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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어

myoj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04 15: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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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어

―서울대학교 트루스포럼 제주 4.3 왜곡 강연 항의 집회 보고


   꽃이 만발했지만 꽃샘추위와 강풍에 쌀쌀했던 3월 말이었다.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산하 서울대학교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학’은 서울대에서 예정된 제주 4.3 사건 왜곡 강연 항의 집회에 참석하였다.


   강연을 주최한 서울대학교 트루스포럼도, 이들이 연 강연도 참으로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트루스포럼이라는 단체는 스스로 기독교 보수주의 학생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헌데 기독교에서 모시는 예수야말로 빵과 고기를 '무상배급'하고, 환자들에게 '무상의료'를 베풀고,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며 '반자본정서'를 설파하고 다닌 진성 좌파라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회장부터가 지금은 사라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학생 신분인 곳이다. 지금까지 해온 행동 역시 기묘하기 그지없어서, 북한과 중국 인민들의 인권 보장에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시면서 학내에서 만들려는 인권 헌장에는 이를 악물고 반대하는 등의 행동을 벌여온 그런 곳이다. 이들의 강연 역시 기묘한 것이, 교육 차원에서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오라고 포스터에 명시를 해놨는데, 강연 내용은 ‘남로당 공산주의자들이 죽창으로 사람을 얼마나 찔러죽였냐’는 19금 내용이며, 강연 참석자들은 청소년은커녕 20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없었다.

   이전까지는 이들의 기괴한 행동에 대해 ‘짐승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태도로 침묵을 지켜왔으나, 이들이 이번에 제주 4.3 사건에 대해 한 행동만큼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들은 겉으로는 ‘모든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다. 4.3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의 희생이 있었다’라고 했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4.3 사건은 근본적으로 남로당 세력이 저지른 공산폭동이다. 진압 과정에서 희생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민간인 학살 정당화를 위한 악어의 눈물에 불과했다.


   우리는 ‘제주도는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어’, ‘살인하지 말라’, ‘국가학살 정당화 시도 즉각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에 나섰다. 다행히 걱정과 달리 물리적 충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강연장에 향하는 이들이 ‘뭘 하지 말라는 거야 이 XX들이’, ‘저것들이 어디서 이상한 걸 배워와서’, ‘살인은 김일성 김정은이가 한 게 살인이지’라며 대꾸를 하는 일이 있었다. 주최 측에서는 ‘스탈린주의자, 김일성주의자들이 제주에서 학살을 벌인 것이 진실이다. 그걸 알라’며 설교를 늘어놓았다.

우습다. 누가 누구 앞에서 스탈린주의자와 김일성주의자들의 탄압이니, 김일성 김정은이니를 떠든단 말인가? 역사적으로 스탈린주의자, 김일성주의자 등 국가사회주의자들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경고한 것도 아나키스트들이요, 그들에 맞서서 민중을 지키고자 가정 열렬히 투쟁한 이들도 바로 아나키스트 아닌가? 아나키스트는 국가가 왼손으로 때리건, 오른손으로 때리건 잘못되었다고 믿는다. 당신들이 오른손으로 맞을까 봐 왼손으로 때렸다고, 왼손으로 맞을까 봐 오른손으로 때렸다고 변명하든 맞은 이는 멍이 들었고 때린 이는 잘못을 했다는 것이 진실이다.

   국가폭력에 있어 오른손과 왼손이 한 몸이듯, 이들의 역사 인식 역시 그들이 맞선다는 북한 정권과 큰 차이가 없다. 극우 진영과 북한 정권은 겉으로 보면 4.3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공산화를 위해 남로당이 주도하여 일으킨 좌익 봉기’라는 말을 한쪽에서는 폄훼하기 위해, 다른 쪽에서는 옹호하기 위해 쓰고 있다. 그러나 이는 ‘뭍것(비제주도민을 가리키는 제주말)’ 국가 권력이 자신들이 제주도에서 벌인 짓을 정당화하기 위한 역사일 뿐이다.


   제주도는 오랜 세월 동안 국가폭력을 안고 살아왔다. 왕조 시대부터 중앙정부의 가혹한 공납에 시달려왔음은 물론이고, 이를 피하기 위해 이주하는 것을 막고자 바다 사람인 그들에게 배를 타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 많은 어민이 죽어가야 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군의 불침항모 역할을 강제당해 공출과 강제징용의 피해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미군정 시기에도 쌀 공출, 3.1절 시위 강제 진압 등 목줄만 바뀌었을 뿐, 중앙정부의 탄압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남로당이 됐건, 토벌대와 서북청년단이 됐건, 제주도 민중의 입장에서는 모두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을 짓밟아온 ‘뭍것’에 불과했으며, 제주도민들은 ‘탄압이면 항쟁이다!’라는 구호 하에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저항했을 뿐이다. 북한 정권과 극우 세력은 한목소리로 ‘국가를 위해서 제주도 사람은 죽어도 된다’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점에서 당신들 모두가 한 패거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지금도 4월이 되면 제주도에는 온 집마다 향을 피우며,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남아있다. 국가학살을 어떤 말로 정당화한다고 해도 결국 이들에게 ‘국가가 죽으라면 너희는 죽어야 한다’라고만 들릴 뿐이다. 언젠가 민간인 학살, 아니 그 모든 폭력을 저지를 국가가 사라지는 그날, 4.3은 그 뜻을 바로 세울 수 있고, 제주도는 비로소 눈물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4월 4일

서울대학교 아나키즘 소모임 ‘검은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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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블로그 원문 :

https://malangkism.tistory.com/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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