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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축전문학] 견딜 수 없는 밤

SeoL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10 00:40:57
조회 320 추천 1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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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워지는 밤이 있다.

 바깥에 아무런 소리도 없이 고요해 자기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밤이나 차가운 공기가 이불을 파고들어 체온을 뺏어가는 밤, 내리는 빗줄기가 거세서 빗방울이 창문을 매섭게 두드리는 날은 유난히도 외로워진다.

 아무튼 그렇게 외롭고 쓸쓸해지는 날이면 나는 내가 누운 침대에 옆으로 돌아누워 앞으로 손을 뻗어본다. 당연히 그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나는 혼자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이 너무나 두려워져서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고집은 피우지 말걸.‘

 중학교 3학년이 끝날 무렵, 부모님은 다시 한 번 전근을 하게 되셨다.

 언제나 순종적으로 부모님의 직장에서 직장으로 따라다니던 나는 그 날, 그게 너무 싫어서 이 집에 남겠다고 처음으로 고집을 피웠었다.

 딸이 처음으로 부린 고집에 어쩔 줄 몰라 하시던 부모님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면서 나에게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내 고집은 굽지 않았다.

 몇 시간을 이야기 한 뒤, 부모님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내 고집을 들어주셨다. 자신들의 일로 친구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한 딸에 대한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내 고집에 지치신 거였을까.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내가 고집을 피운 이유는 절대 친구도, 새로운 곳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것들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걸 생각하면 분명 하잘 것 없는 이유였겠지.

 지금이라도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내려갈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고집을 피워놓고 그렇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오늘 난 홀로 누워있는 침대에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누워있다.

 “외롭다.”

 어느 순간부터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드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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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문자가 도착했다.

 나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니코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오늘 뮤즈 연습은 쉬는 모양이야. 하긴 당장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분위기니까 말이지.』

 나는 문자를 읽고 확인했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는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우중충한 검은 회색의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비바람을 쏟아부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시선을 창밖에서 내 옆에서 학생회 일처리를 하고 있는 에리에게로 돌렸다. 이유는 당연히 니코로부터 온 소식을 말해주는 것.

 “에ㄹ......”

 하지만 나는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

 첫 번째 이유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에리의 모습이 너무나도 진지해서 흐름을 끊기 미안하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그런 집중하고 있는 에리의 모습이 마치 조각의 거장이 온 정성을 쏟아 만든 걸작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대리석과 같이 창백하면서도 우윳빛으로 빛나는 피부, 그녀가 러시아 쿼터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찬란히 빛나는 황금색 머리카락. 눈꼬리가 처져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롭다는 인상을 주는 눈, 다이아몬드처럼 총명하고 밝게 빛나는 눈동자. 오똑 선 콧날에 앵두같은 입술. 그런 것들이 단정하고 훌륭한 비율로 자그마한 얼굴에 배치되어있다.

 간단히 말해 최고의 비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무늬를 완벽하게 수놓은 느낌이라고 할까.

 특히 지금은 학생회 일 때문에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안그래도 날카롭고 영민한 이미지에 한층 더 포인트가 들어가 있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참 예쁜 얼굴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에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에리가 시선을 느낀 듯 흘끗 나를 쳐다봤다.

 “노조미?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에리가 내게 물어왔다. 너무 오래 바라봤나보다.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예술품은 아무리 바라봐도 질리지가 않지 않은가. 

 “아니, 그냥 참 예쁜 얼굴이다 싶어가. 우째 태어났길래 저래 예쁜 아가 났을까 감탄중이었데이.”

 나는 속내를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에리는 눈같이 흰 피부를 빨갛게 물들였다.

 “비, 비행기 태워도 뭐 나오는 건 없어. 그것보다, 무슨 용건이 있어서 쳐다본 건 아니라는거지?”

 살짝 칭찬을 해줬더니 부끄러워하며 튕겨온다. 나는 에리의 그런 의외로 부끄럼쟁이인 면도 제법 좋다고 생각한다. 반응이 재밌어서 놀리는 맛이 있으니까.

 “아니, 용건이 없지는 않다. 방금 니콧치한테서 오늘 뮤즈 연습 쉰다고 연락이 왔거든.”
 
 그렇게 말하자 에리도 창밖을 바라봤다.

 “음....... 역시 이 날씨에 연습은 무리겠지.”
 “언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응께.”
 “그럼 우리도 슬슬 돌아갈까?”
 “응? 마저 안하고 가도 괜찮나?”

 에리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나 오늘 우산을 안가져왔거든.”

 그렇게 말하고 살짝 멋쩍은 듯 웃다가 덧붙인다.

 “아리사도 오늘 수학여행인 것 같고, 딱히 데리러 와줄 사람도 없으니까.”

 나는 그런 에리를 보며 과장된 몸짓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짤 수 없제. 가다가 비가 내리면 내 우산 같이 쓰자.”
 “어머, 노조미 우산 가져왔어?”
 “내는 스피리츄얼 하니께.”

 사실 지난번에 들고 왔다가 놔두고 갔던 게 생각난 거지만.

 “하라쇼, 그럼 오늘만 부탁할게.”
 “오냐. 허가하도록 하마.”

 장난스레 연극조로 말하니까 에리가 쿡쿡 웃기 시작했다.

 “쿡쿡....... 뭐야, 노조미. 그 말투는.”
 “후훗. 살짝 묘진님 흉내를 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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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을 때는 벌써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어이쿠....... 빨리 가지 않으면 안되겠네.”

 나는 서둘러 우산을 폈다.

 “에릿치, 빨리 온나.”
 “응, 잠시만.”

 에리가 신발을 신고 내 곁에 왔다. 내 팔에 착하고 에리의 팔이 붙어왔다.

 “그럼 갈까?”
 “응.”

 나와 에리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라도 우산이 좁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곁에 선 에리를 바라봤다. 1인용으로 제법 큰 우산이지만 두 명이서는 어떨까 살짝 불안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내리는 빗발이 아직 그렇게 거센 편은 아니었기에 바람을 타고 온 것 외에는 괜찮은 모양이었다.

 “후후....... 이렇게 둘이서 우산을 쓰다니 아이아이가사(사랑의 우산) 같네.”

 옆에서 에리가 장난스레 말했다.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곁눈질 하는 것을 보니 내 반응을 기대하는 것 같다.

 “어라, 충분히 아이아이가사 아이가? 나는 에리를 윽수로 좋아하는데.”

 당연히 순순히 걸려줄 내가 아니었다.

 “에리는 내를 안좋아하나?”

 선제공격을 해온 에리는 갑작스런 반격에 제대로 당한 듯 먼저 말을 꺼낸 보람도 없이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나도 노조미를 좋아하는데. 그......”
 “좋아하는데?”
 “...... 좋아합니다.”
 “참 잘했어요.”
 “으우우.......”

 입을 앙다물고 점점 더 얼굴을 붉히는 에리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저런 미모에 저런 순진무구한 표정은 반칙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에리랑 이야기를 하다가, 가끔씩은 에리를 놀려가며 에리의 집에 도착했다. 나는 우산이 있으니 우산이 없는 에리를 먼저 데려다 주고 우리 집에 가는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을 때는 아직 내리던 비가 약했을 때.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빗발이 거세져 있었고 바람도 불기 시작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비몽사몽한 상태로 학교갈 준비를 하다가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같은 걸 들은 듯 했다.

 에리는 그런 날씨를 보고 걱정스러운 투로 말했다.

 “노조미, 집 반대 방향 아니었어?”

 나는 멋쩍은 듯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그렇긴 한데......”
 “잠시 우리 집에 있다 갈래?”
 “에이, 이정도 가지고 뭘 그라노? 그냥 갈게.”
 “그치만.......”
 “됐다. 에릿치 오늘 학생회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이가. 손님이 오면 신경 쓰일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등을 돌렸다.

 “고마 푹 쉬라.”

 그러자 에리는 엷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가는 길 조심해. 노조미.”

  아직 걱정이 남아있는 목소리였다.

 “응, 다음 주 월요일에 보제이.”
 “응. 오늘 데려다 줘서 고마워.”

 나는 그렇게 에리를 뒤로 하고 우리 집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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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동

 초인종을 누른다.

 「누구세요?」

 인터폰으로 에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에릿치. 내다.”
 「노조미?」
 “응. 내다. 신세 좀 질께.”

 얼마 있지 않아 문이 열리고 에리가 나왔다.

 “노조미......?”

 내 행색을 본 에리의 모습이 잠시 경직된다.

 이상할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은 비를 맞아서 힘없이 축 늘어져 있고, 교복은 다 젖어 온몸에 달라붙은 것도 모자라, 손에는 방금 전까지 우산이었던 전위예술적인 오브제를 들고 있으니.

 잠시 경직되어 있던 에리는 바로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꼴이 그게 뭐야? 다 젖었잖아.” “아하하하하하.......”

 나는 대답 없이 멋쩍게 웃을 뿐.

 “일단 들어와. 감기 걸려.”

 그렇게 말하며 내가 들어올 수 있게 비켜준다.

 “고맙데이, 에릿치.”
 “뭘.”

 나는 실례를 무릅쓰고 에리의 집에 들어갔다.

 에리는 곧장 나를 욕실로 이끌었다.

 “일단 욕실에 들어가서 젖은 옷은 벗어서 나한테 줘. 온수기를 틀어줄 테니 일단 씻고 나와. 문 앞에 내 옷을 놔둘 테니까 다 씻으면 찬장에서 수건을 꺼내서 닦고 옷을 갈아입으면 돼.”

 그렇게 말하고 에리는 살짝 투덜거렸다.

 “나 참. 괜찮다던 사람 어디 갔는지.”
 “죄송합니데이.......”

 나는 욕실에 도착해서 에리가 말한 대로 젖은 옷을 벗어 에리에게 줬다. 그리고 에리가 온수기를 틀었다고 말하자 샤워기를 틀어 씻기 시작했다.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이 나와 젖어서 차가워져 있던 몸을 녹였다. 차갑게 수축되어 긴장되어있던 몸이 하나하나 이완되기 시작했다. 기분 좋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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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살짝 끈적끈적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뭐, 그래도 아까보다는 훨씬 낫지만.’

 나오자마자 눈에 띈 건 에리가 준비해둔 옷이었다. 에리의 평상복 치고는 상당히 가벼워 보이는 옷들. 활동복들인 걸까. 그 옷들에서는 자신하고 스타일이 다른 내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 주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감사히 그것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약간 가슴이 끼는 것 외에는 확실히 움직이기 편한 옷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무언가가 끓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살짝 짭쪼름한 냄새라고나 할까.

 냄새가 풍겨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가니 부엌이 있었고 앞치마를 입은 에리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가늘게 뜬 눈으로 국자에 퍼올린 국물 맛을 보는 에리의 모습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맛을 보고난 뒤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 표정도 상당히 귀여웠다. 장차 좋은 신부가 될 것이 분명리라.

 그렇게 한동안 에리의 여러 모습을 음미하고 있었더니 에리가 눈치챈 듯 내게 고개를 돌렸다.

 “어라, 노조미 나왔어?”
 “응, 좀 전에.”

 그리고 실실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나와서 에릿치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 완전 일등 신붓감이던데?”
 “뭐야, 그거.......”

 에리가 살짝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부루퉁한 표정을 짓던 에리는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자, 밥 다 됐으니까 먹으러와.”
 “어라, 밥까지 주게?”

 그렇게 말하자 에리가 곁눈질로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 밖에 상황을 봐. 어디 갈 데라도 있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창 밖을 보았다. 확실히 아까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창밖은 무서울 정도의 비가 휘몰아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럼 신세를 좀 져야겠네.”

 나는 멋쩍은 듯 뺨을 살짝 긁으며 말했다. 그 말에 에리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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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점점 깊어갔다. 시간은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창밖은 여전히 폭풍우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고, TV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 밤이 지나서도 그치지 않을 모양이었다. 에리에게 이대로 지구가 수몰되는 게 아닐까하고 농담 삼아 말해보니 감성적인 표정으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평소라면 어이없다고 질색할 이야기인데.

 “뭔가 이렇게 비가 막 오는 날 조용한 곳에서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여기가 세상의 전부인 것 같단 말이야.”

 제법 익숙한 말인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에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슬슬 들어갈까?”

 그 말이 무슨 의미인가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기서 자고 가라.’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괜찮겠나? 하고 눈으로 물었다. 그 질문에 에리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당연한 것을 왜 굳이 묻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리사도 없고 비오는 날 혼자 있으면 나도, 노조미도 쓸쓸하잖아.”

 에리는 거기에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노조미. 이 시간에, 이 날씨에 집으로 돌아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단호하게 말하는 어조에 에리가 나를 걱정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감사히 받도록 하자.

 나는 방으로 향하는 에리를 따라 에리의 방으로 향했다. 에리가 방문을 열자 여전히 정리가 잘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방이 있었다. 에리의 방에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 까지 여러 번 왔었지만 그 깔끔함에는 항상 감탄하게 된다.

 에리는 장롱에서 이부자리를 꺼내 침대 밑에 펴주었다. 그걸 본 내가 도와주겠다고 하니 손님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

 이불이 자리에 다 깔리고 에리가 상야등을 켰다. 곧 불을 끈다는 의미겠지. 아니나 다를까 에리는 상야등을 켜고 곧장 내게 불을 꺼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이 꺼지고 에리는 침대에, 나는 바닥에 깔린 이불에 누웠다. 그렇게 우리는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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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고 생각했다.

 불이 꺼지고 얼마 있지않아 에리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노조미. 자?”
 “아니.”

 그러자 에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내가 누운 이불 곁을 파고들며 나를 껴안았다.

 “와와와와와와? 무, 무슨 일 있나?”

 당연한 반응이지만, 나는 당황했다. 그것도 엄청. 말하는 동안 혀를 씹을 정도로.

 내 몸에 팔을 감아온 에리는 뭐랄까, 요염했다. 향긋하게 풍겨오는 에리의 냄새, 따뜻한 에리의 체온, 가까워진 얼굴 때문에 내 목덜미에 숨결도 닿았다. 언제나처럼 묶어 올린 포니테일이 아닌 풀어 헤친 긴 머리카락과 에리의 앵두같은 입술이 상야등의 조명을 받아 은은히 빛났다. 내가 남자였다면 분명 이성을 잃었으리라. 장담할 수 있다.

 내가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에리는 더욱 강하게 나를 조여왔다. 하지만 이 다음 순간, 에리가 한 말에 모든 동요가 날아갔다.

 “이렇게 있으니까 꼭 그 날같네.”

 그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 날도 지금 상황과 매우 비슷했다. 응. 그것도 엄청.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당시 1학년이었던 나와 에리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먹서먹한 관계였다. 서먹서먹하다고는 해도 서로 대화나 시시한 이야기는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아마 교우관계가 좁은 우리로서는 서로 반에서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뭔가 에리라면 내 마음 깊은 곳을 열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 날은 기말고사를 대비해서 내가 에리에게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했던 날이었다. 그 때의 나는 심각할 정도로 과학을 못했기에 (‘그나마’ 물리를 잘했던 것 같다.) 화학을 잘하는 에리에게 헬프를 요정한 것이었다.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했던 부탁이었지만 에리는 의외로 순순히 응해주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도 오늘처럼 아리사가 수학여행으로 집에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선명히 그 날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대화도, 몸짓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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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 도착한 에리. 그리고 자취 이후 남을 처음으로 집으로 들여보낸 거에 긴장한 나. 하지만 여느 때처럼 시시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긴장이 풀렸었다.

 덕분에 에리와 함께 원래 페이스 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하기로 했던 부분을 마쳤을 때 그 일이 일어났다.

 “토죠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응, 아야세씨. 오늘 정말 고마웠데이. 덕분에 몰랐던 것들이 싹 다 정리됐다 안카나.”
 “아냐. 토죠씨가 열심히 한 덕이지.”

 에리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현관으로 갔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볼께.”
 “응, 잘 가.”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렇게 말하고는 에리는 문을 열었다. 그 때 문 밖에는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 본 에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그 쓴웃음의 의미는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학교에서 우리 집까지 바로 왔고, 그 와중에 우산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산, 빌려줄까?”
 
 내가 그렇게 묻자 에리는 살짝 놀란 눈을 하고 나를 봤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작게 응이라고 말했다.

 나는 에리에게 우산을 건네줬고, 에리는 그 우산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하아.......”

 다시 이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공간에. 외로움이 나를 맹렬하게 덮쳐오기 시작했다.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는, 특히 이런 비오는 더더욱 버티기 힘든 감정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내일도, 내일 모레도 이러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봤다. 이미 비는 장대처럼 내려 한치 앞조차 보기 힘들 정도가 되어있었다.

 “정말....... 이런 날에는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라니까.”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저녁 준비를 하려고 하던 찰나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이 빗속에 나를 찾아올 사람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혼자 사는 여자를 골라 덮치는 범죄자일 지도 모른다. 불안했다.

 나는 문으로 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 세요?”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토죠씨.”

 에리였다.

 그 목소리에 나는 안도했다. 가장 먼저 상대가 익숙한 사람임에 안심했고, 그 다음으로 나 혼자 있는 이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주었음에 안심했다.

 아는 사람 목소리에 바로 문을 열어준다는,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그 때의 나는 에리가 왔다는 것 자체를 순수하게 기뻐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다행히도 문 앞에는 에리 혼자뿐이었고, 그 모습은 상당한 몰골이었다. 가늘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비를 맞아 군데군데 떡이 져있었고 입고 있던 교복은 다 젖어서 몸에 다 달라뭍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을 끄는 건 에리의 손에 들려있는 철제 오브제. 분명 살이 뜯겨나간 우리 집 우산이리라.

 에리는 한 눈에 봐도 새빨간 얼굴로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

 “저....... 토죠씨?”
 “으, 응.”
 “신세 좀 져도 될까?”
 “아, 물론.......”

 내가 그 말을 듣자마자 당장 욕실에 가서 물을 데우고 수건을 준비해 왔다는 건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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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의 물을 데우고 일단 급한 대로 대충 에리를 닦이고 바로 욕실로 보냈다. 에리가 들어가고 나서 나는 곧장 내 방에서 옷을 꺼내 욕실 앞에 뒀다. 좀 작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충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탈의실에서 나와 걸레로 바닥을 닦고 저녁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되면 저녁은 둘이서 먹는 걸까.’

 언제나 혼자 먹었었다. 그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고작 한 명 들어오는 것이 이렇게 설레는 일이었던가. 그 사실에 새삼 자신을 쓸쓸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까 전까지만 해도 나를 둘러싸고 있던 불안해서 미칠 것 같다는 감각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저녁을 준비하자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죠씨. 욕실 잘 썼어. 고마워.”

 목소리가 나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에리가 살짝 홍조 띈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나도 괜스레 쑥쓰러워져 눈을 피했다. 정말 예쁜 미소였다.

 “아, 아이다. 뭘 고맙다카노. 아, 맞다. 저녁 같이 물래?”
 “어, 나도 먹어도 되는 거야?”
 “마....... 밖에 비는 아직도 한창이고, 이젠 우리 집에 딱히 우산도 없으니께.”

 그렇게 말하자 에리는 살짝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 표정을 보자마자 황급히 ‘딱히 아야세씨 탓을 하려 했던 건 아이다.’ 라고 변명하자마자 에리는 살짝 쓴웃음을 짓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흠....... 그러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신세를 져도 괜찮은 걸까.”

 그 말을 듣고 참 예의바른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벽이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잘 아는 벽이기에 동질감이 느껴졌다.

 “딱히 신세 진다 생각하지마라.”

 과연 나라면 어떤 말을 들어야 기뻐할까. 너무 내 기준일까. 나는 말을 고르고 골라 에리에게 말해줬다.

 “친구니께.”

 응, 아마 이게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 에리에게 듣고 싶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에리에게 말하자 에리는 새빨게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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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되어도 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쏟아졌다. 티비를 보다가, 잡담을 하다가, 지금이 기회다 싶어 아까 하던 공부도 마저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도 에리도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아야세씨.”
 “응?”
 “들어갈까?”
 “아, 응.”

 대충 이런 분위기로 우리는 하던 것들을 정리하고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에리를 내 방으로 데려왔고 이부자리를 펴주었다.

 나는 에리가 자리에 눕는 것을 보고 불을 껐다. 어쩐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는데 기분 탓이려나.

 아니나 다를까 불을 끄고 얼마 있지 않아 에리가 몹시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혹시 어두운 게 무서운 걸까. 본인은 티를 내고 싶어 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엄청 티가 난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는 신경이 쓰여서, 에리는 에리 나름대로 밤을 새울 것 같아 에리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아야세씨.”

 대답이 없다.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니 뻣뻣한 자세로 인상을 쓰고 누워있었다. 자는 척이었다.

 “안자는 거 아니께. 대답 좀 해봐.”

 그제서야 에리는 입을 열었다.

 “미, 미안....... 혹시 신경쓰였어?”
 “아....... 조금.”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에리에게 물었다.

 “아야세씨.”
 “으, 응?”
 “혹시 어두운 게 무섭나?”

 움찔. 하고 에리가 떨었다. 정곡이구만.

 “....... 응.”
 
 에리는 의외로 순순히 인정했다. 아까 자는 척하는 모습만 보면 그렇게 쉽게 인정할 것 같지 않은데.

 “집에서는 상야등을 키고 자는데 여기는....... 아하하......”

 멋쩍은 듯 웃음 짓는 에리.

 우리 집에는 상야등은커녕 스텐드도 없다. 애초에 혼자 사는 집이니까 그냥 공부할 때는 대충 아무데나 빛이 잘 드는 곳을 잡아 거기서 공부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손님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불을 켜고 이불을 하나 더 깔았다. 그리고 다시 불을 끄고 그 자리에 누웠다.

 “토, 토죠씨?”
 “자, 이러면 옆에 누가 있으니까 덜 무섭지 않겠나?”

 나는 그렇게 말하며 씩 웃어보였다. 어둠속이라 잘 보일지는 의문이지만.

 하지만 그 말에 에리는 확실히 안심한 듯 했다.

 “고마워, 토죠씨.”

 그렇게 말하는 에리의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담겨있었다. 제법 뿌듯했다.

 “아, 그나저나 그....... 우리 이제 서로 이름으로 부르지 않을래?”
 “에, 에?”
 “그러니까....... 이제부터 이름으로 부르자고. 나도 토죠씨를 노조미라고 부를테니까.”
 “아야세씨를 에리라 불러달라.......”
 “응...... 친구니까.”

 상당히 낯간지러운 말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말을 들어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그건 에리도 마찬가지인 듯 에리의 얼굴도 어둠 속에서 보일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살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얼마나 귀여운 사람인가.

 “알았데이. 에릿치.”
 “잠, 잠깐. 에릿치는 뭐야?”
 “에리의 애칭이데이. 에릿치. 귀엽지 않나?”
 “음...... 미묘한 걸. 그럼 나는 노조미를 노조밋치라고 부르면 되는 거야?”
 “아, 그거 좋은데.”
 “싫어. 내가 싫어.” “그럼 내는 에리를 에릿치라고 부르고 에릿치는 내를 노조미라고 부르면 되는 기다.”
 “아, 뭐야! 그거. 비겁해. 이름 부르기 금지!”
 “아, 뭔데? 줬다 뺏기가? 치사하데이.”

 그 날 밤. 나와 에리는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둘이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지만 밖은 화창했고 나와 에리는 한 층 더 가까워 진 듯 했다.

--------------------------

 “그러고 보니 꽤나 닮았구마.”
 “그렇지?”

 시기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그 때, 노조미 덕분에 나는 많이 구원 받은 느낌이었어. 나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벽을 치고 대했는데, 노조미가 그 벽을 허물어뜨려준 거야.”

-정말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에리가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아.......”

 나는 가볍게 탄식했다. 그 날, 에리는 에리 스스로가 구원받았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날, 구원받은 사람은 나였다.

 

 그 때 에리가 없었다면, 나는 분명 밤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망가져 버렸으리라.

 

 그 때 에리가 우리 집에 와줘서, 그 때 에리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러 주어서, 항상 혼자였던 공간에 함께 있어주어서, 그리고 지금까지 내 곁에 있어 주어서. 나는 에리에게 구원받았다. 몇 번을 감사해도 부족할 정도다.

 차마 말로 꺼낼 수 없지만 반드시 전하고 싶은 한 마디.

 나는 내게 안겨온 에리를 세게 안았다. 에리도 거기에 맞춰 내 안으로 파고 들었다.

 나도, 고마워. 에리.

 

--------------------

 

한 3달전인가 본갤에 밑밥만 깔아놨던 이야기가 이번에 생각나서 한 번 끝마쳐봤어. 적어도 확실하게 노조미 생일에 올리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잘 안되더라.

아무튼 노조미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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