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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주희] 우산

순백주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8 02:39:33
조회 299 추천 12 댓글 3
														



이번에 글은 첨 써봅니다. 반주희 루트 어젠가 처음 해보고 오늘 다시해보다가 첫장면 기억이 나서 그 소재로 글 작성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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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 봤던 일기예보가 참 운수나쁘게도 딱 들어맞았다. 이른 새벽 출근 때문에 현관을 나설때만 해도 4월인데듀 벌써부터 무더운 오늘같은 날씨에 무슨 비야- 하면서 또 틀려먹은 일기예보를 한참 비웃어주었던 자신이었건만. 퇴근시간이 다 되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밖에는 완전히 홍수라도 난 것마냥 빗물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본래 배달일 때문에 비오는 날씨를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나마 괜찮았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추억이 유독 비오는 날씨에만 생긴다는걸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거다.

" ··· 에이씨. "

누나가 카페를 그만둠과 동시에 저 또한 배달일을 그만두고 주희 누나의 모델일을 도와줄 겸. 생활비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어찌저찌 취업한 좆소 회사에서 하루종일 구르는 것이 일과. 배달일과는 다르게 자유시간도 없고, 단순히 고객과 시간을 신경써야하는 배달과는 다르게. 직장에서 일한다는건 내 생각보다도 훨씬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다. 보고와 후처리, 상사와의 관계, 인사 등. 아무리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힘든 건 힘든 것이었다. 만약 누나가 아침마다 자신을 격려해주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그만두고도 남았을 회사. 오늘도 여지없이 초과근무에 야근까지 할 뻔한 상황을 어떻게든 타계했건만. 이미 저녁 8시라는 늦은 시간에 쏟아지는 비바람에 우산 하나 없어 제 자켓을 머리에 휘두르곤 후다닥 차에 시동을 거는 자신이었다.

" 집까지는 1시간···, 홀딱 젖어서 들어가겠네. 주희 누나는 괜찮은걸까? "

빗물 젖은 도로를 주행하면서도 제 머릿속은 온통 주희 누나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잠시 빨간불에 멈춰서자 눈에 보이는 커플들. 분명 여자의 손에 우산이 들려있음에도 그 커플은 보란듯이 그 좁은 우산 하나에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분명, 저번에도 이랬던 경험이 있던 것 같은데···. 여전히 왜 우산 두 개를 갖고도 하나를 쓰는지 이해못하는 자신이었다. 아무튼 그런 잡생각은 접어두고, 이미 제 모습은 홀딱 젖은 시골쥐나 다름없었지만 제겐 천천히 갈 여유따윈 없었다. 분명 주희 누나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텐데, 게다가 오늘은 우리가 처음···. 사고로 인해서 만나게 된 기념비같은 날이었으니까. 다른 이들에겐 미쳤냐며, 그런 날을 왜 기념하냐며 소리를 듣겠지만. 자신에겐 그 어느날보다도 뜻깊은 날이었다. 나에게 있어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와준 사람.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예쁜, 자신의 연인을 만난 날이니까. 가방 속 편의점에서 산 와인과 주희 누나를 위한 선물. 그것들을 빨리 전해줄 생각에 이미 제 머릿속은 행복회로가 돌아가다 못해 불타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주차장. 평소에도 주차할 자리가 없어 걸어서 최소 5분은 걸릴 집까지의 거리. 그제서야 꺼내든 핸드폰엔 부재중 전화만 약 세 통. 전부 주희 누나에게서 온 것이었다. 천천히 우산을 꺼내 차 안에서 나갈 준비를 하며 제 사랑이라고 적힌 연락처에 전화를 거는 자신이었다. 그러자 통신음이 채 들리기도 전에 달가운, 그러나 걱정 서린 누나의 낮은 목소리와 쏟아지는 빗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다.

"··· 현수야? 지금, 어디야? 너무 늦는데다 연락도 안되서. 지금 집 앞인데 네 모습도 안 보이고···. "

" 아, 누나. 괜찮아. 이제 막 도착했어. ㅎ, 혹시. 밖에서 기다리는 거 아니지? 누나도, 힘들텐데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또 감기 걸리지 말고··· "

" 잠깐만···. 거기서, 기다릴래? 아니. 기다려. 너 오늘 우산도 안 챙겨갔잖아. "

" 아니, 누나. 잠ㄲ··· "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평소와는 달리 단호하게 기다리란 말과 함께 통화가 끊겼고 다급히 재연락을 해보는 자신이었건만 연락은 되지 않았다. 사실, 누나가 기다려줬음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누나가 비를 맞으면 꼭 감기에 걸린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누나를 1분이라도 빨리 보고싶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는데 그 누가 기뻐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누나의 목소리는 이미 자신을 기다리느라 밖에 있었던건지 낮게 깔린데다, 주변의 우박같은 빗소리도 제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었다. 이걸 어쩌지, 하며 고민하는 자신이었지만 방법은 없었다. 이미 누나는 이 쪽으로 오고있는 듯 했고. 우산까지 챙겨오는 듯 했기에 혹여 제 손에 우산이 있는 걸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싶어서. 차 구석에 제 우산을 내동댕이쳐넣곤 밖에서 기다리던 참.

" 현수야! "

대충 3분정도 지났을까? 얼마나 뛰어온건지 잔뜩 상기된 볼. 날 발견하자마자 호선을 그리며 빙그레 웃어오는 에메랄드빛 눈동자. 처음 출근때 입었던 빗물로 흠뻑 젖은 청바지 밑단. 우산을 쓰고 왔음에도 흠뻑 젖은 노란 머리카락까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쭈뼛거리며 젖은 꼴로 주희 누나에게로 향했고, 주희 누나는 내가 우산 안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안심된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내 차가운 손을 꽉 쥐어온다.

" 엄청 바빴나보다···. 연락을 했는데 안 받으니까 걱정되서···. 아침에 우산도 안 챙겨갔고,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혹시 쫄딱 젖어서 오는 건 아닐까하고. 차 안에서 기다리지, 왜 밖에서 기다렸어?...."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 아... 응. 좀 바빴, 어. "

누나의 질문과는 완전히 다른 대답. 그게 사실은 누나가 우산을 갖고 온다는 말에 자신이 우산을 갖고 있으면 실망할까봐. 그리고, 차 안에서 기다리면 분명 우산이 있다는 걸 누나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 나름대로 꾀를 낸 것이었다. 그렇지만 누나는 오히려 내게 미안하다는 듯 울상을 지으며 까치발을 들곤 내 어깨가 젖지 않게끔 내 쪽으로 치우쳐선 우산을 씌어주었다.

" ··· 그랬구나아. 누나는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 그렇게 바쁠 줄 몰랐어. 사실, 네가 오면 잔뜩 좋아할만한 것들을 챙겨놨었거든.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

누나가 말꼬리를 흐린다. 그 모습이 마치 강아지같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누나의 머리 위 손을 올리고 소담소담 쓰다듬는다. 그러자 울상이던 누나의 얼굴이 다시금 밝아지더니 제 축 젖은 어깨에 살포시 고개를 기댄다. 분명, 차갑고 축축할텐데. 누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제 몸에 기대어 그 따스한 체온을 넘겨주었다. 그제서야···,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아까 왜 그 커플이 우산을 둘 다 가지고 있음에도 하나만 사용했던건지. 그건···, 아마도.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무언갈 챙겨주는 것만큼 감동적인 건 없으니까. 이렇게 좋은걸 너희들만 하고 있었구나.

" 그런데···, 그나저나. 누나. 방금 말한 좋아할만한 것들이란?··· "

" 비- 밀. 그건 집에 가서 알려줄게? 분명, 무척 좋아할거야... "

그 말을 하고서 누나는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입고 있던 티셔츠의 목부분을 손가락으로 잡아 입고있던 옷이 내 눈에 보이게끔 늘어뜨린다. 그러자,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무언의 속옷. 그리고 마주치는 누나의 눈동자. 분홍빛 입술이 옴싹달싹거리더니 이윽고 제 귓가에 속삭이는 누나의 나지막한 목소리.

" 우리···. 오늘은 얼마 안 남았잖아···. 잔뜩, 사랑해줘야해? ♪ "




아마도. 오늘밤은 좀 많이 길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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