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새롭지도 않은 젬케이, 씨엠케이 논쟁을 보면서 한 마디 한다.

젬케이 쓰는 합리적인 이유를 물어보는데, 취미 생활에 합리적인 이유가 뭐가 있나, 그저 마음에 드니까 쓰지

예를 들어볼까? 

내가 한 20년 전부터 잡다한 취미가 많았거든, 자세한 얘긴 하고 싶지 않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술 좀 줄이려고 시작한 게 건담이었다.

나름 카페 활동도 재미나게 했지, 그때도 게러지 킷 하나 공제 뜨면 몇 십만 원 우습게 썼지만, 지하실에서 먹는 노란물 한 병 값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더라. 차라리 이쪽이 건강에도 좋고, 남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때려치우고 가스건으로 넘어갔거든? 니들도 알랑가 모르겠지만 마루이나 WA 가스건 노말도 몇 십만 원하던 때에

200만 원 짜리 풀스틸 가스건 산다고 한밤에 부산까지 차 몰고 간 적도 있다.

그때가 삼십대 후반이었는데, 주변에서 다들 미친 놈 취급하더라.

비슷한 시기에 카메라도 열심히 모았거든? 데세랄 두루 사보고 지금은 한정판 필름 카메라하고 렌즈 몇 개만 남겼는데

이것도 합하면 7~800만 원은 족히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사진을 잘 찍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훨씬 낫더라. 그래도 필름 쓰는 이유는 뽀대하고 가오 때문이다.

자전거는 어떨까? 니들 미니벨로 알지? 바퀴도 쬐그만 게 몇 백짜리가 수두룩하다.

브롬톤도 사보고, 한정판 몰튼도 몰아봤는데, 동네 꼬맹이들이 타는 철티비도 못 따라가더라.

그래도 이거 사서 재미나게 놀았다.

요즘은 키보드하고, 광선검만 모으는데 식구들도 두손 두발 다 들어서 아무 소리 안한다.

그나마 주로 글쓰고, 책 내는 직업이라 아마 현실적으로 가장 타당한 취미가 키보드라고 생각한다.

광선검은 또 어떨까? 몇 개 짱박아 두어서 다 찍은 건 아닌데, 위에 있는 3개 가격만 해도 수트나 스프링 한 대 값이 넘어가지.

이게 무슨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까? 조카들 결혼하는 나이에 이걸 들고 나갈까? 

그냥 혼자 만져보고 즐기는 거지

모든 취미가 어느 정도 과시욕에 기댄 측면이 강하단다. 

여유 좀 되면 비싼 키보드에 젬케이도 꼽아서 전시도 하고 그러는 거야

젬케이? 나도 블랙이색하고 오블 밖엔 없어,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가진 하우징이 전부 블랙이고, 나름 깔맞춤 했기 때문에 굳이 더 사고 싶은 게 없을 뿐

그러니, 괜한 시비 걸지마라. 

어느 취미판이나 이런 식의 딴죽에, 진성 고인물들은 거지 취급하거나 어그로로 밖엔 안 여긴다.

그리고, 솔직히 여기 게시판에서 젬케이 아니라고 내려치기 하는 사람도 별로 없더라.

그냥 니가 가진 키보드 예쁘게 꾸며서 사진도 자주 올리고 그래, 

나부터 추천 박고 칭찬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