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는, 앞으로 도래하게 될 제국이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40k의 제국은 심지어 황제의 플랜 B나 C가 아니라, 그... 말하자면 플랜 Z같은 겁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독재적이고 복잡미묘하며 미신적이고 광기로 가득한 제국은 정말로 모든 게 잘못된 결과입니다."

제국이 40k 꼴 나는 걸 황제가 원치 않았던 건 원래부터 그랬던 거 아닌가? 헤러시 소설 시리즈 출범 전, 호루스를 깊이 아끼던 인간적인 황제가 울면서 자식 처단하던 시대에도 헤러시 결말이 황제가 의도한 대로 흘렀던 건 절대 아니었잖아.

길리먼이 돌아와서 황제랑 재회했을 때 황제는 진의를 숨기지 못하고 마치 감옥 안에서 줄을 넘겨받은 죄수처럼 굴었다고 했지. 그 묘사 자체는 황제의 냉정함과 진실을 알아버린 길리먼의 충격을 보여주는 거지만, 한편으론 황제가 옥좌에 묶여있는 지금 상태를 끔찍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도 됨. 그 장면을 ADB가 썼던가? 가이 헤일리잖아. 적어도 황제가 지금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만큼은 GW/BL을 통틀어 이견있는 작가 없을 거라고 봄.

만약 은하에서 인간이 발 붙이고 사는 행성 전역에 자기 신상이 세워지고 온 인류가 자기를 숭배하는 미래가 황제의 메인 플랜에 들어가 있었다면 그게 더 소름끼치는 거 아닌가? 그럼 호루스 패거리는 레알 혁명파네?

40k의 제국이 카오스의 승리라는 말은 황제가 영원히 옥좌에 묶이고 임페리얼 트루스가 폭망해 인류 전체가 미신과 광기에 삼켜진 결과를 뜻하는 걸로 이해했는데.

걍 황제가 신이 되기 위해 대성전을 기획했다는 호루스의 주장은 헛소리일 뿐이라는 확언 같음.

미래의 승리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체로 비유되는 황제랑 제국보다 훨씬 더 망한, 신체부위 다 사라지고 세포 몇 개만 남아서 꿈틀거리는 수준인 엘다도 인카른 뜨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이고 있는데 이 발언을 가지고 제국이 이길 가능성을 차단해 버렸다고 하는 건 너무 나간 거라고 생각함.

카오스가 궁극적으로 승리했다는 드립은, 마오맨 후기 얘기임? 난 거기서 인류가 패배했다고 한 것도 40k의 다 망한 시대로 접어드는 첫걸음이라고 한 거지 40k 본편에서 인류가 최종적으로 패배할 거라는 선언은 아니라고 봄. 애초에 그게 소설 뒷페이지에 수록된 공식 후기인데 아주 말도 안 되는 드립은 편집부가 커트했겠지. 웹에서 더 턴 말이 있다면... 무슨 말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관적이기는 하겠네.