem)를 보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수학적 증명들은 생략하거나 반복되거나하는 증명들이 많이 있는데요. (자연연역을 통해 형식화된) 어떠한 증명이든지 이러한 불필요한 반복 없이 증명의 모든 과정이 명시적으로 제시될 수 있음을 보인 것이죠. 거칠게 설명한거니 정확하지 않다고 뭐라하기 없기!! 


참고. https://logic-teaching.github.io/prop/texts/Gentzen%201969%20-%20Investigations%20into%20Logical%20Deduction.pdf


산수의 일관성 증명에 대한 시도는 1936년 논문부터 시작됩니다. 이 얘기를 하자면 길어지니 넘어가고요. 


1935년 "Investigations"에서 겐첸이 제시한 방식은 현재 프라위츠-겐첸 자연연역 방식이라고 하는 것과 동일한 그래픽 형식과 정식열 연산(sequent calculus)를 모두 제시했었는데요. Hauptsatz에 대한 증명은 정식열 연산 방식으로 증명했었습니다.



2ab8c43ce0dc78a86fabc3a717dd6439fc76d2625893bf9f49ca074762f86634a4c6d3c4dc5ade


위와 같은 형식의 규칙을 보통 "겐첸-프라위츠 자연연역"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현대적으로는 더 깔끔하게 제시되죠. 


대그 프라위츠(Dag Prawitz)는 1965년 그의 학위논문 Natural Deduction: A Proof-Theoretical Study에서 겐첸-프라위츠 자연연역 방식으로 Hauptsaz에 대한 증명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증명론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형화 정리(Normalization theorem)입니다. 물론 이후에 폰 플라토(Von Plato)라는 철학자가 겐첸의 미출판 기록을 발견하면서 프라위츠 방식의 증명을 겐첸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도 밝혀지고요. 그래서 보통 증명론이나 전산학 영역에서 '자연연역'하면 겐첸-프라위츠 자연연역을 말합니다. 


23bcc433f7d334e66abad2a015c52d321611757ec633a271f5b0c132251848bb


그럼 이쯤에서 위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께요.


프레데릭 피치(Frederic Fitch)의 자연연역은 1952년 그의 저작 Symbolic logic에서 제시된 것으로 스타니스와프 야스코브스키(Stanisław Jaśkowski)의 체계를 소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피치가 창시한게 아니에요. 차이가 있다면 야스코브스키는 박스 형식으로 가정을 다뤘다면 피치는 조금 더 단순화 했고 더 현대적으로 제시했다는 거겠죠. 


참고. https://plato.stanford.edu/entries/natural-deduction/#GentJask


실제로 가정을 사용하는 몇 가지 테크닉을 제외하고는 겐첸-프라위츠 자연연역과 피치 자연연역이 서로 동치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교수님들은 그냥 동치라고 말하실텐데 저는 가정의 사용과 관련해서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약간 조심할랍니다. 



3ea4dd24eade31a52eb3d9b21fd26a379ea99c64043118c928033d3b38


결론부터 말해서 피치의 자연연역과 겐첸-프라위츠 자연연역은 학술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개인 간의 선호의 차이도 있겠지만 피치 자연연역이 더 "직관적"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운 것이 예를 들어, 피치 자연연역은 증명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있어 '극대식'(maximum formula) 혹은 '절단식'(cut formula)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찾기가 어렵달까요? 특히 자연연역의 길이를 고려할 때, 각 가지의 길이를 귀납법의 형식으로 제시하는데 있어 각 가지가 분화되는 지점을 특정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서 피치 방식은 학부 교양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증명론과 전산학에 적용하는 영역에서는 겐첸-프라위츠 방식 이외에 정식열 연산이나 람다 연산과의 관계를 따져서 연구를 진행하는데요. 제가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피치 방식은 각 체계 간의 번역을 제시하는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피치의 책이 출판되고 많은 학자들이 겐첸의 자연연역 만큼이나 피치 방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최근에도 철학 영역에서는 피치 방식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증명론, 전산학 영역을 고려한다면 피치 방식은 잘 사용되지 않고 있고요. 그렇다고 피치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닌 것이 겐첸-프라위츠 자연연역으로 서로 번역이 되는 것이 통상적인 입장입니다. 그래서 대~강 결론을 얘기해 보자면, 연구자 개개인의 선호가 아닌가 합니다. 



79e88036fd9f15a97cbae9b113c52534c497ce3700822fc4524b35c5935b11997a10977b91e7db1c27dc0ae5


추천 비추천

22

고정닉 2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1761 논리학적으로 누가 입증방법이 정확하냐? [4] ㅇㅇ(117.111) 22.07.20 142 0
1760 논리학 책 추천해주세요. [5] ㅇㅇ(220.83) 22.07.19 433 0
1759 이건 감정에호소에의한 논리적오류임? [1] ㅇㅇ(222.239) 22.07.15 127 0
1758 공리와 추론규칙의 차이점이 뭘까? [3] ㅇㅇ(106.244) 22.07.14 113 0
1757 q와 -q가 동시에 참일 수도 있나요? [9] ㅇㅇ(117.111) 22.07.13 219 0
1756 논리문제 헬프.. ㅇㅇ(175.212) 22.07.13 50 0
1755 수리논리, 수리철학 강의하는 대학이 어딘가요? [2] ㅇㅇ(220.125) 22.07.12 148 0
1754 비고전논리학 교재 국내외로 있나 [6] 논리나무(58.237) 22.07.11 104 0
1752 이런식의 논증은 토론에서 논파되서 하는말임? [1] ㅇㅇ(222.239) 22.07.10 176 0
1751 난민 관련 논리 논파좀 [10] ㅇㅇ(116.34) 22.07.09 146 0
1750 질문이 있습니다 [4] ㅇㅇ(211.209) 22.07.08 79 0
1749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와 반대되는 개념도 있음? [2] ㅇㅇ(124.54) 22.07.08 178 0
1748 문장 해석 좀 [2] ㅇㅇ(14.33) 22.07.07 54 0
1747 a는 b의 사례라는 게 무슨 말임? [3] ㅇㅇ(118.217) 22.07.05 77 0
1744 논리학 독학 교재 추천 좀 해주세요 [5] 호호호히히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30 691 0
1743 이거 8개 논리학적으로 다 같은 명제지? [13] ㅇㅇ(211.36) 22.06.27 251 0
1742 질문 [3] ㅇㅇ(218.233) 22.06.27 86 0
1741 혹시 이 문제나 문제가 나온 책 알 수 있을까? [21] ㅇㅇㅇ(212.102) 22.06.25 179 0
1740 질문 하나만 받아주세요 [2] ㅇㅇ(58.233) 22.06.23 94 0
1739 자연언어에서의 양화사 [5] 최소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23 603 10
1738 구속 변항, 술어논리 대체예 질문 [11] ㅇㅇ(118.217) 22.06.23 197 0
1737 로지반에서 양화사를 어떻게 표현함? [3] ㅇㅇ(211.36) 22.06.22 75 0
1736 아프리카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 1111(116.121) 22.06.21 77 0
1735 나무위키 논리적 오류/비형식적 오류 문서 [2] ㅇㅇ(125.185) 22.06.21 163 0
1734 자연언어에서의 한정사는 아쉬운 점이 [14] ㅇㅇ(211.36) 22.06.20 130 0
1733 논리학을 모르지만 , 여기 키배에 도움될 글을 올려봅니다 [18] 불안의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20 581 1
1732 두 문장의 의미는 같다고 보면 되는 거야? [7] ㅇㅇ(117.111) 22.06.19 115 0
1731 수학은 발견인가 발명인가 [2] ㅇㅇ(115.145) 22.06.17 548 31
1730 논리학도 제대로 모르면서 철학적인 얘기를 싸대는 사람들 보면 [2] ㅇㅇ(211.36) 22.06.17 194 0
1729 동물도축반대 논증에서 누가뛰어남? [1] ㅇㅇ(117.111) 22.06.17 90 0
1727 질문좀드립니다. [4] ㅇㅇ(222.104) 22.06.16 84 0
1726 아주 간단하게 인터넷 토론 고수가 되는 법 ㅇㅇ(106.101) 22.06.16 130 4
1724 형님들 논리학 질문 [16] 오호호(211.234) 22.06.15 349 0
1722 논리학이랑 토론에차이점 [2] ㅇㅇ(211.170) 22.06.14 147 0
1720 토론하자 강간으로인한임신에 낙태는 정당하가되는가가 주제임 [5] ㅇㅇ(117.111) 22.06.14 162 0
1719 러셀의 한정기술구 문장 [1] ㅇㅇ(117.111) 22.06.13 80 0
1718 보편예화 관련 질문? [1] ㅇㅇ(61.254) 22.06.12 66 0
1715 '어떤'이 보편양화로 해석되는 사례에 대해 아시는 분 있나요?? [5] ㅇㅇ(61.254) 22.06.12 86 0
1714 번역 질문 하나만 알려주세용 ㅠㅠ [5] ㅇㅇ(222.234) 22.06.12 90 0
1713 술어논리 번역 질문 ㅇㅇ(222.234) 22.06.12 75 0
1711 '어떤'이라는 말의 역할과 다중 양화 [2] ㅇㅇ(118.235) 22.06.12 81 0
1710 다중 양화 문장에서의 서술절 [1] ㅇㅇ(117.111) 22.06.12 111 0
1709 두 문장의 차이 설명 [18] ㅇㅇ(117.111) 22.06.12 155 0
1708 이 문제 이렇게 증명되는게 맞나요? [7] ㅇㅇ(222.234) 22.06.12 106 0
1707 여기는 왜이리이성적이냐? [2] ㅇㅇ(211.36) 22.06.11 126 0
1705 나도 심심해서 밑에꺼 증명해봄 [6] ㅇㅇ(180.83) 22.06.11 171 1
1704 논리학적으로 이논증은 가치가있음? [12] ㅇㅇ(117.111) 22.06.11 226 0
1703 심심해서 밑에꺼 증명해봤어. 귀결(77.111) 22.06.11 60 0
1702 밑에 애야 넣어봤더니 같음 [2] ㅇㅇ(211.36) 22.06.11 83 0
1701 아니 두 문장 의미 같은 거 아님? [43] ㅇㅇ(211.36) 22.06.11 20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