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UCM 베이징급 전함, 웨폰즈프리 없이 전방 270도에 3+ 6발, 4+ 8발을 사격할 수 있는 우큼 전함라인의 화력담당이다.)

"선체파손. 선체 파손. 9번부터 12번 수리반들은 4번 갑판에 집합하십시오." 자동 경고 방송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몇 분 안에 3번 연속으로 울려 퍼졌다. 전문 수리공 세라 길스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가면서 단순한 선체 파손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평소에는 전투상황실에서 개인 무전기를 통해 실제 사람의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직접 전달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부함장에게 무전을 보내봤지만 답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함교가 날라가며 지휘부 인원 전체가 사망했음을 의심했다.

그녀는 시각적 정보도, 통신 정보도 없이 직감과 본능을 통해 마지막 타격이 재앙적이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녀의 예리한 직감은 이것이 15년 넘게 자랑스럽게 복무해 온 전함 UCMS Simon.J.Park 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함정이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버린 건 확실했지만, 어떤 구역은 정상적으로 보이는 반면 다른 구역은 지옥과도 같다는 사실이 그녀를 기이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노심이 파괴되어 쓸모 없는 탄소 원자의 집합체가 된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 숨 쉬는 사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직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4번 갑판으로 이동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다른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든, 그녀는 자신의 일을 잘 해내고, 또한 필요한 곳으로 갈 것이다. 여전히 엘리베이터엔 움직임이 없었다. 당혹스러워진 그녀는 버튼을 몇 번이고 눌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불길하고 날카로운 삐걱거리는 소리가 그녀를 둘러싼 상부 구조물을 통과했고, 그것은 죽음의 고통에 빠진 함선의 울부짖음이었다. "선체파손. 선체 파손. 9번부터 12번 수리반들은 4번 갑판에 집합하... 여기는 윌킨스 중령이다. 함장은 전사했고 함선은 침몰중이다. 배를 버려라. 반복한다, 배를 버려라. 식민지의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갑작스러운 방송 중단 후, 그 메시지는 다시 끝없이 반복 재생되기 시작했다. 몇 초 후, 세라는 구명보트를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7번 갑판 중앙 통로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이제 수리하러 가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 명확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든 여기는 너무... 평온해 보였다. ‘어떻게 전함이 침몰할 수 가 있지?’ 형광등이 깜빡이고 녹색이 바닥 비상 조명이 켜지자 그녀는 마음을 바꿨다. 이게 정말 배의 죽음이었다.

‘계속 뛰어. 계속 달려. 멈추지 마. 계속 가.’ 그녀는 달리는 동안 머릿속으로 외쳤고, 무거운 공구 벨트를 벗어던지고 7번 갑판의 좌현 바깥쪽 선체 사분면과 가장 가까운 구명보트 클러스터를 향해 달렸다. 구부러진 곳을 돌았을 때, 이미 구명정 2개는 발사되어 승강장이 닫혀있었고, 저쪽 끝에 아직 하나의 구명정이 남아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게 명백했다.

그녀는 구명정에 탑승하려던 다른 사람이랑 부딪혔지만 탑승하는데 성공했다. 복도를 다시 바라보니, 그녀는 두 명의 동료가 격렬한 운동으로 빨갛게... 아니... 화상으로 빨갛게... 머리가 검게 변하고 유니폼이 찢어진 채로 포드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 한 명은 고통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고, 결국 피할 수 없는 운명에 굴복했다. 세라는 복도 끝에서 붉은 빛과 함께 발생한 화염이 주황색 분노가 되어 빠르게 번지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문을 닫아 마지막 주자를 운명에 맡겼다. 옆에 있던 탈출자가 그녀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순간, 작은 시야창을 통해 보이는 복도를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휩쓸며 멀리 있던 동료를 재로 만들어버렸다.

0.5초 후, 탈출 포드의 고정 장치가 풀리고 엔진이 작동하면서 세라는 미처 몸을 붙일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구명정이 함선을 벗어나자마자 세라는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비틀거리는 두 발로 관측창으로 향했다. 그녀가 본 것은 공포와 증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슬픔이었다. 한때 막강했던 베이징급 전함 Simon.J.Park의 선체가 두 동강이 나면서 서서히 두 개의 거대한 덩어리로 분리되었고, 죽음의 불길이 그 사이를 가득 메우며 하늘에 전함의 죽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